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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 경상도의 산 | 백마산 715.5m / 경북 김천시 농소면, 성주군 초전면] 기우제 지낸 김천의 신성한 백마 타고 달려볼까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7.11.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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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금오지맥 고당산과 백마산 잇기 12km

백마산에서 고방사로 이어진 하산길. 조망이 확 트이며 지나온 백마산 능선이 훤히 드러난다.
백마산에서 고방사로 이어진 하산길. 조망이 확 트이며 지나온 백마산 능선이 훤히 드러난다.

산행 들머리인 김천시 농소면 봉곡리는 어수선했다. 김천에서도 오지인 농소면은 성주군 벽진면과 경계를 이룬다. 이곳은 국방부의 사드 배치로 시끄러운 성주군 초전면과도 가깝다. 그래서인지 봉곡리 사실마을 입구 곳곳에  ‘사드 배치 결사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백마산白馬山(715.5m)은 금오지맥의 산이다. 수도산에서 갈라진 금오지맥의 마루금이 삼방산(864.2m), 염속산(869.9m), 염속봉산(679m,), 빌무산(783.6m) 등 굵직굵직한 산을 올려 세우고는 백마산을 거쳐 구미 금오산으로 이어간다. 도상거리 81.4km인 이 지맥은 백두대간에서 분기한 수도지맥이 낳은 산줄기이다.

전국에 백마산이 여러 곳 있지만 김천 백마산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오지이며 교통편이 불편한 것도 이유다. 본래 물이 귀한 산이라 하여 갈수산渴水山으로 불렀는데, 음이 변해 걸수산乞水山이 되었단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산의 형상이 풍수지리적으로 말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백마산으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지역에서는 가뭄이 들면 산 정상에서 기우제를 지낼 정도로 예부터 신성시한 산이다. 그래서 함부로 무덤을 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백마산에서 북쪽 능선 길로 내려서면 가을 풍경이 와 닿는 고방사 계곡이 시원하고, 고당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백마산에서 북쪽 능선 길로 내려서면 가을 풍경이 와 닿는 고방사 계곡이 시원하고, 고당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산행은 일반적으로 고방사에서 백마산을 올랐다가 그대로 내려오거나, 별미령에서 시작해 고방사로 하산하는 코스를 많이 찾는다. 이번 코스는 봉곡리 사실마을 버스종점에서 시작해 고당산을 올랐다가 별미령~백마산~고방사를 거쳐 출발지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 산행 거리는 12km쯤 된다.

시작은 마을 어귀의 오래된 느티나무와 정자 쉼터가 있는 삼거리다. 여기서 별미령 방향으로 가면 백련사 절집 앞을 지난다. 곧 노산마을 고샅길로 들어 콘크리트 포장로를 따른다. 길은 과수원 사이로 이어지다가 나지막한 고개로 오른다. 고갯마루 못미처 매실나무가 심어진 왼쪽 밭둑으로 산길이 뚜렷하다. 묵은 밭의 산길은 헷갈리기 쉽다. 묵밭을 벗어난 야산의 산길도 한동안 희미하다. 그렇지만 능선을 따른다는 생각으로 진행하면 별 어려움 없다.

마을과 가까워서인지 산짐승을 노린 덫과 올무가 눈에 띈다. 잘 살피지 않으면 덫이나 올무에 걸려 상처를 입을 수도 있겠다. 점차 고도가 높아지며 숲이 우거진 능선 길. 전망이 트이지 않아 위치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묵은 헬기장은 낙엽에 뒤덮여 있고, 후손의 손길이 끊어진 묘지는 잡목이 뿌리를 내렸다. 이제부터 서서히 능선을 따르는 산길이 뚜렷하다.

일찍 단풍이 드는 사람주나무, 개옻나무, 화살나무 등이 빨갛고 노란 색깔로 가을을 재촉한다. 산행 1시간이 지날 무렵 닿은 지형도상 487.9m봉은 나무로 우거졌다. 김해김씨 묘를 지나 곧 갈림길을 만난다. 고당산과 별미령(백마산)으로 갈리는 금오지맥 길이다. 여기서 고당산은 갔다가 되돌아와야 하는데 20분이면 가능하다. 오른쪽 오름길로 얼마 안 돼 다시 갈림길. 고당산은 지맥에서 서쪽으로 약간 떨어져 있다.

막걸리가 유난히 맛있어서 별미령

먼저 만나는 헬기장은 고당산 산행에서 유일하게 조망이 열린 곳이다. 김천 혁신도시가 보이고, 남쪽으로 빌무산, 연봉산, 염속봉산이 겹겹으로 다가온다. 멀리 가야산도 보이련만 연무로 대충 헤아려 볼 뿐이다. 한 굽이 내려섰다가 오른다.

단풍이 짙다. 아무래도 주변보다 지대가 높다 보니 단풍이 빨리 찾아왔나보다. 최근 등산로를 정비한 듯하다. 고당산(603.5m) 정상에는 김천시에서 세운 자연석 표지석이 있다. 애꿎은 소나무만 베어지고 전망은 시원찮다. 고당산姑堂山은 ‘할미당산’이라고도 하는데, 옛날 이 산 아래에 할미당이 있어서 붙여졌고 할미당이 없어지자 고당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고당산에서 되돌아 나와 지나온 헬기장을 통과해 금오지맥을 따라 별미령으로 향한다.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린 흔적이 뚜렷하다. 내리막길이라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별미령이 가까워질 무렵 산길에 떨어진 알밤이 널브러졌다. 곧 잣나무 숲을 만난다.

잣나무 솔방울에도 잣이 꽉 찼다. 나무 위를 오가던 청설모의 눈치에 슬그머니 자리를 뜬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임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단풍이 내려앉은 고당산.
단풍이 내려앉은 고당산.

별미령別味嶺은 김천시 농소면과 성주군 벽진면을 연결하는 도로가 지난다. 옛날 성주에서 한양으로 가는 고갯길이었던 별미령. 힘겨운 고개를 넘던 길손들이 숨을 돌리며 마시는 막걸리의 맛이 일품이라 하여 붙은 지명이란다. 고갯마루에는 벽진碧珍이라는 빗돌이 서있다. 벽진 이씨의 시조 이총언은 신라 말 이곳 벽진군수를 지냈다고 한다. 이 고장이 하늘의 보배인 별, 곧 벽진이니 벽진가야의 자리라는 뜻일 게다.

빗돌 옆 오르막길로 잇는다. 뒤돌아보니 염속산에서 고당산으로 이어가는 금오지맥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경사진 능선 길에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햇볕마저 따갑다. 522m봉을 넘어 갈림길이 있는 670m봉에서 산길은 북쪽으로 꺾어든다. 드디어 백마의 등에 올라탄 기분이다.

백마산의 널찍한 산정에는 정상 표지석을 비롯해 삼각점과 이정표, 벤치가 있다. 무엇보다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이 좋다.
백마산의 널찍한 산정에는 정상 표지석을 비롯해 삼각점과 이정표, 벤치가 있다. 무엇보다 사방으로 펼쳐진 조망이 좋다.

누군가 ‘달밭봉’이라고 이름 붙인 679.7m봉에 닿았다. 산 아래 월전·달밭이라는 지명이 보이긴 하지만 이곳을 달밭봉으로 부르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최근 봉우리마다 이렇게 이름 붙여 놓은 곳이 많은데 검증된 것인지 알 수 없으니 썩 고맙지는 않다.

산등성이를 넘나드는 소슬바람에 색색으로 물든 갈잎이 떨어진다. 하얀 꽃대를 세운 억새도 백마의 갈기처럼 나부낀다. 싸리나무 잎도 노랗게 단풍이 들었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은은함이 묻어난다. 산을 물들인 가을 풍경 사이로 백마산 정상이 산객을 맞는다. 널찍한 산정에는 화강암 자연석의 정상석을 비롯해 삼각점(김천 27, 1981 재설)과 이정표, 벤치가 있어 쉼터로 알맞다.

별미령 고갯마루에는 ‘碧珍’이라는 빗돌이 서있다. 이 고장이 하늘의 보배인 별, 곧 벽진이니 벽진가야의 자리라는 뜻이다.
별미령 고갯마루에는 ‘碧珍’이라는 빗돌이 서있다. 이 고장이 하늘의 보배인 별, 곧 벽진이니 벽진가야의 자리라는 뜻이다.

무엇보다 사방팔방 조망이 좋아 북쪽으로 김천시가지를 비롯해 시계 방향으로 사드 배치로 시끄러운 성주 골프장과 뒤로는 구미의 금오산, 그 옆으로 영암산, 선석산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남쪽으로는 일직선으로 선 염속산, 연봉산, 빌무산이, 그 너머로 가야산이 우뚝하고, 지나온 고당산과 능선이 눈앞에 보인다. 서쪽 멀리로는 백두대간의 황악산이 스카이라인을 그으며 힘차게 뻗어간다.

정상에서 하산 길은 두 곳으로 전망 데크가 있는 서쪽 능선과 북릉이 있다. 농소면 봉곡리 방향 이정표가 가리키는 북릉으로 향한다. 통나무계단 길로 내려서면 곧 이정표(농소면 노곡리 1600m)가 서있는 금오지맥 갈림길. 지맥 길과 헤어져 능선 길로 직진한다. 서쪽으로 전망이 열리면서 고당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627.6m봉을 지나면 다시 봉곡리와 고방사로 갈리는 갈림길. 서쪽으로 꺾어 고방사 방향으로 튼다.

마사토에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이 제법 미끄럽다. 조망이 확 트이며 지나온 백마산 능선이 훤하다. 산허리까지 울긋불긋한 단풍은 가을의 기운을 물씬 풍긴다. 고방사가 가까워지면서 아름드리 소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룬다. 고방사는 능선 길 끝자락의 왼쪽이다. 경내로 들어서니 개들이 달려와 컹컹 짖는다. 절집은 송림에 둘러싸여 고즈넉함이 묻어난다. 시원한 약수 한 바가지로 목을 축이고 절집을 벗어난다. 일주문을 지나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따르면 아침에 출발했던 봉곡리 사실마을에 닿는다.

산행길잡이

봉곡리 사실마을 버스종점~고당산~별미령~백마산~고방사~봉곡리 사실마을 버스종점 <6시간 30분 소요>

교통(지역번호 054)

김천은 열차로 접근하는 것이 편하다. 김천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의 김천공용터미널에서 군내버스인 김천버스(432-7601) 13-3번이나 13-4번 버스를 타면 사실마을로 간다. 버스는 하루 6회(06:50 09:15 13:05 14:15 19:05 20:35) 운행한다.

산행을 마친 뒤 사실마을에서 김천 시내로 나오는 버스도 하루 여섯 번(07:20 09:45 13:45 16:50 19:50 21:00) 있다. 버스 시간이 여의치 않다면 택시(신흥택시 434-3525, 하나콜택시 430-1100)를 이용하면 된다. 요금은 1만5,000원 안팎.
 
숙식(지역번호 054)

김천역 인근이나 김천공용터미널 주변에 깨끗한 숙소가 많다. 먹거리는 성내동 하이마트 김천점 옆 바보온달 해장국(431-2003)의 뼈다귀해장국과 선지해장국, 김천경찰서 인근 대도식당(434-3597)의 궁중전골, 교동 연화지 앞 호박해물칼국수(430-6875)의 칼국수와 만두, 김천역 맞은편 대성암본가 초밥집(434-7257)의 초밥류와 오뎅탕 등이 있다.

볼거리

백마산 고방사高方寺는 직지사를 창건한 아도화상이 418년(신라 눌지왕 2)에 창건했다고 한다. 원래의 절터는 현재의 위치에서 동남쪽으로 약 1km 떨어진 곳에 있는 약수터 자리에 있었다고 전한다. 창건 당시에는 고방사古芳寺라 했으며, 어떠한 불치의 병이라도 치료가 가능한 약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켜야 할 금기가 많고 백일 동안 마셔야 효험을 볼 수 있는 등 까다로워 함부로 마시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 절에도 사시사철 맑은 약수가 흘러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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