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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백두대간 에코트레일ㅣ두로봉 구간 역사] “임 금도 문수보살이 등 밀어주었다 말하지 마오”

글 신준범 기자 사진 C영상미디어
  • 입력 2020.01.22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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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로 지정된 오대산 상원사 문수동자상에 얽힌 전설

국보221호 상원사 문수동자상.
국보221호 상원사 문수동자상.

오대산은 피의 군주라 불리는 수양대군, 세조의 전설이 담긴 산이다. 수양대군은 단종에게 왕위를 강제로 빼앗고, 결국 사약까지 내렸다. 왕이 된 세조는 어느 날 꿈에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가 나타나 “어린 조카를 내치고도 모자라 사약을 내려 죽게 했단 말이냐. 인륜도 모르는 천하에 더러운 놈!”이라 소리쳤다.

말을 마친 현덕왕후는 세조를 향해 침을 뱉었다. 세조는 놀라 잠에서 깨었다. 더 놀라운 것은 현덕왕후가 침을 뱉은 자리에 종기가 돋더니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의술이 뛰어난 어의가 백방으로 손을 써도 낫지 않고 피부병은 점점 더 위중해졌다. 가려워서 잠을 자지 못하게 되고, 극도의 신경세약까지 겹치게 되었다.

세조는 병을 고치기 위해 궁을 떠나 약수를 찾아 속리산에 갔고, 금강산을 찾기도 했으나, 별 효험이 없었다. 그 다음으로 찾은 곳이 오대산이었다. 세조는 상원사에 머물며 정성으로 불공을 올렸다. 그날도 예불을 드리기 위해 법당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절에서 기르는 고양이가 왕의 곤룡포 자락을 물고 늘어졌다. 고양이가 좀처럼 옷자락을 놓아주지 않아 한동안 문 앞에서 실랑이를 벌였다. 그 사이 맞은편 법당문을 열고 두 사람이 바람처럼 빠져나갔다. 세조에게 비수를 꽂으려 기다리고 있던 자객들이었던 것이다.

세조는 과오를 뉘우치고 정성으로 불공을 드린 자신의 마음이 부처님께 닿아 고양이를 통해 목숨을 구해 준 것으로 여겼다.

얼마 후 오대천으로 나갔던 세조는 맑은 물에 몸을 담갔다. 이때 한 동자승이 다가와서 “소승이 등을 밀어 드릴까요?” 말했다. 세조는 등을 대며 “어디 가서 임금의 옥체에 손대었다는 말은 하지 마오. 혹 불경을 저질렀다 하여 죄를 물을까 두렵소”라고 말했다.

세조의 등을 밀어준 동자승이 떠나면서 “임금도 문수보살이 등을 밀어 주더란 말은 하지 마오. 거짓말쟁이라는 말을 들을까 두렵소”라고 말했다. 세조가 깜짝 놀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온 몸에 솟았던 종기도 씻은 듯이 없어져 있었다. 크게 감격한 세조는 화공을 불러 동자의 모습을 그리게 하고, 목각상으로 조성토록 했다. 이것이 바로 현재 국보221호 상원사의 문수동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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