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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한국의 무릉도원’을 찾아서 | 강릉 계곡바우길] “산 넘고 계곡물 건너면서 제대로 여름 낚는 곳”

월간산
  • 입력 2017.08.08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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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부연동~양양 법수치계곡 잇는 20.5km 계곡바우길
임도~계곡~마을 이으며 유유자적 알탕도 만끽

계곡바우길은 물고수계곡과 법수치계곡을 이으며 걷는 장거리 계곡트레킹 코스다.
계곡바우길은 물고수계곡과 법수치계곡을 이으며 걷는 장거리 계곡트레킹 코스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위가 찾아오면 계곡만 한 곳이 없다. 계곡에선 물놀이가 최고지만 산꾼들은 계곡을 산행 대상지로 더 먼저 떠올린다. 그렇다면 강릉바우길 중 하나인 계곡바우길에 도전해 보자. 시종일관 시원한 계곡을 원 없이 걸을 수 있다. 더우면 그대로 알탕을 하면 되고 목이 마르면 깨끗한 계곡물을 퍼 마시면 그만이다. 여름에 즐길 수 있는 가장 시원한 산행, 바로 계곡바우길이다.

계곡바우길은 원래 부연동, 가잔동, 면목치 지역의 3개 구간이 있었으나 대중교통이 없고 자가용 회수에 어려움이 많은 것을 고려해 2013년 3월부터 명목치 등 양양군 지역을 제외하고 강릉의 부연약수 주차장을 중심으로 양양 법수치法水峙계곡, 가마소계곡 등을 이어 걷는 원점회귀형 코스로 변경되었다.

부연약수에서 물고수계곡까지는 포장도로

계곡바우길의 들머리는 부연동마을의 부연약수터다. 부연동마을은 백두대간의 준령인 두로봉과 신배령, 만월봉에서 시작되는 물줄기가 부연천을 만들며 형성된 마을이다. 해발 800m가 넘는 고봉들로 둘러싸여 ‘하늘 아래 첫 동네’라 불리는 전형적인 오지마을이다. 과거 이 마을에 있는 삼산초등학교 부연분교에서 ‘잠시 꺼두셔도 좋다’는 카피가 인상적인 휴대폰 광고를 촬영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녹색농촌체험마을로 펜션 등이 많이 들어서 있다.

강릉에서 부연동마을로 가려면 6번국도 진고개휴게소에서 주문진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오른쪽 전후치 방향으로 가야 한다. 59번국도인 이 길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일하게 포장이 안 된 국도였지만 현재는 거의 대부분 포장된 상태다. 하지만 차 한 대 지날 수 있는 좁은 콘크리트임도를 따라 굽이굽이 길을 달리며 전후치를 넘는다. 고개 앞뒤 모습이 똑같다고 해서 이름 붙은 전후치는 부연동 주민들이 주문진이나 강릉으로 드나들었던 옛길이다. 이 고개를 오르며 뒤를 바라보면 노인봉과 두로봉 사이 진고개 쪽 경치가 압권이다.

1 물고수계곡은 아직 사람 손을 덜 타 오지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2 계곡에선 수시로 물을 건너야 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고 즐거운 일이다. 3 얼음물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알탕도 수시로 할 수 있다.
1 물고수계곡은 아직 사람 손을 덜 타 오지의 풍광을 간직하고 있다. 2 계곡에선 수시로 물을 건너야 한다.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하고 즐거운 일이다. 3 얼음물처럼 차가운 계곡물에 알탕도 수시로 할 수 있다.
부연분교를 지나면 부연동산촌체험마을과 야영장이 나온다. 계속 콘크리트길을 따르면 부연약수터가 나온다.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부연동을 ‘가매소(가마소)’라고 부른다. 말죽을 끓이는 가마솥을 닮은 깊은 소沼가 있어서 그렇다. 그래서 부연약수도 가마소약수라는 다른 이름이 있다. 부연약수는 60여 년 전 한 주민이 한 바위 위에 벌떼가 모여 물을 빨아들이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못으로 바위를 깨니 톡 쏘는 샘물이 솟아나 약수터로 개발했다고 한다. 물에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쇠맛이 난다.

약수터와 머구재를 지나고, 아스팔트도로를 계속 걸어 바두재도 넘는다. 도로가 이어지는 도중 왼쪽으로 약간 올라서는 흙길이 나오는데 이쪽은 임도 구간으로, 계곡 안쪽을 따라 가는 계곡바우길이다. 9.6km 정도 임도를 걸으면 팔밭무기교에서 계곡을 지나온 길과 다시 만난다. 계곡길이 부담스럽다면 이 임도를 걸어도 좋다. 오른쪽으로 계곡을 내려다보며 가며 MTB를 타기에도 좋은 길이다.

임도 갈림길에서 1.2km 정도 진행하면 왼쪽으로 길이 하나 또 나온다. 전봇대에 바우길 화살표시가 되어 있으니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이 길로 들어서서 계속 직진하면 초록색 슬레이트 지붕의 마지막 민가가 나오고 왼쪽으로 내려서면 물고수계곡이 시작된다. 만약 이곳에 물이 불어 있는 상태라면 계곡으로 들어서지 말고 어성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계곡길로 가면 2.5km 정도이고 어성전으로 돌아가면 13km 정도를 돌아 법수치계곡 합수지점에 닿는다.

물고수계곡으로 들어서면 계곡 트레킹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눈 돌리는 곳마다 깨끗한 물이 흘러 알탕을 해도 좋다. 나뭇가지에 바우길 리본이 매달려 있고 바위에도 화살표 표시가 되어 있다. 오로지 계곡만을 따라가면 되는 길이므로 갈림길 등에 신경 쓰기보다는 물과 바위를 위험하지 않게 지나는 것에 더 집중하는 편이 낫다.

계곡을 2.5km 정도 진행하면 법수치계곡과 합쳐지는 지점에 닿는다. 오대산 자락의 응복산(1,359m)에서 내려오는 법수치계곡은 너무도 맑아 청옥빛 물색을 낸다. 부처님의 법문이 무량한 것처럼 계곡의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고 한다. 법수치는 플라이낚시를 즐기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하다.

법수치계곡은 물고수계곡보다는 넓고 햇볕도 잘 들어온다.
법수치계곡은 물고수계곡보다는 넓고 햇볕도 잘 들어온다.
계곡을 건너 왼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법수치슈퍼와 법수치복지회관이 있다. 슈퍼에서 간식거리를 구할 수 있다. 이곳에서 펜션 등이 들어선 콘크리트길을 따라 걸어도 되고 왼쪽 남대천을 따라 걸어도 된다. 2.6km 정도 걸으면 잠수교가 나와 천을 건널 수 있다.

대승폭포를 지나면 팔밭무기교에 닿는다. 이곳에서 임도와 만난다. 팔밭무기교에서 합실교까지 포장도로나 솔밭길 중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합실교 근처에 마지막 펜션이 있고 여기부터 다시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며 걷는다.

비교적 넓은 계곡을 따라 걸으며 도강을 해야 하는 곳도 있다. 생각보다 수량이 깊고 물살이 빨라 잘 살피며 되도록 얕은 곳을 등산스틱을 잘 짚고 건너야 한다. 앞선 물고수계곡과 마찬가지로 진행 방향은 정해져 있으니 안전한 길만 찾아 걸으면 그만이다. 절벽이나 깊은 소가 있는 곳엔 우회하는 바우길 표지기가 있으니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1박2일로 여유 있게 다녀오는 걸 추천

개념도 한 장 달랑 들고 가기보다는 정밀지도와 GPS, 나침반은 기본으로 챙겨가는 편이 낫다. 또한 비가 내리면 언제라도 물이 금방 불어 위험한 곳이 계곡이기 때문에 베테랑 산꾼과 함께 가길 권한다. 강을 건널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보조자일도 있으면 좋다.

가마소교를 건너 가마소를 보고 다시 콘크리트길을 따르면 부연약수주차장에 닿으면서 산행도 끝난다. 합실교에서 주차장까지는 약 7km 거리지만 계곡이 워낙 깊어 일반 산행보다 1.5배는 더 예상시간을 잡아야 한다.

임도길을 따르면 물고수계곡과 법수치계곡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도 있다.
임도길을 따르면 물고수계곡과 법수치계곡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도 있다.
계곡바우길은 총 20.5km이며 꼬박 하루가 걸리는 만큼 1박2일 여정으로 여유 있게 다녀오길 권한다. 도로 구간과 물고수계곡을 지난 후 법수치계곡의 펜션을 이용하거나 근처 적당한 장소에서 야영을 하면 된다. 다만 야영 시에는 계곡물 근처에 텐트를 치면 소나기라도 오면 금방 물이 불어 굉장히 위험하니 주의할 것. 계곡에 들기 전에도 기상예보를 잘 확인하고 소나기 소식이라도 있으면 아예 들어가지 않는 편이 낫다.

교통

대중교통을 이용해 양양이나 강릉까지 가기는 편하지만 부연동마을까지 가는 것이 매우 불편해 승용차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으로 나와 강릉 방향 6번국도를 타고 직진한다. 강릉시 연곡면에서 59번국도 ‘양양·부연동’ 방향으로 나뉘는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진입해 계속 전후치를 넘어 직진하면 부연동마을이 나오고 조금 더 가면 부연약수주차장에 당도한다.

마을버스는 6번국도와 59번국도가 갈리는 부연동 입구까지만 운행해 부연약수까지 걸어오기는 무척 힘들다. 양양 쪽에서는 59번국도를 이용해 어성전을 지나 남쪽으로 내려올 수도 있다. 부연동이나 법수치계곡의 펜션을 이용하면 픽업을 해주기도 하니 문의할 것.

숙식(지역번호 033)

법수치계곡에 펜션들이 많이 있다. 대부분 계곡이 바로 앞에 있어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연어의꿈(673-0108), 산따라물따라펜션(673-4881), 네이처펜션(673-1412), 흐르는 강물처럼펜션캠핑장(673-0941) 등. 계곡바우길 중간에는 부연약수터 외에는 식당이 없으므로 식량을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법수치슈퍼에서 물과 라면 등을 살 수 있다.

볼거리

양양 하조대나 주문진, 경포대 등으로 접근하기 좋다. 하조대에는 해수욕장과 정자, 등대 등이 있다. 경포대 쪽에는 오죽헌과 선교장, 소리박물관 등이 있다. 강릉이나 양양에서 7번국도를 타고 이동하면 볼거리가 많고 영동고속도로나 서울-양양고속도로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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