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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경상도의 산|천왕산 582.6m / 경남 고성군 고성읍·대가면] 본래 이름 되찾은 고성의 주산이자, 조망 명산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8.02.07 09:47
  • 수정 2018.02.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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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산~천왕산~무량산~철마봉~서재봉 잇는 13.5km 조용한 종주산행

천왕산 오름길에 내려다 본 고성 일대. 너른 저수지와 들판이 눈길을 끈다.
천왕산 오름길에 내려다 본 고성 일대. 너른 저수지와 들판이 눈길을 끈다.

경남 고성의 진산은 무량산無量山이다. 1765년(조선조 영조41)에 펴낸 <여지도서輿地圖書>에 ‘무량산은 현 서쪽 10리에 있으며, 진주 지리산으로부터 와서 진산이 되었다. 천왕점天王岾, 점은 산마루 또는 산은 현 북쪽 15리에 있으며 무량산으로부터 왔다無量山 在縣 西十里 自晉州 智異山來 爲 鎭山, 天王岾 在縣 北十五里 自無量山來’는 기록이 있어, 산줄기의 근원과 함께 고성의 주산임을 알 수 있다.

지난 2014년 4월 4일 국토지리정보원은 지명 변경 고시를 발표했다. 이때 고성의 산봉우리 4개의 이름이 바뀐다. 천왕산, 무량산, 철마봉, 서재봉이다. 일제강점기인 1926년 일제가 지도를 만들면서 주산인 무량산을 대곡산으로, 천왕산을 무량산으로 표기해 천왕산의 지명은 삭제해 버렸다. 또 철마봉은 철마산, 서재봉은 천황산으로 불리어 왔다. 이 지역 향토연구가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본래 산 이름을 되찾은 것이다.

햇빛이 들지 않을 만큼 빽빽한 편백나무 숲을 벗어나면 화리재에 닿는다.
햇빛이 들지 않을 만큼 빽빽한 편백나무 숲을 벗어나면 화리재에 닿는다.

천왕산과 무량산은 낙남정맥의 산이며, 철마봉은 낙남정맥 무량산에서 분기한 통영지맥의 첫 봉우리이다. 천왕산은 582.6m로 고성에서 제일 높지만, 산꾼들의 발길이 뜸해 고즈넉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또 봉화산에서 천왕산으로 이어진 능선 곳곳에 좋은 전망터가 있어 멋진 풍광을 감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번 산행은 이름이 정리된 4개의 산에 봉화산을 추가한 5개의 산을 밟는 코스다. 대가면 양화리에서 시작해 봉화산(348m)~천왕산~무량산(544.9m)~철마봉(416.9m)~서재봉(193.1m)을 거쳐, 연지리 평동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끝내는 약 13.5km 코스다.

산행 들머리는 양화마을 입구 버스정류장인 경로당이다. 대가면 소재지로 연결되는 신작로를 걷는다. 고개를 오르며 뒤돌아 본 양화마을은 천왕산 산릉이 울타리처럼 둘러싸고 있어 아늑하고 포근해 보인다. 15분 정도면 코투레골을 지나 고갯마루에 닿는다. 천왕산 등산 안내판이 있다. 산길이 시작되는 초입이다. 산길은 비교적 잘 정리된 외길로 헷갈릴 만 한 곳은 없다.

소나무가 빽빽한 숲길이며 경사가 완만해 발걸음이 가볍다. 15분쯤이면 나무 의자가 놓인 226.1m봉을 지난다. 한 굽이 내려서서, 안부에서 다시 올려치면 충효테마파크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길. 대가면 유흥리에 있는 충효테마파크는, 200년 전 이곳 마을에 살았던 효자 이평李平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연 속에서 체험활동을 통해 충효사상을 익힐 수 있도록 조성했다.

갈림길에서 직진한다. 경사가 가파르다 싶더니 봉수대 터다. 경남도 기념물 제221호인 옛 ‘고성 천왕점 봉수대’로 통영 도산면의 우산봉수를 받아 고성 동해면의 곡산봉수에 연결하는 기능을 했다. 허물어져 흔적만 남은 봉수대 주변은 대나무가 숲을 이뤘다. 대숲을 빠져나와 봉화산烽火山 정상을 통과한다. 잠시 내려서면 양화리로 빠지는 샛길이 있는 안부. 이제부터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나뭇가지 사이로 주변 산세와 전망이 살짝살짝 드러난다. 능선길은 낙엽에 덮여 미끄럽다. 때로는 바윗길도 만난다. 554.6m봉을 앞두고 전망 좋은 곳이 있다. 벽방, 거류, 구절산과 당항만, 고성읍내와 고성만의 정경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뒤로는 통영의 산을 비롯해 바다에 떠있는 욕지, 두미, 사량도가 한낮의 햇볕 아래 보석처럼 빛난다. 발아래로 양화마을이 엎드렸고, 양화저수지와 대가저수지는 햇볕을 받아 은빛물결을 이룬다.

554.6m봉을 지나면 이내 낙남정맥길이다. 북쪽 큰재로 내려서는 갈림길에 제법 많은 표지기가 달렸다. 여기서부터 천왕산을 지나 무량산까지는 정맥길을 따르게 된다. 곧이어 큰 바위를 돌아 오른다. 북동쪽으로 이어가는 낙남정맥의 깃대봉, 여항산, 무학산 등 함안, 창원의 산이 조망된다. 가깝게는 고성의 어산, 혼돈산, 연화산, 성지산, 학남산, 백운산이 어깨를 맞대고 있다. 온통 산 너울이 요동을 친다. 576.1m봉을 넘으면 북서쪽 멀리 백설의 왕관을 쓴 지리산 천왕봉이 눈앞에 다가온다.

576.1m봉의 바위에서 경치를 감상한다. 낙남정맥을 비롯해 함안, 창원, 고성의 산 너울이 요동을 친다.
576.1m봉의 바위에서 경치를 감상한다. 낙남정맥을 비롯해 함안, 창원, 고성의 산 너울이 요동을 친다.

소나무 숲길로 내려서면 천왕산 정수리가 드러난다. 완만한 산길은 솔가리로 푹신푹신하다. 이정표(봉화산 2.2km, 화리재 1.0km)가 선 갈림길에서 천왕산은 5분 거리. 나중 되돌아 나와야 한다. 정맥에서 약간 비켜난 천왕산天王山 정상에는 새로운 표지석이 서서 고성의 정기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이번 산행에 동행한 김태영 선생은 “천왕산은 조망이 좋아 심심하지 않다”며 “그런데 내가 낙남정맥을 할 때는 무량산이었는데 정상석이 천왕산으로 바뀌어 혹시 다른 산에 온 것 아닌가 착각했다”고 말한다. 그는 남한의 대간과 정맥은 물론이고, 167개의 지맥까지 끝낸 건각으로 고희를 넘긴 나이에도 산행을 하는 열정을 과시하고 있다.

천왕산 정상에는 새로운 표지석이 서서 고성의 정기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천왕산 정상에는 새로운 표지석이 서서 고성의 정기를 지키고 있는 듯하다.

고을의 진산 노릇한 철마봉

갈림길로 되돌아 나와 화리재로 향한다. 제법 경사가 가파르다. 임도를 만나면서 양화리 수치골로 하산할 수도 있다. 정면 산길로 이어가면 편백숲이다. 햇빛이 들지 않을 만큼 빽빽한 숲길을 벗어나면 화리재에 닿는다. 네 갈래 임도가 교차하는 갈천 임도 자전거 길. 평상이 있어 쉼터로 좋고, 임도 따라 양화리로 하산할 수도 있다.

다시 올려치는 산길은 분명하지만 거칠다. 가파른 경사에 잡목과 청미래덩굴이 가로막는다. 530.7m봉을 지나면 경사는 완만하나 산길은 여전히 잡목이 거치적거린다. 462m봉은 양화저수지로 잇는 능선의 분기점. 직진하면 산길은 철망을 따라 이어지고, 485.2m봉에서 왼편 능선으로 꺾어 성주 배씨묘에 다다른다. 다시 오른쪽으로 틀어 임도를 따르면 곧 포장도로. 도로 따라 120m 정도 아래로 이동해 무량산으로 향한다. 무량산이 가까워질 무렵 철망은 끝난다. 결국 농장에서 설치한 철망이 정맥의 마루금을 끊어버린 꼴이다.

무량산 직전 통영지맥 갈림길이지만 일단 산정에 오른다. ‘헤아릴 수 없다’는 아리송한 뜻의 무량산無量山에는 삼각점(충무 401, 1986 재설)과 돌탑만이 정상을 지킨다. 대곡산에서 본래의 제 이름을 찾은 무량산은 고성의 중심 산이다. 낙남정맥이 지나며, 남서쪽은 와룡지맥, 남동쪽으로는 통영지맥이 뻗어가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무량산에서 철마봉으로 내려서는 능선 길에 걸린 팻말을 바라보는 김태영 선생.
무량산에서 철마봉으로 내려서는 능선 길에 걸린 팻말을 바라보는 김태영 선생.
키보다 높이 자란 억새 너머로 고성읍내를 거쳐 벽방산을 지나는 통영지맥의 산릉이 또렷하다.
키보다 높이 자란 억새 너머로 고성읍내를 거쳐 벽방산을 지나는 통영지맥의 산릉이 또렷하다.
낙남정맥과 무량산을 뒤로하고 갈림길에서 동쪽으로 꺾는다. 철마봉으로 내려서는 능선 길이다. ‘통영지맥 분기점 준·희’라는 팻말이 걸렸다. 키보다 높이 자란 억새 너머로 철마봉에서 고성읍내를 거쳐 벽방산을 지나는 통영지맥의 산릉이 또렷하다. 능선길은 의외로 좋아 큰 어려움이 없다. 경사도 완만해 그다지 힘들지 않다.

올라선 철마봉鐵馬峯은 암봉으로 조망도 뛰어나다. 봉화산~천왕산~무량산을 이어 지나온 산행 코스를 한눈에 읽을 수 있다. 서쪽으로 수태산, 향로봉으로 뻗어가는 와룡지맥도 가까이 보인다. 철마봉은 고을 현령이 1년에 두 번 제를 지낸 실질적인 진산 노릇을 한 봉우리라고 한다.

철마봉에서 능선 길로 내달으면 삼각점(충무 404, 1986 복구)과 묘지가 있는 301.8m봉을 지나 통영지맥 갈림길에 닿는다. 묘지가 있는 능선 분기점에서 통영지맥길을 이탈해 묘지 왼쪽으로 잇는다. 측백나무 조림지 사이로 내려서다가 마을 뒤 야산 같은 서재봉書齋峯에 닿는다. 옛날 산자락에 서재가 있어 서재골 또는 서재산이라 했단다. 그런데 지형도에는 천왕산 또는 무량산이라 잘못 표기해 왔었다. 산길 따라 내려서면 마을 어귀에 느티나무와 휴식공간인 데크가 보인다. 평동마을회관을 지나면 평동 버스정류장이다.
동아지도 제공
동아지도 제공
산행길잡이

양화리 경로당(버스정류장)~천왕산 등산안내도~봉화산~천왕산~무량산~철마봉~ 서재봉~연지리 평동마을 버스정류장 <7시간 30분소요>

교통

대중교통편은 고성읍 고성여객버스터미널(055-674-0081)에서 양화리행 군내버스를 확인한 후 승차한다. 양화리행 버스는 오전 6시55분, 9시45분 두 차례밖에 없다. 산행 후 평동 버스정류장에서 고성여객버스터미널로 돌아오는 버스 시간도 미리 알아둬야 한다. 버스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다면 고성콜택시(055-674-7114)를 이용한다. 요금은 고성읍에서 양화리까지 1만 원, 평동마을에서 고성읍까지는 7,000원 안팎.

숙식(지역번호 055)

숙식은 고성읍내에서 해결하면 된다. 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곳에 VOV모텔(673-0111), 윌든모텔(674-4337), 아미가모텔(674-0043) 등 숙소가 있다. 맛집으로는 소곱창 전골이 전문인 대장금식당(674-6597), 해물 위주의 탕, 찜, 뚝배기가 전문인 신학식당 (672-7878), 고성시장 안의 영화식당(673-4209)은 맑은 국물의 아구탕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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