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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한국의 무릉도원’을 찾아서 | 울진 골포천] 원시의 자연이 살아 있는 오지 계곡

월간산
  • 입력 2017.08.1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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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전곡리 전내마을 기점의 원점회귀 계곡산행

수심이 얕은 골포천은 걷는 데 큰 부담이 없다.
수심이 얕은 골포천은 걷는 데 큰 부담이 없다.

낙동강 상류의 한 지류인 ‘골포천’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골짜기로, 워낙 외진 곳에 위치해 접근이 쉽지 않다. 계곡 중간에 마을이 형성되어 있지만 높은 고개를 넘어야 닿을 수 있는 오지다. 골포천은 북쪽으로 오미산(1,071.1m)과 백병산(1,036m) 줄기가 둘러싸고 있고, 동쪽은 진조산(908.4m)에서 삿갓재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장벽처럼 막아서고 있다. 서쪽으로 터진 골짜기는 낙동강으로 이어진다. 해발 1,000m가 넘는 험준한 산줄기를 깊게 파고든 계곡이 바로 골포천이다.

골포천이 관통하는 울진군 금강송면 전곡리 일대는 소광리에 버금가는 금강송 밀집지역이다. 낙동정맥을 사이에 두고 있는 가까운 산지라 식생 분포가 비슷하다. 숲에 들어서면 하늘을 향해 곧게 솟구친 붉은빛 소나무들이 눈길을 끈다.

골포천 상류는 계곡미가 뛰어나다. 비교적 넓고 하상이 완만하며 곳곳에 넓은 소와 폭포가 나타나며 자연스러운 풍광을 연출한다. 여러 개의 지류가 합류되지만 수심이 깊은 곳이 거의 없어 무난하게 계곡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단 유난히 뱀이 많은 곳이라 주의가 필요하다.

골포천 트레킹은 전천동마을의 포장도로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한다. 금강송 숲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임도가 숲속으로 이어지지만 차단기가 있어 차량진입을 막는다. 호젓한 임도를 따라 1km 정도 걷다 보면 왼쪽에 넓은 공터와 외딴집이 보인다. 이 집 앞 정면으로 보이는 깊은 계곡이 골포천 상류다.

외딴집에서 계곡으로 내려서서 물을 따라 걷는다. 수려한 풍광이 빛나는 오지 계곡이 시작된다. 울창한 숲을 가르는 널찍한 계곡에 물이 가득하고, 햇빛을 받은 나뭇잎이 반짝이며 흔들린다. 흰색 자갈이 깔린 계곡 바닥을 따라 무작정 걷는다. 물이 얕은 곳은 그냥 발을 담그며 이동한다. 길이 따로 없다.

골포천은 잔잔한 아름다움을 지닌 골짜기다. 적당한 크기의 바위가 고르게 깔려 있어 편안한 느낌을 준다. 가끔 큰 바위가 나타나지만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수월하게 걸을 수 있다. 계곡 사면의 이끼 가득한 바위벽은 원시의 모습 그대로다. 초반부는 바로 옆으로 임도가 지나가는데 크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다.

골포천은 원시의 배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골짜기다.
골포천은 원시의 배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골짜기다.
계곡을 따라 10분쯤 걸어가면 커다란 폭포를 만난다. 계곡 중간에 솟은 바위 능선 옆으로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낸다. 이끼가 두껍게 낀 바위를 타고 조심스레 폭포 위로 이동한다. 계곡 옆에 간간이 돌을 쌓은 축대와 집터로 추정되는 공터가 보인다. 옛날 골포천 일대는 200여 가구의 화전민이 농사를 짓고 벌목을 하며 살았다고 한다. 희미하지만 계곡 옆으로 반듯하게 돌을 쌓아 만든 길도 있다. 벌채한 목재를 실어내기 위해 만든 산판 길이다.

수풀이 우거진 산판 길이지만 계곡물을 걷는 것보다는 수월하다. 희미한 산판도로는 골포천을 오른쪽에 두고 상류를 향해 뻗어 있다. 숲 속을 20분 정도 걷다 보면 길이 산으로 바짝 올라붙어 커다란 지계곡을 건넌다. 곧이어 본류와 합수되는 지점에 형성된 폭포 위를 통과해 10분쯤 진행하면 다시 물가로 내려선다.

물길과 숲길을 번갈아가며 고도를 높인다. 계곡이 오른쪽으로 크게 휘어지며 좁아지는 곳에 평지가 형성되어 있다. 지형도에 골포동으로 표기된 장소다. 이곳을 지나면 계곡은 다시 평범해진다.

골포동을 지난 직후 시원한 물줄기를 쏟아내는 이단 폭포가 나타난다. 바로 옆의 지계곡에도 10m 남짓한 높이의 폭포가 걸려 있다. 계곡의 경사가 가팔라지며 하류와는 다른 풍광이 펼쳐진다. 두 폭포 사이의 산자락을 타고 오르면 수풀이 가득한 임도를 만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300m 정도 이동하면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나온다. 이 임도를 타고 전곡리마을로 하산한다.

산허리를 타고 이어지던 임도가 작은 고개 하나를 넘어 골을 따라 내려간다. 이 계곡 주변은 금강송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임도를 따라 40분쯤 걸어가니 계곡을 건너고 곧이어 출발지점인 마지막 민가에 닿는다.

골포천은 오지산행 경험이 많은 이들에게 적합한 계곡산행지다. 평소에는 물길을 따라 걸어도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수심이 낮은 편이다. 하지만 폭우가 내릴 경우 지류가 많아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 위험하다. 지형이 험해 탈출도 쉽지 않고뱀도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안전을 위해, 산행 중에 스틱이나 신발로 소리를 내며 걷고 긴바지와 목이 긴 등산화, 스패츠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교통

승용차를 이용해 접근한다. 수도권에서는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경유해 풍기IC에서 빠져나온다. 이후 봉화, 춘양, 현동을 거쳐 울진으로 이어진 36번국도 상의 광비정류소에서 ‘전곡리(양원역)’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계속된 오르막길로 2.7km 가면 삼거리에 ‘←양원역, 전내마을→’이라 쓴 작은 이정표가 보인다. ‘I am You’라고 쓴 펜션 안내판도 있다. 삼거리에서 전내마을 방향으로 직진해 고개를 넘어 1.5km 내려서면 골포천이다. 포장도로를 따라 계속 북쪽으로 900m 이동해 작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숙식

골포천 산행기점인 전내마을은 작은 부락으로 식당은 없다. 숙소로는 2~4인용 객실 4개를 갖춘 ‘아이엠유’라는 펜션이 하나 있다. 이용료는 주말 10만~13만 원, 성수기 15만~20만 원. 주소 경북 울진군 서면 전곡리 41. 문의 054-781-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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