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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백두대간 에코트레일ㅣ선자령 구간 생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바람의 숲

글 사진 신준범 기자
  • 입력 2019.12.1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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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 부는 불모지, 온갖 산림기술 동원되어 조림 신화 써내

대관령 특수조림지의 전나무와 잣나무.
대관령 특수조림지의 전나무와 잣나무.

대관령은 우리나라의 ‘조림 신화’가 깃든 곳이다. 대관령은 한여름엔 33°C에 육박하고 겨울엔 -32°C까지 떨어지며, 초속 30~40m의 강풍이 항상 부는데다 연평균 강설량이 1.8m에 이른다. 동식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때문에 처음 녹화 사업이 시작될 때, 학계에서는 불가능이라 보는 시선도 있었다.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영동고속도로 건설현장을 시찰하러 왔다가 헬기에서 황폐해진 대관령 일대를 목격하고 녹화를 지시해 시작된 것이었다. 산림청은 1976년부터 10년 동안 이곳에 84만3,000여 그루의 전나무, 잣나무, 잎갈나무 등을 심어 숲으로 일궈냈다.

완전한 성공은 아니었다. 바람이 가장 센 대관령 정상, 즉 백두대간 능선은 심는 나무마다 얼마 못 가 쓰러지거나 고사했다. 바람이 지키는 난공불락의 철옹성 같은 이곳을 방풍책으로 결국 녹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통나무로 방풍 울타리를 세워, 바람을 줄인 후 나무를 심었다. 작은 나무는 나뭇가지로 일종의 통발을 둘러 보호했다. 

3m 높이의 통나무 방풍책은 그 길이만 5km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지역 주민과 산림청 관계자의 숱한 땀이 밑바탕이 되었다. 거센 바람이 불면 방풍책이 무너져 다시 세우기를 수십 번을 반복했다. 틈틈이 논의 흙을 가져와 객토를 하는 수고로움은 기본이었다.  

방풍 울타리와 통발 등의 원시적인 기술은 대관령 녹화사업을 통해 증명되어, 지금은 몽골 사막화 방지 조림을 하는 데도 쓰이고 있다. 이 원시적인 통나무 방풍책은 주민들의 실생활에서 응용한 것이다. 대관령 특유의 전통 방식을 조림에 응용한 것이다.  

숲은 무럭무럭 자라, 1998년에는 1억5,000만 원 상당의 목재를 생산했다. 황무지가 자연을 지키고 수익까지 올리는 일석이조의 숲으로 변한 것이다. 한국 조림 기술이 모두 투입된 곳이며, 숱한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밴,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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