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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3월호
  • 653호

[삶과 자연 | 산악사진작가 이상은] “제 사진 속 행복·기쁨·웃음·희망… 사람이 힘이고 사람이 희망이었어요”

월간산
  • 입력 2018.02.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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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은선 대장과 히말라야 니레카봉 초등…
이젠 세계 오지 트레킹하는 사진작가로 활약

촉망받는 여성산악인에서 오지탐험가이자 산악사진가로 변신한 이상은씨. 언제나 ‘밝고 힘차게’ 살자는 것이 그녀가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이다.
촉망받는 여성산악인에서 오지탐험가이자 산악사진가로 변신한 이상은씨. 언제나 ‘밝고 힘차게’ 살자는 것이 그녀가 살아가고자 하는 모습이다.

탐험과 모험, 그리고 여행. 가슴에 뜨거운 열정의 꽃 한 송이씩 가지고 사는 이라면 이만큼 설레는 단어들도 없을 것이다. 산악사진작가 이상은(46)씨는 부럽게도 이 모든 단어를 가슴에 담고 실행하고, 또한 카메라에 담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대전 둔산동의 ‘라푸마’ 매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매장 2층에 마련된 북카페 ‘여행문화센터 산책’에서 기자를 맞았다. “정말 제가 여기 나가도 되나요?”라고 몇 번이나 되묻는 그녀의 얼굴은 열일곱 소녀마냥 천진난만하다.

Q 사진가이기 전에는 산꾼이셨는데, 언제부터 산에 다니기 시작하셨나요?

A “산에 대한 처음 기억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간 덕유산 같아요. 성당에서 간 것이었는데 산이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곳이구나 하고 느꼈었죠. 대학 들어가서는 산악부에 들진 않았지만 학회나 동아리 활동을 하며 지리산이나 덕유산 종주를 했어요. 그래서 으레 산에 한 번 들어가면 2~3일씩 머물다 오곤 했죠.”

Q 그런데 갑자기 여성산악인으로 거듭나셨어요.

A “사실 그 배경에는 남편(김성선. 오지탐험가, 여행문화학교 산책 대표)이 있었어요. 남편은 대학 선배였는데 ‘형·동생’으로 지내다가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사귀게 되었죠. 남편은 당시 대전자일클럽 멤버였는데, 어느 날 ‘히말라야 원정을 가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 보세요. 남자친구가 히말라야에 가야 한다고 하는데 어땠겠어요.

당시는 히말라야에 간다고 하면 ‘목숨을 걸고 출정한다’는 느낌이랄까. ‘이 사람이 미쳤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과연 히말라야가 뭐기에, 도대체 산이 얼마나 좋기에 이 사람이 이러나 알고 싶기도 했어요. 그래서 남편 몰래 등산학교에 들어갔어요.”

1997년 대전등산학교 1기로 입교한 그녀는 동기들에게 ‘남자 때문에 등산학교에 왔다’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히말라야에 가보기 위해’라는 이유를 댔다. 자신의 꿈이 아닌 남자친구의 꿈을 둘러 댄 것이었으나 그때부터 그녀는 ‘예비 히말라야 산악인’이 되었고, ‘상은씨는 히말라야에 갈 거니까’란 이유로 동기들의 짐을 하나씩 더 짊어지게 되는 운명을 맞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상은씨의 마음에도 진짜 히말라야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꿈 꾸는 10대 소녀처럼 웃음이 많은 이상은씨는 남편을 만나며 히말라야라는 꿈을 함께 꾸게 되었다.
꿈 꾸는 10대 소녀처럼 웃음이 많은 이상은씨는 남편을 만나며 히말라야라는 꿈을 함께 꾸게 되었다.

Q 등산학교가 재미있었나 봐요.

A “그때까지 수평의 걸음만 있는 줄 알았던 제게 수직을 향한 오름짓은 그야말로 신세계였어요. 6주 교육을 받으면서 ‘아, 나는 정말 히말라야에 가겠구나’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더라고요. 학교를 졸업하고 한참 지나서 결혼을 했고 진짜로 히말라야에 갔어요. 남편과 제 친동생, 이렇게 셋이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EBC을 했죠. 그때부터 히말라야와 인연이 맺어진 것 같아요.”

Q. ‘초등’을 두 번이나 하셨습니다.

A  “그 이야기하면 부끄러워요. 고미영, 오은선 언니들 같은 그런 게 아닌데…. 니레카봉(6,159m)은 2003년 제1회 아시아여성합동등반대회 때 오른 것이에요. 이란, 몽골, 중국, 네팔 등의 여성산악인들이 참가한 대회였죠. 주최 측에서 첫 대회니까 뭔가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미답봉 하나를 선정해 주었어요. 그게 니레카봉이었죠.
우리 팀(오은선, 정국향)을 비롯해 각 나라 팀들이 도전해 저희가 1등으로 올라갔죠.
팀 막내였던 저는 언니들이 이끄는 대로 따라갔을 뿐이에요.”

Q 터키 아라라트 초등은 다녀와서도 한동안 몰랐었다죠?

A “아라라트는 KBS ‘영상앨범 산’ 촬영차 평택 아라라트 원정대와 함께 간 것이었어요. 그런데 다녀오고 나서 어느 날 김병준(외대산악부 OB, <K2 죽음을 부르는 산> 저자) 선배님께 전화가 왔어요. ‘네가 거길 먼저 갔냐?’고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김병준 선배님이 초등하려고 준비하고 계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걸 제가 홀랑 올랐던 거죠. 그렇게 얼떨결에 한국 초등이 된 거예요. 하하 조금 황당하죠?”

Q 그래도 대단한 거 맞잖아요. 그래서 명함에도 넣으시고.

A “그건 왜냐 하면, 사람들이 좀 오해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니레카봉은 쿰푸 히말라야에 있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8,000m급 14좌에 비하면 낮은 산이에요. 그런데 가끔 다른 분들이 저를 소개할 때 ‘에베레스트를 다녀온 이상은씨입니다’라고 해요. 그런데 산악인들은 알잖아요. 히말라야가 곧 에베레스트가 아니란 것을요. 그런 오해들이 자꾸 퍼지면서 본의 아니게 제가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되기도 하겠더라고요. ‘아, 이건 아닌데’ 싶어서 ‘차라리 명함에 넣자, 그리고 설명을 하자’ 했죠.”

Q 당시엔 여성산악인으로 꽤 주목을 받았을 법 한데.

A “사실 제가 계속 등반하길 바라는 분들이 많이 계셨었어요. 그런데 가만히 저 자신을 바라보니 진취적인 것 같은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쉽게 말해 오은선, 고미영 언니들처럼 산에 대한 강렬한 열정과 도전의식을 가지고 8,000m급 고산 최정상에 깃발을 꽂고 하는 건 나의 역할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했죠. 저는 그보다는 뒤에서 박수치며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 그리고 그런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는 역할이 더 맞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이후 북미 존뮤어 트레일과 애팔래치아 트레일, 남미의 안데스 트레일, 파타고니아 트레일,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과 인도 라다크 순례길 등을 걸었다. ‘영상앨범 산’의 팀원으로 간 것도 있었고 개인 여행으로 간 것도 있었다. 혼자 고독과 싸우며 최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사람이 있는 길에서 그들과 만나며 걷는 것이 더 좋았다.

그렇게 그녀의 산 높이는 자연스럽게 낮아지고 넓어졌다.

Q 사진은 어떻게 찍으시게 된 거예요?

A “저는 원래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했어요. 사실 남편이 저를 꼬일 때 이런 점을 ‘이용’했죠. 사진은 남편이 먼저 찍었어요. 대학 졸업 후 주말에 할 일도 없는데 산이나 다닐까 해서 같이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선후배, 형동생 하는 사이였으니까 편하게 다녔죠. 배낭에 맥주 20캔씩 넣고 올라가서 계곡물에 돌을 쌓아 ‘포석정’처럼 만들어놓고 마시고 오기도 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제 사진을 찍어 산에 다녀올 때마다 앨범을 만들어줬어요. 그런데 어느 날은 그 앨범에 자기 사진을 넣었더라고요.”

Q 오, ‘그린 라이트’였나요?

A “그랬었나 봐요. 그 사진을 본 저희 어머니께서 ‘이 남자 인상 참 좋다’시며 ‘상은이 네가 사귀어보라’고 하셨죠. 그래서 지금도 남편에게 ‘내가 당신 얼굴 하나 보고 결혼했다’고 말해요(김성선씨는 영화배우 류승룡씨와 많이 닮았다). 어쨌든 그렇게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좋은 곳에 다녀와서 기록으로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사진 한 번 찍어보고 싶은 마음에 사진 아카데미를 다녔어요.”

대표로 있는 아웃도어 장비 매장 2층은 북카페 겸 여행문화센터인 ‘산책’이다. 이곳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대표로 있는 아웃도어 장비 매장 2층은 북카페 겸 여행문화센터인 ‘산책’이다. 이곳은 미래를 꿈꾸는 이들이 모이는 공간이다.
Q ‘산악사진가’라는 타이틀이 맘에 드시는지?

A “저를 가장 주눅 들게 하는 단어가 사진과 글이에요. 얼마나 민망한지요. 가끔 경력이 오래되신 산악사진가를 만날 기회도 있는데, 한 번은 ‘덕유산에 운해가 멋들어지게 낀 일출사진이 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저 그런 사진은 없어요’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런 사진도 없으면서 무슨 산악사진가야’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사실 저도 ‘산악사진가’라고 불리는 것이 부담스럽긴 해요.”

그녀는 “이제껏 다녔던 곳 중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은 파타고니아이지만, 다시 또 가고 싶은 곳은 인도 북동부의 라다크”라고 말했다.

Q 그 척박한 라다크에 뭐가 있기에요?

A “제가 라다크에 가기 전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물어봤었어요. ‘그곳에 뭐 볼게 있냐?’, ‘거긴 순전히 사막뿐이라더라….’ 그런데 그렇게 말하시는 분들 대부분은 주변에서 ‘그렇다더라’하는 이야기를 저에게 전한 것뿐이었지요. 직접 가서 본 라다크에는 잃어버린 제 어린 시절 모습이 있었어요. 수줍어하면서도 연필 한 자루에 꺄르르 웃고 행복해하는 그런 모습들이오. 터키 아라라트에 갔을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거기에서 만난 쿠르드족들은 무서운 반란군의 모습이 아니었어요. 그들은 친절했고 순수했어요. 자신이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편견이 있다면 그곳에 직접 가서 그들의 눈과 마주쳐보라고 하고 싶어요. 아마 느끼는 것이 다를 거예요.”

그녀는 야크와 양, 그리고 그녀의 팀만이 오가는 척박한 땅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메마른 땅에서 자라는 풀들을 보면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위대함을 깨달았다. 작은 풀 한 포기조차 저렇게 뿌리를 박고 살려고 버티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너무 쉽게 지치고 포기하는 자신을 반성했다.

Q 구도자의 심정이었군요.

A “높은 지대에서 내려다보면 그 넓은 땅에 작은 점 세 개가 선을 만들며 움직입니다. 하나는 야크떼, 하나는 양떼, 그리고 하나는 우리 촬영팀이었죠. 그 점 하나에 제가 있었어요. 사회에서 으쓱댈 때도, 들판의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을 때도 그건 저였어요. 어느 시간, 어느 공간에서도 저는 존재하고 있던 거였죠. 그 낯선 히말라야의 척박한 땅에서 내 안의 나를, 괜찮은 나를 만나게 된 것이었죠.”

Q 매장 대표님이신데 너무 밖으로 나가시는 거 아닙니까?

A “당연히 직원들의 동의를 얻어요. 오히려 직원들이 ‘매장 매출은 우리가 올릴 테니 대표님은 더 많이 밖으로 나가세요’라고 말해요. 저희 직원들과는 이런 문화에 대한 공유를 해요. 저희 직원 중 한 명은 얼마 전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을 앞두고 있어요. 곧 괌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도 출전하고요. 매장을 며칠 못 나올 거 같다고 걱정하는데 저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해요. 이것저것 생각하면 이루지 못하니 일단 저지르고 대안을 생각하라고 했어요.”

Q ‘산책’이라는 공간은 어떤 곳이죠?

A “제가 운영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문화공유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정식명칭은 ‘여행문화센터 산책’이에요. 1층은 매장이고, 2층은 ‘산책’이어서 저는 ‘1층에선 몸의 근육을, 2층에서는 마음의 근육을 기르자’고 말해요.”

Q ‘마음의 양식’ 뭐 이런 건가요?

A “그런 것도 포함이 되겠죠. 이 공간은 마음껏 상상하고 미리 꿈꾸는 사람들의 공간이에요. 책 이야기도 하고 희곡 대본도 읽어요. 클래식 기타도 배우고 여행 콘서트, 강연회도 열어요. 여행, 캠핑, 트레킹 등 아웃도어스쿨도 열고요. 가끔은 ‘터놓고 이야기해요’ 같은 자리도 만들어요. 가족끼리라도 밥상머리에서는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다른 사람들이 미처 모르고 지나가 섭섭했던 이야기들을 같이 모인 자리에서 말하는 거죠. 이 모든 행사들은 미리 계획한 것들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들이죠.”

이상은씨의 사진에는 늘 행복과 기쁨, 웃음이 있다. 
중국 샹그릴라 쪽으로 트레킹 갔을 때 이족 여인들과 함께.
이상은씨의 사진에는 늘 행복과 기쁨, 웃음이 있다. 중국 샹그릴라 쪽으로 트레킹 갔을 때 이족 여인들과 함께.

Q 매장 매출에도 도움이 좀 되나요?

A “가끔 ‘산책’을 드나드시는 고객들께서 ‘옷이라도 한 벌 사드려야 하는데 미안해요’라고 하세요. 그러면 저희 직원들은 이렇게 말한답니다. ‘등산복 안 사도 되니까 더 자주 오시고 밖에서 좋은 소문 많이 내주세요’라고요. 실제로 그런 소문들이  나서 단체복 주문 같은 걸로 이어진 경우도 많이 있었어요. 본사에서도 아웃도어 업체로서 이런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을 운영하는 것에 큰 힘이 되어 주시죠.”

Q 앞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으세요.

A “제 사진의 기본 키워드는 ‘행복·기쁨·웃음·희망’이에요. 산 사진이거나 풍경 사진이거나 어떠한 사진에라도 사람이 있는 것이 좋아요. 수많은 오지를 다니면서 사람이 힘이고 사람이 희망이란 걸 깨달았거든요. 앞으로도 그런 사진작업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잘하진 못하지만 좋아하는 글도 자주 쓰고 싶고요. 그래서 3월엔 부탄에 가보려고 해요.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라고 하잖아요. 거기엔 또 어떤 기쁨과 웃음이 있는지 알고 싶어요. 파타고니아와 라다크도 다시 갈 예정이고요.”

Q 참, 2월에 여성산악회 콘서트가 열리죠. 한국여성산악회 이사님으로서 홍보의  말씀해 주시죠.

A “엇, 감사합니다. 네 여러분, 한국여성산악회의 제8회 희망나눔콘서트가 2월 7일, 수요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립니다. 해가 갈수록 개최에 힘이 부치지만 올해도 다시 열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작은 정성이 이웃을 돕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여러 가수들의 공연과 즐거운 산 노래가 있는 자리이니 꼭 오세요.”

그녀의 인터뷰가 끝나자 다른 자리에서 회의를 마친 남편 김성선씨가 다가왔다. 산꾼이었던 그는 숲 해설가 공부를 시작하며 국내외의 오지를 다녔고 허영만 화백과 한반도 해안선을 요트로 일주했으며, 네팔 히말라야를 트레킹하며 현지 아이들에게 학용품과 생필품을 나누기도 하는 ‘행복한 오지탐험가’다.

“김연아도 아닌데 뭐 이런 인터뷰까지 하냐”고 짓궂게 농담을 던지면서도 사진 촬영을 위한 소품 정리를 마다하지 않는 ‘거칠지만 내 여자에게만은 따뜻한 남자’이다. 부부 탐험가로 동반 인터뷰를 했으나 사정상 함께하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매장 근처의 단골 오삼불고기 집으로 가 인터뷰 뒤풀이를 했다.

공통적으로 산 좋아하고, 사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는데 술 마시는 것까지 함께 좋아하니 참으로 ‘러브러브’하다. 기자는 운전 때문에 술 한 잔 마시지 않았는데도 취기가 올랐다. 부부가 퍼뜨린 ‘해피바이러스’ 때문이었다. 소주 한 잔 놓고 홀짝이는 것이 못내 아쉬워 다음에는 고속버스나 KTX를 타고 와 이들을 만나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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