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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 | 경상도의 산 삼태봉 630.5m / 경북 경주시 외동읍·양남면, 울산광역시 북구] 신라 번성의 흔적 담긴 경주의 진달래 산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7.04.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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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원사 기점으로 삼태지맥 한 바퀴 도는 15km 꽉 찬 당일산행

삼태봉 정상에서 608.1m봉을 지나면 트인 전망터가 나온다. 7번국도와 동해남부선 철길은 물론 건너편 상아산, 천마산, 순금산과 경주시가지 너머 남산이 조망된다.
삼태봉 정상에서 608.1m봉을 지나면 트인 전망터가 나온다. 7번국도와 동해남부선 철길은 물론 건너편 상아산, 천마산, 순금산과 경주시가지 너머 남산이 조망된다.

도상거리 40.5km의 삼태지맥은 토함산에서부터 울산 태화강 하구의 화암추 등대까지 이어진다. 이 산줄기에서 가장 높은 산이 삼태봉(三台峰)으로 동대산(東大山)의 주봉이라 할 수 있다. 동대산은 ‘울산 읍치(邑治)의 동쪽에 있는 큰 산’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세 개의 봉우리로 이뤄져 있어 이름 붙은 삼태봉은 경주시와 울산광역시에 걸쳐 있다.

산행 들머리는 경주시 외동읍 모화리 태화방직 앞 시내버스정류장이다. 모화천에 놓인 계동교와 동해남부선 철교 아래를 차례로 지난다. 모화천을 끼고 원원사를 가리키는 입간판도 서있다. 드문드문 차량이 오가는 도로변에는 제비꽃, 민들레, 봄까치풀꽃 등 들꽃이 봄의 전령처럼 피었다.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삼태봉의 산세는 서쪽으로 급경사를 이뤄 위압적이다. 불고기단지를 지나 모화저수지를 돌아든다. 모화마을 어귀에서 40여 분. 아스팔트길과 콘크리트길, 흙길이 번갈아 이어지더니 끄트머리에 있는 원원사(遠願寺)에 닿는다. 근래에 생긴 새로운 절집이 옛 원원사의 영화를 이을 듯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다. 때마침 목탁소리와 염불소리가 흘러나와 원원사의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종각에서 돌아 오르면 이끼 낀 축대 위에 사적 제46호인 옛 원원사 금당 터가 있다. 주위에는 굽은 노송들이 비바람을 견디며 절터를 감싸고 숲을 이루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원원사는 외침으로부터 나라를 지켜내고, 통일신라가 강건한 국가로 영원할 것을 염원하며 세운 절이다. 지금은 좌우 3층 석탑 2기와 그 사이에 자리한 석등만이 남아 있다. 보물 제1429호로 지정된 3층 석탑은 기단부의 각 면에 십이지 동물을, 탑신 1층에는 네 방위별로 사천왕상을 돋을새김해 미적 가치가 뛰어나다.

1 산행 들머리에서 원원사까지는 아스팔트길과 콘크리트길, 흙길이 번갈아 나온다. 2 진달래가 연분홍 꽃망울을 한껏 터뜨리며 봄의 시작을 알린다.
1 산행 들머리에서 원원사까지는 아스팔트길과 콘크리트길, 흙길이 번갈아 나온다. 2 진달래가 연분홍 꽃망울을 한껏 터뜨리며 봄의 시작을 알린다.
절터 동서 계곡에는 4기의 부도가 나뉘어 있다. 부도는 네 분 대사(안혜, 낭융, 광학, 대연)의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이곳을 사영산(四靈山)이라 불렀고, 원원사를 조사암이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천년만년 영원할 것 같았던 나라와 사찰은 역사 속에 묻혔다. 깊은 산속의 옛 절터에서 느끼는 세월의 무상함이 가슴에 와 닿는다.

산길은 절터 뒤쪽의 묘지 옆으로 열린다. 어두침침한 대숲을 빠져나와 가파른 산등성이로 오른다. 갈림길을 지나면 송전철탑을 만나고, 전망이 뛰어난 암릉에 닿는다. 발아래 모화저수지의 물이 햇빛에 반짝이고, 외동읍 일대가 한눈에 든다. 그 뒤로 옥녀봉, 국사봉, 치술령, 묵장산을 이어가는 능선이 펼쳐진다.

10분이 못 돼 봉서산 주능선 길과 합류하는 곳에 제주 고씨 묘가 양지에 있다. 묘지 뒤쪽 큰 바위 옆의 능선으로 산행이 이어진다.

532.8m봉은 정상부가 너르다. 하지만 무성한 수풀에 삼각점은 어디 숨었는지 찾기 힘들다. 가볍게 오르내리는 능선 길은 숲이 우거져 포근하고 한적하다. 오르막인가 싶더니 봉서산에 닿는다. 원원사 인근의 산봉우리 중 가장 높다. 소나무와 굴참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조망은 없다. 정상석도 없다. 나무에 걸려 있는 ‘봉서산(571m)’ 팻말이 전부다.

봉서산(鳳棲山)은 원원사의 주산으로 ‘봉황이 깃든 산’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봉서산의 위치가 산꾼들 사이에서 논란이다. 571m봉은 독립된 산으로 볼 만한 ‘정상미’가 없으니 논외로 치더라도, 국토지리정보원의 지형도에는 원원사 서쪽 봉우리인 360.8m봉을 봉서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산꾼들은 대부분 이것이 설득력이 없다는 의견이다.

1 삼태봉 정상. 과거 조선시대 경주 대점봉수대가 있었다. 2 하산길에 만나는 소나무 빽빽한 숲길. 호젓한 맛이 있어 좋다.
1 삼태봉 정상. 과거 조선시대 경주 대점봉수대가 있었다. 2 하산길에 만나는 소나무 빽빽한 숲길. 호젓한 맛이 있어 좋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지식백과’에는 ‘동해를 따라 경주에서 울산에 걸쳐 있는 산이 관문산이다. 관문산의 북쪽 산을 별도로 나누어 남봉을 사성산(四聖山), 또는 사영산이라 하고 북봉을 봉서산이라고 하며, 신라 때의 명찰 원원사는 이 산들 밑에 있다’고 했다. 이 또한 어느 봉우리를 말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때의 봉서산도 국토지리정보원의 봉서산과는 위치가 다르다.

571m봉 좌우 갈림길 중 동릉으로 내려선다. 잠시 후 북쪽으로 시야가 탁 트인다. 뱀처럼 구불거리며 산속으로 기어드는 904번 지방도가 삼태지맥을 가로지른다. 조항산과 경주풍력발전단지가 가깝고, 그 너머에 불국사를 품은 토함산을 비롯 함월산이 시원하게 다가온다.

내리막 숲길로 발걸음을 옮겨 한 굽이 올려치면 송전탑이 있는 백일산(白日山)이다. 헐벗은 민둥산으로 하얗게 보였다고 하여 붙은 지명이라지만, 지금은 세월이 무색하리만치 숲으로 우거졌다.

원원사 터. 3층석탑 2기와 그 사이 자리한 석등만이 남아 있다
원원사 터. 3층석탑 2기와 그 사이 자리한 석등만이 남아 있다
허물어진 관문성 흔적 남아 있어

오른쪽 능선 길로 살짝 내려섰다가 안부에서 밋밋한 산비탈로 오른다. 빗돌 없는 묘지와 이정표(삼태봉 2.4km)가 있는 진등대 삼거리를 지난다. 이제부터 이정표와 산행 리본이 많아 길 찾기는 어렵지 않다. 650.2m봉을 비켜 오르면 헬기장 넘어 공사 중인 임도를 만난다. 삼태지맥으로 토함산과 삼태봉으로 갈라지는 곳. 삼태지맥의 임도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면 거대한 물탱크와 변전시설이 있다. 약간 떨어진 지점의 이정표(마우나오션, 삼태봉 1.6km)가 있는 갈림길에서 임도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든다.

진달래 군락지라는 안내판이 있지만 아직 꽃을 피우기에는 계절이 이른가보다. 4월이면 연분홍의 화사한 진달래가 온통 산을 물들이겠다. 월성 김씨 묘를 지나 646.8m봉 산허리를 감아 돌면 발아래로 펼쳐지는 풍광이 시원하기 그지없다. 지나온 봉서산과 백일산 능선이 뚜렷하고, 멀리 경주 시가지도 보인다.

갈림길이 있지만 그대로 직진한다. 엉뚱한 곳에 표지목이 세워져 있는 옛 삼태봉(646.8m)이다. 지금의 삼태봉 정상까지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지만 갈림길 두 곳을 지나게 된다. 두 번째 갈림길은 모화저수지로 내려서는 곳.

삼태봉 정상에 오르면 번듯한 정상석과 산불조심 표석, 삼각점(울산 21, 1989 재설), 이정표 등이 있다. 전망은 좋은 편이 아니지만 동해바다를 볼 수 있다. 조선시대 경주 대점봉수대(大岾烽燧臺)가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을 찾기 쉽지 않다. 대신 사람들의 발길에 뭉개진 묘지가 있어 안타깝다.

하산은 지맥의 마루금을 따라 남쪽 주능선 관문성 방향이다. 산길은 능선을 약간 비켜 가기도 하지만 거의 평탄하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헬기장과 갈림길을 만나지만 능선 길로 직진이다. 소나무가 빽빽한 호젓한 숲길에 새들의 지저귐이 들린다. 608.1m봉을 지나면 전망이 트이는 능선 길이다. 울산에서 경주로 통하는 7번국도와 동해남부선 철길 건너에 상아산, 천마산, 순금산 등이 나지막하게 엎드렸다.

허물어진 관문성(關門城)을 둘러본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이 남아 있는 이 성은 신라가 울산을 거쳐 침입해 오는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이다. 신라시대 경주로 진입하는 길목이었다. 오늘날 도로와 철도에 의해 잘린 상태이나, 반월성의 둘레가 1,023보(步)인데 비해 관문성은 6,792보 5척이나 되어 만리성(萬里城)이라고도 불린다.

관문성을 내려와 삼태지맥과 헤어져 363.2m봉 능선으로 방향을 꺾는다. 잠시 후 능선 분기점에서 직진해 철조망을 끼고 나아가면 363.2m봉 직전 안부에 이른다. 오른편 계곡으로 내려서면 사람의 흔적은 미미하지만 길은 뚜렷하다.

수풀에 싸인 폐농가를 지나 만나는 모화굿당에서부터 콘크리트포장도로를 따른다. 여래사 입구를 거쳐 철로 아래를 빠져나오면 7번국도를 만난다. 다보탑 모형이 서있는 쌈지공원과 산 쪽으로 복원한 관문성도 보인다. 경주행 600번 시내좌석버스 종점에서 약 15km의 산행을 끝낸다.

산행길잡이

■ 태화방직 앞 시내버스정류장~원원사~봉서산~백일산~삼태봉 정상~만리성~ 삼태지맥 갈림길~태화고교 앞 시내좌석버스 600번 종점 <7시간 소요>

■ 태화방직 앞 시내버스정류장~모화저수지 둑 왼쪽 들머리~361m봉~봉서산~ 백일산~삼태봉 정상~모화찜질방 갈림길~모화찜질방~태화방직 앞 시내버스정류장 <6시간 소요>

교통

경주는 어느 지역에서든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특히 포항과 대구는 가까워 일반 직행버스 대다수가 경주 시외버스터미널(ARS 1666-5599)을 경유한다. 삼태봉의 산행 들머리인 외동읍 모화리 태화방직 앞까지는 경주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에서 600번 시내좌석버스(054-742-2691~3)가 수시로 운행한다. 산행 날머리에서는 600번 시내좌석버스 종점이 있어 경주시내로 되돌아올 수 있다. 울산 쪽에서도 시내버스로 접근이 가능하다.

서울→경주 동서울터미널(ARS 1688-5979)에서 1일 26회(07:00~24:00) 운행.
서울→경주 강남고속버스터미널(ARS 1688-4700)에서 25~150분 간격(06:05~23:55) 운행.
부산→경주 노포동종합터미널(ARS 1688-9969)에서 10~15분 간격(05:30~23:30) 운행.
대구→경주 동부터미널(ARS 1688-0017)에서 8분 간격(04:30~22:00) 운행.
포항→경주 시외버스터미널(ARS 1666-2313)에서 5~10분 간격(05:30~23:30) 운행.

숙식(지역번호 054)

경주는 국제적인 관광지라는 명성에 맞게 호텔을 비롯해 콘도, 모텔 등 숙박에는 큰 불편이 없다.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깨끗한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많다.

황남동 대릉원 인근에 있는 소반상밥집 어썸(743-0057)은 깔끔하고 정갈한 카페 같은 밥집이다. 제육덮밥, 차돌된장찌개, 너비아니 정식이 주메뉴다.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단골식당(743-9633)은 갈치찌개·구이 전문점이다. 경주에는 해장국이 유명하다. 팔우정 로터리 인근이 해장국거리다. 10여 곳의 해장국집이 있으며, 맛은 비슷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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