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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백두대간 에코트레일ㅣ두로봉 구간 생태] 절약하면서도 품위 잃지 않는 나무를 주목하라!

글 신준범 기자 사진 주민욱 기자
  • 입력 2020.01.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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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 고산능선에 자주 마주치는 주목,
예부터 쓰임새 많고 비싼 나무로 통해

두로봉에서 만난 수형이 아름다운 주목.
두로봉에서 만난 수형이 아름다운 주목.

백두대간 두로봉 구간에서 산신령 같은 풍모의 주목을 마주쳤다. 대간 고산 능선에서 주목은 어렵지 않게 마주친다. 공통점은 어떤 환경에서건 황금비율의 수형으로 고고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것. 특히 겨울 눈 쌓인 산에서 마주치는 주목은 홀로 곧고 의연한 줄기, 붉은빛이 감도는 힘찬 수피가 시간을 초월한 도인 같은 모습이다.

수피 색깔처럼 이름도 붉을 주朱, 나무 목木 자를 쓴다. 공식 학명은 ‘탁수스 쿠스피다타Taxus cuspidata’로 뾰족한 잎을 가진 붉은 나무란 뜻이다. 주목과 구상나무·분비나무·전나무가 헷갈린다면 나무껍질 색깔과 잎이 뾰족한지 여부로 간단히 구분할 수도 있다.

추운 곳을 좋아하는 주목은 능선에도 있지만 북쪽 계곡에도 많이 자란다. 구름과 안개가 오가는 고산능선의 습기 많고 비옥한 곳에서 자란다. 특히 햇볕이 적으면 적은 대로 잘 자란다. 키 큰 다른 나무들이 다 쓰고 남은 햇볕을 모아 자라면서도 품위를 잃지 않는 모습은 실로 현대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다.

주목은 세계적으로 쓰임새가 많은 나무다. 열매는 독성이 있어 먹으면 설사할 확률이 높다. 목재의 재질이 치밀하고 탄력이 있으며 광택과 향기도 좋아 가장 좋은 목재로 여겨졌다. 그래서 예부터 불상과 염주를 만들거나 귀한 분의 관을 짜는 데 사용했다. 특히 주목으로 만든 바둑판은 손맛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잎과 가지에 택신, 계피산, 택시놀 성분이 있어 신장병과 위장병 약으로 쓰이며, 최근에는 항암물질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목은 생장 속도가 너무 느려 원래 가격이 비쌌다. 세월이 흐르며 값이 많이 떨어졌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흔한 나무가 되었지만, 주목은 훌륭한 나무다. 소비 지향적인 시대에 절약하면서도 반듯한 모습을 잃지 않는 주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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