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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ㅣ경상도의 산] 백양산 641.3m │ 부산광역시 부산진·사상·북구

월간산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8.05.2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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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을 치마처럼 두르다
부산 시내 내려다보며 백양산 능선 산행

주지봉은 백양산에서 가장 옹골차고 스릴 넘치는 코스다. 칼날 같은 암릉 뒤로 구포 일대와 낙동강이 보인다.
주지봉은 백양산에서 가장 옹골차고 스릴 넘치는 코스다. 칼날 같은 암릉 뒤로 구포 일대와 낙동강이 보인다.
부산은 강원도 태백의 매봉산 천의봉에서 뻗어온 낙동정맥 끝자락이다. 백양산(641.3m)은 낙동정맥의 마루금을 이어주는 산이다. 북쪽으로 금정산에 맞닿아 있고, 남쪽에는 엄광산이 있어 정맥을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또한, 부산 시가지 한가운데를 지나며 시민들의 쉼터이자 허파 역할을 하는 녹색공간이다. 정맥과 함께 굽이치며 흘러 온 1,300리 낙동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5월이면 애진봉 일대를 연분홍으로 물들이는 철쭉이 장관을 이룬다. 북동쪽 산록에는 상록침엽수인 삼나무, 편백 등 각종 수목이 울창한 부산어린이대공원이 자리한다.

산기슭에 선암사, 운수사, 용문사 등 원효대사가 창건했다는 고찰이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고 풍성하다.

백양산은 전망이 좋아 부산 도심뿐만 아니라 해운대에서 가덕도, 진해, 김해, 양산까지 볼 수 있다. 멀리 상계봉과 금정산이 아슴푸레하다.
백양산은 전망이 좋아 부산 도심뿐만 아니라 해운대에서 가덕도, 진해, 김해, 양산까지 볼 수 있다. 멀리 상계봉과 금정산이 아슴푸레하다.

백양산白楊山이란 지명은 초읍 쪽 산록에 있었다는 백양사 절집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선암산仙巖山으로 불렸다. 이는 남쪽의 천년고찰 선암사仙巖寺에서 유래했으며, 서쪽 사상지역에서는 운수사雲水寺의 이름을 따 운수산雲水山으로 부르기도 했다. 조선시대 <좌수영지左水營誌> ‘병고조兵庫條’에는 ‘운수산을 봉산封山으로 정해 수군의 병선을 만드는 데 사용할 나무를 반출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버드나무의 일종인 사시나무白楊가 많아 유래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백양산은 도심지의 산이라 산행 코스가 다양하다. 산행은 대중교통편을 고려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고 풍광이 좋은 주지봉을 겨냥한 코스로 도시철도 2호선 냉정역에서 시작한다. 냉정역 6번 출구에서 주양초교~체육공원(샘터)~임도~삼각봉~애진봉~백양산 정상~불태령~주지봉~양덕여중~도시철도 2·3호선이 교차하는 덕천역까지 약 11km 거리다.

냉정역 6번 출구를 빠져나와 새마을 주례2동협의회 컨테이너 사무실 옆으로 튼다.

정면에 동서고가도로가 가로지르고 뒤로는 아파트가 즐비하다. 육교로 올라 고가도로 밑을 지나 주양초등학교 정문 앞을 통과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아파트 사이 인도 끝 부분 데크 계단을 오르면 산길이다.

백양산 숲길안내도 옆으로 침목 계단 길이다. 공기가 상쾌한 숲길이다. 백양정과 식수대, 운동기구와 벤치 등이 있는 체육시설은 인근 주민들의 휴식처다. 가파르게 한 굽이 올라서면 임도. 백양산 갈맷길안내도가 서있다. 이 임도는 부산의 둘레길인 갈맷길일뿐 아니라 백양산둘레길 트레킹 코스이기도 하다. 어린이대공원에서 선암사를 거쳐 북구 운수사까지 약 19.4㎞이다.

임도 건너 산길 초입에는 주례정 현판이 붙은 정자와 벤치가 있어 쉼터로 좋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백양산 줄기가 살짝 드러난다. 여기서부터 능선을 따라간다. 곳곳에 갈림길이 있지만 길잡이 역할의 이정표가 있어 헷갈릴 염려는 없다. 산길은 부드러운 듯하다가 나지막한 바위 봉우리를 넘는다. 다소 거칠고 경사가 가팔라진다 싶더니 갓봉(406m)이다.

아무런 표지는 없으나 멀리서 보면 갓을 닮았다는 갓봉은 바위로 이뤄져 있다. 주변 전망이 좋아 백양산의 모습이 훤하고, 사상과 강서구 일대를 비롯해 낙동강 건너 김해 벌판이 시원하다. 남쪽으로는 엄광산이 손에 잡힐 듯하고, 승학산 자락을 휘돌아가는 낙동강 하구와 가덕도가 한눈에 잡힌다. 왼쪽으로는 부산진구의 서면 일대와 황령산 자락에 자리한 국제금융센터, 감만부두가 조망된다.

도심에서 보기 드문 삼각봉 주변의 암괴. 물개바위로 명명된 괴석도 있다.
도심에서 보기 드문 삼각봉 주변의 암괴. 물개바위로 명명된 괴석도 있다.
이제부터는 낙동정맥 마루금을 밟고 간다. 388m봉을 넘으면 계림초교 갈림길 안부.

경사가 가파른 산길은 널브러진 바윗길이다. 곧 삼각봉 전망 쉼터에 닿는다. 이곳 전망 쉼터와 뒤이어 올라선 삼각봉(454m) 정상에는 데크가 설치돼 있다. 멀리서 볼 때 산봉우리의 형태가 삼각형을 닮았다. 삼각봉은 암괴로 이루어져 도심에서 보기 드문 풍경이다. 물개바위란 괴석도 있다. 삼각봉은 경치가 좋다. 낙동강이 바다와 만나 연출하는 풍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또 지나온 갓봉과 발아래로 신라대학이 내려다보인다.

  계단으로 내려선다. 곧 이정표가 선 안부 사거리. 신라대와 선암사 방향이 교차한다. 산길은 완만하고 부드러운 숲길이다. 돌탑이 선 봉우리를 지나 오르면 사방이 탁 트인 유두봉(589m)이다. 지나온 갓봉에서 보면 영락없는 여인의 젖꼭지를 닮았다.

멀리 지리산에서 김해까지 달려온 낙남정맥이 낙동강에 풍덩 뛰어드는 끝자락이 보일 만도 한데 미세먼지에 흐릿하다. 애진봉과 백양산을 쳐다보며 발길을 옮긴다.

운수사와 선암사 갈림길을 지나 곧 애진봉愛鎭峰에 닿는다. 거대한 표석과 유래비가 서 있다. 산봉우리라기보다는 애향심을 고취하기 위해 부산진구에서 조성한 공원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구청은 이곳 일대에 대규모 철쭉 군락지를 조성했다. 5월이면 활짝 핀 철쭉이 애진봉 일대를 연분홍으로 물들인다. 전망데크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전망이 화려하다. 멀리 해운대, 광안리, 영도 일대까지 조망된다.

헬기장을 지나 임도 대신 능선으로 잇는 계단 길로 오른다. 한 굽이 올라서면 바로 백양산 정상. 정상석과 이정표가 서있고, 돌탑이라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엉성해 보이는 거대한 돌무더기가 산정을 차지했다. 전망이 좋아 부산 도심뿐만 아니라 해운대에서 가덕도, 진해, 김해, 양산 일원까지 볼 수 있다. 북진하는 산등성이는 만덕고개를 넘어 금정산으로 이어지고, 능선 오른쪽의 성지곡수원지와 아시아드주경기장이 뚜렷하다.

주지봉은 곳곳에 조망 터가 있어 지나온 백양산의 다른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주지봉은 곳곳에 조망 터가 있어 지나온 백양산의 다른 모습을 읽을 수 있다.
금정산을 바라보며 경사가 완만한 산길로 백양산 북봉(613m)을 넘는다. 가을이면 솜털 같은 억새꽃이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군락지를 지난다. 정면에 낙타등 같은 주지봉 능선이 또렷하게 다가온다. 억새밭 안부를 벗어나 데크 계단으로 오른다. 낙동정맥과 주지봉 갈림길인 617m(국립지리정보원 기록은 611m)봉이다. 산정을 차지한 돌무더기 옆에 서면 상학산이 울타리를 두른 산록에 만덕·덕천동 일대가 포근해 보인다.

돌무더기 앞에 ‘불웅령’이라 새겨진 표석이 서있다. 그렇지만 불웅령佛熊嶺이 아니라 불태령佛態嶺이다. 이는 한자 표기의 태態자를 웅熊자로 오독, 오기해 유발된 일이다. 본래 불태령은 부태고개를 말한다. 옛 구포읍 지도에도 표기된 불태령은 만덕에서 초읍 성지곡 쪽으로 넘던 고개를 이른다. 옛날 성지곡 골짜기를 명당으로 지목한 성지도사가 이 고개에 올라 만덕사(지금은 없어짐)를 쳐다보면 부처님佛 모습姿態이 보인다고 불태령으로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위치도 이곳 617m봉이 아니라 만덕과 초읍을 연결하는 만남의 광장이 바로 그곳이다. 이처럼 유래가 뚜렷한데도 아직 수정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만덕고개로 잇는 낙동정맥과 헤어져 서쪽 주지봉으로 향한다. 3개의 암봉을 거치는 이 능선은 백양산에서 가장 옹골차고 스릴 넘치는 코스다. 흡사 낙타 등처럼 볼록볼록한 산세로 인해 낙타봉 또는 낙타능선이라 부르기도 한다. 숲길을 지나면 연이어지는 암봉이다. 암릉 구간이 부담스럽다면 우회하는 길도 있다. 곳곳에 전망이 좋은 조망 터가 있어 지나온 백양산의 또 다른 모습을 읽을 수 있다. 첫 번째 암봉은 길이 마땅치 않아 우회하는 편이 낫다. 두 번째 봉우리에 오르면 ‘주지봉 575m’라는 아크릴 표지판이 걸려 있다.

주지봉蛛蜘峰은 산 정상의 봉우리가 마치 거미가 앉은 모양이다. 칼날 같은 암릉을 타고 한 굽이 내려섰다가 오르면 돌탑이 있는 545m봉. 북·강서구 일대와 김해지역이 한없이 넓다. 갈림길에서 경사가 급한 왼쪽 능선 길로 낙동강을 바라보며 발길을 옮긴다. 데크가 설치된 쉼터를 지나 사거리 갈림길에서 만남의 광장 방향이다. 백천약수터에서 시원한 약수 한 모금으로 목을 적신다. 다시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체육시설을 지나면 양덕여중 교문과 보광사라는 절집이 있다. 경혜여고 정문을 지나 산행 날머리 도시철도 덕천역까지는 주택 사이로 걷는다.

1. 백양산 북봉을 넘으면 억새 군락지 너머로 낙타등 같은 주지봉 능선이 가깝다.
2. 산행 날머리에 가까울 무렵 만나는 백천약수터. 시원한 약수는 물맛이 좋고 수량이 풍부하다.
1. 백양산 북봉을 넘으면 억새 군락지 너머로 낙타등 같은 주지봉 능선이 가깝다. 2. 산행 날머리에 가까울 무렵 만나는 백천약수터. 시원한 약수는 물맛이 좋고 수량이 풍부하다.

산행길잡이

도시철도 2호선 냉정역~주양초교~체육공원(샘터)~임도~갓봉~삼각봉~유두봉~
애진봉~백양산 정상~불태령~주지봉~양덕여중(보광사)~도시철도 덕천역 <5시간 소요>

교통

대중교통은 부산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산행들머리가 되는 냉정역은 도시철도 2호선, 하산 지점의 덕천역은 도시철도 2·3호선 환승역이다. 산행 들·날머리 모두 시내버스가 많다.

숙식(지역번호 051)

도시철도 이용이 편리한 서면이나 연산동 일대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해산물을 원한다면 광안리 또는 자갈치시장도 괜찮다. 산행 후 덕천역에서 가까운 구포시장을 찾아 출출함을 달래는 것도 한 방법. 구포시장은 이름난 전통시장으로 구포역을 접하고 있어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구포시장 내 먹자골목에는 구포국수를 비롯한 국밥, 족발, 횟집 등 저렴하고 맛난 맛집이 즐비하다.


동아지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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