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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Hot People] “이 책 한 권이면 겨울 핫팩이 필요 없어요”

글 신준범 기자 사진 양수열 기자
  • 입력 2019.12.17 15:28
  • 수정 2019.12.1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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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히말라야> 출간한 GHT 완주자 문승영씨

“저는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던질 만한 사람이 못 돼요. 다만 조금 다른 히말라야 책을 쓰고 싶었어요. 대부분 히말라야라고 하면 위험과 모험, 험준한 산만 생각하는데, 사람도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어요.”

그레이트 히말라야 트레일Great Himalaya Trail 1,700㎞를 완주한 문승영씨가 히말라야 트레킹기를 담은 책 <함께, 히말라야>를 출간했다. GHT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고 험한 트레일로, 특히 네팔 히말라야의 경우 히말라야산맥을 관통하는 가장 극적이고 모험적인 루트로 유명하다.

그는 GHT 횡단을 위해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차례에 걸쳐 히말라야를 다녀왔다. 짧게는 30일 길게는 50일까지였으며, 반 이상은 남편과 함께 걸었다. 해발고도 6,000m가 넘는 셰르파니콜에서 비박을 감행하며, 여러 차례 아찔한 순간을 겪기도 했다. 해발 6,000m에서의 비박과 오지 트레킹, 몬순기 트레킹, 동계 트레킹, 현지 주민 집에서의 홈스테이 등 히말라야 트레킹에서 겪을 수 있는 부분은 모두 경험했다.

책에서는 현지 스태프들과 히말라야 주민들 이야기를 많이 담았다. 특히 한국 사람의 입장에선 지극히 가난하고 고되어 보이는 그들의 삶이 행복으로 넘친다는 점에 주목했다. 문씨는 “그들은 사탕 하나만 줘도 엄청 기뻐하고 고마워한다”며 “나는 베풂을 받을 때 이렇게 고마워한 적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더불어 ‘히말라야를 즐기는 법’을 담았다. 히말라야 트레킹 정보는 넘쳐 나는데, 상대적으로 즐기는 방법은 없더라는 것. 그녀는 “속도에 집착하면 도시에서의 일상과 다를 바 없다”며 “풍경과 현지인의 삶을 둘러보며 놀멍쉬멍 걷기”를 권한다. 

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한 문승영씨는 고교 학원강사로 11년을 일한 경력이 있다. 그래서인지 글이 잘 읽힌다. 아마추어의 글솜씨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문장은 안정적이며, 히말라야 트레킹의 생생한 순간을 잘 표현해 냈다. 

‘경이로운 풍광은 내 마음에 따스한 기운이 되어 스며들었다. 나는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에이전시 사장에게 끔찍한 밤을 보내게 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속에 원망이나 복수심은 남아 있지 않다. 아무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는 것이 그저 감사했다.’

책을 쓰는 동안 주변에선 “히말라야 책은 안 팔린다”는 얘기를 많이 했지만, 그럴 때마다 “오기로 더 열심히 글을 썼다”고 한다. 수익이 생기면 “네팔 대지진으로 피해가 컸으나 복구의 손길이 부족한 마을, 폭우만 오면 쓸려가는 다리를 다시 세우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책을 구입할 수 있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찰진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읽어 보세요. 마음이 따뜻해질 거예요. 이 책 한 권이면 겨울 핫팩이 필요 없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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