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 월간山 부록지도 100% 활용법] “아직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따라가세요?”

글·월간산 신준범 기자 사진·김종연 기자
입력 2017.01.25 11:03
‘승기자’로 내 위치를 등산지도에 정확하게 점찍기

“한국 사람들은 지도를 깔보는 경향이 있어요. 일례로 산에 지도를 가져가지 않아요. 과거에 한두 번 그 산을 가보면 다 안다고 생각해요. 세월이 흘러도 산은 그대로 있지만 산행 능력이나 기억력은 떨어져 있어요. 옛날 생각만 하고 지나친 자신감만 믿고 가다가 사고 나는 일이 많아요.”

월간山에서 47년째 취재산행을 하고 있는 베테랑 박영래 대기자는 한국인들이 지도를 너무 소홀히 여긴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안내산악회 등산대장들이 등고선 지도를 볼 줄 모르고, 지도를 가지고 다니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산에 갈 때는 초등학생 아이부터 70대 어른까지 모두 손에 등산지도를 지니고 있다. 산에 가기 전에 지도를 확인하고, 그 산과 관련된 자료를 살핀다. 반면 우리나라는 각종 먹을거리와 막걸리 챙기는 것으로 산행준비가 시작된다.

공부도 예습이 중요하듯 산행도 지도를 보며 예습해야 헤매거나 조난당하는 일이 없다. 뉴스에 나오지는 않지만, 산에서 많은 사람들이 행방불명된다. 몇 년 전 가평 석룡산에서 산악회 일행 한 명이 하산하지 않은 일이 있었다. 길을 잘못 들어 조난당한 것이 분명한데, 산이 커서 시신조차 찾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 주등산로를 벗어나면 부상자나 시신을 찾기는 확률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 산을 깔보는 이들이 많지만 동네 뒷산이 아닌 이상, 산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위험하다.

스마트폰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고 하지만 스마트폰 속의 지도 역시 지도이다. 지도를 볼 줄 알아야 스마트폰 GPS 기능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또 산에서는 데이터 수신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이 많으므로 미리 해당 산의 지도를 다운 받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 만약 스마트폰 지도의 등산로가 정확하지 않다면 그것도 문제다. 지도의 도로는 정확하지만 산 속의 등산로는 표시할 의무도 없거니와, 산꾼이 아닌 일반 비즈니스 업자들이 대충 그려놓은 선을 따르다가는 조난당할 수도 있다.

시대가 아무리 디지털화되더라도 산에 갈 때는 신뢰할 수 있는 등산지도가 필요하다. 세월이 변해도 산에서 등산지도와 나침반은 제대로 된 산꾼임을 증명하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1 큰 산줄기에 투명한 선을 그어 초보자도 알아보기 쉽게 했다. 2 산입구의 버스정류장과 슈퍼, 마을회관 등을 꼼꼼히 표시해 찾아가기 쉽게 했다. 버스정류장에는 운행 버스 노선의 번호도 표시했다.
고수와 고수가 만드는 최상의 결과물

월간山에서는 매달 한 가지 부록을 제공한다. 바로 ‘등산지도’다. 화려하게 포장한 시중의 잡지들이 거창한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같은 부록을 제공하는 것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실은 오랜 노하우와 땀으로 만들어진 희소성 높은 ‘등산보물’이다.

본지 원색부록 등산지도는 책의 앞쪽, 광고 사이에 접지 형태로 삽입되어 있다. A4 용지 두 배인 A3 용지 크기이며, 방수코팅 처리되어 빗방울에 쉽게 젖지 않는다. 원색부록 등산지도는 박영래 대기자가 조사한 것을 토대로 지도 업체인 ‘고산자의 후예들’에서 제작한다. ‘고산자의 후예들’ 역시 박영래 대기자만큼이나 베테랑이다. 1992년 세워진 등산지도 전문업체이며, 고산자 김정호의 후예임을 자처한 상호에서 알 수 있듯 실제 답사한 것을 등산지도로 제작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지도 전문가이기 이전에 산꾼인 이들이 작업을 하기에 등고선 따라 표시한 등산로 선 하나까지 모두 이해하고 작업을 한다. 이런 이해도의 차이가 실제 지도 제작에서 상당한 완성도의 차이로 드러나는 것은, 시중의 여러 등산지도를 비교하며 산행해 온 산꾼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월간山 원색부록 지도는 5년 전부터 2만5,000분의 1 축척으로 만들고 있다. 박영래 대기자는 “큰 산의 경우 5만분의 1 축척도 좋지만, 등산로를 자세하게 파악하기에는 2만5,000분의 1 축척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이야기한다.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와 가장 큰 차이는 등산에 필요한 정보를 상세하게 표시한 것이다. 등고선 지도를 보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을 위해 큰 산줄기에 진한 선을 투명하게 표시해 이해를 도왔다. 등산로는 최대한 실제에 가깝게 표시했으며, 구간별 산행 소요 시간을 표시했다. 휴식 시간을 뺀 순수 산행 시간이지만 70세인 박영래 대기자의 나이를 감안하면 초보자 눈높이에 맞는 시간인 셈이다.

산행 중 길 찾기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모두 표시했다. 가령 이정표에 적힌 내용이나 철탑, 암자, 노거수 등 단시일 내에 없어질 염려가 없는 것들이다. 산줄기 족보인 대간, 정맥, 기맥, 지맥까지 모두 표시했으며 분류별로 색깔을 달리해 가독성을 높였다. 때문에 월간山을 오랫동안 구독해 온 골수 산꾼들은 “현존하는 최고의 등산지도”라는 말을 아끼지 않는다.

산 입구의 버스정류장 위치를 표시한 것은 물론이고, 운행하는 버스 노선 번호까지 표기해 대중교통으로 산행하는 이들에게 최적의 정보를 제공한다. 등산지도 역시 오래되면 최신 지도로 바꾸는 것이 좋다.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0년 세월이 지나 다시 같은 산을 찾을 경우 산 입구까지 접근 도로가 바뀐 곳이 많으며, 과거 군부대나 시설물이 있어 출입이 제한되던 곳에 새로운 산책로나 등산로가 생긴 경우가 많다. 국립공원이 아닌 이상 등산로 역시 여러 조건에 따라 사라지는 곳들과 새로 생기는 곳이 있어, 10년 전 정보만 믿고 찾았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생각보다 쉬운 내 위치 찾기

47년 경력의 전문가인 박영래 대기자가 특별부록 지도를 만든다.
월간山 원색부록 등산지도를 잘 활용하는 법은, 산행 시작 지점부터 현 위치와 지도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상에서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확인해 앞으로 나타날 지형을 알고 산행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산행 중 항상 지도상에서 내 위치가 어디인지 알고 있어야 한다.

월간山 원색부록 지도의 장점은 위도와 경도를 1분 혹은 30초 단위로 선을 표시한 것이다. 이는 초보자보다는 베테랑 산꾼들과 오리엔티어링 동호인들을 위한 배려다. 일반지도나 다른 등산지도의 경우 위도와 경도선이 아예 없거나 너무 넓게 표시되어 있어 활용도가 떨어지는데 월간山 지도는 30초 간격으로 촘촘히 표시했다.

독도법 등산강의를 31년째 해온 박승기 등산강사는 10년 전 위도와 경도를 잴 수 있는 투명자를 만들어 특허를 내고 자신의 이름을 따 ‘승기자’라 이름 붙였다. 승기자와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초보자도 월간山 지도에서 자신의 위치를 점으로 쉽게 표시할 수 있다. 내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GPS앱을 활용하면 현 위치의 위도와 경도를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이 없어도 승기자만 있다면 특정 지점의 좌표를 정확하게 뽑아낼 수 있다. 스마트폰과 월간山 2016년 11월호 부록인 쇠뿔봉 지도가 있는데, 산행 중 내 위치를 모를 경우를 가정해 현 위치를 알아보자.

스마트폰 GPS앱에 표시된 현 위치의 좌표 값이 N37° 38´ 16.6″ E127° 42´ 54.3″이다. 이때 초 단위는 반올림하는 것이 편하므로 16.6초는 17초로 계산한다. 먼저 위도를 구해야 한다. N은 북위의 약자이며 도, 분, 초 단위로 표시하고 있다. 1도는 60분, 1분은 60초로 이루어져 있다. 현 위치의 북위는 37도 38분 17초이다. E는 동경을 뜻하며, 현 위치의 동경 좌표는 127도 42분 54초이다.

1 위도와 경도가 몇 분에 있는지를 알면 다음과 같은 선을 그어 내가 속해 있는 구역을 알 수 있다. 스마트폰의 다양한 GPS앱을 활용하면 현재 좌표를 쉽게 알 수 있다. 2 ‘승기자’를 고안한 박승기 등산강사. 본지 특별부록 등산지도가 30초 간격으로 위도·경도 선이 표시되어 있어 ‘승기자’를 사용하기에 무척 편리하다고 말한다. 3 ‘승기자’ 경도를 재는 눈금과 위도를 재는 눈금, 자북을 그을 수 있는 눈금이 있다.
초보자는 먼저 내가 있는 위도 경도의 사각형을 찾아야 이해가 쉽다. 바둑판처럼 직선으로 교차하며 그어져 있는 위도·경도 선에서 자신이 속해 있는 구역을 찾아야 한다. 좌표의 ‘분’만 확인하면 자신이 속한 구역은 금방 알 수 있다. 위쪽 지도 사진처럼, 북위 38분에 임의의 선을 긋고 동경 42분에 선을 그으면 교차하는 사각형 안에 자신이 있는 것이다.

먼저 지도에 세로로 그어진 위도선에서 38분을 찾는다(우측 페이지 ‘내 위치 찾기’ 사진 참조). 38분 00초의 가로선에 승기자 위도용 0분을 맞추고 자를 세로로 세워 17초 지점에 점을 찍는다.  이 점에 자를 대고 최대한 평행하게 가로 선을 긋는다. 이 가로선 위의 한 점이 자신의 위치인 것이다. 이제 경도에서 내 지점을 찾아 세로로 선을 그으면 교차하는 지점이 내 위치가 된다.

지도 하단이나 상단에서 42도 00초를 찾아 승기자의 경도용 눈금 0분을 맞춘다. 이때 평행하게 0을 맞춰 값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스듬하게 대각선으로 틀어 맞춘다(‘내 위치 찾기’ 두 번째 사진 참조). 승기자의 0분을 42도 선상에 맞추고 자를 기울여 눈금의 ‘1분’ 지점을 43도 선상에 맞춘다. 이 상태에서 54.3초 지점에 점을 찍고 평행하게 직선으로 선을 그으면 교차하는 지점이 현 위치다. 승기자를 비스듬하게 틀어 0분과 1초를 각각의 경도선에 맞추는 것이 핵심이며, 평행으로 맞추면 수치 자체가 4초 정도 차이가 난다. 경도를 비스듬하게 놓는 것만 기억하면 무척 간단하고 빠르게 현 위치를 구할 수 있다. 경도를 구할 때 비스듬히 자를 놓는 것은 지구가 평면 지도 형태가 아닌, 둥근 원형이라 북쪽으로 갈수록 좁아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표시한 지점은 지도상에서 쇠뿔봉 남쪽의 490.9m봉이 현재 내 위치인 것이다.

산행 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산행 시작 지점과 갈림길을 찾는 것이다. 국립공원이 아닌 이정표가 없는 곳은 들머리 찾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또 이정표가 없는 산에서 길이 꺾이는 갈림길을 찾는 것도 어려울 때가 많다. 월간山 등산지도와 승기자만 있다면 특정 지점 좌표를 쉽게 알 수 있다. 참고로 승기자는 시중에 판매처가 없으며, 박승기 강사에게 메일(skpark2222@naver.com)을 보내 택배로 구입해야 한다.

가령 쇠뿔봉을 오르기 위해 용수골 용수저수지 옆 차단시설을 찾아가야 한다면, 먼저 승기자로 위도를 확인한다. 지도의 38분 위도선에 승기자를 위도선을 놓고 보면, 38분 57.5초이다. 경도선 43분에 승기자 경도 0분을 맞추고 비스듬히 기울여 44분 지점에 승기자 ‘1분’을 맞춰 ‘차단시설’의 수치를 확인하면 43분 58초다. 즉 북위 37도 38분 57.5초, 동경 127도 43분 58초가 나온다. 이 좌표를 GPS앱의 좌표와 대조하며 찾아갈 수 있다.

승기자의 또 다른 기능은 지도에 자북선을 그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북은 나침반이 가리키는 자기장이 있는 북쪽이며, 지도상의 세로선과 약간 차이가 있다. 지도에 나침반을 놓고 지형을 볼 땐 자북선에 나침반을 맞춰야 정확한 독도를 할 수 있다. 특별부록 지도에는 도자각을 표시해 놓았는데, 쇠뿔봉 지도의 경우 8도 15분이라 나와 있다. 승기자의 가운데에 있는 알파벳 P지점을 세로로 그어진 경도선에 맞추고, P에서 뻗은 직선을 경도선에 일치하도록 맞춘다. 경도와 P가 닿은 지점은 고정하고 승기자 끝부분의 1에서 10까지 쓰인 도를 왼쪽으로 밀어 8도에 맞춘 상태에서, 승기자의 오른쪽 눈금을 따라 선을 그으면 이 선이 자북선이 된다.

이렇듯 승기자는 좌표를 통한 지도에 현 위치 구하기, 지도의 특정지점 좌표 구하기, 자북선 긋기 세 가지 기능이 있다.

1 승기자 위도용 눈금 0분을 38분 위도선에 맞추고, 17초 지점에 점을 찍어 위도와 평행하게 선을 긋는다. 2 승기자 경도용 눈금 0분을 42분 경도선에 맞추고 비스듬히 기울여, 승기자 눈금 1분 지점을 43분 경도선에 맞춘 상태에서 54초 지점에 점을 찍어 경도와 평행하게 선을 긋는다. 3 두 선이 교차하는 지점이 내 위치다. 4 승기자 ‘P’ 옆에 표시된 십자선을 경도선 아무 곳에나 맞추고, 승기자 모서리 끝에 있는 눈금을 왼쪽으로 기울여 8도에 맞춘 다음, 그대로 선을 긋는다. 5 승기자 위도용 눈금 0분을 지도상의 38분 위도선에 맞추고 ‘차단시설’의 수치를 확인한다. 6 승기자 경도용 눈금 0분을 지도상의 43분 경도선에 맞추고 자를 비스듬히 기울여 44분 경도선에 자의 1분 눈금을 맞춘다. ‘차단시설’의 수치를 확인한다.
독도 통한 완벽한 산행이 주는 쾌감

스마트폰의 GPS 기능을 계속 켜고 다닐 경우 배터리 소모가 심하므로, 간간이 켜서 좌표를 확인해 지도상에서 내 위치를 구할 수 있다. GPS 위도·경도 설정시 세계 공통으로 쓰이는 표준데이터인 ‘WGS84’를 택해야 한다. 좌표는 경위도 좌표로 설정한다.

스마트폰 지도에 내 위치를 표시해 주는 것에 비해 불편하고 번거롭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기초가 튼튼해야 더 발전적인 응용이 가능하며, 산에서 지도를 놓고 내 위치를 구해 가며 가는 것은 해본 사람만 알 수 있는 산행의 큰 재미다. 이정표도 제대로 없는, 알려지지 않은 산에서 스스로의 독도 능력으로 계획했던 코스를 완벽하게 돌고 내려온다면, 지리산 천왕봉 일출보다 더 큰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앞사람 엉덩이만 보고 따라갈 것인가, 지도를 들고 스스로 길을 찾아 갈 것인가. 언제까지나 등산객으로 남을 것인가, 진짜 산사람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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