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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 | 경상도의 산 봉화산 326.7m / 경남 통영시 도산면]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갯마을 풍경에 취하다

글·사진 |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7.05.11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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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의 200~300m대 한적한 4개 산 종주 산행

봉화산에서 서촌으로 내려가는 하산길 역시 전망이 좋다. 고성만 일대와 한적한 포구의 갯마을이 그려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멋진 그림이다.
봉화산에서 서촌으로 내려가는 하산길 역시 전망이 좋다. 고성만 일대와 한적한 포구의 갯마을이 그려내는 풍경은 그 자체로 멋진 그림이다.

완연한 춘색이었다. 파도가 철썩이는 남쪽 갯가의 산은 온통 진달래로 물들었다. 326.7m는 낮은 높이가 아니었다. 산행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1,000m급 명산 못잖은 주변 풍광이 산꾼의 마음을 매료시켰기 때문이다. 바다 풍경에 야생화까지 흐드러져 흐뭇한 봄맞이를 즐겼다. 제철인 통영 도다리 회에 도다리 쑥국까지 먹으니 눈과 귀, 입까지 즐거운 산행이었다.

통영 봉화산은 동쪽에 매봉산(308.6m), 장막산(탄막산, 259.9m), 큰산(250.8m)을 거느리고 있다. 이 산들은 하나의 능선으로 이어지며 도산면의 중심 산줄기를 이루는데, 그중 봉화산이 제일 높다. 그래봐야 높이는 200~300m에 불과하지만, 해안가에 위치해 시종일관 조망이 좋다. 쪽빛 바다 풍경과 통영·고성 일대의 산과 포구가 사방팔방으로 펼쳐진다. 동서남북으로 확 트인 산길을 걷노라면 시원함이 가슴까지 전해진다.

산행은 법송리 진주 핵시술장 건너편이다. 여기서 산행을 시작해 큰산~장막산~범골고개~정자 쉼터~산불 감시초소~매봉산을 이어 봉화산 정상(봉수대)에 이른다. 하산은 268.7m봉을 거쳐 유촌마을 도로에 내려서서 도산예술촌이 있는 서촌 버스정류장까지다. 약 11km를 걷는 코스이다.

도산면 법송리 잠포마을 시내버스정류장에서 해안도로를 걷는다. 15분 정도면 ‘진주 핵시술장’이라는 특이한 건물을 만난다. 우중충한 건물 느낌은 군사시설로 착각하기 쉽다. 알고 보면 진주조개에 핵을 심는 작업장이다. 도로 건너편 산으로 오르는 입구에는 양식장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다.

큰산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에는 막 꽃 핀 진달래가 산꾼을 반긴다.
큰산 정상으로 이어진 능선에는 막 꽃 핀 진달래가 산꾼을 반긴다.
큰산에서 장막산으로 이어진 길의 훌륭한 바위 전망터. 왼쪽 뒤로 큰산이 이름처럼 힘차게 솟았다.
큰산에서 장막산으로 이어진 길의 훌륭한 바위 전망터. 왼쪽 뒤로 큰산이 이름처럼 힘차게 솟았다.
표지기가 매달려 있는 숲속으로 든다. 능선에 자리한 김해김씨 묘를 지나면 따스한 봄볕의 진달래가 산꾼을 반긴다. 너럭바위 넘어 마주치는 바위지대를 비켜 오른다. 짧은 능선이지만 경사진 비탈길은 만만치 않다. 올라선 암봉에 큰산이라는 표지판이 걸렸다. 전망이 시원하다. 산과 바다, 섬으로 채워진 풍경이 아름답다. 북서쪽으로 휘어지는 산등성이 따라 가야 할 장막산, 매봉산, 봉화산이 멀어만 보인다.

큰산을 내려서서 장막산으로 향한다.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은 푹신한 솔가리가 쌓여 발길에 와 닿는 촉감이 부드럽다. 전망이 시원한 바윗길에 닿으니 발아래로 송계마을이다. 그 뒤로 벽방산에서 뻗어온 통영지맥의 발암산과 제석봉이 가깝다. 나지막한 산봉우리를 한두 차례 오르내리며 뒤돌아 본 큰산의 모습은 낮은 산답지 않게 삐죽하고 힘차다. 송계마을 갈림길에는 이정표(송계마을 1.1km, 장막산 0.7km)가 서있다.

두루뭉술한 모습의 장막산(長幕山)은 지형도상에 탄막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장막산이 제 이름인 것은 아래 바닷가 마을을 장막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기 때문이다. 정상 일대는 벌목의 흔적이 뚜렷하다. 덕분에 전망이 좋아 수월리를 비롯해 바다가 한눈에 든다. 생김새가 뱀처럼 길쭉하다는 배암섬(蛇島), 가운데가 잘록하니 연이어져 장고처럼 생겼다는 장구도, 말안장을 닮았다는 마장도 등등 숱한 섬들이 다도해를 채우고 있다. 친절한 전망데크를 비롯해 이정표와 정자 등이 있어 장막산은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범골고개로 이어진 산길은 부드러운 숲길이다. 도산면사무소(1.3km) 갈림길을 지난다. 멧돼지도 다니는지 소나무에 마른 진흙이 잔뜩 묻었다. 개복숭아나무에 연분홍 꽃이 활짝 피었다. 장막산 산불감시초소에서 근무하는 김성문씨가 심어 가꾸고 있다. 선인장도 심어 직접 만든 안내판을 붙여 놓았다. 범골고개는 괘방치로 표기되어 있는데, 현지 토박이 지명이다.

범골고개에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매봉산 들머리인 정자와 봉화산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범골고개에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매봉산 들머리인 정자와 봉화산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매봉산 표지석이 있는 278.7m봉에서 내려다 본 수월리. 편안하고 넉넉해 보이는 갯마을이다.
매봉산 표지석이 있는 278.7m봉에서 내려다 본 수월리. 편안하고 넉넉해 보이는 갯마을이다.
아스팔트길이 가로지르는 삼거리 도로를 건너 수월리 방향으로 돌아 오른다. 길가에는 개나리꽃이 봄을 맞고 있다. 범골 배수지와 김해김씨 묘역 사이로 이어지는 포장도로를 따른다. ‘백찬 양돈’ 표지석을 지나면 길가에 사각 정자와 봉화산 등산안내도가 보인다. 매봉산을 오르는 길목이다.

쉬엄쉬엄 오르면 수월고개로 내려서는 갈림목인 산불감시초소다. 여기서 매봉산 표지석까지는 10분이면 닿는다. 무인산불감시 카메라가 설치된 이곳은 지형도상 278.7m봉. 매봉산 정상은 20분쯤 뒤에 만나는 308.6m봉이다. 하지만 전망이 좋아 아래로 수월리가 제대로 보인다. 수월리는 해안방풍림이 감싸고 있는 큰 마을이다. 편안하고 넉넉해 보이는 갯마을이다.

매봉산 정상으로 이어진 산길은 다소 가파르다. 올라선 매봉산 정상에는 아무 표시도 없다. 그저 하나의 봉우리일 뿐 전망도 시원찮다. 매봉산은 산정에 매의 머리를 닮은 바위(매바구)가 있어 유래한 토박이 지명. 매봉산의 한자 표기는 응봉산(鷹峰山)이다.

정면에 봉화산이 가깝다. 한 굽이 내려섰다가 오른다. 능선 곳곳에 제법 큰 바윗돌이 널려 있다. 절벽의 위험지역은 안전을 위해 나무 펜스가 설치돼 있다. 봉화산 주변은 산자고를 비롯해 개별꽃, 노란 양지꽃, 얼레지, 현호색 등 야생화가 머리를 내밀고 피었다. 어느덧 생동감 넘치는 봄기운이 온 산에 가득하다.

봉수대가 있던 조망 명산

나무 펜스가 설치된 전망바위에서 조망을 감상한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지나온 산릉이 손에 잡힐 듯하다. 남쪽의 잔잔한 바다는 코발트색으로 물들고, 올망졸망 흩어진 섬들은 물 위에 떠있다. 멀리 통영의 미륵산이 뾰족하고, 사량도는 미세먼지 때문인지 희뿌옇게 다가온다. 동쪽으로 거제의 산도 조망된다.

매봉산에서 봉화산으로 이어진 능선의 바다 전망대. 남쪽의 잔잔한 바다는 코발트색으로 빛나고, 올망졸망 흩어진 섬들이 물 위에 떠있다.
매봉산에서 봉화산으로 이어진 능선의 바다 전망대. 남쪽의 잔잔한 바다는 코발트색으로 빛나고, 올망졸망 흩어진 섬들이 물 위에 떠있다.
하산 길은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이다.
하산 길은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이다.
봉화산(烽火山) 정수리에 섰다. 정상석과 삼각점(통영 310, 2002 재설), 이정표가 서있지만 별다른 특징이 없다. 전망도 트이지 않는다. 도산면 저산리와 수월리의 경계에 위치한 봉화산의 본래 이름은 우산(牛山)이라 일컬었다. 산등성이의 형세가 소의 등처럼 생긴 데서 유래한다. 이곳의 봉수대 또한 우산봉수(牛山烽燧)라 했다. 지금의 봉화산은 봉수대에서 봉화를 올렸던 것에서 비롯했다.

정상에서 봉수대까지는 남쪽 능선 따라 10분 거리. 오랜 세월 무너지고 잡초에 묻힌 봉수대는 그래도 형태는 뚜렷하다. 주변은 시야가 좋아 봉수대의 입지로는 최상의 조건이 아닌가 싶다. 경상남도 지정문화재인 기념물 제279호인 통영 우산봉수는 조선 전기 이전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연변봉수(沿邊烽燧)로 고려 및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남해안의 왜구 방어 및 경보를 목적으로 축조된 국방유적이다.

봉수대에서 수월고개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있지만 다시 봉화산 정상으로 돌아 나와 유촌 쪽으로 하산한다. 전망 좋은 바위에 서면 발아래로 가오치선착장이 보인다. 호수 같은 고성만에 양식장의 하얀 부이가 줄을 이었고, 비사도와 읍도, 연도가 연꽃처럼 떠있다. 멀리 왼쪽의 와룡산, 향로봉은 희미하지만 시계 방향으로 수태산, 무이산, 갈모봉산 등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바다 뒤쪽으로는 고성 읍내가 보이고, 오른쪽에 ‘고성의 마터호른’이라 불리는 거류산과 통영 벽방산이 우뚝하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한적한 포구 갯마을이 그려내는 풍경은 너무나 멋진 그림이다.

하산길은 소나무가 울창하고 호젓한 숲길이다. 솔숲을 스치는 갯바람에 땀과 마음을 씻는다. 내닫는 발걸음이 가볍다. 큰산, 장막산, 매봉산, 봉화산까지 당일 산행에 4개산을 올랐기 때문이다. 도산면 일주도로에 내려서며 산행은 마무리된다. 도산예술촌까지 도로 따라 5분이면 닿는다. 서촌 시내버스정류장도 여기에 있다.

산행길잡이

■잠포마을 시내버스정류장~진주 핵시술장~큰산~장막산~범골고개~ 정자 쉼터(봉화산 등산안내도)~산불감시초소~매봉산~봉화산 정상(봉수대)~268.7m봉~ 도산면 일주도로~도산예술촌, 서촌 시내버스정류장 <4시간 30분 소요>
■도산예술촌~268.7m봉~봉화산 정상(봉수대)~매봉산~산불 감시초소~ 수월고개~ 수월리마을 <3시간 소요>

교통

통영 종합버스터미널(ARS 1688-0017) 건너편에서 잠포마을까지 674번 시내버스(부산교통·055-645-2080)를 타고 가다가, 도산면 구촌마을에서 675번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택시를 이용하되, 도산면 개인택시(055-643-9776)를 호출하는 것이 유리하다. 잠포마을까지 요금은 1만5,000원 안팎. 산행 후 도산예술촌 입구 서촌 시내버스정류장에서 674번이나 672번 시내버스를 타면 통영 종합버스터미널까지 간다.

숙식(지역번호 055)

통영은 다양한 숙박은 물론 먹거리도 풍성하다. 통영 종합터미널 인근에 쉴모텔(649-5833), 하이모텔(649-4311), 바다풍경모텔(642-3122)을 비롯해 시내 항남동 일원에도 깨끗한 숙소가 많다.
통영은 해산물의 고장. 특히 ‘봄 도다리’는 봄을 알리는 바다의 전령이다. 회는 뼈가 있는 상태로 썬 회(세코시)를 먹는다. 봄철 도다리 쑥국은 계절 별미로 유명하다. 통영여객선터미널 인근의 통영회식당(634-3500), 항남동 터미널회식당(641-0711), 부광회식당(646-8886), 수정식당(644-0396) 등에서 도다리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충무김밥은 휴대뿐 아니라 간단한 요기로도 안성맞춤이다. 여객선터미널 주변에는 맛이 거의 비슷한 충무김밥집이 많다. 가까운 서호시장 원조시락국(646-5973)의 시락국밥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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