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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 | 경상도의 산 연화산 532.4m /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두동면] 울산 반구대 암각화 뒷산 따라 한 바퀴 돌기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7.03.13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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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km 거리의 꽉 찬 반구대 암각화박물관 원점회귀 산행

연화산 활공장은 두동면 일대를 볼 수 있는 전망대다. 호미지맥의 치술령과 국수봉 아래의 마을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연화산 활공장은 두동면 일대를 볼 수 있는 전망대다. 호미지맥의 치술령과 국수봉 아래의 마을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이룬다.

마을은 산골 오지에 숨었고, 설화가 있는 산은 호수에 갇혔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멋스러웠다. 옹기종기 산을 등지고 앉은 남향의 마을과 아름다운 곡선을 그려내는 논두렁이 어우러져 서정적이다. 산자락을 휘감던 대곡천이 사연댐과 대곡댐의 건설로 호수가 됐다. 대곡천은 암각화를 비롯한 공룡발자국 등 선사시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재 ‘문화재 보호가 시급한가, 시민의 식수가 우선인가’ 하는 문제로 문화재청과 울산광역시가 옥신각신하고 있다. 물고문에 시달리는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 때문이다.

울산 연화산(蓮花山)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다. 울산 사람은 물론 웬만한 산꾼도 “울산 어디에 있는 산이야?” 하고 되물을 정도로 알려지지 않았다.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盤龜臺 岩刻畵)와 천전리 각석(川前里 刻石)이 있는 그 뒷산이라면 수긍하지만, 이 또한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만큼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불편한 오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연화산 산행은 산 북동쪽 두동면 은편리를 들머리로 이뤄졌다. 반구대 쪽보다 조금 나은 대중교통편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래 모양의 암각화박물관. 선사유적 박물관으로 산행의 들머리가 된다.
고래 모양의 암각화박물관. 선사유적 박물관으로 산행의 들머리가 된다.

산행은 반구대 입구의 울산 암각화박물관을 기점으로 한 원점회귀 코스다. 완만하고 낮은 능선으로 이어지며 지척에 보이는 사연호와 대곡호를 비롯해 대곡천 주변에 박물관과 반구대가 있다. 특히 산행 말미에는, 주변에 널린 문화유적을 덤으로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얻게 된다. 그러나 15㎞에 이르는 전체 산행 거리가 만만치가 않다. 산행시간을 잘 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암각화 박물관 옆 반구교를 건너 20m 정도 가면 첫 갈림길이다. 직진하면 반구대 암각화로 이어지고, 산행은 왼쪽 길로 간다. 선사시대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움집이 있는 팜스테이로 들어선다. 사유지이지만 등산객을 막지 않는다. 오히려 초입에 ‘연화산 입구’라는 팻말까지 달아 놓았다.

한실 골짜기의 풍부한 물은 폭포가 돼 떨어진다.
한실 골짜기의 풍부한 물은 폭포가 돼 떨어진다.
암각화 전망대에서 원점으로 돌아나오는 길에 만난 대숲 길.
암각화 전망대에서 원점으로 돌아나오는 길에 만난 대숲 길.
반구대 주변 10군데의 비경을 일컫는 반구십영은 조선시대 구곡문화가 꽃피운 것이다.
반구대 주변 10군데의 비경을 일컫는 반구십영은 조선시대 구곡문화가 꽃피운 것이다.

최고 조망 터는 활공장

산길로 들어서면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이다. 발밑에는 푹신푹신한 솔가리와 바스락거리는 낙엽이 쌓였다. 소나무에서 차츰 참나무로 수종이 바뀌며 나뭇가지 사이로 대곡호가 보인다. 잇달아 만나는 묘지 2기를 지나 너럭바위에 올라선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반구마을이 동매산을 안고 깊숙이 숨어 앉았다. 고도를 높이니 덩달아 경사도 가팔라진다. 비탈길을 한 굽이 올라서면 265.6m봉. 삼각점 표시는 있는데 정작 삼각점은 찾을 수 없다.

여기서부터는 크게 힘들고 위험한 곳은 없다. 산길은 오르내림이 반복되지만 전체적으로 부드럽다. 산릉은 동쪽으로 약간 휘어지고, 안부를 지나면 동암사 갈림길이다. 능선으로 직진해 경주 김씨 묘를 지나 능선 길이 좌우로 갈린다. 주의해야 할 것은 여기서 왼쪽 길로 간다는 것이다. 조그만 봉우리를 우회하면 산길은 편평하고 부드럽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경사가 가팔라진다 싶더니 325.7m봉에 이른다. 별다른 특징이 없는 봉우리다.

5분 후 잘 조성된 밀양 박씨 묘를 만난다. 송신탑이 서있는 연화산 정상의 모습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기 시작한다. 숙부인 경주 최씨 묘를 지나면 쌓인 낙엽이 발목까지 덮는다. 더욱 가까워진 연화산을 정면으로 보고 내려선다. 산자락을 뱀처럼 휘감고 올라온 콘크리트 임도가 드러나고, 그 아래로 물을 담은 대곡호의 모습도 훤하다.

둔덕 같은 나지막한 봉우리를 넘으면 전봇대가 서있는 임도다. 서쪽으로 시야가 트이며 두서면의 마병산, 용암산이 뚜렷하다. 너머에는 남북으로 뻗은 낙동정맥의 백운산, 고헌산도 희미하게 다가온다. 두 산 사이 삼강봉에서 동쪽으로 가지를 친 호미지맥까지 더해 겹겹의 산이 물결처럼 일렁인다. 고도를 높이면 콘크리트 임도가 가로지르는 갈림길에 선다. 차량통행을 막기 위해 박아놓은 철봉 사이로 오른다.

곧 임도 곡각지에 닿은 후 널찍한 능선 오르막이 나온다. 300m가량 오르다가 갈림길에서 넓은 길을 버리고 샛길로 들어선다. 잠시 후 다시 뚜렷한 샛길을 버리고 능선으로 방향을 튼다. 잡목에 희미한 산길이지만 산행 표지기가 길잡이 역할을 한다. 15분이면 뚜렷한 산길과 다시 만나는데 오른쪽으로 약간 이동하면 임도에 닿는다. 임도 따라 100m를 가다가 왼쪽 능선으로 접어들어 3분쯤이면 연화산 정상 못미처 활공장을 만난다.

활공장은 아마도 연화산 산행 중 최고의 조망처가 아닌가 싶다. 사방은 아니지만 북쪽 두동면 일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무엇보다 산과 들, 마을이 어우러져 그려내는 풍경이 한 폭의 그림이다. 건너편 호미지맥의 치술령(765m)과 오른쪽 국수봉(國守峰), 옥녀봉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하다. 1분 거리의 연화산 산정에 올라선다.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지만 조망은 꽉 막혔다. 방송국 송신탑과 부속 건물이 정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삼각점도 구석에 처박혔다.

산행 들머리에서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로 들면 발밑에는 솔가리가 푹신푹신하다.
산행 들머리에서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로 들면 발밑에는 솔가리가 푹신푹신하다.

신라 여랑과 나비의 슬픈 사랑 깃들어

연화산은 본래 여나산(餘那山)이라 했다. 여기에는 천전리 서석곡(書石谷)에서 사랑을 맹세한 신라의 갈문왕과 어사추여랑(於史鄒女郞)의 애달픈 설화가 전해진다. 신라 때 은편리의 여랑이라는 청년과 나비라는 처녀의 비극적 사랑에서 노래가 탄생했다. 이 노래가 ‘여나산곡(餘那山曲)’으로 신라 향가의 시초라고도 전해 온다. 그래서 산 이름도 여랑 ‘여(餘)’와 나비 ‘나(那)’를 붙여 여나산이라 했으며, 나중에 연화산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하산은 남동릉 방향. 498.5m봉을 바라보고 내려선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이정표와 간이체육공원이 있는 임도 사거리까지 15분. 이정표가 가리키는 ‘범서 망성’ 방향 임도를 따르다가 이내 능선으로 접어든다. 여강 이씨 묘를 지나 완만한 능선 길로 20분이면 갈림길인 498.5m봉에 닿는다. 직진하지 말고 남쪽으로 꺾어들면 가파른 내리막길. 곧바로 만나는 임도 삼거리에서 임도 따라 직진이다. 산자락을 파헤친 흉물스런 채석장의 모습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200m쯤 진행하다가 임도가 왼쪽으로 휘어지는 곡각지점에서 임도를 이탈, 오른쪽 산길로 진입한다.

낙엽이 쌓인 능선 길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희미하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는 경고판이 나무에 붙었다. 뒤이어 ‘사유지’임을 알리는 경고판 2개를 잇달아 지난다. 드문드문 나뭇가지에 걸린 리본은 바람에 떨며 능선 길을 안내한다. 갈림길이 희미한 지점에서는 대부분 오른쪽 능선 길을 택한다. 간벌로 발생된 나뭇가지가 거치적거린다. 329.3m봉을 지나면 참나무 숲 너머로 보이는 연화산이 봄을 기다리며 앉았다. 사연호의 찰랑거리는 푸른 물결도 시원하다. 산길은 끊겼다 이어지기를 반복하다가 30분이 지날 무렵 묘지 2기를 만난다. 봉분은 깎이고 내려앉아 평평해졌고, 잔디 대신 이끼가 덮었다.

숲을 벗어난다 싶더니 계곡물 소리가 요란하다. 인적 없는 계곡에는 맑은 물이 기암괴석 사이로 쏟아진다. 한실 골짜기이다. 수량이 풍부해 폭포를 이루었다. 힘든 산길을 뚫고 나온 고단함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계곡물에 땀을 씻고 벗어난다. 고즈넉한 한실마을과 그 너머에 호수가 펼쳐진다. 포장도로를 따라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로 향한다. 이 도로는 울산의 둘레길인 ‘태화강 100리길’의 일부 구간이다. 20분쯤 걸어 반구마을로 돌아드는 포장로를 이탈해 왼쪽 산등성이로 오른다. 경사진 능선 길은 낙엽이 쌓여 미끄럽다. 산길을 벗어나 곧 암각화 전망대에 이른다. 

선사시대 고래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들이 바위에 새겨진 암각화 전망대에서 원점인 암각화 박물관까지는 평탄한 도로로 가깝다. 돌아 나오는 길에 공룡발자국 화석과 대숲 길, 바위에 새겨진 연로개수기(硯路改修記), 반고서원 유허비, 반구서원, 집청정 등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거북 형상의 빼어난 절경을 자랑하는 반구대(盤龜臺)는 주변 10군데의 비경을 일컫는 반구십영(盤龜十詠)이 조선시대 구곡문화(九曲文化)를 꽃피웠다. 고려시대 언양에서 2년간 유배생활을 했던 포은 정몽주 선생도 그 아름다움에 반해 자주 찾았다는 반구대를 지나 암각화박물관 앞으로 되돌아와 산행을 정리한다.

산행길잡이

■울산 암각화박물관~반구대 팜스테이 입구~265.6m봉~325.7m봉~정상~임도~498.5m봉~329.3m봉~한실계곡~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암각화박물관 <6시간 30분 소요>

■울산 암각화박물관~대곡천 갈림길~능선~265.6m봉~325.7m봉~정상~임도~ 498.5m봉 ~임도~범서읍 망성리 욱곡마을 <6시간 소요>

■은편하리 마을회관~은편교회~능선 안부~연화산 정상~산불감시초소~임도~ 망성봉~ 무학산 갈림길~흙마을식당 앞~은편하리 마을회관 <2시간 30분 소요>

연화산 등산지도
연화산 등산지도

교통(지역번호 052)

연화산은 대중교통편이 불편하다. 우선 각 지역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해 언양읍 시외버스터미널(ARS 1666-1006)까지 간다. 언양읍에서 암각화박물관까지 하루 3회 운행하는 348번 시내버스가 있지만 시간 맞추기가 쉽지 않다. 언양읍에서 308, 313, 318번 시내버스를 이용해 35번국도상의 반구대 입구 진현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이정표를 보고 반구대 방향으로 2.5㎞가량 걸어야 암각화박물관에 도착할 수 있다.

시간이 여의치 않을 경우, 언양읍에서 택시(언양 콜택시 254-4545)를 이용하면 반구대까지 요금은 1만2,000원 안팎. 승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에서 내려 언양읍을 거쳐 35번국도를 타고 경주 방향으로 5㎞가량 가다 보면 반구대 입구 표지판이 나온다. 우회전 후 5분만 가면 울산 암각화 박물관 주차장에 도착한다(주차비 무료).

서울→언양 서초동 남부터미널(ARS 1688-0540)에서 1일 4회(08:30, 11:00, 16:00, 18:00) 운행.

부산→언양 노포동 종합터미널(ARS 1688-9969)에서 20분 간격(06:30~21:00) 운행.

대구→경산, 동곡 경유 언양 남부 시외버스정류장(053-743-4464)에서 1일 5회(06:20, 07:25, 10:00, 13:10, 16:00) 운행.

울산→언양 울산 시외버스터미널(ARS 1688-7797)에서 25분 간격(07:00~19:00) 운행.

숙식(지역번호 052)

숙식은 들머리에서 가까운 언양읍에서 해결하는 것이 편하다. 언양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하이트모텔(262-0182), 동일장여관(263-0789), 에쿠스모텔(263-0173) 등이 있다. 언양은 예부터 한우고기로 유명한 곳. 불고기집의 맛은 거의 비슷비슷하지만 읍내의 한마당 한우촌(262-2047)과 언양 우체국 옆 진미불고기(262-5550)가 제법 알려져 있다. 언양 전통시장 안에는 다양한 먹거리집이 많다. 그중 청기와식당(262-9403)은 곰탕에 파 겉절이가 별미이다. 반구대 인근에는 도토리묵과 막걸리, 파전 등을 파는 음식점이 몇 곳 있다.

볼거리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와 제147호 천전리 각석은 울산의 문화유산으로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등 선사시대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세계적인 유적이다. 암각화는 선사시대에 바위에 새겨진 그림으로 당시 사람들의 의식과 종교 관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고래 모양의 선사유적 암각화박물관은 2008년 5월에 개관했으며, 2010년 5월 전시관에서 박물관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주요 전시물은 선사게이트,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의 실물 크기 모형, 반구대 암각화 속의 동물 모형, 대곡권의 지질과 대곡천 암석표본 등이다. 이 외에도 암각화 유적을 소개하는 입체적인 영상 시설, 어린이 전시관, 가족 체험시설 등을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교육문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문의 052-229-6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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