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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경상도의 산|구미산 594.4m|경북 경주시 건천읍·현곡면] 최제우가 나고 득도한 동학의 성지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8.03.08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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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의 고향 가정리와 보물 용명리 3층 석탑 잇는 경주국립공원 산행

구미산 능선 길의 전망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구미산 뒤로 인내산을 비롯해 낙동정맥의 관산(왼쪽 멀리)까지 드러난다.
구미산 능선 길의 전망은 그야말로 일품이다. 구미산 뒤로 인내산을 비롯해 낙동정맥의 관산(왼쪽 멀리)까지 드러난다.

낙동정맥이 영천과 경주를 가르며 내려오다 어림산(510.4m) 지나 마치재 서남쪽 467.8m봉에서 하나의 산줄기가 분기한다. 갈라진 산줄기가 남쪽으로 뻗어 내리며 세운 첫 번째 산이 구미산龜尾山(594.4m)이다. 이후 용림산龍林山(525.6m)을 지나 선도산仙桃山(380.6m)까지 이어지며 산자락에는 많은 문화 유적을 품고 있다. 구미산 동쪽 현곡면 가정리 일대에는 동학사상의 성지이며, 서쪽 건천읍 용명리 탑골에는 보물 908호인 경주 용명리 3층석탑이 있다. 

경주를 둘러싼 산 중 금오산을 ‘남산’이라 칭한다면 구미산은 ‘서산’이라 한다. 구미산은 구무산으로도 부르며, 옛날 홍수가 났을 때 이 산이 거북이 꼬리만큼만 남아 구미산이라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신라시대에는 이산伊山 또는 개비산皆比山이라 불렀다. <삼국유사>에 의하면 손씨의 시조이며 무산茂山 대수촌大樹村의 촌장인 구례마俱禮馬 공이 하늘에서 구름을 타고 내려온 곳이라 한다. 또 예부터 나라에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지내던 우사단雨祀壇이 있었던 산이다.

천도교의 성지로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 선생이 득도했다는 용담정.
천도교의 성지로 동학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 선생이 득도했다는 용담정.

구미산은 경주국립공원구역이다. 경주국립공원은 1968년 12월에 토함산(76.95㎢), 남산(21㎢), 대본(4.1㎢)지구가 우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이후 1971년 11월에 서악(4.3㎢), 화랑(3.9㎢), 소금강(6.8㎢), 단석산(14㎢)지구가, 1974년에는 구미산(6.11㎢)지구가 추가되었다. 구미산 일대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것은 천도교의 모체인 동학의 성지인 까닭이다. 가정리는 수운 최제우 선생의 탄생지다. 또 용담정이라는 동학의 창시와 관계되는 유적으로 인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어서 산의 무게를 더해 준다. 뿐만 아니라 색다른 경주의 역사유적을 만나는 기회이기도 하다. 또 능선 길 곳곳에서 만나는 전망은 일품이다.

산행은 천도교 용담성지 입간판이 서있는 가정3리(용담정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시작된다. 용담정을 둘러보는 것을 시작으로 401m봉~박달재 갈림길~구미산 정상~589m봉~돌탑봉~형제바위~용림산~용명리 3층석탑~용명3리 버스정류장을 잇는 9.5km 코스다.

가정3리 버스정류장에서 용담정까지는 1.3km. 용담정으로 가는 포장도로 양편의 가로수는 은행나무다. 아직은 헐벗은 나목이지만 잎이 노랗게 물든 가을이면 제법 운치를 더해 줄 것 같다. 은행나무를 보러 오는 사람도 더러 있을 법하다. 이곳 가정리 일원은 동학이라는 민족종교의 창시자 최제우 선생이 나고 자라서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득도를 하고, 41세에 관군에게 붙잡혀 참형될 때까지 살았으며, 사후 묻힌 곳이기도 하다.

1 용담정에서 구미산으로 오르는 산길은 경사가 심한 비탈길이다. 2 형제바위 남쪽 산등성이로 기어오르는 모습의 두꺼비바위.
1 용담정에서 구미산으로 오르는 산길은 경사가 심한 비탈길이다. 2 형제바위 남쪽 산등성이로 기어오르는 모습의 두꺼비바위.

용담정 주차장을 지나 포덕문으로 들어가 최제우 선생의 동상을 왼쪽에 두고 오른다. 수도원, 성화문을 지나 용담교를 건너면 용담정龍潭亭이 자리하고, 가장 높은 곳에 용추각龍湫閣이 있다. 용담정은 1974년 새로 지은 건물로 <용담유사>

에 나오는 옛 용담정은 아니라 한다. 선생이 스스로 ‘용이 서린 연못의 물이 흘러 네 바다의 근원이 된다龍潭水流四海原’고 말한 것처럼 세상을 이끌어 나갈 진리가 처음 열린 후천개벽의 성지다. 본디 용담정은 선생의 할아버지가 선생의 아버지(근암 최옥)를 공부시키기 위해 처음 지었던 용담정사였다. 이를 선생이 천하를 주유하다 돌아와 용담정이라 고쳐 부르고 수도에 전념하던 중 득도한 곳이다.

용담정을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되돌아온다. 주차장 한쪽에 있는 낡은 화장실 옆에 이정표(구미산 정상 2.1㎞)가 있어 등산로를 찾는 데 어렵지 않다. 개울을 건너 산길로 오르면 월성최씨 쌍묘가 있다. 능선 길은 계곡과 달리 햇볕이 따스하게 내리쬐어 좋다. 차츰 경사가 심한 비탈길은 숨소리를 거칠게 한다. 평해황씨 묘를 스치듯 지나 오르면 401m봉에 다다른다. 숲으로 둘러싸인 산봉우리에 월성최씨 묘가 널찍하게 자리한다. 숨을 고르며 수통의 물로 목을 축인다.

잠시 내리막길이다. 진달래나무가 군락을 이룬다. 안부에서 다시 올려치는 산길에는 로프가 걸려 있으나 경사는 그다지 급하지 않다. 통나무 계단 길로 올라서면 주능선. 박달재 이정표를 만나지만 실제 박달재는 능선 북쪽 약간 떨어진 곳이다. 갈림길에서 주능선을 따라 남쪽 방향으로 꺾어 든다. 주능선에 올라선 여유를 부리기도 전에 헬기장을 만나고 곧 구미산 정상에 닿는다.

산정에는 2004년 경주일요산악회에서 세운 오석의 정상석과 삼각점을 비롯해 돌탑과 조망 안내도, 이정표 등이 있다. 가뭄 때 비가 내리도록 기우제를 지냈던 무제장바위는 어느 것인지 알 수 없다. 동쪽 가까운 곳의 어림산, 금곡산, 금욕산, 황수등산, 안태봉 등은 나무로 인해 시원스럽지 못하다. 수운 최제우 선생의 생가 마을도 잘 보이는 곳이지만 미세먼지로 인해 시계가 좋지 않다.

하산길의 전망대, 형제바위

정상에서 주능선 따라 남쪽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정상을 떠나 얼마 지나지 않아, 등산로에서 약간 벗어난 능선에 바위지대가 있다. 바위에 오르니 정상에서 볼 수 없었던 주변 풍경이 활짝 열린다. 가까운 마을을 비롯해 동쪽으로 무장산, 함월산, 토함산 줄기가 미세먼지 가운데서도 뚜렷하다. 아쉽게도 동해는 날씨 탓에 구분할 수 없다. 남쪽으로는 옥녀봉, 선도산, 벽도산을 비롯해 경주 시내와 그 너머로 남산이 희뿌옇다.

정상석과 삼각점을 비롯해 돌탑과 조망 안내도, 이정표가 있는 구미산 정상.
정상석과 삼각점을 비롯해 돌탑과 조망 안내도, 이정표가 있는 구미산 정상.

용림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면 이내 용담정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으로 용담정 내려서는 하산길이 뚜렷하다. 자가용을 이용한 원점회귀 산행에서 이용하는 코스이기도 하다. 갈림길을 지나면 산길은 평탄하게 이어진다.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능선 길에 인적이라곤 느낄 수 없는 한적함이 묻어난다.

구미산에서 용림산으로 이러진 능선에는 고만고만한 산봉우리 두세 개가 있다. 그렇지만 고도차가 적어 산길은 큰 오르내림이 없다. 아무런 특징 없는 589.1m봉을 넘는다. 연일정씨 묘를 지나 전망이 좋은 형제바위에 오른다. 발아래로 용곡저수지와 건천읍내가 보이고, 건천공단 너머로 오봉산과 주사산, 사룡산을 비롯해 김유신 장군이 단칼로 돌을 쪼갰다는  단석산이 하나의 산군을 이루고 있다. 형제바위는 구미산 주능선에 남북 100m 간격으로 떨어져 건천읍을 바라보고 있다. 산등성이로 기어오르는 모습의 두꺼비바위도 가까이 보인다.

구미산 돌탑봉에 서면 정상에서 볼 수 없었던 어림산, 금곡산, 금욕산, 황수등산, 안태봉 등이 훤하다.
구미산 돌탑봉에 서면 정상에서 볼 수 없었던 어림산, 금곡산, 금욕산, 황수등산, 안태봉 등이 훤하다.

발걸음을 옮기면 주능선 왼쪽의 툭 트인 곳에 도드라진 봉우리가 있다. 크고 작은 10여 기의 돌탑이 있는 봉우리이다. 조망도 좋다. 정상에서 볼 수 없었던 어림산, 금곡산, 금욕산, 황수등산, 안태봉 등이 훤하다. 20번국도는 현곡벌을 가로질러 말구불터널로 빨려 들어간다. 다시 능선 길에서 지형도상의 형제바위에 선다. 구미산 뒤로 인내산은 물론 낙동정맥의 관산도 그 모습이 선명하다.

영천이씨 묘를 지나면 곧 탑골 갈림길. 참고로 나중 하산길이다. 10분이면 다녀오는 용림산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용림산 정상은 평평하다. 용림산이라는 비닐 코팅지가 걸렸다. 숲으로 둘러싸여 조망도 없다. 하산은 갈림길로 되돌아와서 서쪽 탑골로 내려선다. 찾는 사람이 없는지 산길은 조금 거칠고 희미하다. 그러나 능선만 잘 따르면 길 흔적은 있다. 50여 분 길을 헤치고 빠져나오면 나주임씨 묘를 만나고 곧 용명리 3층석탑이다.

용명리 3층석탑은 지난해 경주 지진으로 상단 탑신부가 박리되는 피해를 입었다. 기단의 구성과 탑신을 받치는 굄돌, 지붕돌받침의 조각수법으로 보아 통일신라의 전성기인 8세기 중엽에 세워진 탑이란다. 1943년 탑을 해체해 수리할 당시 탑신부에서 청동불상 1구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석탑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용명3리 버스정류장이다.

동아지도 제공
동아지도 제공

산행길잡이

가정3리(용담정 입구) 버스정류장~용담정~401m봉~박달재 갈림길~구미산 정상~589m봉~돌탑봉~형제바위~용림산~용명리 3층석탑~용명3리 버스정류장 <5시간 소요>

교통

대중교통편은 경주 시외버스터미널(1666-5599) 앞에서 산행 들머리인 현곡면 가정3리 버스정류장까지 230번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버스는 하루 9차례(06:10, 07:15, 09:00, 11:00, 12:40, 14:50, 16:15, 17:50, 19:50) 다닌다. 탑골 용명3리 버스정류장에서 경주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는 14:00, 15:30, 17:40에 있다.

숙식(지역번호 054)

경주는 호텔을 비롯해 장급 여관은 물론 콘도까지 있어 숙박에는 큰 불편이 없다. 경주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숙박시설이 많다. 맛집으로는 경주시 숲머리길 205(보문동)의 두갈고(774-8999)는 두부조림, 갈치조림, 고등어조림 전문. 옛 건물이 고스란히 보존된 경주 황리단길(경주시 첨성로 77)의 별채반 교동쌈밥(773-3322)은 쌈밥이 주 메뉴지만 경주시에서 지정한 음식점에서만 판매가 가능한 곤달비비빔밥, 6부촌육개장을 맛볼 수 있는 경주 한정식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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