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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시즌 특집 | 서울 북부 4대 명산_도봉산 르포] 도봉의 등줄기에서 본 아래 세상은 정말 멋졌다!

월간산
  • 입력 2016.03.0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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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추분소~여성봉~오봉~자운봉~도봉계곡~도봉산역 약 8km동서 횡단코스

여성봉 정상에서 본 아름다운 오봉의 모습.
여성봉 정상에서 본 아름다운 오봉의 모습.

북한산국립공원 구역 내에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있다. 우이령을 경계로 이웃한 이 두 산은 산줄기의 개념으로 볼 때는 하나의 선상에 있다. 하지만 산행 기점과 코스 측면에서 보면 연관성이 거의 없는 독립적인 산으로 봐야 한다. 도봉산은 북한산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아기자기함이 돋보인다. 수려한 바위 봉우리와 암릉이 능선을 따라 도열한 모습이 장관이다. 말 그대로 동양화의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산이다.

 여느 대도시 근교산과 마찬가지로 도봉산의 등산로 역시 매우 복잡하다. 지도를 보면 능선과 여러 계곡들을 연결한 산길이 마치 거미줄 같다. 하지만 길이 아무리 복잡하다 해도 도봉산의 산길은 대부분 주능선으로 연결된다. 도봉산의 등산로 가운데서도 핵심이라면 포대능선길이다. 도봉산 주봉인 자운봉(739.5m)에서 북쪽으로 뻗은 이 능선은 중간에 대공포진지인 포대(砲臺)가 있었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도봉산 포대능선에서 자운봉(혹은 신선대)~칼바위~우이암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은 가장 도봉산다운 풍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깎아지른 바위 봉우리에 올라 내려다보는 도회지의 시원스런 조망은 감동적이다. 반면 도봉산 서쪽 송추유원지 기점의 산길은 비교적 한적하고 여유 있는 산행이 가능해 인기 있다. 취재팀은 멋진 암봉인 오봉을 거쳐 주능선으로 오른 뒤 도봉산역으로 하산하는 동서 횡단 코스를 답사하며 도봉산의 안팎을 살펴봤다.

나란히 솟은 오봉을 감상하고 있는 취재팀.
나란히 솟은 오봉을 감상하고 있는 취재팀.

오봉에서 맞은 진짜 찬바람

이번 겨울은 눈도 적고 추위도 신통치 않아 미지근한 욕조 속 같은 분위기였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북극한파’라는 복병의 등장으로 뒤늦게 세상이 꽁꽁 얼어붙었다. 팽창하는 북극의 냉기 때문에 기록적으로 기온이 떨어지며 산에 오른 등산객들이 사고를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런데 이런 혹독한 추위가 오히려 지구 온난화의 결과물이라니 아이러니한 일이라 하겠다.

도봉산 가는 날, 최저 기온이 영하 15℃까지 떨어졌다. 봄이라도 온 듯 푸근한 날이 엊그제 같은데, 널뛰기하듯 변동성 심한 날씨가 반복되는 겨울이다. 추워지니 길에도 산에도 사람이 없다. 집 밖 나서는 것도 힘든 날씨에 산을 오르는 일은 정말 큰 도전이다. 하루 종일 냉동 창고 같은 산 속에 머물러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의 유혹에 이끌려 홀리듯 집을 나섰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맑은 날씨였다. 보온병에 가득 채운 뜨거운 물과 안주머니 속의 핫팩이 추위를 이기기 위한 ‘믿을 구석’이었다.

도봉산 주능선을 걷다 보면 많은 바위를 만날 수 있다.
도봉산 주능선을 걷다 보면 많은 바위를 만날 수 있다.
지하철3호선 구파발역에서 일행을 만나 송추로 이동했다. 도봉산 산길 중에 비교적 호젓한 편에 속하는 오봉 방면을 통해 주능선으로 오르기 위해서다. 송추기점 등산로는 1968년 발생한 1.21 사태 이후 민간인 출입이 금지되었다가 1992년 재개방됐다. 계곡 하류부는 오래전부터 유원지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지금은 그곳의 식당들이 모두 철거되어 송추분소가 있는 송추마을로 이전한 상태다.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동네가 너무 썰렁하네, 여기저기 건물도 많이 비어 있는 것 같군.”

송추유원지의 식당들이 철거한 뒤 처음으로 이곳을 찾는다는 백은식씨는 예전과 많이 달리진 계곡 모습에 아쉬움을 표했다. 길이 넓어지고 번듯한 건물들이 들어서며 깔끔해졌지만, 쇼핑몰 같은 분위기에 마음이 편치 않은 듯했다. 변화도 좋지만 산 아래 마을의 정겨움을 살리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다.

1 돌계단을 따라 천천히 
고도를 높이고 있다. 2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의 안부를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
1 돌계단을 따라 천천히 고도를 높이고 있다. 2 자운봉과 신선대 사이의 안부를 오르고 있는 등산객들.
한적함이 돋보이는 송추남능선

오봉으로 오르려면 송추마을을 거쳐 송추남능선을 타고 올라야 한다. 탐방안내소를 지나 넓은 숲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울대습지 자연관찰로’ 입구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바꿔 서서히 고도를 높였다. 등산로 주변은 울창한 숲이 둘러싸고 있어 오히려 포근한 분위기였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코끝을 찔렀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
완만한 계곡을 따라 고도를 높이던 산길은 어느새 능선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숲이 짙어 편안하고 아늑했다. 차츰 고도가 높아지며 환경도 눈에 띄게 변했다. 시원하게 조망이 터지는 바위지대가 곳곳에 나타나며 보는 즐거움이 커졌다.

북쪽으로 꾀꼬리봉에서 앵무봉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병풍처럼 서 있고, 그 밑으로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송추와 장흥 일대의 마을들이 펼쳐졌다. 북쪽 멀리 파주 감악산의 예리한 정수리도 살짝 눈에 들어왔다. 시야가 정말 좋은 날이었다.
“아이고 추워서 못 가겠네, 옷 좀 꺼내 입고 가요!”
취재팀이 북쪽으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송추남능선의 바위지대를 오르고 있다.
취재팀이 북쪽으로 시원한 조망이 펼쳐지는 송추남능선의 바위지대를 오르고 있다.
 능선에 올라서자 바람이 몰려왔다. 주변을 감싼 공기의 이동은 잊고 있었던 추운 날씨의 위력을 배가시켰다. 잠시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인데 손끝이 시려오고 귀가 시렸다. 재킷을 입고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바람을 막았다. 그리고 계속 걸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움직이지 않으면 체온이 금방 떨어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강제 산행으로 몸을 덥혔다.

능선길이 한 차례 급격하게 고개를 들더니 여성봉(504m) 동쪽 안부로 올라섰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몇 걸음만 가면 여성봉 정상이다. 이 봉우리는 꼭대기의 바위가 여성이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는 모습과 흡사해 여성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신비로운 자연의 조각품을 구경하고 정상 주변을 돌아보며 잠시 숨을 돌렸다.
1 천축사 경내에서 본 선인봉. 2 도봉계곡 물속에 잠겨 있는 ‘高山仰止’ 전각자.
1 천축사 경내에서 본 선인봉. 2 도봉계곡 물속에 잠겨 있는 ‘高山仰止’ 전각자.
 넓은 바위지대인 여성봉 정상은 오봉을 조망하기 좋은 곳이기도 하다. 일렬로 서있는 사이좋은 다섯 봉우리를 옆에서 감상할 수 있다. 멀리 솟은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 일대의 실루엣 또한 인상적이다. 도봉산 송추남능선 최고의 전망대로 꼽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정상 주변에 절벽이 형성되어 실족 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성봉을 지나면 능선의 경사가 완만해져 편안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 점차 가까워지는 오봉을 보며 40분 정도 이동하니 햇살이 따뜻한 오봉 정상. 산정의 이동통신기지국 옆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즐겼다. 나란히 솟은 오봉을 보다가 동쪽으로 눈을 돌리니 자운봉에서 우이암으로 이어진 도봉산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톱날처럼 날카로운 도봉산의 암릉은 역시 장관이었다.

오봉능선을 타고 곧바로 자운봉 방면의 주능선으로 이동했다. 정상이 가까워지자 산길은 더욱 험해져 곳곳에 바위가 드러난 구간을 지나가야 했다. 고도가 높아지니 바람도 훨씬 찼다. 콧물을 훌쩍이며 주능선에 올라서니 눈앞에 서울 시가지가 시원하게 펼쳐졌다. 잠시 길을 멈추고 송추 쪽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풍광을 감상했다.

세월이 지나면 산길도 변한다

날이 추워 송추 쪽에서 오를 때는 거의 사람이 없었는데, 주능선을 걷다 보니 마주치는 등산객이 제법 많았다. 하지만 여느 때에 비하면 정말 한적한 날이었다. 도봉산 정상인 자운봉이 마주보이는 신선대를 거쳐 곧바로 만장봉 옆의 쉼터로 내려섰다. 능선의 된바람을 오래 쐬다가는 동태처럼 얼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도봉산 주능선에서 본 자운봉과 도봉동 일대의 조망.
도봉산 주능선에서 본 자운봉과 도봉동 일대의 조망.
“저기 큰 바위 옆에서 쉬면서 간단하게 식사라도 하고 가죠.”

옛날에 간이매점이 서던 공터에 앉아 컵라면으로 요기를 했다. 바람을 피해 양지바른 곳에 앉아 있으니 살 것 같았다. 거기에 뜨거운 국물까지 속에 들어가니 찬바람에 시달렸던 몸이 깨어나는 느낌이다. 얼었던 입이 녹으면서 슬슬 말수도 늘었다. 바로 이런 작은 즐거움들이 추운 날에도 산을 찾는 이유라 하겠다.

점심 식사를 끝내고 만장봉과 선인봉의 절벽을 바라보며 20분가량 내려서니 마당바위가 모습을 드러냈다. 도봉동 일원의 아파트 단지가 아스라이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뛰어난 곳이라 늘 많은 사람들이 모여 휴식을 취하는 장소다. 여기서 조금 더 내려선 뒤 만나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천축사로 내려섰다.

천축사는 한 번 들어가면 득도할 때까지 나올 수 없다는 무문관(無門關)을 운영하는 사찰로, 절 뒤로 보이는 만장봉과 선인봉의 모습이 일품인 곳이다. 잠시 천축사에 들러 절집과 어우러진 선인봉 모습을 사진에 담았다.
1 도봉대피소.  2 송추유원지의 음식점들을 이전해 조성한 송추마을.
1 도봉대피소. 2 송추유원지의 음식점들을 이전해 조성한 송추마을.

산길은 천축사 산문을 통과해 도봉대피소로 이어졌다. 한국등산학교 현판이 걸려 있는 도봉대피소는 옛날 산꾼들의 애환과 추억이 어려 있는 장소다. 선인봉을 오르던 바위꾼들의 집결지이자 숙소 역할을 하던 곳이다. 지금도 도봉대피소는 등산학교 교육장 역할을 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피소에서 왼쪽으로 계곡을 끼고 새로운 산길이 이어졌다. 예전에는 계곡 건너편에 등산로가 있었는데 산사태가 발생해 안전한 곳으로 길을 낸 것이다. 천년만년 그대로일 것 같은 도봉산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조금씩 형태가 변하는 중이다. 이 비포장 산길이 끝나면 실질적인 산행도 마무리된다.

널찍한 포장도로를 따라 도봉서원과 광륜사를 거쳐 상가지역을 통과하면 저기 멀리 도봉산역으로 이어진 넓은 찻길이 보인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산행길잡이

송추 기점의 산행은 도봉산 포대능선과 오봉의 색다른 뒷모습을 감상할 수 있어 이색적이다. 등산로는 송추계곡 코스와 오봉 쪽 능선길로 구분된다. 이 중 능선길은 도봉산 북서 사면의 장쾌한 암릉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중간에 바위를 오르내려야 하기도 하지만 크게 위험한 곳은 없어 초보자도 무리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송추마을 입구의 다리를 건너 이정표를 보고 진행하면 탐방안내소가 보인다. 이곳을 지나 숲이 우거진 산길을 걷다 보면 능선에 오른다. 넓은 암반이 형성된 여성봉을 지나 1시간30분 정도 곧장 오르면 오봉에 도착한다. 오봉은 첫째 봉우리와 제2봉은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으나, 그 이후의 봉우리는 반드시 암벽등반을 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오봉을 지나 뚜렷한 능선길을 따라 자운봉과 신선대 등이 모여 있는 도봉산 정상부로 이동한다. 송추마을 입구에서 도봉산  정상부까지 약 4km 거리로 2시간가량 소요된다.

도봉산 주능선의 신선대에 올라 자운봉을 본 뒤, 바로 밑의 안부를 통해 마당바위 방면의 산길로 내려설 수 있다. 이 코스는 도봉동으로 이어지는  가장 무난한 하산길 가운데 하나다. 마당바위에서 천축사와 도봉대피소를 거쳐 도봉계곡을 따라 도봉산역으로 길이 이어진다. 신선대에서 도봉산 입구의 탐방안내소까지 1시간 반정도 걸린다.

찾아 가는길

오봉으로 가려면 지하철 3호선을 이용해 구파발역까지 가서 송추행 704번, 혹은 송추 경유 의정부행 34, 36번 버스를 타면 된다. 구파발역에서 송추까지 약 40분 소요.
문의 송추분소 031-826-4559.
도봉산유원지는 전철 1호선 도봉산역에서 내려 걸어들어 간다. 시내에서 도봉유원지 종점까지 들어가는 버스가 있다. 도봉유원지까지 가는 시내버스는 141, 142, 1127, 1128 등이다.

문의 북한산 도봉분소 02-954-2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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