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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주말산행 경상도의 산 | 작대산 647.2m│경남 함안군 칠원읍·칠북면, 창원시 의창구 북면] 천지개벽 설화 어린 정상 마루금을 잇다

글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8.07.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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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대산~무릉산 원점회귀 환종주

동봉에서 내려서면 조망이 좋다. 감계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주남저수지, 천주산, 구룡산이 가깝고 굴현 아래로 마산 외곽고속국도가 시원하다.
동봉에서 내려서면 조망이 좋다. 감계 대단위 아파트단지와 주남저수지, 천주산, 구룡산이 가깝고 굴현 아래로 마산 외곽고속국도가 시원하다.

우리나라에는 태고시절 천지개벽 때의 홍수 설화에서 유래된 산 이름이 많다. 이 홍수 설화는 온 세상이 물에 잠기고 산꼭대기의 좁은 공간에 어떤 형태의 물건이나 동물 등이 존재할 만큼의 넓이만 남았다는 것을 주 골자로 한다. 물이 넘쳤다는 ‘무넘이고개’, 배가 들락거렸다는 ‘배넘이고개’ 등도 모두 같은 줄거리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작대산과 무릉산(565.1m)은 남북으로 마주하며 서 있는 함안 동부지역의 대표적인 산이다. 창원 북면과 경계를 이루는 산릉으로 연결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흥미롭게도 두 산 모두 천지개벽 때 홍수 설화를 갖고 있다.

주변 일대가 물에 잠긴 작대산은 산꼭대기가 작대기만큼 남았으며, 무릉산도 대부분 잠기고 베를 짜기 위해 실을 뽑는 물레만큼 남아 물레산이라 했다. 작대산과 무릉산 사이의 고개는 천지개벽 때 배가 넘나들었다고 하여 ‘배넘이고개’ 또는 ‘배나무고개’라 불렀다. 이 지방에서는 작대산을 수산水山, 무릉산을 암산岩山, 배넘이고개를 아들 산子山이라고도 부른다.

덕암마을이 보이는 길가에 ‘청룡(작대)산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가 서있다.
덕암마을이 보이는 길가에 ‘청룡(작대)산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가 서있다.
작대산 트레킹길이기도 한 임도는 여느 둘레길과 다름없이 한적하다.
작대산 트레킹길이기도 한 임도는 여느 둘레길과 다름없이 한적하다.

산행은 운곡리에서 작대산과 무릉산을 연결하는 원점회귀로 했다. 산행 들머리에서 임도 따라 장수방 소류지를 지나 장수방폭포 표석에서 산길로 진입해 다시 임도 옆 간이화장실을 만나면 서봉을 거쳐 작대산 정상에 오른다. 이후 동봉 갈림길에서 소목고개~조롱산 갈림길~무동고개~생태터널~무릉산~장춘사~덕암마을로 잇는 약 15km이다. 

칠북과 운곡으로 갈라지는 운곡 삼거리 버스정류장이 산행 기·종점이다. 운곡 저수지 쪽으로 도로를 따른다. 길 양쪽에 제법 높다란 산봉우리가 보인다. 오른쪽이 작대산, 왼쪽은 무릉산이다. 350m 정도 걸으면 덕암마을이 보이는 길가에 청룡(작대)산 등산 안내도와 이정표가 서있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의 콘크리트포장로를 따른다.

과수밭 너머로 작대산 능선이 희뿌옇다. 대기의 정체현상에 미세먼지로 시야가 혼탁하다. 장수방 소류지를 끼고 오르는 임도는 여느 둘레길과 다름이 없다.

산속으로 오를수록 녹색의 숲은 짙어진다. 길이 굽어지는 곳에 장수방폭포 표석이 서있다. 표석 맞은편 사각 정자가 있는 쉼터는 교동마을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마주치는 곳이다. 

임도는 산허리를 휘돌아가는 트레킹 길이다. 쉼터에서 산길로 진입한다. 숲길은 곧 무기마을 갈림길과 간이화장실을 만나고, 임도를 건너 계단 길로 잇는다. 경사가 가파르다 싶더니 산 사면을 돌아 다시 계단 길로 올라 주능선에 이른다. 중간에 갈림길이 있지만 주능선 길만 고집하다 보면 서봉(637m)에 닿는다. 표지석과 이정표, 119조난위치 표지판, 태양광 집광장치가 설치된 무인산불 감시카메라가 있을 뿐 조망은 막혔다.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 살짝 안부로 내려서면 갈림길이 나온다. 직진해 숲길로 올라서니 앞이 탁 트이며 정상은 널찍한 헬기장이다. 작대산 정상에는 삼각점(창원 23, 2002 복구)과 운동기구가 보이고, 사각 정자 옆에는 청룡산(작대산)이라 새긴 정상석이 반긴다. 무성해진 수풀로 조망은 좋지 않다. 그나마 동쪽으로 백월산과 주남저수지 일대가 열리지만 날이 좋지 않아 흐릿하다.

작대산爵大山은 한자로 벼슬 ‘작爵’, 큰 ‘대大’이다. 그래서인지 큰 인물이 난다는 유래가 있다. 고지도나 옛 문헌에는 청룡산靑龍山으로 칠원현의 진산이었다. 옛 <칠원읍지> 산천조에 ‘청룡산은 현의 동쪽 7리에 있으며, 창원의 두척산(무학산)에서 뻗어온 산맥으로 현의 진산이다’라는 기록이 있다. 청룡산은 무기리 산정마을에 용이 승천했다는 용지골에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국립지리원 지형도에는 작대산으로 표기되어 있다.

정상에서 천주산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산봉우리를 넘어 풀밭으로 변한 헬기장도 지난다. 동봉(577.8m)이라 부르기도 하는 삼거리 갈림길에 닿는다. 이정표와 길 안내를 새긴 추모비가 있어 크게 헷갈릴 염려는 없다. 가야 할 길은 무릉산(북면 감계 방면) 방향이다. 경사진 내리막에 하늘이 열리며 모처럼 조망이 펼쳐진다. 동쪽 넓은 들판과 호수, 불어오는 바람이 가슴에 상쾌하게 안겨 온다.

장춘사에서 덕암마을로 향하며 만난 작대산의 모습. 산자락의 골프장도 보인다.
장춘사에서 덕암마을로 향하며 만난 작대산의 모습. 산자락의 골프장도 보인다.
작대산 동봉이라 부르기도 하는 삼거리. 천주산, 무릉산 갈림길이다.
작대산 동봉이라 부르기도 하는 삼거리. 천주산, 무릉산 갈림길이다.
소목고개에서 볼 수 있는 무릉산의 펑퍼짐한 모습.
소목고개에서 볼 수 있는 무릉산의 펑퍼짐한 모습.

북쪽의 무릉산이 머리를 내밀고 그 오른쪽 멀리 마금산, 천마산 자락 너머로 낙동강이 아슴푸레하다. 가깝게는 창원 조롱산을 울타리 삼은 감계 대단위아파트단지와 뒤로 백월산이 우뚝하고 주남저수지 옆으로 진영읍도 희미하게 다가온다. 조금 더 내려서면 천주산, 구룡산이 선명하고 마산 외곽 고속국도의 시원한 모습과 멀리 정병산이 눈에 들어온다.

급경사의 산길을 따라 고도를 350m 정도 낮춘다. 정신없이 내리닫다 보면 골프장(레이크힐스 경남CC)이 보이고, 임도가 지나는 소목고개에 닿는다. 펑퍼짐하게 생긴 무릉산의 모습을 오랜만에 보게 된다. 임도를 건너 곧 만나는 갈림길에서 지름길을 버리고 조롱산 방향의 능선 길로 오른다. 통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던 산길은 343.3m봉 아래에서 조롱산과 갈라진다. 약간의 내리막 능선 길을 따르면 소목고개에서 오는 지름길을 만나고 이내 무동고개에 다다른다.

무동고개는 레이크힐스 경남CC 입구에서 북면으로 넘어 다니는 길이다. 소목고개부터 사유지까지는 완만하고 낮은 뒷동산 정도다. 241.9m봉을 넘으면 한동안 과수밭 그물망 울타리를 끼고 간다. 과수밭 너머로 조롱산이 가깝고 산자락에는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능선이 나눠지는 225.2m봉에서 왼쪽 전원주택들이 보이는 방향으로 향한다. 2차선 포장도로에 놓인 생태터널 위로 건넌다. 전원주택 입구에서 산길로 꺾어든다. 한 굽이 넘으면 ‘사유지 절대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보인다. 그렇지만 이곳을 통과하지 않으면 무릉산으로 오를 수 없다. 건너편 작대산의 옹골찬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산길은 컨테이너박스 뒤쪽 능선을 따라 직등이다. 절로 비명 소리가 날 정도로 경사가 가파른 비탈길이다. 능선을 이탈하면 안 된다. 쌓인 낙엽이 발목을 잡는다. 코는 땅에 닿을 듯하고, 발걸음은 한 발짝 옮기면 두 발짝 미끄러진다. 드문드문 선답자의 흔적을 볼 수 있으나 길은 분간하기 어렵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말이다. 고도를 300m 이상 올리고서야 드디어 조그마한 돌탑이 있고 길이 선명한 주능선이다. 곧장 올라선 무릉산 정상은 풀이 무성한 묘지가 차지한다. 정상석과 이정표가 반갑다.

무릉산武陵山이라 해서 무릉도원을 떠올렸지만 영 딴판이다. 올라온 길도 팍팍했지만 전망도 없다. 무릉산은 칠서면 무릉리에서 유래한다. 무릉이란 마을 이름은 조선 중종 때의 대학자 주세붕선생이 중국의 무릉도원武陵桃源에서 따와 지은 것이다. 화목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이상향의 마을을 나타낸다. 이 마을을 감싸는 산이라 무릉산이라 했단다.

하산은 이정표가 가리키는 덕암마을 방향의 남릉. 곧 양촌(장춘사), 덕암마을 갈림길. 덕암마을로 가도 되지만 장춘사에 둘러보기 위해 양촌마을 쪽으로 꺾어든다. 경사가 가파른 산길은 낙엽이 쌓여 미끄럽다. 숲속으로 강렬하게 쏟아지는 햇살이 초록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내려선 사거리 임도는 장춘사 입구다. 절집은 들렀다가 되돌아 나와야 한다.

고개를 약간 숙여야 드나들 수 있는 색다른 일주문을 넘는다. 골짜기에 숨은 듯 자리한 조그마한 절간은 때 이른 산그늘에 묻혀 고즈넉하기만 하다. 장춘사長春寺는 815년(신라 헌덕왕 7)에 무염국사가 지었다는데 옛 자취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장춘사의 참맛은 아담하다는 데 있다. 장춘사 석조여래좌상(경남도 유형문화재 제7호), 오층석탑(경남도 유형문화재 제68호), 대웅전(경남도 문화재자료 제16호) 등의 문화유산이 있다.

절집에서 되돌아 나와 덕암마을까지는 임도를 따라야 한다. 절 입구에 네 갈래로 난 임도 중 차단기가 있는 왼쪽 길이다. 둘레길을 걷는 기분으로 산자락을 돌아나간다.

작대산이 또 다른 모습으로 머리를 내민다. 덕암마을에서 무릉산 능선 길로 연결되는 임도 삼거리에 이정표가 서있다. 11시 방향의 임도로 꺾어들어야 한다. 임도를 내려서면서 덕암 소류지를 만나고 곧이어 덕암마을이다. 마을 입구에는 무릉산 등산안내도가 서있다. 산행을 시작했던 원점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산행길잡이 

운곡 삼거리 버스정류장~청룡(작대)산 등산안내도~장수방 소류지~장수방폭포 표석(쉼터)~임도 옆 간이화장실~서봉~ 작대산 정상~동봉 갈림길~소목고개~ 조롱산 갈림길~무동고개~생태터널~ 무릉산~ 장춘사~덕암마을~운곡 삼거리 버스정류장 <6시간 30분소요>

교통

산행 들머리까지 대중교통편이 불편하다. 우선 기차 또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창원(마산)을 경유한다.

마산회원구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ARS 1688-3233)에서 운곡행 농어촌버스 113-1번은 오전 두 차례(08:35, 11:30)밖에 없다. 113-1번 버스는 칠원까지는 자주 다니지만 시간에 따라 운행노선이 다르다.

산행 들머리까지 수월하게 접근하려면 합성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13-1번 농어촌버스, 또는 마산합포구 남부시외버스터미널(ARS 1688-3233)에서 경전여객 250-1번 농어촌버스를 이용, 칠원읍에서 내려 택시로 갈아탄다. 칠원에서 덕암마을 입구까지 택시 요금은 5,500원.

숙식(지역번호 055)

숙식은 창원(마산)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마산합포구 오동동 어시장 주변은 오래 전부터 대형 모텔들이 많았던 전통적인 모텔촌이다.

아귀찜은 마산의 대표음식으로 오동동 일대에 아귀찜 거리가 형성돼 성업 중이다. 해물 안주가 한 상 그득한 오동동 통술거리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주당이면 한 번쯤 가볼 만하다.

어시장 주변의 복어요리와 장어, 활어회 거리도 연중 성시를 이룬다. 남부시외버스터미널 인근의 신마산시장통은 먹거리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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