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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한국의 무릉도원'을 찾아서ㅣ능동산 쇠점골] 영남알프스 가장 깊은 곳에 숨은 반석 계곡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7.08.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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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평반석과 호박소가 하이라이트… 케이블카 접근 산행도 가능

쇠점골의 암반은 오랜 세월 흐르는 물에 깎여 미끄럼틀처럼 되어 있다. 쇠점골에는 여러 개의 소(沼)와 담(潭)이 있어 여름 산행지로 제격이다.
쇠점골의 암반은 오랜 세월 흐르는 물에 깎여 미끄럼틀처럼 되어 있다. 쇠점골에는 여러 개의 소(沼)와 담(潭)이 있어 여름 산행지로 제격이다.

영남알프스의 맹주인 가지산(1,240m)과 두 번째로 높은 신불산(1,209m)을 남북으로 잇는 능선 사이에 능동산이 있다. 능동산(983m)은 영남알프스를 남알프스와 북알프스로 나눈다면 그 분기점에 있다. 특히 서쪽으로는 천황산(1,189m)과 닿아 있어 영남알프스의 심장부에 위치하고 있다.

능동산 산 이름은 모양새가 마치 큰 왕릉과 같이 둥글넓적하고 펑퍼짐하여 붙여진 것으로 추측된다. 능동산陵洞山을 한자대로 풀어 본다면 ‘큰 무덤’이라기보다는 ‘큰 언덕’처럼 산의 긴 능선에서 비롯된 이름임을 알 수 있다.

쇠점골은 밀양한천의 최상류로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얼음골이나 호박소계곡보다 더 깊숙한 곳에 있다. 일반 관광객이나 피서객들의 발길도 얼음골과 호박소까지만 닿는다. 이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한 쇠점골과 능동산을 찾는 일반인은 거의 없다. 영남알프스 가장 깊은 곳의 오지계곡이 바로 쇠점골인 셈이다.

한적하다 해서 계곡 풍경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건 아니다. 쇠점골은 화려한 바위 위로 맑은 물이 흐른다. 암반은 오랜 세월 흐르는 물에 깎여 미끄럼틀처럼 되어 있어 여름 물놀이를 겸한 산행지로 알맞다. 암반 아래의 폭포를 비롯해 여러 소沼와 담潭으로 이어진다.

쇠점골의 하이라이트인 오천평반석.
쇠점골의 하이라이트인 오천평반석.
능동산 능선을 기준으로 서쪽은 밀양시 산내면, 동쪽은 울산 울주군 상북면이다. 산행은 밀양 방면 쇠점골을 중심으로 한 원점회귀이다. 버스 종점인 얼음골 입구에서 산행이 시작된다. 쉬운 산행을 하고자 하면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고 능선에 올라 능동산을 종주해 석남고개에서 쇠점골로 내려오는 방법이 있다. 가파른 상행길을 피해 완만한 코스로 산행이 이어진다.

쇠점골은 옛날 밀양 산내면 쪽 사람들이 석남터널이 뚫리기 전 석남고개(덕현재)를 넘어 언양장을 다니던 옛길이다. 쇠점골이란 지명도 석남재를 넘나들던 말들의 말발굽쇠를 갈아 주고, 길손을 상대로 술도 팔던 주막 ‘쇠점’에서 유래됐다고 전한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백련사가 나타난다. 백련사 옆 오른편 지계곡으로 잠깐 오르면 영화 ‘방자전’의 촬영지인 구연臼淵이다. 폭포수가 떨어진 암반이 패어 호박처럼 생겨 ‘호박소’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물은 한국의 명수名水 100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다시 백련사 앞으로 내려와 계곡을 따라 오르면 화려한 암반 계곡과 폭포가 나타나 더위를 잊어버리게 한다. 이 절묘한 광경에 발을 물에 담그기도 전에 더위는 날아가고 한기마저 느끼게 된다.

쇠점골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오천평반석이다. 골짜기에 펼쳐진 넓고 편평한 암반은 매트를 깔아 놓은 듯 깨끗하다. ‘감태백너리방석’이라고도 하는 이곳은 심산유곡의 어두움과 화강석의 밝음이 옥색 물빛에 젖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부드러운 반석 위에는 각자刻字도 볼 수 있어 예부터 찾는 사람이 많았던 명소였음을 알 수 있다.

오천평반석을 지나면 능동산 정상으로 이어진 산길이 오른쪽으로 나타난다. 오르막길에는 터널 환풍구가 있다. 산 아래로 지나는 능동터널의 환풍구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서면 곧장 능동산 정상이다.

시원하게 하늘이 열린 산정에는 돌탑과 정상 표지석, 삼각점이 있다. 능동산 정상을 내려서면 갈림길이다. 여기서 왼쪽 석남고개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오른쪽은 배내고개로 이어지는 길이다. 이 갈림길은 낙동정맥 갈림길이기도 하다.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다 다시 완만한 능선길이 이어진다. 석남고개에서 왼쪽 쇠점골로 내려서면 우렁찬 물소리가 먼저 반긴다. 석남고개에서 20분쯤 내려오면 석남터널 밀양 쪽 입구 도로(옛 24호국도)로 연결된다. 도로를 잠깐 따라가다 데크길을 따라 계곡으로 다시 산길이 연결되며, 곧장 내려가면 오천평반석과 백련사가 연이어 나타난다.

산행 시간은 5~6시간 정도 걸린다.

교통

밀양버스터미널에서 얼음골행 버스가 1~2시간 간격(06:25, 08:20, 09:05, 09:35, 10:40, 11:30, 13:00, 14:30, 15:30, 16:40, 18:00, 18:30, 20:00)으로 운행한다. 얼음골에서는 1일 3회(07:00, 10:40, 17:00) 밀양터미널행 버스가 운행한다.

숙식(지역번호 055)

얼음골 입구에 백숙, 오리불고기, 산채비빔밥, 소고기국밥 전문 가마솥에누룽지(356-2678), 백숙 전문 청호정가든(356-2889)이 있다. 숙소로 장안펜션(010-5586-2456), 호박소가는길펜션(010-9339-5181)이 있으며, 계곡을 낀 캠핑장으로 사과향기캠핑장(010-6562-4101), 까투리오토캠핑장(356-8887), 초록슈피아캠핑장(010-4034-8933)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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