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킹 정보ㅣDMZ 평화의 길 3개 구간 가이드] 3路3色! 비슷한 듯 다른 ‘DMZ 평화의 길’!

글 서현우 기자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두루누비, 조선일보DB
입력 2019.12.12 11:20
금강산 보이는 고성 풍광 으뜸…철원은 긴 걷기길, 파주는 수도권 접근성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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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전망대에서 바라본 해금강 유역과 감호.
올해 새로 개방된 걷기길 중 가장 이슈가 된 길은 역시 ‘DMZ 평화의길’이다. 지난해 4.27 정상회담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통일부 5개 부처 합동으로 1년간 회의를 거친 끝에 회담 1주년인 지난 4월 27일 강원도 고성 구간이 처음으로 개방됐다. 정전 후 최초로 민간인이 비무장지대DMZ를 걷는 순간이었다. 이어 6월에는 철원, 8월에는 파주 구간이 개방됐다. 전 구간 탐방예약제로 운영되며 두루누비durunubi.co.kr 사이트에서 탐방 한 달 전부터 신청할 수 있다.

DMZ평화의 길은 치열한 예약 경쟁에도 불구하고 개방 넉 달 만에 DMZ 평화의 길을 찾은 인구가 1만 명을 돌파할 만큼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각 구간은 철책을 따라 걷는다는 점에서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씩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고성은 해금강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풍광이 압도적이며, 철원은 세 구간 중 걸을 수 있는 구간이 가장 길며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인 백마고지 전적지를 돌아볼 수 있다. 파주는 수도권에서 가깝고 철거GP까지 출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쉽게도 현재는 탐방이 잠시 중단된 상태다. 접경지역에서 발견된 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됐기 때문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DMZ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 위험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내년쯤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탐방을 기대했으나 탐방 중단으로 미처 가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 각 구간을 소개한다.

1. 고성 구간
북한 최고 절경 해금강 엿보며 걷는 길

고성 구간은 평화의 길 3개 구간 중 유일하게 2개 코스로 운영되고 있다. 도보 이동 2.7km가 포함된 A코스(전체 7.9km)와 차만 타고 다니는 B코스(7.2km)다. 두 코스 모두 강원도 고성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한다. B코스는 고성통일전망대와 금강산전망대를 차량으로 왕복하며, A코스는 전망대 옆 해안철책으로 내려가 통문부터 금강산전망대까지 걸은 뒤, 차를 타고 고성통일전망대로 돌아온다. 더 많은 구간을 볼 수 있는 A코스가 훨씬 인기가 높다.

출발지인 고성통일전망대는 우리나라 최북단에 자리한 통일전망대다. 지난해 12월 34m 높이의 새 전망대가 들어섰다. DMZ의 D자를 형상화한 모습이다. 올라서면 금강산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정전 후 최초로 개방된 해안철책을 따라 내려가면 두 겹의 철책 사이로 파란 바다가 건너다보인다. 철책은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 일부가 절단되거나 약간의 하중만 가해져도 즉시 요란한 경보가 울린다. 계단을 내려가면 오른편에 철길이 나온다. 일제 강점기에 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건설된 동해 북부선이다. 조금 더 나아가면 콘크리트로 된 나지막한 턱이 나온다. 이는 남방한계선으로 여길 건너면 비로소 비무장지대에 들어서게 된다. 남방한계선 바로 위쪽에는 2003년 작업 중 지뢰를 밟고 폭파된 포크레인의 을씨년스러운 잔해가 놓여 있다. 미확인지뢰지대 표지판이 있었지만 민간인 운전자의 부주의로 사고가 일어났으며 다행히 운전자는 무사했다고 한다. 

해안철책 북단에 이르면 작은 섬 송도를 볼 수 있는 전망대다. 5~6월에 갯매꽃과 해당화, 아카시아 군락이 만개한다. 도보구간의 종착지는 금강통문. 비무장지대로 들어가는 공식적이고 유일한 통로다. 

여기서부터 차량을 타고 금강산전망대로 이동한다. 이곳은 고성통일전망대보다 2km나 더 북쪽에 있어 금강산 주능선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정전 이후 1983년까지 DMZ 안쪽 경계 초소로 활용되다가 2009년 12월 전망대로 리모델링됐다. 관동팔경 중 으뜸이라는 삼일포, 해금강과 <선녀와 나무꾼>의 배경으로 알려진 호수 감호, 부처 바위, 사공 바위, 외추도 등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A코스 탐방객은 여기서 출발지로 되돌아가며, B코스 탐방객은 추가로 DMZ 박물관을 방문해 약 40분간 관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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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길 탐방 중 방문할 수 있는 DMZ 내 화살머리고지 GP.
2. 철원 구간
길 곳곳마다 전쟁의 상처 가득

DMZ 평화의 길 철원 구간은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 백마고지와 화살머리고지를 지난다. 70여 년간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원시림 한가운데 흐르는 역곡천을 바라보며 평화의 길 3개 구간 중 가장 긴 3.5km를 걸을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출발 지점은 백마고지 전적지다. 6.25를 상징하는 자작나무 625그루와 태극기가 양옆으로 늘어선 언덕길을 올라가면 백마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영령을 기리는 위령비, 전투 당시의 기록과 물품, 통일의 염원과 전승을 기념하는 전적비가 나온다. 

차를 타고 백마고지 조망대로 1.5km 이동한다. 조망대에 오르면 치열한 고지 쟁탈전이 벌어진 백마고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휴전회담이 교착 상태에 빠진 1952년 10월, 중국군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백마고지 전투는 열흘간 고지 주인이 24차례나 바뀔 만큼 격렬했다고 한다. 국군 약 3,500명, 중국군 약 1만 명의 사상자를 남겼다.

백마고지 조망대에서 공작새 능선 조망대까지 도보 탐방 구간 3.5km는 남방한계선 철책에서 겨우 5~20m 떨어진 길을 따라 조성돼 있다. 길 왼쪽에는 평화롭고 정겨운 시골 마을의 풍경이 펼쳐져 있고, 오른쪽에는 삼엄한 3중 철책이 들어서 있어 극렬한 대비를 이룬다. 이 구간을 걷기 불편한 사람은 차량을 타고 이동할 수도 있다. 

공작새 능선 조망대에 닿으면 도보 탐방이 끝난다. 공작새 능선은 하늘에서 보았을 때 꼬리를 활짝 펼치고 북서쪽으로 날아오르는 공작새의 모양을 하고 있어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전망 데크 위에 오르면 철책 너머 공작새 능선, 백마고지 측면, 화살머리고지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북한 땅인 평강에서 발원해 철원과 연천을 지나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역곡천도 감상할 수 있다. 고라니와 산양, 두루미도 자주 출몰하는 곳이다.

다시 차를 타고 C통문으로 이동한 뒤 휴대전화와 신분증을 맡기고 DMZ로 들어선다. 비마교를 건너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면 철원 구간의 마지막 지점이자 정전 후 민간인에게 최초로 개방된 화살머리고지 관측초소GP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화살머리고지 유해발굴 현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여기서 군사분계선까지는 500m에 불과해 평화의길 3개 구간 중 북한에 가장 가까운 장소다.

현재는 내무반을 개조해서 만든 전시관, 전망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관에는 화살머리 고지에서 발굴된 유품 일부가 전시돼 있다. 26발의 총탄 자국이 나 있는 수통, 5~6발의 총알이 관통한 철모, 장전된 채 발사되지 못한 녹슨 소총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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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철거 GP 전경.
3. 파주 구간
눈앞에 펼쳐지는 개성공단

파주 구간은 평화의 길 3개 구간 중 마지막으로 개방됐으며, 수도권과 가장 가깝다. 고성처럼 해금강 같은 북한의 유려한 산악 지형을 엿보기도 어렵고, 철원처럼 철책을 따라 긴 도보 탐방도 없어 걷는 맛도 약간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지만, 판문점이나 오두산통일전망대 등 기존 평화관광 여행지와 손쉽게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출발지는 임진각이다. 여기서부터 임진강을 따라 조성된 1.4km 길이의 생태탐방로를 따라 걷는다. 19.2km 길이의 파주 코스 중 유일하게 걷는 구간이다. 굳이 평화의 길 탐방 신청을 하지 않아도 걸을 수 있는 파주시의 임진강변 생태탐방로와 겹치는 길이다.

도보탐방 종착지는 통일대교다.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통일대교 개통 다음날인 1998년 6월 16일에 소떼를 몰고 이 다리를 건너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여기서부터 차를 타고 다리를 건너 통일촌을 지나 도라전망대로 이동한다. 도라전망대는 군 초소 느낌의 옛 전망대에서 동북쪽으로 160m 떨어진 곳에 지난해 10월 새롭게 개관했다. 통유리창 너머로 개성공단과 개성 시내,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깃대에 인공기를 걸어 놓은 북한 기정동마을, 송악산이 훤히 보인다. 

다시 버스를 타고 북쪽으로 이동하면 철원과 마찬가지로 통문을 통해 DMZ 내로 출입할 수 있다. 철책 1km 안쪽에는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건물 한 채가 있다. 1934년에 지어 한국전쟁 때까지 쓰인 구 장단면사무소다. 인근에는 옛 장단역 터와 중공군의 재공격 상황에서 국군이 몰살당한 ‘죽음의 다리’ 등이 있지만 지금은 수풀이 우거져 명확히 보기 어렵다.

탐방 종착지는 철거GP다. 지난해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라 철거된 10개 GP 중 한 곳으로 이곳에서 북측 철거 GP까지는 겨우 700m밖에 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북한 방면을 바라보면 김일성주체사상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는 개성시 외곽 금암골마을이 보인다. 지금은 GP를 철거할 때 수거한 철을 녹여 만든 평화의 종과 탐방객의 메시지가 걸린 희망 트리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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