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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 경상도의 산 | 이방산 716.8m / 경남 산청군 삼장·시천·단성면] 남명 조식 선생이 사랑한 지리산 둘레의 계곡 명산

글 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7.07.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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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 경치는 없지만 마근담계곡‧따바실계곡‧백운계곡 수려해

이방산 정상과 608.1m봉을 넘으면 감투봉이 오똑하게 드러난다. 임도가 가로지르는 정면 왼쪽 봉우리가 감투봉이다.
이방산 정상과 608.1m봉을 넘으면 감투봉이 오똑하게 드러난다. 임도가 가로지르는 정면 왼쪽 봉우리가 감투봉이다.

날씨가 무척 더웠다. 땀이 쏟아지고 목은 탔다. 울창한 숲속인데도 땅에서 내뿜는 열기가 온 몸을 적셨다. 산행이 끝날 무렵 만난 계곡은 구름처럼 흰 반석을 타고 쏟아지는 물줄기가 시원했다. 심산유곡의 물속에 텀벙 뛰어들자,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지리산 언저리의 산과 계곡에서 피서를 겸한 산행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분기해 동쪽으로 군립공원인 웅석봉(1,099.9m)을 거쳐 진양호에서 맥을 다하는 웅석지맥熊石枝脈에 달뜨기능선이 있다. 아마도 이는 웅석봉에서 남쪽 960.6m봉에 이르는 구간을 말하는 것이리라. 달뜨기능선은 지리산 빨치산의 애환을 짐작케 하는 지명으로, 이병주의 대하소설 <지리산>에 처음 언급된다. 달뜨기능선이 끝나는 960.6m봉에서 지맥은 남쪽 백운산(515m)으로 이어가지만, 서쪽 수양산(502.3m)과 이방산으로 가지를 나눈 두 능선도 남쪽으로 나란히 뻗어 내린다.

이 능선의 산들은 결국 지리산을 조산祖山, 웅석봉을 주산主山으로 한 위성봉이라 하겠다. 뿐만 아니라 이 산릉은 양쪽에 백운동과 마근담계곡을 호위무사처럼 거느리고 있다. 이 골짜기들의 물은 서쪽의 덕천강, 동쪽의 경호강에 합쳐져 남강을 이루어 진양호로 빨려든다. 그래서 여름이면 한번쯤 찾아 볼 만한 곳이 이방산二方山이다.

산행은 도대마을 삼장생활체육공원 입구에서 시작해 상사바위~이방산 정상~감투봉~마근담봉에 올라선다. 하산은 수양산 능선의 용무림산~용무림재에서 지리산둘레길로 백운동계곡에 이른 후, 계곡 따라 점촌마을 백운산장 앞에서 끝나는 약 13.5km 코스. 이방산이나 감투봉 능선은 별 특징이 없을뿐더러 조망도 시원찮다. 하지만 여름철 인근 마근담이나 딱바실, 백운동계곡을 연계하면 좋은 산행이 될 수 있다.

이방산 산행의 백미인 백운계곡. 구름처럼 하얀 반석을 타고 구르듯이 쏟아지는 물줄기가 시원함을 더한다.
이방산 산행의 백미인 백운계곡. 구름처럼 하얀 반석을 타고 구르듯이 쏟아지는 물줄기가 시원함을 더한다.
삼장면소재지의 버스정류장에서 도로를 따라 밤머리재 쪽으로 700m 이동하면 59번 국도변에 서있는 이방산 등산안내도를 만난다. 도로 건너편은 삼장생활체육공원 입구다. 계단을 오르면 이내 콘크리트포장길이 도대골을 끼고 밤나무 사이로 연결된다. 포장로가 끝나고 계곡을 지나면 상사바위를 만난다. 상사바위는 한 여인이 연인을 그리워한 애틋함이 사연으로 전한다. 바위는 잎이 무성한 담쟁이덩굴에 뒤덮여 전설처럼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 

상사바위 앞에서 대각선 방향의 작은 지계곡을 건넌다. 비탈길이 시작되면서 굴바위를 지나 지능선으로 연결된다. 묵은 낙엽은 다소 미끄럽지만 발길에 밟히는 감촉과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등을 타고 흐르던 땀이 옷에 밸 무렵 주능선 갈림길을 만난다. 이정표(정상 0.5km, 하산길 3.3km)가 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하산길 표기는 깃대봉(688.1m) 방향을 가리키며, 이방산 정상까지는 5분이면 충분하다.

정상에는 참나무가 빽빽한 숲에 삼각점과 정상석만 오롯이 자리한다. 조망은커녕 제대로 앉아 쉴 곳도 없다. 정상석을 뒤로하고 나서면 수풀이 우거진 폐헬기장. 그대로 북쪽 방향의 주능선을 따라 감투봉으로 향한다. 능선을 중심으로 서쪽은 덕천강 상류, 동쪽은 마근담계곡이다. 덕천강 너머 지리산이 보일 만한데 운무와 짙은 숲에 가렸다. 

살짝 내려선 안부는 손장굴 갈림길. 직진해 645.5m봉을 넘어 주능선 따라 완만하게 이어간다. 627m봉을 넘으면 묵은 헬기장. 산릉은 서서히 고도를 낮추지만 반복해서 나지막한 봉우리를 오르내린다.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짙푸른 나뭇잎이 그늘막을 만들어주는 숲속인데도 땅이 내뿜는 열기가 보통 아니다. 오랜 가뭄 탓이겠지만 바람마저 숨 죽였다.

608.1m봉을 넘어서니 개활지에 콘크리트포장임도가 가로지른다. 정면에 감투봉이 우뚝하고 동쪽으로 뻗은 산릉 끝에는 마근담봉이 펑퍼짐하다. 임도를 건너 그대로 능선 길로 곧장 오른다. 이방산에서 낮아지던 고도가 임도에서부터 마근담봉까지 다시 높아진다. 빤히 보이던 감투봉은 눈대중보다 경사가 심하다. 쉬엄쉬엄 걸어 닿은 감투봉敢鬪峰·768m은 폐헬기장이다. 이방산보다 높지만 조망이 시원하지 않다. 잡목이 들어찬 헬기장도 겨우 형태만 남았다. 대다수 감투봉은 관모冠帽와 연관된 지명인데 비해 이곳은 용감하게 싸운다는 뜻이다.

이방산 정상. 숲속에 정상석만 오롯이 자리하고 있어 시원한 경치는 없다.
이방산 정상. 숲속에 정상석만 오롯이 자리하고 있어 시원한 경치는 없다.
20개의 폭포와 소 거느린 백운계곡

감투봉에서 772.2m봉을 잇는 능선 길은 높낮이가 거의 없이 밋밋하다. 호젓한 등로에 낙엽만 무수히 쌓여 그윽함의 정취를 더해 준다. 772.2m봉은 능선 갈림목으로 독도에 주의해야 할 곳이다. 북쪽 능선 길은 홍계리로 내려서게 된다. 마근담봉으로 향하는 등로는 동쪽으로 완전히 꺾이는 주능선이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딱바실골 하산로가 있는 안부에 도달하게 된다.

치오르는 능선 길에서 전망바위를 만난다. 모처럼 시원한 전망을 볼 수 있다. 웅석봉에서 서쪽으로 힘차게 내리뻗은 산등성이는 밤머리재에서 주춤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내 왕등재로 이어지며 천왕봉을 향해 꿈틀거린다. 밤머리재 너머로 왕산이 머리만 내밀고, 발아래로 깊게 팬 딱바실계곡이 펼쳐지면서 끝닿은 곳의 홍계리 일대 마을과 전답은 산골짜기에 감추었다. 발걸음을 옮겨 운치 있는 소나무 아래서 또 한 번 조망을 즐긴다. 지나온 감투봉 능선이 눈앞이다. 그 뒤로 구곡산, 국수봉, 천왕봉 일대가 운무에 가려 희뿌옇다.

한참을 쉬며 조망을 즐긴 후 올라선 926.7m봉은 수양산과 웅석봉으로 갈라지는 능선의 분기점. 남쪽에 마근담마을이 있어 마근담봉으로 통한다. 등로는 남쪽 내리막 능선으로 꺾어들어 수양산 방향. 803.5m봉을 지나면 황토가 드러난 임도를 만난다. 남쪽 산릉 따라 벌목봉, 수양산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인다. 능선을 기준으로 서쪽은 마근담계곡, 동쪽은 백운동계곡이다. 안부로 내려섰다가 한 굽이 올라선 793m봉은 용무림산이라는 팻말이 걸렸다.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 능선길은 아름드리 소나무가 숲을 이룬다. 용무림재는 제법 넓은 사거리 갈림길로 지리산둘레길 안내판이 반긴다. 직진하면 수양산을 잇는 능선, 좌우로는 운리에서 마근담으로 이어지는 지리산둘레길이다. 백운동계곡은 지리산둘레길 운리 방향의 소나무가 우거진 고즈넉한 숲길이다.

이방산 산행 들머리. 삼장생활체육공원 맞은편에 이방산 등산안내도 입간판이 서있다.
이방산 산행 들머리. 삼장생활체육공원 맞은편에 이방산 등산안내도 입간판이 서있다.
백운계곡에 이르면 지리산둘레길은 계곡에 걸린 목교를 건너 이어진다. 어쨌든 계곡에 닿자마자 우선 땀으로 찌든 몸뚱이를 물속으로 처박는다. 계곡물의 짜릿한 차가움에 더위는 달아나고 몸과 마음이 가뿐하다.

백운동계곡은 웅석봉 달뜨기능선이 남쪽으로 가지를 펼친 사이로 파고든 골짜기이다. 이름 그대로 구름처럼 하얀 반석들과 그 반석을 타고 구르듯이 쏟아지는 물줄기가 시원함을 더해 준다. 조선 중기 성리학의 대가였던 남명 조식 선생이 즐겨 찾았던 곳. 골짜기의 바위에 ‘남명선생장구지소南冥先生杖?之所’란 글씨가 또렷하다.

남명 선생이 탁족을 즐길 때 지팡이와 신을 뒀던 곳으로, 훗날 제자들이 새겼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각각 20여 개에 이르는 폭포와 소마다 이름이 있다. 오담폭포·수왕성폭포·15담폭포·칠성폭포를 비롯해, 청의소·아함소·장군소, 목욕을 하면 자연히 많이 알게 된다는 다지소多知沼 등이 있으나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렵다.

백운계곡의 총 길이는 5km가량이다. 숲과 어우러진 계곡은 굳이 구도와 색을 꾸미지 않아도 한 폭의 산수화가 된다. 길은 계곡을 왼쪽에 끼고 이어진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계곡의 물길을 따라 내려가 볼 만하다.

차단기를 지나 화장실이 있는 곳에서 콘크리트포장도로로 바뀐다. 길 양쪽을 차지한 차량 사이로 영산산장을 지나 약천사를 만나면 곧 백운산장 입구다. 느티나무 고목 아래서 느긋하게 교통편을 기다리며 산행을 접는다.

산행길잡이

■ 삼장면 버스정류장~삼장생활체육공원~상사바위~이방산 정상~감투봉~마근담봉~용무림산~용무림재~백운동계곡~백운산장 <5시간 30분 소요>
■ 삼장면 홍계리 버스정류장(동촌마을)~딱바실골~주능선 갈림길~마근담봉~용무림산~용무림재~백운동계곡~점촌마을 백운산장 <5시간 소요>

교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진주 시외버스터미널(ARS 1688-0841)에서 대원사·홍계행 시외버스(07:30 08:35 09:30 10:30 11:40 13:00 14:25 15:30 16:30 17:25 18:55 20:30)를 타고 삼장면소재지에 내리면 된다. 산행 후 날머리인 점촌마을 백운산장 앞은 대중교통편이 없어 택시를 불러 교통편이 좋은 원지까지 가는 것이 좋다. 택시 요금은 2만 원 안팎. 경호택시 055-972-8800, 원지개인택시 972-0752.

숙식(지역번호 055)

숙소는 진주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많다. 여러 가지 나물에 쇠고기육회를 얹은 밥에 선지국이 나오는 진주비빔밥은 천황식당(741-2646)과 제일식당(741-5591)이 전문이다. 하연옥 본점(741-0525)의 진주 냉면은 고명으로 육전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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