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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ㅣ경상도의 산 구현산 579m / 경남 창녕군 창녕읍·계성면] 화왕산 남쪽의 비둘기를 닮은 바위산

글· 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7.10.2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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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창녕의 바위산줄기 타기 14km

신당산성에서 석대산으로 이어진 능선. 석대산 정상에 오르기 전의 바위 전망터에서 지나온 능선이 훤히 드러난다.
신당산성에서 석대산으로 이어진 능선. 석대산 정상에 오르기 전의 바위 전망터에서 지나온 능선이 훤히 드러난다.

창녕은 화왕산이 유명하다. 그러나 창녕에는 화왕산에 뒤지지 않는 산세와 조망을 자랑하는 보석 같은 산이 많다. 관룡산, 구룡산, 영취산嶺鷲山과 또 다른 영취산靈鷲山, 병봉, 종암산, 덕암산, 함박산, 구현산, 석대산 등 저마다 빼어남을 자랑한다. 이 중 화왕지맥의 구현산은 화왕산의 유명세에 가려진 산이다. 덕분에 오롯한 산길 따라 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산행은 창녕읍 여초리 법성불원에서 시작해 쌍교산을 거치거나, 계성면 사리 북암마을에서 삼성암~석대산~구현산을 잇는 코스가 보편적이다.

이번 코스는 대중교통편을 고려해 계성면 신당마을에서 신당산성으로 올라 383.9m봉~화왕지맥 500.8m봉~석대산~구현산~비들재~성지산~배바위~화왕산성 서문(환장고개)~창녕여고로 하산해, ‘신라 진흥왕 척경비’가 있는 만옥정 공원을 둘러보고 창녕 시외버스터미널까지 13.8km를 걸었다.

신당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관룡사 방면 도로를 따라 신당새마을회관을 지난다. 마을 끝집과 전기계량기가 달린 조그만 건물 사이 묵밭이 산행 들머리. 키만큼 자란 잡초를 헤치고 들어가면 낡은 리본 한 개가 나뭇가지에 걸렸다. 초입의 산길은 다소 거칠지만 선답자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대밭 사이를 통과하면 곧 신당산성 안내판과 마주한다.

신당산성은 많은 부분이 붕괴되었지만 전체적인 형태는 남아 있다. 지방민들은 이 성을 목마성牧馬城이라 불러왔지만 정확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낙엽이 쌓여 푹신한 숲길은 간혹 사람이 다닌 듯한 흔적만 있을 뿐이다. 산성의 154.4m봉에는 묘지 1기가 있을 뿐 수풀로 뒤덮였다. 산길 역시 화왕지맥을 만날 때까지 수풀에 묻혀 희미하다. 그러나 길을 잃거나 헤맬 정도로 길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

화왕산이 가까워질수록 창녕읍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창녕의 들판이 넉넉하다.
화왕산이 가까워질수록 창녕읍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창녕의 들판이 넉넉하다.
화곡마을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만나면 경사가 제법 가팔라진다. 소나무숲에서 모처럼 전망이 트인 바위에 올라선다. 내려다보니 중부내륙고속국도와 5번국도가 나란히 가로지른다. 그 너머로 장마면 골프장 일대의 올망졸망한 산봉우리가 화왕지맥의 끝자락을 붙들고 이어진다. 다시 한 굽이 치오르면 소나무 우거진 383.9m봉. 돌로 쌓은 조그만 집과 평상이 있고 주변은 녹슨 운동기구가 나뒹군다.

383.9m봉을 뒤로하고 안부에 내려섰다가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로 오른다. 화왕지맥을 만나고서야 경사가 누그러진다. 여기서 화왕산성 서문까지는 지맥의 마루금을 따른다. 석대산을 향해 오르면 북쪽 삿갓 모양의 구현산이 모습을 드러낸다. 뒤로는 화왕산 남쪽의 성지산이 우뚝하고, 동쪽에는 관룡산이 머리를 내밀었다. 남쪽으로 옛 영산현의 진산인 영취산과 그 옆의 병봉, 신선봉이 서로 어깨를 겨누며 헌걸찬 산세를 자랑한다. 석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군데군데 암릉이 많아 돌아 오르거나 때로는 바위 사이로 빠져나가야 한다. 심지어 짧은 암릉이지만 세미클라이밍으로 올라야 하는 곳도 있다. 주변 조망도 좋아 눈이 즐겁다. 

석대산(566m)은 이름 그대로 바위로 이뤄진 봉우리. 바위에 페인트로 ‘석대산’이라 쓰여 있고, 나뭇가지에 ‘화왕지맥 석대산’이라는 팻말도 걸렸다. 전망이 트여 남동쪽 삼성암 뒤로 내려앉는 능선이 옥천 저수지에 빠진다. 건너편 영취산은 더욱 가깝고, 계성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화왕산성 억새평원. 산 정상에 솟은 분지의 억새평원이 녹색 물결을 이루었다.
화왕산성 억새평원. 산 정상에 솟은 분지의 억새평원이 녹색 물결을 이루었다.
석대산을 벗어나면 이내 산길은 삼성암과 구현산으로 갈린다. 북쪽으로 방향을 튼다. 구현산이 가깝게 다가온다. 그 뒤로 화왕산은 성지산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관룡산, 구룡산, 열왕산이 좌우로 연결된다. 산골짜기의 옥천리 일대가 포근하고 관룡사와 용선대까지도 또렷하다. 이 산길은 산행 내내 옥천골과 창녕 읍내를 굽어보는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된다. 구현산까지는 단숨에 다다른다. 멀리서 볼 때의 모습과는 달리 생각보다 수월하다. 조망이 없어 빼어나지는 않다. 소나무가 우거진 숲속의 널찍한 터는 쉼터로 좋다.

구현산鳩峴山은 비들산, 비슬산이라고도 한다. 모두 비들재에서 온 지명이다. 이는 산세가 날개를 펼친 비둘기 형상이라 비둘기재라 한 것이 비들재가 되었다는 것. 또 삐죽삐죽한 봉우리가 솟아올라 마치 닭의 볏(계관)처럼 생겼다 하여 비슬산이라는 설이 있다. ‘볏’을 이 지역에서는 벼슬 혹은 비슬이라 한다.

비들재로 향한다. 바위지대에 서면 비들재 서쪽 골짜기 끝에는 퇴천저수지와 창녕 공설운동장이 보인다. 산길은 잠시 바위지대 동쪽으로 내려선다. 주의 깊게 잘 살펴야 할 갈림길을 만난다. 무심코 직진하는 지능선으로 가기 쉬우나 진행 방향은 왼쪽으로 완전히 꺾어드는 산사면 길이다. 여기서 비들재까지는 15분.

배바위에서 동쪽은 열왕지맥의 열왕산, 영취산, 덕암산, 종암산이 꼬리를 물고 이어간다.
배바위에서 동쪽은 열왕지맥의 열왕산, 영취산, 덕암산, 종암산이 꼬리를 물고 이어간다.
석대산은 바위로 이뤄진 봉우리라 전망이 좋다. 옥천 저수지 위로 영취산과 병봉, 신선봉이 어깨를 겨눈다.
석대산은 바위로 이뤄진 봉우리라 전망이 좋다. 옥천 저수지 위로 영취산과 병봉, 신선봉이 어깨를 겨눈다.
성지도사가 머물렀다는 성지산

비들재는 창녕읍 퇴천리에서 옥천리로 연결하는 옛길로서 비포장 산판 길이었다. 현재 왕복 2차선 확포장 공사가 한창이라 어수선하다. 고갯마루의 비들재~화왕산 등산로 안내도 옆 통나무 계단 길로 오른다. 화왕산으로 접근하면서 봉우리가 점점 높아지면서 경사도 가파르다. 소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능선 길에 솔향이 코끝을 스친다.

15분쯤 오르면 ‘화왕산 스토리길’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이 능선이 ‘화왕산의 날개 비들재 암릉길’이라는 설명이다. 기암괴석과 솔숲이 어우러진 화려한 암릉길이 이어진다. 곳곳에서 조망 시원한 전망바위를 만난다.

헬기장을 지나고 685.2m봉을 넘으면 로프 난간의 통나무 계단 길. 바위산에 온 것이 실감난다. 능선상의 도드라진 기암보다는 드러나지 않는 비탈면의 숨은 단애가 많다. 722.9m봉을 내려서면 반듯이 세운 듯한 바위벽이다. 바위 뒤쪽 암릉에서 바라본 722.9m봉 일대의 북벽은 온통 바위 절벽이다.

지형도상 구현으로 표기된 곳은 심곡사 갈림길 이정목이 서있다. 한 차례 된비알을 치오르면 성지산聖旨山(749.6m)이다. 성주산聖住山이라고도 하는데, 조선시대 풍수지리의 대가 성지도사의 발길이 머물러 생긴 지명이다. 성지산의 서쪽 산줄기를 장군바위 능선이라 한다. 능선 끝자락에는 산이 둥글게 생겨 마치 구슬 같다는 관주산貫珠山이 자리한다.

성지산을 넘으면 화왕산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화왕산 북각봉을 비롯해 산상분지의 억새평원, 배바위 전경이 신선하다.
성지산을 넘으면 화왕산이 거대한 모습을 드러낸다. 화왕산 북각봉을 비롯해 산상분지의 억새평원, 배바위 전경이 신선하다.
화왕산이 가까워질수록 조망이 찬란하다. 서쪽으로 창녕읍 일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넉넉함으로 채워진 창녕 들판이 펼쳐진다. 멀리 창녕군을 휘감고 도는 낙동강의 물줄기와 우포늪이 아련하다. 북쪽에 두 개의 봉우리가 뿔처럼 뾰족하게 생긴 화왕산 북각봉北角峰을 비롯해 배바위도 새로운 모습이다. 아래로는 화왕산성과 산성에 에워싸인 산상분지의 억새평원이 녹색 물결을 이룬다.

화왕산 소방무선중계소를 지나 닿은 배바위는 천지개벽 때 온통 물로 가득한 이곳에 배를 매었다는 설화가 전해진다. 배를 매었던 계선주 역할의 바위도 있다. 2009년 억새 불태우기 행사 때 참사가 있었던 비극의 장소이기도 하다.

화왕산성 서문으로 내려선다. 광활한 억새 평원을 보며 무엇보다도 산꾼에게는 제철임을 실감할 수 있다. 자하곡으로 하산 길이 열리는 산성의 서문은 흔적도 없고 표시도 없다. 이곳을 환장고개라 부르는데, 급경사에 사다리같이 가파른 고갯길을 오르자니 하도 힘들어서 환장할 지경이라 하여 붙여진 지명이다. 반대로 하산 길도 그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내려서는 산길은 정비되어 있지만 급경사에 바위와 돌멩이가 많아 발걸음이 힘들다. 30분쯤이면 우거진 숲속 화장실이 있는 삼림욕장에 닿는다. 잠시 후 화왕산장에 이르면 도로를 만난다. 이후 주차장을 거쳐 국보 제33호 신라 진흥왕 척경비가 있는 만옥정공원을 둘러보고 창녕시외버스터미널에서 산행을 마친다. 

산행길잡이

신당마을 버스정류장~383.9m봉~500.8m봉~석대산~구현산~비들재~성지산~
배바위~화왕산성 서문~창녕여고~만옥정 공원~창녕 시외버스터미널 <6시간 30분>

교통(지역번호 055)

창녕 시외버스터미널(533-4000)에서 가까운 영신버스(533-4221) 종점에서 운행하는 부곡·옥천·영산 방면 농어촌버스를 타고 신당마을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숙식(지역번호 055)

창녕 읍내에 S모텔(532-6542), 세림장모텔(533-8176) 등이 있다. 먹거리는 화왕산 한우마을(532-4226), 양반청국장순두부(533-0066), 터미널 인근의 대중분식당(533-3455) 등이 있다. 창녕 상설시장에는 30년 전통의 왕순한우식육식당(532-1711)이 있어 수구레국밥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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