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 경상도의 산 | 영축산 1082.2m / 경남 양산시 하북·원동면] 의병들을 전멸시킨 원수의 백발등 능선을 가다

글 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8.01.22 09:4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발등과 청수중앙릉 잇는 영축산 배내골 원점회귀 11.5km 산행

영축산 정상에 서면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의 파노라마가 압권이다.
영축산 정상에 서면 사방팔방으로 펼쳐지는 조망의 파노라마가 압권이다.

영남알프스를 아우르는 영축산靈鷲山을 찾았다. 영축산은 영남알프스의 주산이라 할 수 있다. 산행은 주로 교통이 좋은 통도사 쪽에서 많이 이뤄진다. 이번 코스는 대중교통이 불편해 찾는 이가 적은 배내골을 들머리로 했다. 그것도 계곡이 아닌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능선길을 연결하는 산행이다.

대중교통편이 불편했던 배내골에 지난 9월부터 양산역 환승센터에서 운행하는 직행좌석버스가 생겨 배내골 교통편이 훨씬 편해졌다.

영취산靈鷲山이라고도 불리는 영축산은 <세종실록지리지(언양현)>에 ‘취서산은 현의 남쪽에 있다(鷲棲山在縣南)’는 기록이 있어 취서산鷲棲山으로도 불렸음을 알 수 있다. 취서산은 우리말로 수리뫼다. 또 <신증동국여지승람(언양현)>에는 ‘취서산은 현의 남쪽 12리에 있으며 일명 대석산이다(鷲栖山在縣南十二里一名大石山)’고 했다. 2002년 펴낸 양산시 <상북면지>에는 대석산大石山은 화석산火石山의 잘못된 표기라며 이 산을 우리말인 불돌뫼로 해석한다.

그러나 2001년 1월 양산시 지명위원회는 영축산으로 공식지명을 변경했다. 옛 문헌으로 전해지는 지명보다는 통도사의 위상을 앞세웠다는 느낌이다. 이에 양산시는 “석가모니가 인도에서 법화경을 설파했던 곳이 영축산이며, 신라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창건할 때도 이 이름을 따온 것으로 전해지므로 영축산이라는 명칭이 적합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절벽의 바위틈에 몸통을 끼운 비룡송.
절벽의 바위틈에 몸통을 끼운 비룡송.
산행은 태봉마을 버스종점에서 시작한다. 청수골 입구에서 백발등으로 올라 영축산을 거쳐 청수 중앙릉으로 내려서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백발등은 청수좌골을 중심으로 왼쪽, 중앙릉은 청수좌골과 청수우골의 가운데 능선이며, 산행거리는 약 11.5km이다.

버스종점에서 태봉교를 건넌다. 파래소폭포(신불산자연휴양림)로 오르는 포장도로를 따르면 파래소2교를 만난다. 다리 건너에는 청수골펜션이 보인다. 다리를 건너기 전, 오른쪽 계곡으로 꺾어든다. 5분이 채 안 돼 청수 좌우골이 만나는 합수점이다. 뿐만 아니라 영축지맥에서 뻗어 내린 백발등과 청수중앙릉의 꼬리가 끝맺음하는 곳이기도 하다. 하산 때 만나는 지점이기에 참고한다.

합수골에서 청수좌골 초입 기와지붕의 건물 뒤편 갈림길에 선다. 청수좌골을 버리고 백발등 능선길로 진입한다. 급경사에 낙엽까지 쌓여 미끄럽다. 능선에 자리한 묘지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배내골 일대가 훤하다. 그 위쪽으로 사자평이 펼쳐지고, 향로산에서 천황산,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선명하다. 능선길은 경사가 다소 누그러지며 수령이 오래된 소나무숲이 나타난다. 낙엽이 바삭거리며 솔가리가 푹신한 숲길에서 바위지대를 만난다.

우회하는 길도 있지만 거친 바윗길을 고집한다. 주변 전망이 트이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바위에 뿌리를 내린 분재 같은 소나무가 눈길을 붙든다. 운치도 있지만 기상이 늠름하다. 시야가 트이면서 함박등, 채이등, 죽바우등에서 배내골로 흘러내리는 능선이며 계곡이 아침나절의 햇살에 기지개를 켠다. 발걸음을 옮기면 신불산 정수리가 보이고 북서쪽으로 흘러내린 능선 끝자락에 파래소 골짜기가 깊다. 서쪽 태봉산의 3층 전망대도 보인다. 골짜기 너머로는 멀리 가지산이 머리를 내밀고 있다.

고도를 올리면 집채만 한 바위를 만난다. 바위 왼쪽에는 특이한 소나무가 자란다. 일명 비룡송飛龍松이다. 절벽의 바위면에 뿌리뿐만 아니라 굵은 몸통을 끼운 채 버티고 있어 생명의 경이로움을 실감케 한다. 바위에 올라서면 확 트인 조망이 멋지다. 천황산 일대와 가지산, 운문산, 신불산 등 북서쪽 영남알프스의 정경이 부챗살처럼 펼쳐진다.

다시 경사진 비탈길이다. 잎이 떨어져 앙상한 몸통과 가지만으로 찬바람을 이겨내는 참나무 숲 사이로 오른다. 완연한 겨울 산임을 느끼게 한다. 지적삼각점(NO.248)을 지나면 영축산에서 함박등으로 잇는 마루금이 훤하다. 발아래로 청수좌골도 내려다보인다. 조망도 시원찮고 별 특징 없는 825.9m봉을 넘으면 운치 있는 소나무가 어우러진 바위지대. 갈림길에서 암릉으로 올라선다. 어느 길로 진행해도 결국 만나게 된다.

이어지는 바윗길은 전망이 좋아 신불산이 가깝다. 돌탑을 지나면 싸리나무와 진달래 등 잡목이 얼굴을 할퀴고 배낭을 끌어당긴다. 거친 산길을 빠져나오면 시야가 뻥 뚫린다. 좌우로 신불산과 영축산이 코앞이며, 두 산이 안고 있는 억새평원이 펼쳐진다. 곧장 갈림길이 있는 931.8m봉에 닿는다. 사실상 백발등 능선은 여기서 끝난다.

북쪽 청석골 길을 버리고, 남쪽 영축산을 바라보며 억새길로 꺾어든다. 잠시 후 닿는 안부 갈림길의 계곡 쪽은 청수좌골 길. 밋밋한 971.9m봉으로 오른다. 산릉의 바람은 억새를 흔든다. 솜털 송송한 홀씨는 바람에 날아가고 마른 꽃대와 이파리만 남았다. 본래의 자태는 잃었지만 흔들어대는 바람에 억새무리가 춤을 춘다. 돌무더기가 있는 971.9m봉에는 허물어진 단조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백발등 비룡송 바위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천황산 일대가 훤하다.
백발등 비룡송 바위에 올라서면 서쪽으로 천황산 일대가 훤하다.
임진왜란의 슬픈 이야기가 전하는 허물어진 단조성.
임진왜란의 슬픈 이야기가 전하는 허물어진 단조성.
임진왜란 당시 왜병은 영축산 단조성을 공략하기 위해 서편 백발등으로 침공하니 의병들은 전멸하고 성은 함락되었다고 한다. 한편 이때 홀로 남은 의병 장수가 시살등 쪽으로 가면서 “원수로다! 원수로다! 백발등이 원수로다”라는 ‘백발가’를 부르며 사라졌다는 슬픈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주변에는 백발등, 피못등, 수리등 같은 야트막한 민둥산이 성을 둘러싸고 있다. 성터를 넘으면 단조늪이다. 이 늪은 영축산과 신불재 사이 능선의 서쪽으로 넓게 펼쳐진 고산습지이며 살아 있는 자연생태계를 갖춘 곳이다.

탄성이 절로 나는 광활한 능선

늪지대를 벗어나 방화선을 만든다고 파헤쳐진 산길로 영축산 정수리에 오른다. 영축산은 낙동정맥이 지나며, 영축지맥의 분기점이다. 동서남북 사방팔방 거치적거림 없이 펼쳐지는 조망의 파노라마가 가히 압권이다. 높고 낮은 산으로 이뤄진 영남알프스가 한눈에 들어오며, 광활함에 저절로 “와!” 하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동쪽으로는 남북을 가로지르는 경부고속도로 뒤로 정족산과 천성산이 가깝다. 금정산을 비롯해 정족산 왼쪽에는 울산 남암산, 문수산 등 멀고 가까운 산들이 물결을 이룬다.

청수중앙릉 957.7m봉을 지나면 푸른 산죽의 밀림이 나타난다.
청수중앙릉 957.7m봉을 지나면 푸른 산죽의 밀림이 나타난다.
박등은 큼지막한 함지박을 닮았다 해서 붙은 지명으로 전망이 좋다.
박등은 큼지막한 함지박을 닮았다 해서 붙은 지명으로 전망이 좋다.
이제 영축지맥을 따라 간다. 영축지맥은 영축산에서 시살등~염수봉~밀양 금오산~만어산을 거쳐 삼량진 낙동강에서 맥을 다하는 46.1km의 산줄기다. 낙타 등처럼 울룩불룩한 산봉우리들이 거침없이 이어진다. 비로암 갈림길을 지나 억새 능선으로 오르면 1059.9m봉. 산마루에는 녹슨 철 구조물과 추모비가 있다. 한 굽이 내려섰다가 이어지는 능선길은 함박등까지 거칠고 까다로운 암릉길이다. 물론 안전한 우회로가 있다.

암벽에 설치된 데크 계단을 오르면 암봉인 함박등(1051.9m). 큼지막한 함지박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함박재를 향해 바윗길을 조심스레 내려선다. 전망이 좋아 가깝게는 가야 할 청수중앙릉이 서쪽으로 흘러내리고, 죽바우등, 채이등, 시살등, 오룡산이 남쪽 능선을 이룬다. 배내골 건너 서쪽에는 향로산, 백마산, 그 뒤 멀리 천태산, 금오산, 만어산이 아슴푸레하다.

함박재 갈림길에서 동쪽으로는 백운암을 거쳐 통도사로 잇는 길. 직진하여 암릉 길을 따르지 않고 우회로로 진행한다. 한 굽이 돌아들면 영축능선7번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 사실 청수중앙릉은 채이등에서 청수좌우골 합수점에 닿는 능선이다. 그렇지만 갈림길은 채이등 아래 지점이다.

갈림길에서 영축지맥을 벗어나 서쪽 능선으로 방향을 꺾는다. 경사가 완만한 숲길을 따라 957.7m봉을 지난다. 푸른 산죽이 신선하다. 청수중앙릉은 전망이 좋지 않다지만 한동안 나뭇가지 사이로 천황산 일대를 마주보고 내닫는다. 957.7m봉에서 15분쯤 후 시작되는 급경사의 비탈길은 진천 임씨 묘지에 닿기까지 계속이다. 곧 합수골을 만나고 계곡을 빠져나오면 파래소2교. 도로를 따라 태봉마을 버스종점에 이른다. 청수중앙릉 하산은 1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산행길잡이

태봉마을 버스종점~파래소2교~합수골~백발등~영축산~함박재~957.7m봉~중앙릉~합수골~파래소2교~태봉마을 버스종점 <6시간 30분 소요>

교통

대중교통편이 불편했던 배내골에 지난 9월부터 양산역 환승센터(06:30, 10:00, 14:30, 18:10)~태봉마을 종점(07:30, 11:00, 15:30, 19:10) 간 1000번 직행좌석버스(세원교통 055-384-6612~4)가 하루 4회 운행한다. 그동안 언양에서 울산 시내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원동에서 다시 버스로 환승해야 했던 배내골 교통편이 양산 노선이 추가됨으로써 훨씬 편리해진 것이다.

원동역(07:15, 08:30, 10:05, 11:25, 14:10, 14:45, 17:00, 19:45)에서 태봉마을 종점까지 1일 8회, 석남사 앞(06:45, 08:15, 10:20, 11:00, 14:10, 15:30)에서 태봉마을 종점까지 1일 6회 운행하는 버스도 있다. 

숙식(지역번호 055)

양산역 환승센터 주변은 신도시 지역으로 숙식에 어려움은 없다. 가까운 곳에 아이엠호텔(383-5577), 메트로모텔(362-8321), 베르사체모텔(366-1150) 등 숙소가 있다.

맛집으로는 인근에 조방낙지 양산점(386-5577)의 낙지전골, 세정(388-2277)의 토종된장 우거지, 초밥 전문점 스시야(372-3889)가 있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핫키워드

#경상도의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