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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ㅣ경상도의 산 철마산 605.4m / 부산광역시 기장군 철마면] 기장에서 부산 경치가 가장 시원한 산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7.09.1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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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산~소산봉~거문산~공덕산 잇는 12km의 원점회귀 코스

574m봉에서 거문산 방향으로 내려서면 빽빽한 편백나무 숲이 나타나 피톤치드를 한가득 안겨 준다.
574m봉에서 거문산 방향으로 내려서면 빽빽한 편백나무 숲이 나타나 피톤치드를 한가득 안겨 준다.

여름의 막바지에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집을 나설 때는 맑았다. 그런데 산행 들머리에 닿으니 비가 슬슬 뿌리기 시작한다.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비옷으로 무장하고 우중 산행을 감행했다. ‘곧 멎겠지’하는 생각과 달리 비는 산행 끝 무렵까지 내리며 주변 조망마저 숨겨버려 아쉬움이 컸다.

부산에서도 동부산 쪽은 산이 많은 지역이다. 특히 용천지맥은 수영강의 동쪽 울타리를 이룬 산줄기로 약 41km에 이른다. 낙동정맥 천성산 남쪽 원득봉(718.6m)에서 분기한 지맥에는 주산인 용천산을 비롯해 청송산, 백운산, 망월산, 함박산, 아홉산 등이 있어 부산의 산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 용천지맥이 지나는 서쪽에 철마산, 소산봉(일명 당나귀봉·574.3m), 거문산(543.9m), 공덕산(265.8m)이 서로 능선을 맞대고 있다.

산행은 철마산~소산봉~거문산~공덕산을 잇는 약 12km의 원점회귀 코스다. 한 번 산행에 네 개의 산을 오르내려야 하지만 큰 어려움은 없다. 오히려 도시 근교의 산으로 조망이 좋아 쏠쏠한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입석마을 어귀의 선돌. 마을의 지명유래가 담긴 청동기시대의 거석유적이다.
입석마을 어귀의 선돌. 마을의 지명유래가 담긴 청동기시대의 거석유적이다.
산행 들머리와 날머리는 기장군 철마면 송정리 입석마을이다. 입석마을 어귀에는 마을의 지명유래를 전해주는 선돌이 있다. 높이 3m 96cm, 폭 65cm의 돛대 모양이다. 풍수지리적으로 입석 마을이 배의 형상이어서 선여사船餘寺라는 절을 짓고 돛대에 해당하는 돌을 세웠다고 한다. 언제 세웠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선돌은 지정문화재가 아니지만 청동기시대의 거석유적으로는 부산 인근에서 보기 드문 것이다.

입석길에 만나는 마을회관 앞에서 왼쪽으로 꺾는다. 콘크리트포장길로 100m 정도 가면 길옆에 묘지 3기가 보인다. 산길로 접어드는 초입이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숲속으로 오른다. 산길은 초반부터 가파르게 치오르는 된비알이다. 오름길이 가파르기는 해도 크게 위험한 곳은 없다. 하지만 땀깨나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대우정밀(현 S&T모티브) 갈림길을 지나 로프난간 구간을 통과하면 바위전망대에 닿는다.

정족산에서 천성산~운봉산~금정산으로 연결되는 낙동정맥을 비롯해 금정산 고당봉과 계명봉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곳이지만, 오늘은 안개 속에 모습을 감췄다. 산록에 자리한 송정리 일대가 희뿌옇게 보이고 경부고속철도가 달리는 열차 소리만 요란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올라서면 577m봉이다. 아담한 돌탑 하나가 지키고 있는 이 봉우리를 일명 철마산 서봉으로 부른다. 서봉 역시 맑은 날이면 회동수원지 뒤로 윤산과 황령산, 아홉산, 개좌산 등이 드러나는 조망 좋은 곳이다.

철마산 정상은 동쪽 능선을 따라 10여 분 더 가야 한다. 서봉을 내려선 안부는 임기마을 갈림길. 곧 조망 터를 만나지만 주변은 온통 안개다. 빗속에 오른 철마산 산정에는 표지석 2개와 바닥에 박힌 삼각점(양산 26, 1992 재설)이 비에 흠뻑 젖었다. 건너편 거문산이 안개비에 희미하다. 동해 용왕의 명을 받든 용마龍馬의 전설도 안개에 묻혔다. 용궁으로 돌아가지 못한 용마는 결국 쇠말鐵馬로 굳어버려 이 산에 이름을 남긴 셈이다.

하염없이 내리는 빗속에 오래 머물 수 없다. 정상석 뒤로 내려서면 능선에 제법 아름드리나무가 숲을 이룬다. 임기 갈림길 두 곳을 만나지만 그대로 직진한다. 완만한 오르막 능선을 이어가면 임도에 이른다. 정자 쉼터와 이정표(백운산 1.7km, 소두방재 0.6km)가 있다. 백운산 쪽은 매바위 망월산, 소두방재 방향은 소산벌·거문산으로 갈 수 있다. 임도를 가로질러 곧바로 산으로 오른다.

철마산 산정의 표지석과 삼각점. 가야 할 거문산이 안개비에 희미하게 보인다.
철마산 산정의 표지석과 삼각점. 가야 할 거문산이 안개비에 희미하게 보인다.
당나귀봉이라는 표지석이 서있는 574m봉 전망데크. 기장군에서 부산 전체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당나귀봉이라는 표지석이 서있는 574m봉 전망데크. 기장군에서 부산 전체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소산봉이 당나귀봉이 된 사연

빗물을 머금은 억새가 바람에 춤을 춘다. 가을이면 하얀 꽃대를 세우고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군무를 볼 수 있는 억새 군락지다. 곳곳에 쉼터를 겸한 벤치도 보인다. 전망데크가 설치된 574m봉에 닿는다. 원래 이름이 없던 이 봉우리는 산 아래에 소산벌이 있어 소산봉으로 통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당나귀봉’이라는 표지석이 서있다. 부산의 한 산악단체가 붙인 이름이다. ‘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이란 뜻으로 표지석을 직접 세웠다. 어쨌든 데크 안내판에는 ‘백운산(520m), 망월산(521.7m)보다 해발고도가 높아 360도 조망이 가능하며, 날씨가 맑으면 남쪽 멀리 영도와 남항까지 보이는 기장군에서 부산 전체를 조망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 써 놓았다.

잠시 안개가 비켜나자 정관신도시가 내려다보인다.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지나온 철마산도 모습을 드러낸다. 거문산으로 향한다. 10분 정도 내려서면 망월산과 중리마을 갈림길. 중리 방향이다. 편백나무가 빽빽한 숲이다. 이어 편백 쉼터를 만나고, 산림욕을 위해 설치한 긴 의자와 평상도 보인다. 잠시 후 아무런 표지도 없는 갈림길이 나온다. 주의하지 않고 좋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소산벌을 지나 문래봉으로 가게 된다. 오른쪽 샛길로 꺾어들어야 거문산 방향의 철마 임도관리초소에 닿는다.

임도관리초소가 있는 곳은 소두방재(솥뚜껑고개). 정관鼎冠에서 유래한 소두방은 솥뚜껑의 경상도 방언이다. 솥뚜껑을 덮어 놓은 듯한 형태의 산을 상징해 정관이라고 했다. 소두방재는 정관 사람들이 철마, 양산, 동래 방면으로 가던 고갯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정관 학생들이 동래 방면 학교로 가던 통학로였다. 길가에는 무인 셀프찻집이 있다.

잠시 임도를 따른다. 임도는 기장 일광산에서 정관 백운산을 잇는 트레킹 숲길이다. ‘산철쭉 향기숲’이라는 입간판 옆 산길로 진입한다. 산길은 통나무와 로프로 계단과 난간을 설치해 잘 정비해 놓았다.

거문산에서 5분쯤이면 만나는 바위전망대. 철마산과 송정리, 금정산 계명봉 자락의 노포동 일대가 훤하다.
거문산에서 5분쯤이면 만나는 바위전망대. 철마산과 송정리, 금정산 계명봉 자락의 노포동 일대가 훤하다.
군 시설이 있을 때 만든 철망. 공덕산 정상 지점에는 여러 산악단체의 리본이 걸려 있다.
군 시설이 있을 때 만든 철망. 공덕산 정상 지점에는 여러 산악단체의 리본이 걸려 있다.
거문산 정상은 수풀에 뒤덮였다. 거문산巨文山은 옛날 바다에서 해일이 일어났을 때 거미 한 마리가 앉을 정도로 꼭대기만 남기고 물에 잠겼다 하여 붙은 이름이란다. 그러나 본래 곰산熊山으로 불렸는데 ‘곰’이 ‘검’으로 바뀌면서 검산檢山이 되고, 이 검산이 거문산으로 변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산은 남서릉이다. 잘못 들면 중리나 와여리로 내려서기에 조심해야 한다. 5분쯤이면 바위전망대를 만난다. 안개에서 벗어난 철마산과 송정리, 금정구 노포동 일대가 훤하다. 아쉽지만 그런대로 멋진 풍경에 눈이 시원하다. 공덕산으로 향하는 내리막 숲길에는 야생 독버섯이 많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어서인지 원시림이 그윽하다. 40분 정도 내려서면 콘크리트임도에 닿는다. 

임도에서 조금 아래쪽 길가에 검정색 지붕의 비닐하우스 같은 건물이 있다. 사유지인 이 건물 옆으로 가면 작은 개울이다. 이 개울을 건너 계곡 옆으로 난 능선 길로 오른다. 연이어 만나는 경주 박씨 묘지를 지나 끝까지 오르면 옛 조병창 때 만든 철망과 마주친다. 녹슨 철망에 각 산악단체의 리본이 걸린 이곳이 지형도상 공덕산이다.

하산은 철망을 따라 왼쪽 내리막길. 갈림길을 만나지만 무시하고 철망 따라 이어지는 산길로 돌아 나가면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헬기장이 나온다. 평소에도 전망이 좋은 곳. 비가 멎으며 북쪽 철마산부터 지나온 거문산 능선이 가깝게 다가온다. 구름에 가렸던 금정산 주능선을 비롯해 금정구 일대도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낸다.

헬기장에서 150m 정도 내려선 뒤 첫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잇는다. 송전철탑을 지나 내려서면 법룡사 입구 콘크리트포장도로. 뒤이어 연꽃 소류지를 만나고 도로에 닿으면 조리마을 버스정류장이다. 여기서 산행을 마칠 수도 있지만 자가용을 타고 왔다면 입석마을까지 걸어서 15분이면 된다.

산행길잡이

■ 입석마을 버스정류장~입석마을회관~대우정밀 갈림길~철마산~안부(임기 갈림길)~임도~소산봉~중리 갈림길~편백 숲~소두방재(철마 임도관리초소)~거문산(당나귀봉)~콘크리트임도~경주 박씨 묘~공덕산~헬기장~연꽃소류지~조리마을 버스정류장~입석마을 버스정류장 <6시간 30분 소요>

교통(지역번호 051)

부산 도시철도 1호선 범어사역에서 1-1번 마을버스나, 용진교통 마을버스 금정 2-2번을 타면 입석마을까지 갈 수 있다. 2-2번의 경우 첫차 오전 6시 30분부터 막차 오후 11시 30분까지 20분 간격으로 자주 있다. 동면 1번 버스는 양산 법기수원지까지 가는 노선인데 이 또한 매 시간 다니니 먼저 오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산행 후 되돌아 올 때도 같은 버스를 타면 된다.

숙식(지역번호 051)

숙식은 동래온천장 일원이 좋다. 온천수가 나오는 깨끗한 숙소가 많고 먹거리집도 다양하다. 온천장은 곰장어(먹장어)구이집과 칼국수집이 유명하다. 또 농심호텔 인근 김치찌개 전문점 반반식당(553-5786), 화청횟집(555-5880)의 시원한 물회, 전주옥 온천점(710-8800)의 전주식 비빔밥과 콩나물국밥이 알려진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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