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대통령' 윤치술의 힐링&걷기 <22>] 설악, 東柱의 별이 바람에 스치우고

글·사진 윤치술 한국트레킹학교장
입력 2020.01.16 10:30


어슴새벽, 
파리한 달빛은 나목의 판화를 언 땅에 찍어대고 
찬바람은 서슴서슴 골마다 일어선다. 
때꾼한 마음으로 안녕을 뒤로하는 나의 행장은
눈발에 귀찮은 능선 위 구상나무.
한계령 산간도로를 대차게 오르는 문명의 기염은
자아로 가려는 발걸음을 주눅 들어 더디게 하고.

어슴새벽,
가없는 산을 그리는 단조의 뭉근한 소리를 보았다.
바랑 가득 피안의 꿈을 담아 오리라던 그는
상심 속에 해가 눕고 기다림의 발자국 어지러운 밤들이
산꼬대에 쓸려가도 내내 돌아오지 않았다.
열정으로 쌓아올린 케른이 가쁜 삶의 뒤안길에서 허물어지고
절절했던 소망이 낮달처럼 엷어졌음이 짠했을까?
싸리 회초리 든 골바람이 주춤하는 산으로의 길을 다그친다. 

어슴새벽,
나의 심약心弱으로 사위어가는 저 산정의 초록별이 
의미 없는 산행의 길라잡이로 빛나기를 바라거나
돌아오지 않음을 어쩌자고 기다리는 어리숙함에 해코지 않기로 했다.
새삼 단단한 생각으로 산을 크고 너르게 만나야지.
아! 동주님의 별이 바람에 스치우고 내 안으로 가는 산이 동틈에 새롭다.

지난 일들 데리고 설악에 들었다. 한계령의 푸르뎅뎅한 칼바람에 아노락 후드 여미며 귀떼기청봉 가는 길의 발자국마다 그들의 소리가 밟혔다. 우리 시대의 탁월한 등반가인 고故 김창호 대장의 ‘등반은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간’과 고독한 철인 라인홀트 메스너의 ‘나는 그저 산을 오르려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속의 산을 오르려한다’는 그 말. 이렇듯 산을 새로운 생각으로 마주하는 ‘오름의 철학’이 우리들의 산행에 더해졌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산격山格이 사뭇 높아지는 새해, 새山이 열렸으면 좋겠다.
윤치술 약력
소속 한국트레킹학교/마더스틱아카데미교장/건누리병원고문/레키 테크니컬어드바이저
경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외래교수/고려대학교 라이시움 초빙강사/ 사)대한산악연맹 찾아가는 트레킹스쿨 교장/사)국민생활체육회 한국트레킹학교 교장/월간 산 대한민국 등산학교 명강사 1호 선정
윤치술 교장은 ‘강연으로 만나는 산’이라는 주제로 산을 풀어낸다. 독특하고 유익한 명강의로 정평이 나 있으며 등산, 트레킹, 걷기의 독보적인 강사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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