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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 경상도의 산 | 토곡산 855.3m | 경남 양산시 원동면] "올라갈 때 토하고 내려가며 곡한다"는 짜릿한 바위산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8.04.1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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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내림 많고 바윗길 많아 거리에 비해 힘들지만, 장쾌한 경치 가득해

정상과 서룡리 갈림길을 지나면 낙동강 물줄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상과 서룡리 갈림길을 지나면 낙동강 물줄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올해는 한파가 심해서인지 지난해에 비해 개화시기가 10일 정도 늦다고 한다. 어쩌면 4월 초에도 매화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토곡산은 매화 천국이다. 초봄이면 낙동강변을 수놓은 매화가 산꾼의 피로를 풀어 주기에 충분하다.

토곡산 산세는 가파르고 다소 거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방면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보면 결국 찾는 사람이 많다는 증거요, 악산惡山이 아니라는 의미가 될 수도 있겠다. 어쨌든 정상에 올라 바라보는 조망이 압권이다. 사방으로 펼쳐진 멋진 경치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토곡산土谷山은 계곡谷은 그렇다 쳐도 흙土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1960~1970년대 등산을 했던 선배들은 토곡산을 “올라갈 때 토하고, 내려가며 곡한다”는 부산 근교의 악산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악산의 기준은 뭘까? 아마도 ‘물이 귀하고, 곧추세우다시피 한 급경사의 산세에 까칠한 바위가 많은 산’이기 때문에 그런 악명을 얻은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에야 등산장비가 좋아 오히려 악산을 찾는 산꾼이 많다 보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산행은 구포국수 버스정류장에서 시작해 지장암~물맞이폭포~596.3m봉~622.3m봉~토곡산 정상~730.5m봉~석이봉(555m)~원동초등학교~원동역 순이다. 비교적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이 코스는 정상까지 북서릉의 암릉을 잇는 스릴을 체험할 수 있다. 하산은 석이봉을 거쳐 교통편이 원활한 원동역이 종점이며 산행거리는 약 9.5km. 거리에 비해 산행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전망데크가 있는 토곡산 정상. 일망무제의 특급 조망지로 영남알프스와 굽이치는 낙동정맥의 산줄기가 훤히 드러난다.
전망데크가 있는 토곡산 정상. 일망무제의 특급 조망지로 영남알프스와 굽이치는 낙동정맥의 산줄기가 훤히 드러난다.

토곡산 북서릉의 들머리 찾기는 어렵지 않다. 구포국수 버스정류소에서 도로를 따라 배내골 방향으로 100m쯤 가면 도로변 작은 공터에 이른다. 지장암을 알리는 팻말과 이정표(함포 A-1)가 있다. 곧장 계곡을 끼고 오른다. 곧이어 만나는 지장암은 가건물 형태의 법당에 암자치고는 초라해 보인다. 특이하게도 절집 마당에는 태극기가 펄럭인다.

암자를 지나 까탈진 너덜길로 오른다. 계곡을 중심으로 거대한 암벽이 병풍을 친 것처럼 산허리를 둘렀다. 다가서고 보니 암벽에 걸린 폭포가 여간 아니다. 토곡산 산행 중 유일하게 물을 만나게 되는 물맞이폭포다. 갈수기지만 물줄기는 살아 있는지 채 녹지 않은 얼음기둥 밑으로 졸졸졸 물소리가 들린다. 비가 내린 후 찾으면 제법 웅장함을 자랑하겠다.

토곡산의 명소인 물맞이폭포. 채 녹지 않은 얼음기둥 밑으로 졸졸졸 물소리가 들린다.
토곡산의 명소인 물맞이폭포. 채 녹지 않은 얼음기둥 밑으로 졸졸졸 물소리가 들린다.

폭포를 왼쪽에 두고 오르던 산길은 폭포 위에서 계곡을 건넌다. 곧바로 만나는 이정표(함포 A-2)는 토곡산 정상까지 2.9km를 알린다. 가파른 비탈길의 시작이다. 그나마 갈 지之자 길이라 다소 수월한 편이다. 산행 들머리가 해수면에 가까운 해발 20m이고, 정상의 높이는 855.3m로 인근의 영남알프스 1,000m 높이의 산을 오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호락호락한 산이 아니어서 한바탕 땀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주능선이 가까워질 무렵 주변 전망이 트인다. 산행을 시작했던 함포마을 일대는 원동천을 따라 펼쳐진 미나리꽝 하우스가 즐비하다. 3월 한 달간 이어지는 원동 청정미나리축제는 3월 중 열리는 배내골 고로쇠축제, 원동 매화축제와 더불어 이곳의 봄맞이 축제로 유명하다. 건너편 천태산은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고, 굽이치며 휘도는 낙동강의 유장한 흐름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강 건너 무척산, 석룡산, 금동산, 신어산은 물론 산자락을 뚫고 지나는 대구부산고속국도가 눈길을 붙잡는다.

함포 A-4 이정표를 지나면 능선길은 거칠어진다. 바윗길에 낙엽마저 수북이 쌓여 산꾼의 발걸음을 더디게 한다. 주능선이 시작되는 596.3m봉은 이정표(토곡산 2.0km)만 서있다. 조금 더 진행하면 나지막한 암봉이다. 전망이 트여 토곡산의 산세를 어느 정도 읽을 수 있다. 진행할 북서릉의 등줄기도 파악되며, 등마루 끝 제일 높은 정상도 보인다.

토곡산 정상을 바라보고 내려선다. 급경사에 낙엽이 깔려 제법 미끄럽다. 잠시 후 북쪽으로 전망이 열린다. 금오산에서 배내고개를 넘어 염수봉. 그 뒤로 영남알프스의 연봉들이 하늘에 맞닿았다. 깊숙한 산골짜기에 터를 잡은 마을도 아늑해 보인다. 한 굽이 넘으면 여러 형태의 암릉이 연속된다. 오르내림이 잦다. 정면으로 북서릉의 등마루가 훤하다. 너덜 길을 지나면 말뚝에 로프를 연결한 바윗길이다. 내려선 안부는 함포마을 갈림길.

짜릿한 고도감을 즐길 수 있는 토곡산 북서릉 암릉 구간. 주변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전망대다.
짜릿한 고도감을 즐길 수 있는 토곡산 북서릉 암릉 구간. 주변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전망대다.

다시 오르막길로 가면 난이도 높은 암릉을 잇따라 만나게 된다. 처음엔 맨손으로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지만 갈수록 토곡산의 험준한 본색이 드러난다. 그렇다고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우회로가 있고, 위험지역은 로프가 있어 안전하게 오를 수 있다. 다만 암릉 양쪽이 절벽이기에 추락에 주의해야 한다. 또 암벽에 걸린 로프가 안전한지 한두 번 당겨보는 점검도 필요하다. 대신 근육질의 암릉에서 느끼는 짜릿하면서도 장쾌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탁 트인 암릉 자체가 전망대라 주변 경치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622.3m봉을 넘으면 암릉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조망도 시원해 주변의 산군은 물론 일대의 선장마을, 함포마을 그리고 원동천과 낙동강이 발아래로 내려다보인다. 바위에 뿌리를 내린 노송은 주변 절경과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토곡산 0.2km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급경사의 짧은 암벽을 올라 토곡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은 일망무제의 특급 조망터

(윗쪽 사진) 주능선에 이르면 전망이 트여 영남알프스 연봉들은 물론 깊숙한 산골짜기에 터 잡은 마을도 아늑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아랫쪽 사진) 토곡산 정상을 벗어나면 낙동강 건너편으로 낙남정맥의 마루금이 꿈틀거린다.
(윗쪽 사진) 주능선에 이르면 전망이 트여 영남알프스 연봉들은 물론 깊숙한 산골짜기에 터 잡은 마을도 아늑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아랫쪽 사진) 토곡산 정상을 벗어나면 낙동강 건너편으로 낙남정맥의 마루금이 꿈틀거린다.

정상 표지석 앞으로 넓은 데크가 깔려 있다. 토곡산 정상은 일망무제의 특급 조망터다. 북쪽과 동쪽으로 영남알프스의 산봉우리와 굽이치는 낙동정맥의 산줄기가 뚜렷하다. 낙동강 건너편으로는 낙남정맥의 마루금이 꿈틀거린다. 멀리 밀양 시가지와 그 뒤 화왕산, 비슬산은 물론 부산의 금정산, 황령산과 가덕도 주변의 바다 조망도 좋다.

사방팔방 거침없이 넘실거리는 산 너울의 장관은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하산은 정상에서 남쪽 능선을 따른다. 첫 삼거리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꺾는다. 동쪽은 복천정사(복천암) 방향으로 선암산 매봉을 거쳐 물금 오봉산이나 영남알프스로도 연결된다. 두 번째 서룡리 갈림길에서 원동역 방향은 오른쪽 능선이다. 우회로가 있지만 능선 길을 따르면 낙동강 하류 풍광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멀리 부산 문현동 국제금융센터 빌딩이 우뚝하다. 우회로를 버리고 곧장 오르면 730.5m봉. 돌탑과 오래된 소나무가 버티고 선 갈림길이다. 여기서 원동초교 방향이 아닌 함포마을 쪽 능선으로 내려서면 석이봉을 만난다.

석이버섯이 많이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잠시 공룡의 등뼈처럼 뼈대가 굵은 북서릉을 비롯해 지나온 길을 더듬어 본다. 석이봉에서 산길은 다시 함포마을과 원동초교로 갈린다. 낙동강을 바라보며 원동초교 방향으로 하산한다. 함포마을 방향은 자가용을 이용한 원점회귀 산행 때 찾는 코스다. 석이봉에서 내려서면 경사진 바윗길이 까칠하다. 반면 눈 아래로 펼쳐지는 낙동강과 주변 경치가 장관이다. 솔가리가 푹신푹신한 소나무 숲길을 벗어나면 제법 널찍한 길이다. 원동초교 지나 원동역까지는 한달음이다.

원동역에서부터 순매원까지 가는 길이 북적댄다. 이맘때쯤 원동역은 매화를 보기 위한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순매원 일대의 매화는 낙동강이 굽이치는 강변 야산을 수놓는다. 강과 매화, 그 사이로 달리는 기차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개화가 늦어 매화축제를 준비하는 이들이 걱정부터 한다. 토곡산 산행의 피날레는 꽃밭을 달리는 기차의 기적소리로 막을 내린다.

산행길잡이

구포국수 버스정류장~지장암~물맞이폭포~596.3m봉~622.3m봉~정상~730.5m봉~ 석이봉~원동초등학교~원동역 <총 5시간 30분 소요>

교통

대중교통은 부산 지하철 2호선 호포역에서 원동까지 세원교통(055-384-6612) 시내버스 137번이 있지만 원동 마을버스 연계 편이 불편하다. 오히려 경부선 무궁화호 열차(ARS 1544-7788)를 이용해 원동역에 내리는 것이 편하다. 원동역에 내리면 기차 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2, 3번 마을버스를 타고 구포국수 버스정류장에서 내린다.

숙식(지역번호 051)

원동은 양산시에 속하지만 교통편을 고려하더라도 숙식은 부산 구포역 주변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구포역 주변은 깨끗한 숙소가 많을 뿐만 아니라 유명한 구포시장이 있어 먹거리도 해결할 수 있다. 구포시장은 이름난 전통시장으로 구포역을 접하고 있어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특히 구포시장 안 먹자골목에는 구포국수를 비롯한 국밥, 족발, 횟집 등 저렴하고 맛난 맛집이 즐비하다. 구포시장 내 시장칼국수(335-1231)는 저렴한 술안주까지 있어 주당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구포원조 소머리국밥(010-7590-6043)은 고기의 양이 푸짐하기로 소문난 집이다. 원동은 최근 유명해진 원동 미나리에 삼겹살을 곁들인 식당이 많다. 원동역 주변에는 도토리나 메밀로 만든 묵무침이나 묵사발 음식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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