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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신년특집 일출명산<3>ㅣ② 천마산 르포] 동네 뒷산에서 마주한 ‘고산준령 해돋이’의 감동!

글 김기환 차장 사진 주민욱 기자
  • 입력 2020.01.0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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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천마산 일출산행… 호평동 수진사에서 오전 6시 전에 출발해야

천마산 정상에서 본 일출.
천마산 정상에서 본 일출.

산 위에서 해돋이를 보며 한 해를 시작하는 등산 애호가들이 많다. 해맞이 행사를 하는 전국의 유명산들이 늘 인파로 붐비는 이유다. 가능하다면 높고 멋진 산에서 신년 해맞이를 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먼 길 떠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아쉬운 대로 동네 뒷산을 찾기도 한다. 그런데 의외로 가까운 산을 올라 경험한 해맞이도 느낌이 좋은 경우가 많다. 기대하지 않았다가 큰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남양주시 천마산天摩山(812.4m)은 오래 전부터 수도권 주민들의 산행지로 인기를 끌던 곳이다. 특히 경춘선 열차를 타고 오가며 즐기던 낭만이 서려 있는 산이다. 하지만 산 주변이 개발되며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고, 이제 많은 건물로 둘러싸인 도시 속의 뒷산이 됐다. 산을 찾는 이들도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도시의 확장으로 천마산의 겉모습은 변했지만 자연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산길로 접어들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지고 식생이 잘 보존되어 있다. 봄이면 골짜기에 많은 야생화가 꽃을 피워 아름다운 화원으로 변한다. 무엇보다도 망대처럼 우뚝 솟구친 정상 조망이 시원하다.

천마산 큰 골의 임도를 걷고 있는 등산객.
천마산 큰 골의 임도를 걷고 있는 등산객.

서울과 경기 일원에 솟은 산봉들이 대부분 눈에 들어올 정도로 사방으로 막힘이 없다. 해돋이를 감상하기 좋은 입지를 지닌 곳이다.

천마산은 주변 개발로 교통망이 좋아지며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이 됐다. 수도권 광역전철을 이용해 접근할 수도 있어 대중교통도 좋다. 하지만 신년 해맞이를 위해 이른 시간에 이동하려면 자가용 차량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호평동의 수진사 기점이 주차가 편하고 산행 시간이 비교적 짧아 일출산행 코스로 적당하다. 12월 초, 신년 해맞이 산행 코스 답사를 위해 천마산을 찾았다.

수진사 입구 공영주차장에 도착하니 새벽 5시 30분. 온 세상이 깜깜한 어둠에 흠뻑 젖어 있었다. 남양주시의 2020년 1월 1일 일출 시각이 오전 7시 47분임을 고려할 때 출발하기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하지만 불빛 하나 없는 어두운 밤에 초행길을 더듬어 가야 할 상황이라 천천히 산행을 시작했다. 늦어서 일출을 놓치느니 조금 일찍 도착해 추위에 떠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태극기가 휘날리는 천마산 정상.
태극기가 휘날리는 천마산 정상.

갈림길 많아 신중하게 산길 선택해야

깜깜한 아스팔트길을 거슬러 올라갔다. 드문드문 가로등이 세워져 있었지만 진행 방향을 판단하는 데 별 도움이 안 됐다. 스마트폰의 지도앱으로 수시로 현 위치를 확인하며 걸었다. 여느 도시 근교산과 같이 천마산도 산길이 좀 복잡한 편이다. 샛길이나 갈림길이 많은 데 비해 이정표는 친절한 편이 못됐다. 신중하게 사전에 계획한 등산로를 찾으며 이동했다.

포장도로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드니 완벽한 어둠이 주변을 둘러쌌다. 헤드램프 불빛에 의지해 바로 앞의 돌계단을 밟으며 부지런히 걸었다. 새벽 추위를 이기기 위해서 쉬지 않고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20분쯤 지나자 눈앞에 넓은 임도가 나타났다. 배낭을 벗어두고 잠시 숨을 돌리며 살펴보니 건너편 숲에 ‘천마산야영교육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등산인들이 ‘천마의 집’이라고 부르는 시설물이다.

임도를 따라 널찍한 고갯마루로 올라서니 한층 밝아진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밤에서 새벽으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다시 시작된 산길은 능선을 따라 이어져 있었다. 산자락 주변 도시의 야경이 나뭇가지 사이로 스며들어왔지만 시원하게 조망이 터지는 곳은 없었다. 산행에 집중하며 계속 고도를 높여 전망데크까지 진행했다.

천마산 정상부의 경치 좋은 암릉.
천마산 정상부의 경치 좋은 암릉.

“와! 저기 멀리 잠실의 고층빌딩이 보이네요. 생각보다 야경이 좋아서 감동입니다.”

사진기자 주민욱씨가 답답한 숲에서 벗어난 것이 기뻤는지 탄성을 질렀다. 널찍한 전망데크는 서울의 동쪽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장소였다. 북한산 줄기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한강 주변으로 펼쳐진 도시의 불빛이 아기자기하게 늘어서 있었다. 서쪽에서 번진 불그스름한 기운이 하늘을 뒤덮은 모습도 환상적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주변 모습이 해돋이가 다가옴을 알리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한참 동안 주변을 촬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정상이 코앞인데 아직 일출 시간이 30분이나 남았기 때문이다. 바람이 적은 곳에 머물면서 추위를 피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새해 첫날이라면 무조건 정상에 올랐을 것이다. 정상부가 좁아 좋은 자리를 잡으려면 먼저 가서 버텨야 한다. 그래도 천마산은 특별한 해맞이 행사가 없어 크게 복잡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천마산은 은근히 높고 가파른 산이다. 비교적 짧은 수진사 기점의 산길을 이용해도 정상까지 1시간 20~30분쯤 걸린다. 게다가 막판에 통과해야 하는 긴 계단 구간도 만만치 않다. 시간에 쫓기면 정상 직전의 급사면에서 오버페이스로 탈진할 우려가 있다. 천마산에서 해맞이를 하려면 겨울산행 준비를 철저히 하고 여유를 가지고 올라야 한다.

정상 직전의 전망대에서 본 서울 조망.
정상 직전의 전망대에서 본 서울 조망.

경기도의 명산들이 한눈에 들어와

긴 암릉을 이룬 천마산 정상에 서면 경기도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북쪽으로 굽이치며 뻗어나는 산줄기가 철마산과 주금산을 거쳐 축령산으로 연결된다. 주금산 뒤로 솟은 운악산과 명지산 줄기가 화악산의 웅장한 산세와 겹쳐지며 장쾌함을 뽐낸다. 해가 뜨는 방향인 동남쪽 멀리 솟은 용문산을 중심으로 백운봉과 유명산, 중미산 등이 하나의 커다란 산괴를 이루고 있다. 산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무척 큰 곳이다.

“일기예보는 맑음인데, 동쪽 하늘에 구름이 가득한데요. 이러다가 천마산 일출을 제대로 촬영하지 못하면 어쩌죠. 다시 와야 하나요?”

사진기자 주민욱씨가 삼각대를 설치하며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동쪽 용문산 정상부가 가릴 정도로 짙은 구름이 낮게 깔려 있었다. 이 상태라면 구름이 해를 가릴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구름 아래로 보이는 시야는 좋았다. 멀리 있는 작은 산들이 선명하게 드러난 모습에 희망이 보였다. 어차피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해가 뜰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붉은 빛이 돌던 동쪽 하늘은 더 이상 밝아지지 않았다. 구름이 워낙 두터웠던 탓이다. 하지만 그 낮은 구름과 땅 사이에 벌어진 공간에 새빨간 빛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늘과 대지를 구분하는 신비로운 기운이 지평선을 따라 길게 펼쳐졌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색다른 형태의 일출이 시작됐다. 특히 용문산 주변이 유난히 빛났다. 태양이 올라올 길을 열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산줄기 위로 떠오른 태양은 신기하게도 붉고 동그란 모습을 온전히 보여 줬다. 그리고는 구름 속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이날의 천마산 해맞이는 분명 성공적이었다.

큰골 입구에 자리한 수진사.
큰골 입구에 자리한 수진사.

해돋이 촬영을 끝내고 시계를 보니 오전 8시였다. 평소 같으면 아침을 먹으며 출근을 준비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새벽부터 서두른 덕분에 천마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는 행운을 잡았다. 뭔가 큰일을 해낸 것 같은 뿌듯한 기분이 드는 아침이었다. 이제는 무사히 하산만 하면 일출산행은 모두 끝난다.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며 천천히 하산 계획을 세웠다. 새벽에 출발한 수진사에서 올라온 산길이 상태가 가장 좋지만, 같은 길을 다시 걷는 것을 피하기 위해 다른 코스를 택했다. 정상에서 스타힐리조트 방면으로 이어진 능선을 타고 가다가 호평동 주차장 쪽 임도로 내려서기로 했다. 그런데 유순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능선 하산길이 제법 험했다.

경사가 급한데 시설물도 거의 없어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했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곳도 많아 길이 미끄러웠다. 1시간 반에 걸쳐 무사히 내려오긴 했지만, 사람들이 이곳을 피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이 코스는 해맞이를 위한 야간산행 코스로는 적합지 않다. 겨울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은 올라온 길로 하산하는 것을 추천한다.

천마산 정상에서 본 잠실 방면의 새벽 풍광.
천마산 정상에서 본 잠실 방면의 새벽 풍광.

산행 가이드 

천마산은 정상을 중심으로 산길이 방사형으로 뻗어 있다. 교통이 편한 남쪽의 천마산역과 평내호평역 방면에서 산을 오르는 이들이 많다.

산행코스는 화도읍 묵현리 군립공원사무소~심신수련장~뾰족봉~정상 왕복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 취재팀이 답사한 남양주시 호평동 수진사 입구~큰골(임도)~천마의집~꺽정바위~정상 코스와 큰골~천마의집~약물바위샘(돌핀샘)~정상 코스도 찾는 이들이 많다. 각각 2시간~2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오남읍 팔현리 오남저수지 기점 다래산장~천마산계곡~약물바위샘~정상 코스와, 다래산장~절골~천마의집(혹은 꺽정바위)~정상 코스를 잇는 원점회귀 코스를 따르면 비교적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약 4시간. 장거리 산행을 즐기는 등산인들은 천마산~백봉산 종주나 천마산~철마산~주금산 종주를 추천한다. 꼬박 하루가 걸리는 장거리 종주가 가능하다.

일출산행이 주목적이라면 호평동 큰골을 타고 천마의 집~꺽정바위를 거쳐 정상에 오른 다음 돌핀샘~~큰골로 하산하거나 또는 돌핀샘에서 천마산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코스가 좋다. 천마산계곡을 따라 내려서다 무너진 콘크리트 교각이 보이는 지점에서 계류를 건너면 절골을 거슬러 능선 너머 큰골로 돌아올 수 있다. 약 3시간 30분 소요.

정상에서 남쪽 스키장 방면으로 이어진 능선을 타고 수진사로 내려설 경우 산행 거리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정상부의 경사가 급하고 바위지대가 험해 조심할 필요가 있다. 정상에서 1시간 거리의 능선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임도로 내려선 뒤, 임도를 타고 큰골로 손쉽게 넘어갈 수 있다.

교통

천마산 산행 기점인 평내호평역이나 천마산역은 경춘선 전철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천마산역 1번 출구에서 168번 버스를 타면 천마산 입구까지 운행한다. 걸어서 갈 경우 25분 정도 소요된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기본요금 거리다. 평내호평역에서 수진사 입구까지 마을버스가 운행하지만 자주 다니지 않아 택시를 이용하는 편이 낫다.

버스는 청량리, 지하철 2호선 강변역, 잠실 등지에서 탈 수 있다. 호평동 큰골 입구까지 들어가는 버스는 강변역 1115-2번, 잠실역 1115번, 경동시장 2227번, 청량리 165번, 1330-1, 석계역 65-1번 등지에 있다. 165번 버스만 수진사 입구까지 들어간다. 문의 천마산관리소 031-590-2733.

해맞이 산행을 위해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수진사 입구 공영주차장이나 천마산관리사무소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을 수 있다.

맛집(지역번호 031)  

호평동 수진사 입구 주차장 주변에 맛깔나게 음식을 하는 업소가 여럿 있다. 산길 입구의 두부만드는집(595-9933)은 직접 만든 순두부가 일품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식사로는 칼국수와 만둣국 등이 있다. 바로 옆 회사랑(591-5600)은 비교적 저렴하게(광어·우럭 1만~4만 원) 해산물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 밖에 천마산 순두부(559-8849), 만나닭갈비(595-5788) 등이 있다. 수진사 입구에 위치한 카페 자작나무(551-9933)는 간단한 음식과 차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파스타와 비빔밥, 빵 등을 취급하는 업소로 분위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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