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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등산 주치의' 서범석의 건강한 산행] 산행 중 쉽게 발생하는 무릎 인대 손상

글 서범석 건누리병원 원장
  • 입력 2019.02.24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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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스틱 사용하면 무릎 관절 부담 줄어… 준비운동은 선택 아닌 필수

하산시 스틱을 사용하면 무릎관절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사진 윤치술.
하산시 스틱을 사용하면 무릎관절의 부담을 덜 수 있다. 사진 윤치술.

무릎관절의 전·후방십자인대와 관절 양측 옆의 측부인대는 스포츠 활동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전방십자인대는 대퇴골(허벅지뼈)에 대하여 경골(정강이뼈)의 전방이동을 방지하고 회전운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전방십자인대가 없으면 경골은 대퇴골에 대하여 전·외측(앞쪽, 바깥쪽) 방향으로 회전하게 된다. 이러한 회전은 점프 후 착지, 회전운동, 갑작스런 감속 시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다. 후방십자인대는 대퇴골에 대하여 경골의 후방 이동을 막는다. 즉, 후방십자인대가 없으면 대퇴골은 경골에 대해 전방이동이 일어나고, 이러한 상황은 경사로를 뛰어 내려가거나 계단을 내려가는 운동 시 현저히 나타날 수 있다. 측부인대는 무릎관절의 내측과 외측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전방십자인대 손상 및 파열은 운동선수뿐만 아니라 운동을 즐기는 일반인에게도 비교적 흔한 손상이다. 축구, 농구나 스키와 같이 비틀림 동작과 갑작스런 방향 전환이 필요한 스포츠 활동에서 주로 나타나며, 산행 시에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은 반월상 연골판 손상, 관절연골 파열, 측부인대 손상과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단독손상은 많지 않다.

손상이 확인되면 치료 방법은 환자의 나이, 성별, 직업, 관절 안정성의 정도, 동반 손상의 유무, 치료 후 스포츠 활동 복귀 여부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그리고 수술, 비수술적 치료 후 재활치료 중에도 무릎 손상과 관계없이 요통이나 무릎관절의 불안정성, 무릎관절 전방부 통증, 발이나 발목의 강직과 무릎관절 주변 연부 조직의 강직으로 인한 지속적인 불편함을 겪을 수 있다. 때문에 치료 후에도 능동적인 관절운동, 조기에 실시하는 수동적 관절운동, 마사지 등으로 관절의 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고, 무릎관절 주변의 근력이 정상에 가깝도록 유지해야 한다.

전방십자인대의 수술적 치료(인대 재건술) 후 스포츠 활동 복귀율은 약 70~90%이며, 부상 전 활동 정도로 돌아갈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정상생활 복귀 후에도 재손상의 가능성이 있고, 골관절염의 조기 진행 및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무릎관절로 체중 부하가 많은 활동이나 회전운동은 체중 부하가 적은 사이클이나 수영 등에 비해 퇴행성 변화를 더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방십자인대 파열의 비율은 여성의 경우 남성에 비해 3배 정도 높다. 이는 무릎이나 골반의 해부학적 구조의 차이 및 인대의 이완성, 호르몬의 차이, 신발 표면 접촉면의 차이 및 무릎관절의 회전과 착지 시 허벅지의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 근육의 반응 방식의 차이 등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대퇴사두근과 햄스트링 근육 사이에 근력의 적정성과 균형은 회전과 착지 시 골반 아래에서 하지의 회전을 조절하며, 무릎관절의 안정성을 도모하고 무릎의 기능적 외반(무릎관절이 안쪽으로 꺾이는 것)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데 중요한 부분이다. 

무릎관절의 안정성 향상 및 유지를 위한 대표적인 운동 프로그램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점프/착지/회전(방향전환) 상황에서 균형 잡기, 두 번째 무릎관절/고관절의 굴곡을 증가시키면서 착지연습, 세 번째 신체의 움직임 중 특히 감속과 회전운동 조절 등의 능력 향상 등이다. 이런 운동을 꾸준히 하며 관리하는 것이 좋다. 

전문적이거나 본격적인 운동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산행 시 기본적인 준비운동만 해도 손상이 생기는 것을 미리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준비운동을 통해 자세를 바르게 하고, 무릎이나 발가락이 서로의 연장선상에 있도록 정렬하고, 하지가 부드럽게 회전이 이루어지고 착지될 수 있는 능력을 기른다.

후방십자인대는 주로 무릎이 구부러진 상태에서 경골부(정강이 부분)의 직접 타격에 의해 일어난다. 예를 들면 교통사고로 차량 충돌 시 탑승자의 무릎 전방부를 대시보드에 부딪힐 때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내측 측부인대 손상은 무릎관절이 부분적으로 구부러진 상태에서 무릎관절이 안쪽으로 꺾이는 힘(외반력)이 가해질 때 자주 발생한다. 측부인대 손상은 보조기 착용 후 재활운동을 통해 측부인대를 지지하고 보호해 주는 치료로 회복시킬 수 있다.

이러한 무릎 십자인대나 측부 인대 손상은 산행 시 부주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주로 하산 시 내리막길이나 바위, 언덕 등에서 뛰어내릴 때, 미끄러지거나 발을 헛디디는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다. 

산행할 때 안전하고, 무릎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은 등산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안전수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특히 등산장비 중에서 스틱을 잘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무릎관절의 부담을 덜어 주고, 체중을 분산시켜 무릎 부상을 예방할 수 있다. 

하산 시 안전을 위해서는 등산스틱 두 개를 이용해 보폭은 좁게 하고 발은 약간 벌려  균형 잡는 것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는 몸이 아래로 쏠려 가속이 붙는 현상을 방지하고 균형을 잡아 주는 자세라 할 수 있다. 

등산스틱보다 몸이 먼저 자세를 제어함으로써 스틱에만 의존하지 않고 힘을 분산시켜 신체를 골고루 움직이게 하며, 부분적인 신체 강화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등산스틱의 위치는 항상 무릎 앞에 둔다. 즉, 등산스틱을 짚으면서 내리막 걸음을 할 때 무릎 부분이 등산스틱을 지날 때가 되면 스틱을 다시 신체의 앞부분으로 옮겨 적절한 중심의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때 스틱이 신체보다 뒤에 있게 되서는 안 된다.

추운 겨울 날씨에도 산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산길이 미끄러워 낙상을 당할 수 있고, 몸이 미처 풀리지 않아 부상을 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산행 시 주의사항만 잘 숙지한다면, 운치 있는 겨울 산을 안전하게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서범석 병원장

인제대학교 서울 백병원 신경외과 전공의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전임의
인제대학교 의과대학원 의학석사
현) 서울아산병원 신경외과 임상자문의
현) 건누리병원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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