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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World News] 도쿄올림픽 SC 출전선수 선발 진통

글 오영훈 기획위원
  • 입력 2020.01.1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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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행정이 원인…40명 중 28명 확정

세계챔피언십에서 2위에 올랐음에도 어깨 부상으로 출전권을 놓칠 뻔한 일본의 미노 노나카. 사진 에디 파우케.
세계챔피언십에서 2위에 올랐음에도 어깨 부상으로 출전권을 놓칠 뻔한 일본의 미노 노나카. 사진 에디 파우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스포츠클라이밍이 선수 선발 방식을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협회IFSC가 독단적으로 의사결정하며 각 국가 올림픽위원회 소속 스포츠클라이밍 주관단체와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먼저 클라이밍 종목은 난이도, 볼더링, 속도경기를 합한 ‘콤바인’ 형식으로 치러진다. 올림픽 본선에 출전할 수 있는 건 남자 20명, 여자 20명이다. 한 국가는 남녀 각 2명씩 최대 4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 이 중 남녀 각 2명은 각각 출전국과 올림픽위원회가 선정한 국가에서 한 명씩 배정된다.

나머지 18명은 세계챔피언십에서 7명, 올림픽 예선에서 6명, 5개 대륙별 챔피언십에서 각 1명씩 선발한다. 세계챔피언십은 2019년 8월 일본 하치오지에서 열렸고, 올림픽 예선전은 11~12월에 프랑스 툴루즈에서 열렸다. 대륙별 챔피언십은 2020년 2~4월에 각 대륙에서 개최된다.

스포츠클라이밍 최강국 중 하나로 꼽히는 일본에서 월등한 성적으로 가장 먼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토모아 나라사키. 사진 교도뉴스.
스포츠클라이밍 최강국 중 하나로 꼽히는 일본에서 월등한 성적으로 가장 먼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낸 토모아 나라사키. 사진 교도뉴스.

문제는 지나치게 복잡한 선발과정과 국제스포츠클라이밍협회와 각 국가별 주관단체의 무능한 행정, 원활하지 못한 의사소통이 겹쳐지며 터졌다. 일본은 하치오지 세계챔피언십에서 남녀 모두 우승(남-토모아 나라사키, 여-아키요 노구치)했고, 7위권에 두 명 이상 올랐는데 이들에게 즉각 올림픽 출전권을 부여하지 않았다. 개최국 출전권 한 장을 사용하기에 따라 차기 대회에서 더 실력이나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선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일본은 결국 3개월이 지나서야 자국 스포츠클라이밍 경기결과를 합산해 출전자 명단을 확정했다고 한다.

툴루즈 올림픽 예선전에서는 조작을 의심케 하는 행정이 벌어졌다. IFSC는 대회를 앞두고 특별한 이유 없이 국가별 출전선수 제한(남녀 각 2명)을 갑작스럽게 폐지했다. 그러자 상위 랭킹에 있던 일본, 미국, 프랑스의 선수 4명이 출전권을 얻고 하위 4명이 탈락했다. 탈락자들이 불만을 표하자 주최 측은 이들을 다시 출전선수 명단에 넣는 촌극이 벌어졌다. 결국 총 40명의 선수가 출전하기로 되었던 대회가 44명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일본 연맹은 IFSC를 고소하기도 했다. 갑작스런 규정 변경으로 대회에 참가하게 된 미국과 프랑스 선수는 올림픽 출전권까지 확보했다. 조작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프랑스 툴루즈 올림픽 예선전에서 체코의 아담 온드라가 스피드클라이밍 종목 등반을 마치고 환호하고 있다. 하치오지 세계챔피언십에서 볼트를 밟았다는 판정으로 탈락해 올림픽 출전권을 놓친 온드라는 툴루즈 대회에서 종합 2위를 거둬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프랑스 툴루즈 올림픽 예선전에서 체코의 아담 온드라가 스피드클라이밍 종목 등반을 마치고 환호하고 있다. 하치오지 세계챔피언십에서 볼트를 밟았다는 판정으로 탈락해 올림픽 출전권을 놓친 온드라는 툴루즈 대회에서 종합 2위를 거둬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게다가 툴루즈 올림픽 예선의 우승자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졌다. 남녀 각 우승자인 후타바 이토, 코코로 후지의 국적이 이미 올림픽 출전선수를 모두 결정한 일본이기 때문이다. ‘올림픽 예선’이라는 이름을 내건 대회 우승자가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기현상에 선수나 관객, 팬들 모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또 툴루즈 대회는 진행에도 문제가 있었다. 난이도 대회에서 슬로베니아의 예르네이 크루더(남)가 경기를 펼치던 중 잡은 홀드가 떨어지면서 재경기를 치르게 됐고, 크루더는 간발의 차로 올림픽 출전권 확보에 실패했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현재 남녀 도합 40명 중 28명의 올림픽 출전자가 결정됐다. 출전 국가별 인원은 일본(4명), 프랑스(3), 독일(2), 이탈리아(2), 중국(2), 오스트리아(2), 미국(2), 슬로베니아(2), 카자흐스탄(1), 캐나다(1), 체코(1), 스페인(1), 영국(1), 폴란드(1), 스위스(1), 러시아(1) 등이다.

대한민국의 올림픽 출전 여부는 오는 4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 대륙별 챔피언십에 달려 있다. 최대 남녀 각 1명씩 가능하다. 이 대회에서 최종 우승하거나 아니면 이미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 또는 출전권을 더 얻을 수 없는 국가의 선수 바로 다음 순위에 오르면 마지막 한 장 남은 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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