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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시즌특집│구름다리의 산│증평 좌구산 르포] 숲의 바다를 유영遊泳하는 신비로운 가을 경험!

월간산
  • 입력 2018.11.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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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구름다리 개통 후 탐방객 급증… 휴양림 계곡에 볼거리 가득해

거대한 비행선처럼 솟아오른 명상구름다리는 좌구산의 아름다운 숲을 내려다볼 수 있게 해주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거대한 비행선처럼 솟아오른 명상구름다리는 좌구산의 아름다운 숲을 내려다볼 수 있게 해주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충북 증평의 좌구산座龜山(657m)은 범상치 않은 이름을 지녔다. 한자로 앉는다는 좌座자와 거북이라는 뜻의 구龜자를 썼다. 풍수지리에서 ‘거북이 앉아 있는 형국’이라 해서 붙인 이름이다. 산이 ‘장수’와 ‘귀함’을 의미하는 거북이 모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에는 이 산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고 해서 개 구狗자를 썼다고 한다. 세월이 지나며 산의 이름과 의미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좌구산이 바로 그런 곳이다.

해발 657m 높이의 좌구산은 한남금북정맥의 최고봉이다. 백두대간상의 속리산에서 갈라져나간 한남금북정맥은 충청북도를 동서로 가르며 북쪽으로 올라가 칠장산에서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으로 갈라진다. 60여 km에 걸쳐 뻗어 있는 이 산줄기는 사실 눈에 띄는 봉우리가 드문 곳이다. 대부분의 산 높이가 600m에 미치지 못해, 일부러 찾아갈 만큼 뚜렷한 존재감은 없다.

좌구산은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산이지만 뛰어난 볼거리는 없다. 그러나 산세가 힘차고 물이 좋아 이 지역 사람들의 휴식처로 인기 있었다. 바위가 거의 없는 흙산으로 숲이 울창해 산길 분위기가 편안한 것이 특징이다. 산을 오르는 사람도 많지 않아 깨끗하고 조용한 곳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구름다리가 생기며 좌구산이 증평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상하며 상황이 급변했다.

지난해 여름 좌구산자연휴양림 지구에 명상구름다리가 개통되며 조용하던 산골이 시끌벅적해졌다. 주말이면 휴양림으로 들어가기 위해 자동차가 정체를 일으키며 전에 없던 모습이 펼쳐지기도 했다. 구름다리 덕분에 한적한 산자락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온 것이다. 더불어 산행지로 좌구산의 인기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어둠이 내릴 즈음 더욱 돋보이는 좌구산 명상구름다리의 야경.
어둠이 내릴 즈음 더욱 돋보이는 좌구산 명상구름다리의 야경.
좌구산자연휴양림의 랜드 마크 역할을 하는 구름다리.
좌구산자연휴양림의 랜드 마크 역할을 하는 구름다리.

구름다리가 만들어 낸 색다른 조망

2009년 개설된 좌구산자연휴양림은 지속적인 시설개선과 투자를 통해 종합휴양시설로 변신을 거듭했다. 썰매장과 숲속 모험시설, 천문대 등이 들어선 데 이어, 최근 계곡을 가로지르는 대형 ‘명상구름다리’와 하강 레포츠인 ‘좌구산줄타기’ 등도 개설되어 관광자원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가을철 단풍이 물들 때면 이 시설들을 이용해 한층 다양한 풍광을 즐길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좌구산자연휴양림의 명상구름다리는 시설지구 한가운데 위치했다. 주차장과 산림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건물도 바로 옆에 있다. 높이가 낮은 편이라 산꼭대기에 설치된 구름다리에 비하면 고도감과 스릴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계곡 사이에 놓인 구름다리의 자태가 아름답고 규모도 웅장해 그 자체로 좋은 볼거리라는 평가다.

좌구산자연휴양림 운영팀의 신호섭씨는 “처음 개장했을 때는 주말이면 2,000명씩 구름다리를 보러 휴양림을 찾아왔다”면서 “지금은 주말 1,500명, 평일에는 250~400명 정도가 명상구름다리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1년 사이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곳을 다녀갔다고 한다. 조용한 산골에 이렇게 많은 이들이 찾아오게 된 것은 순전히 구름다리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좌구산 명상구름다리를 기점으로 휴양림을 한 바퀴 돌아보는 산행도 가능하다. 구름다리 위에서 누렇게 물든 가을 산을 바라본 뒤 한남금북정맥 최고봉인 좌구산으로 오를 수 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은 휴양림 내에 조성된 임도와 산책로를 이용해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명상구름다리를 건너고 있는 등산객들.
명상구름다리를 건너고 있는 등산객들.

가을이 밀려드는 좌구산 자락

배낭을 짊어지고 좌구산 명상구름다리를 건너 거북바위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 입구에는 하얗게 꽃을 피운 구절초가 바람과 어우러져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있었다. 햇빛을 받아 누렇게 빛나는 잎사귀들이 하나 둘 눈에 들어왔다. 좌구산 자락에 천천히 가을이 내려앉고 있었다.

거북바위 공원 앞을 지나는 넓은 임도는 천문대 방면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산으로 가려면 공원을 가로질러 고도를 높여야 한다. 구름다리가 정면으로 내려다보이는 공원 상단의 전망대에서 잠시 주변을 돌아본 뒤 곧바로 급경사 산책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 바닥에 부드러운 야자수 매트를 깔아 편안하게 걸을 수 있었다. 길 양쪽 옆으로 심어둔 어린 단풍나무 이파리는 푸른빛이 완연했다. 11월이면 완전히 붉은 가을빛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나무가 조금만 더 자라면 단풍 구경 코스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산책로는 임도와 만났다가 다시 산길로 변해 능선을 향해 이어졌다.

제법 가파른 산자락을 빠져나와 능선에 오르니 부드러운 산길이 등산객을 반겼다.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한남금북정맥 줄기에 올라선 것이다. 삼거리의 이정표에는 여기서 천문대가 있는 밤고개까지 0.87km 거리로 표기되어 있다. 비교적 완만한 능선길이라 큰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구간이었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울창한 숲길을 따라 40분 정도 걷다 보면 어느새 찻길이 지나가는 밤고개에 닿는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려, GPS로 실제 걸은 거리를 계산해 보니 1.2km 정도였다.

좌구산천문대는 이 지역의 인기 있는 체험학습장으로 자리를 잡은 곳이다. 많은 학생들이 밤하늘의 별을 보는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 단체로 휴양림을 찾는다. 덕분에 평일에도 휴양관이나 단체숙소는 빈방을 찾기 힘들 정도로 인기다. 좌구산휴양림은 산세는 평범하지만 다양한 체험시설과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을 거둔 사례로 주목 받고 있다.  

취재팀이 구름다리를 건너는 도중 계곡 아래 펼쳐진 숲을 내려다보고 있다.
취재팀이 구름다리를 건너는 도중 계곡 아래 펼쳐진 숲을 내려다보고 있다.
덩굴이 무성한 숲 사이로 걸어가는 등산객들.
덩굴이 무성한 숲 사이로 걸어가는 등산객들.
좌구산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천문대.
좌구산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천문대.
한남금북정맥의 주능선 길은 넓고 뚜렷하다.
한남금북정맥의 주능선 길은 넓고 뚜렷하다.
단풍나무와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좌구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산길.
단풍나무와 자작나무로 둘러싸인 좌구산 주능선으로 오르는 산길.
두 개의 정상석을 세워 둔 좌구산 정상.
두 개의 정상석을 세워 둔 좌구산 정상.
주산지와 유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삼기저수지 산책로.
주산지와 유사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삼기저수지 산책로.
자연휴양림에서 운영하는 숲속 모험시설.
자연휴양림에서 운영하는 숲속 모험시설.

백곡 김득신이 수양한 산

밤고개의 천문대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곧바로 주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향했다. 초입부의 계단을 제외하면 전체적인 산길은 비교적 유순해 큰 어려움 없이 진행이 가능했다. 하지만 능선 양 옆으로 흘러내린 산자락의 경사가 상당하다. 특히 북쪽 휴양림 방면의 경사가 심해 하산로에 밧줄을 매어둔 곳도 있었다.

산길을 걷다 보니 칼로 자른 듯 반듯하게 갈라진 충절바위가 눈에 들어왔다. 이 바위는 좌구산 아래 율리에 살았던 백곡栢谷 김득신金得臣 선생의 이야기가 서려 있는 곳이다. 어릴 때부터 심약했던 그가 좌구산에서 심신을 단련할 때 이 바위를 칼로 치며 마음을 다잡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는 조선 최고의 독서광으로 <사기>의 ‘백이전’을 11만3,000번이나 읽었다고 한다.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늦은 나이인 59세에 중광시 병과에 급제한 대기만성형의 표본으로 조선 중기 대문인으로 이름을 남겼다.

밤고개에서 좌구산 정상까지는 2.2km 거리. 마지막에 좀 가파른 오르막 구간이 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아쉬운 것은 정상도 조망이 그다지 좋지 않아 시야가 답답했다. 정상석에서 서쪽으로 펼쳐지는 증평 방면의 평원지대를 조망한 뒤, 다시 올라온 길을 따라 100m가량 진행해 삼거리로 돌아왔다.

명상구름다리가 있는 휴양림으로 돌아가려면 이곳에서 서쪽으로 뻗은 골짜기로 내려서야 했다. 길은 생각보다 양호했다. 계단길이 지그재그로 완만하게 돌아가게 만들어뒀다. 1km 정도 내리막길을 걷다 보니 휴양림 임도와 만났다. 이 임도를 따라 남쪽으로 15분 정도 걸으니 출발지점인 명상구름다리에 도착했다.

좌구산은 별다른 조망을 기대하기 힘든 산행지다. 숲이 짙어 시야가 막혀 있는데다, 전형적인 육산이라 전망 좋은 바위지대도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다. 호젓한 숲 속의 오솔길이 길게 이어지다보니 약간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산길을 걸으며 만나게 되는 구름다리와 천문대, 야생화 공원 등 다양한 볼거리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다. 산의 가치가 어떻게 꾸미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증평 좌구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산행길잡이
좌구산자연휴양림 명상구름다리를 중심으로 한 산행은 한남금북정맥의 일부 구간을 밟고 원점으로 회귀하는 코스로 잡는 것이 합리적이다. 계속 능선을 타고 청주 방면의 구녀산이나 괴산의 칠보산 쪽으로 산행을 이어갈 수 있지만, 경관이 단순해 그다지 매력적인 산행지는 아니다. 휴양림에 차를 두고 산줄기를 한 바퀴 탄 뒤 휴양림으로 돌아오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

산행은 좌구산 명상의집에서 시작해 구름다리를 건너면서 시작된다. 휴양림 내 임도와 산책로가 많지만, 거북바위 공원을 가로질러 급사면을 치고 오르면 한남금북정맥 상의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후 주능선은 기복이 심하지 않아 큰 어려움 없이 진행이 가능하다. 지형도에 536m로 표기된 작은 봉우리를 넘으면 밤고개까지 완만한 내리막이다.

천문대가 있는 밤고개를 지나 동쪽 주능선을 타고 넓은 산길이 이어진다. 초입의 계단길만 지나면 무난하게 정상 직전의 안부까지 진행이 가능하다. 이 삼거리에서 100m 정도 가파른 비탈길을 통과하면 정상에 도착한다. 두 개의 정상석과 이정표가 서 있는 좌구산 정상은 나무가 많아 시야는 좋지 않다. 산길은 북쪽의 질마재 방향으로 계속 이어진다. 하지만 휴양림으로 원점회귀하려면 다시 남쪽 안부로 내려와 서쪽 계곡을 타고 내려선다. 능선 상의 갈림목에서 휴양림 임도까지 이어진 산길의 거리가 1km 정도다.

교통
중부고속도로 증평 IC를 나와 증평 읍내를 거쳐 540번 지방도를 타고 초정약수 쪽으로 간다. 율리 휴양촌 삼거리 좌측도로에 좌구산 제1관문이란 10여 m 높이의 대형 출입구가 있다. 이곳을 통과해 직진하여 삼기 저수지를 지나 올라가면 계곡을 가로지른 명상구름다리에 도착한다.

숙박
좌구산자연휴양림과 율리휴양촌, 좌구산 캠핑공원에서 숙박이 가능하다. 모두 증평군 휴양공원사업소에서 운영하며 좌구산 휴양랜드라고 부른다. 휴양림에는 숲속의집(4~12인) 10동과 황토방(15인) 5동, 별무리하우스(3~8인) 12실의 숙박시설을 갖췄고 식당과 매점도 운영한다.

또한 율리휴양촌에는 한옥휴양관(4~18인) 4동과 생활관(6~14인) 3동을 갖추고 있고, 좌구산캠핑공원에는 개별 전기시설을 갖춘 11면의 야영장 시설이 조성되어 있다. 이 시설물들은 좌구산 휴양랜드 홈페이지jwagu.jp.go.kr를 통해 인터넷 예약이 가능하다.

맛집(지역번호 043)
충북지역의 올갱이국은 특유의 쌉싸래한 맛뿐만 아니라 건강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올갱이국을 가열할 때 우러나는 파란색의 액즙은 간肝 건강에 좋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 이는 올갱이가 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 한다. 아욱이나 부추를 넣고 끓여야 궁합이 맞는다. 증평읍의 좌구산정(838-1114), 삼일식당(836-8300) 등이 올갱이국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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