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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주말산행 경상도의 산ㅣ청룡산 793.6m] 억세고 거대한 청룡의 등에 올라타다!

글 사진 황계복 부산산악연맹 자문위원
  • 입력 2019.03.15 10:24
  • 수정 2019.04.0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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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팔공·비슬에 가려진 명산 청룡산

청룡산의 철옹성 같은 암릉에 오르면 한눈에 와 닿는 비슬산이 수많은 산줄기를 늘어뜨리고 있다
청룡산의 철옹성 같은 암릉에 오르면 한눈에 와 닿는 비슬산이 수많은 산줄기를 늘어뜨리고 있다

부산 금정산, 창원 무학산, 대구 팔공산 등은 모두 그 지역의 진산 노릇을 하는 대표적인 산이다. 우리나라 100대 명산의 반열에 모두 올라 있기도 하다. 그렇다보니 그 지역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지역의 산꾼도 대부분 소문난 이 산들로 몰린다. 그래서 인근의 다른 산은 비교적 한적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대구의 청룡산靑龍山은 해발 793.6m로 고도가 낮은 산도 아니며, 시내에서의 접근성도 좋다. 그런데도 산꾼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팔공산과 앞산의 유명세에 가려졌기 때문이다. 대구는 금호강을 기준으로 북쪽의 팔공산과 남쪽 비슬산 지역으로 대별된다. 이 두 산 주변에는 600~1000m급의 여러 산이 칠곡이나 군위, 영천, 경산, 청도 등지와 경계를 이룬다. 대구는 분지도시라 대부분 시 외곽을 따라 산이 둘러싼 형세다.

청룡산은 시내와 가까워 대중교통편으로 접근하기가 수월하다. 또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느긋한 산행을 할 수 있다. 소나무가 빽빽한 숲길은 조용하고 청정하다. 청룡산과 삼필봉은 이 지역에서 전망이 좋기로 유명하다. 대구시가지뿐만 아니라 주변 산과 유유히 흘러가는 영남의 젖줄기 낙동강도 시원하다. 정상을 앞두고 만나는 철옹성 같은 암릉은 청룡의 등뼈를 연상케 한다. 이처럼 여느 산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매력적인 산세가 산꾼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소나무가 빽빽한 청룡산 숲길은 조용하고 청정하다
소나무가 빽빽한 청룡산 숲길은 조용하고 청정하다

산행 들머리는 대구 달서구 도원동 대구보훈병원이다. 병원 옆 산길로 성산 전씨 묘역~능선 길~전망바위~달비고개 갈림길~암릉~벤치 쉼터~청룡산 정상~배방우(배바위)~수밭고개~작봉~삼필봉~담봉~송봉 갈림길~도원지(월광수변공원)~보훈병원으로 되돌아온다. 수밭골을 가운데 두고 능선 따라 한 바퀴 도는 원점회귀 산행이다. 전체 산행 거리 11㎞ 정도의 코스다.

대구보훈병원 버스정류장에서 길을 건너 재활 체육관 옆길로 들어선다. 입구 길가에 성산 전씨 쌍묘가 있어 들머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능선 길로 오르면 좌우로 성산 전씨 묘역이 널찍하다. 산길은 초반부터 제법 가파르다. 능선 길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소나무가 울창한 숲길이다. 상원초등학교 쪽에서 올라오는 산길과 합류한다. 갈림길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산길로 오른다. 모처럼 능선 상에 돌출한 바위 전망대에 이른다. 대구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고 앞산과 대덕산은 손만 뻗으면 닿을 듯하다. 

능선으로 이어가는 산길은 크게 헷갈릴 구간이 없다. 오를수록 경사가 가팔라지며 약간 거친 바윗길을 지난다. 뒤이어 만나는 갈림길에서 바위 아래 산허리로 이어지는 반듯한 산길은 청룡굴靑龍窟로 가는 길이다. 주능선 길에서 약 40m 떨어진 청룡굴은 청룡산의 지명이 유래된 곳으로, 청룡이 머물다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청룡굴 갈림길에서 전망터에 이르면 대덕산, 앞산, 산성산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가 한옥의 용마루를 연상케 한다.
청룡굴 갈림길에서 전망터에 이르면 대덕산, 앞산, 산성산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가 한옥의 용마루를 연상케 한다.

청룡굴에서 다시 돌아 나와 오르면 북서쪽 일대의 조망이 시원하다. 건너편 삼필봉 능선의 끝자락에 날머리가 될 도원지와 대구시가지가 발아래 펼쳐진다. 고령과 대구를 가르며 휘돌아 흐르는 낙동강이 금호강과 합류해 꿈틀거리고, 멀리 구름을 뚫고 치솟은 가야산이 독보적이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맞은편에 대덕산과 앞산, 산성산으로 이어지는 산등성이가 한옥의 용마루를 연상케 한다. 산릉을 따라 오르는 산길 곳곳에는 가슴이 확 트이는 전망을 볼 수 있는 장소가 많아 발걸음이 가볍다. 

솔가리가 푹신한 숲길을 한 굽이 넘으면 이정표가 서있는 달비고개 갈림길이다. 비슬산에서 달려온 청룡지맥이 청룡산을 거쳐 이 갈림길을 통과해 달비고개로 향한다. 청룡산은 청룡지맥의 이름을 낳은 산이다. 낙동정맥이 경주 사룡산으로 가지를 뻗으며 분기한 비슬지맥은 비슬산에서 또 하나의 곁가지인 청룡지맥을 남긴다. 이 지맥은 대구시내로 파고들며 대구의 남쪽 울타리 역할을 한다. 청룡지맥의 모산母山이 비슬산이라면 청룡산은 주산인 셈이다. 

직진해서 청룡산 방향으로 가면 곧 암릉과 맞닥뜨린다. 억세고 거대한 청룡의 등에 올라타고 정상으로 향한다. 거대한 성벽처럼 뻗은 암릉에 오르면 남쪽과 서쪽의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한눈에 와 닿는 비슬산이 수많은 산줄기를 늘어뜨려 닭지만당, 용문산, 함박산, 금계산, 대방산 등을 일으켜 세웠다. 낙동강 너머 가야산 왼쪽으로 두무산, 오도산, 비계산 등 서부 경남의 산봉우리도 보인다.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절벽 아래로 수밭골이 펼쳐지고 하산 구간인 삼필봉 능선의 속살까지 엿보인다. 이 구간이 청룡산 산행의 하이라이트다.

공룡의 등뼈 같은 바윗길을 벗어나면 솔가리가 부드러운 숲길이다. 벤치 쉼터를 지나고 암릉을 돌아나가면 청룡산 정상에 이른다. 콘크리트로 단장된 헬기장 가장자리에 정상 표석과 삼각점(대구 337, 1994 재설), 이정표가 있다. 서쪽 일부를 제외하고는 나무가 시야를 가려 조망은 시원찮다. 이정표가 가리키는 수밭고개(1.7㎞)로 하산한다. 

수밭고개는 가창 사람들이 화원장을 보거나 여러 가지 물품을 팔러 다닐 때 넘나들었던 옛 고갯길이다.
수밭고개는 가창 사람들이 화원장을 보거나 여러 가지 물품을 팔러 다닐 때 넘나들었던 옛 고갯길이다.

급경사로 내려서면 서쪽으로 전망이 트이고, 곧 배방우(배바위)에 닿는다. 수밭마을 어르신들은 상여를 닮아 생이바우(상여바위)라 했다는데, 사실은 절벽을 이룬 바위임을 감안하면 ‘상여덤’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정면으로 다시 비슬산이 모습을 드러내며 청룡지맥이 꿈틀대는 산릉이 확연하다. 이때까지 잘 보이지 않던 남동쪽의 최정산과 주암산, 멀리 가창의 우미산, 삼성산, 상원산 등을 볼 수 있다. 수밭고개로 내려서는 능선 길에는 쌍룡녹색길이라는 이정표가 100m 간격으로 서있다. 정부대구지방합동청사에서 삼필봉을 지나 청룡산에서 도원지로 잇는 코스(9km)다. 

내려선 수밭고개는 사거리 갈림길로 가창 사람들이 화원장을 보거나 여러 가지 물품을 팔러 다닐 때 넘나들었던 옛 고갯길이다. 직진해 능선 길로 오른다. 쉼터와 이정표가 서있는 사거리 갈림길을 지나 작봉(673.2m)에 닿는다. 용상등이라고도 하는 이곳에서 청룡지맥과 헤어진다. 

방향을 북쪽으로 꺾어 산등성이를 타고 내려선다. 체육시설을 만나고 뒤이어 전망데크가 나온다. 훤하게 드러나는 청룡산을 비롯해 푸른 물결로 일렁이는 도원지, 앞산과 대덕산, 대구시가지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시가지 너머 팔공산도 희미하다. 

삼필봉의 세 봉우리 중 증봉(시루봉)에는 삼필봉 표석이 서있다.
삼필봉의 세 봉우리 중 증봉(시루봉)에는 삼필봉 표석이 서있다.
도원지 둑을 따르면 역광에 반짝이는 물결 너머로 삼필봉 능선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도원지 둑을 따르면 역광에 반짝이는 물결 너머로 삼필봉 능선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증봉(시루봉)에는 삼필봉(465.2m) 표석이 서있다. 삼필봉은 청룡산의 서쪽에서 대곡동 방향으로 뻗어 내린 세 개의 산봉우리가 마치 붓끝을 닮았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세 개의 봉우리 중 까치를 연상시킨다는 작봉鵲峯이 제일 높다. 증봉甑峯은 정상이 시루를 얹어놓은 듯한 바위 봉우리로 작봉보다 낮다. 그러나 세 봉우리 중 아마도 가운데에 있고 조망이 좋아 표석을 세운 듯하다. 송봉松峯은 소나무가 많아 붙은 이름이다.

삼필봉 주변은 체육시설이 있고 평일인데도 사람들이 많다. 대곡지역의 대단위 주택단지 조성으로 지역 주민들이 산책 코스로 많이 찾는 듯하다. 체육공원을 뒤로하고 내려서면 마비정 벽화마을 갈림길이다. 산릉을 비켜가는 우회로가 있지만 능선 길을 고집하면 담봉(421m)이라 새긴 표석을 지난다. 

송봉 갈림길에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수변공원으로 향하면 야자매트가 깔린 둘레길을 만나고 이어 쉼터, 간이화장실도 있다. 도원지에 이르러 둑을 따라 걸으면 역광에 반짝이는 물결 너머로 삼필봉 능선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산행은 출발했던 원점에 닿으며 끝이 난다. 

산행길잡이 

대구 보훈병원~성산 전씨 묘역~능선 길~전망바위~달비고개 갈림길~암릉~벤치 쉼터~ 청룡산 정상~배방우(배바위)~수밭고개~작봉~삼필봉~담봉~송봉 갈림길~도원지(월광수     변공원)~대구 보훈병원<5시간 30분소요>

교통

청룡산 산행은 대중교통편이 좋다. 동대구행 열차 또는 동대구터미널(복합환승센터)로 가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동대구역에서 도시철도 1호선 설화명곡역 방향으로 가다가 상인역에서 내린다. 1번 출구로 나와 정면으로 60m 정도 가서 영남고등학교 건너 버스정류장에서 356번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대구 보훈병원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된다.  

숙식(지역번호 053)

동대구역이나 도시철도 1호선 월배역 인근에 숙소가 많다. 도시철도 1호선 상인역 인근에 이동근 선산곱창막창 직영점(631-0455)이 있다. 보훈병원 지나 월광수변공원 식당가에는 카모가와 스시(632-0077)라는 초밥 맛집이 있고, 굴다리식육식당(633-7292)의 돼지찌개와 원조할매묵집(632-8994)의 묵밥도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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