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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시즌 특집 | 서울 북부 4대 명산_불암산 둘레길] 넓은마당… 여근석… 통바위 보며 걷는 ‘묘미’

글·사진 월간산 박정원 부장대우
  • 입력 2016.03.1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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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서 북한산·도봉산·수락산·불암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불암산둘레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은 운무 속에 완전 잠긴 반면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 도봉산만 저 멀리 솟아 있다. 오른쪽으로 수락산 자락도 보인다.
불암산둘레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은 운무 속에 완전 잠긴 반면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 도봉산만 저 멀리 솟아 있다. 오른쪽으로 수락산 자락도 보인다.

불암산둘레길은 서울둘레길의 한 구간이다. 서울둘레길은 서울시를 외곽으로 한 바퀴 걷는 길을 말한다. 총 8개 코스 157km로 연결된다. 산으로 이어진 숲길 85km, 마을길 40km, 하천길 32km로 구성돼 있다. 8개 코스 중 제1코스가 수락·불암산코스다. 총 14.3km에 보조구간 4.3km로 이뤄져 있다. 예상 소요시간은 총 6시간 30분. 보조구간은 2시간 10분. 여기서 수락산 구간을 제외하면 화랑대역에서 당고개역까지 7.8km가 된다. 서울둘레길을 조성한 서울시에서는 풍부한 산림과 경치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코스라고 소개한다. 난이도는 서울둘레길 중에 가장 고급에 속한다고 한다.

넓은마당이 있는 불암산도시자연공원에서부터 걸어보자. 넓은마당을 소개하기 전에 불암산에 대해 조금 알아둘 필요가 있다. 불암산(508m)은 거대한 화강암 통바위로 이뤄진 봉우리가 마치 송낙을 쓴 부처의 형상과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인수봉 같은 바위가 하나의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또 얽힌 전설도 재미있다. 불암산은 원래 금강산에 있었으나 조선 왕조 건국 시 도읍을 정할 때 한양의 남산이 되겠다고 내려왔으나 벌써 남산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고 돌아선 채 그 자리에 머물렀다고 전한다. 이 때문에 서울의 산들 중에서 유일하게 서울을 등진 형세라고 한다. 송낙 쓴 부처의 형상도 서울이 아닌 의정부에서 봐야 제대로 보인다고 한다. 이러한 형세는 수락산과 더불어 한국전쟁 때 북쪽 방어선을 이루며 서울을 수호하는 기능을 했다.

그 통바위가 밑에서 모습을 드러낸 부분이 넓은마당이다. 평평한 바위는 많은 주민들이 앉아 쉬기도 하고 산책과 운동을 즐기는 장소로도 활용한다. 걷기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레길전망대가 나온다. 3층으로 됐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나무가 우거져 경관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단점을 전망대에 올라서면 조망이 탁 트인다. 앞으로는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 도봉산, 옆으로는 수락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뒤로는 불암산 정상과 인근 봉우리들이 정말 통바위 같이 우람하게 솟아 있다. 전망대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의자도 구비돼 있다.

가는 겨울을 시샘해서 그런지 2월 말 경인데 전날 갑자기 내린 눈으로 길은 눈이 그대로 덮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 평일에 제법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사람들한테 인기 있다는 반증이다.

넓적바위는 여성 음부같이 생겨

눈 내린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불암산둘레길을 걷고 있다.
눈 내린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불암산둘레길을 걷고 있다.
이어 넓적바위. 불암산은 온통 바위투성이다. 가만히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영락없는 여성의 음부같이 생겼다. 굉장히 야한 바위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다른 자료를 찾아보니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던 여근석이라 한다. 아랫마을에서 동제를 지냈을 법하고, 조선시대에는 아들 낳기를 바라는 여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넓적바위 옆으로 숲길로 이어진다. 대부분 참나무들이다. 그런데 참나무들이 하나같이 줄기 중간이 벌어져 있다. 이도 여성의 음부 같다. 묘한 상상이 펼쳐진다. 불암산 통바위에서 나오는 양기(陽氣)를 아랫자락에 있는 나무와 바위의 여근에서 그대로 흡수하는 형국으로 여겨진다. 음기(陰氣)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불암산둘레길은 여러 걷기길과도 연결된다. 중간 중간 불암산횡단형 건강산책로와도 중복된다. 불암산설화길도 나온다. 하나의 길에 이름이 서너 가지나 된다. 걸을 만하다는 얘기다.

통바위 자락에서 물도 철철 넘쳐흐른다. 참으로 신기하다. 보통 화강암 통바위는 물의 불순물을 걸러 주는 역할을 하지만 오래 머금지는 못한다. 보통 산에 물이 별로 없다. 하지만 불암산은 비교적 많은 편이다. 좋은 산이 아닐 수 없다.

둘레길을 지나면 학도암이 300m 위에 있다는 이정표가 나온다. 학도암은 ‘학이 이르는 암자’라는 의미로 주변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학이 날아와 놀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라고 전한다. 조선 인조 2년(1624) 무공화상이 창건했다고 한다. 높이 13.4m에 달하는 마애관음보살좌상이 있다. 1870년 명성황후의 발원으로 조성했다고 전한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24호. 학이 놀 정도로 정말 아름다운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불암산둘레길 중간에 나오는 넓적바위는 영락없는 여성의 음부같이 생겼다.
불암산둘레길 중간에 나오는 넓적바위는 영락없는 여성의 음부같이 생겼다.
길은 학도암으로 연결되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걷기 좋은 숲길로 계속된다. 학도암에서 넓은마당까지는 불암산설화길이라고 소개하는 안내판이 보인다. 중계동의 신령스러운 은행나무이야기, 임진왜란 당시 대승을 거뒀던 노원평전투이야기, 학도암에 얽힌 명성황후이야기 등 역사와 삶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살아 숨 쉰다고 소개한다.

불암산 능선을 살짝 벗어나 잠시 평지를 걷는가 싶더니 다시 다른 능선으로 들어선다. 불암산 자락인 공릉산이다. 길은 불암산맨발길로 명명하면서 공릉산백세문이라고 안내한다. 둘레길 중에 2.9km를 맨발로 걸을 수 있도록 했다. 바닥에 매트를 깔아 푹신하게 만들었다. 이 길을 따라 내려가면 공릉산백세문으로 연결된다. 문을 나서자마자 원자력병원 사거리가 나오며 도로로 연결된다. 넓은마당에서 공릉산백세문까지 5.7km. 2시간 10분가량 걸렸다.

걷기 가이드

전철4호선 상계역 1번 출구에서 당고개 방향으로 약 300m 떨어진 당고개입구오거리에서 오른쪽 횡단보도를 건너 상계불암대림아파트와 중계경남이너스빌아파트 사이 도로로 들어서면 불암산도시자연공원이 나온다. 공원을 지나 정암사 쪽으로 조금 오르면 둘레길 입구가 보인다. 약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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