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한쪽은 수직, 다른 사면은 낭떠러지에 폭설 속 트레킹 하다 참변 당한 듯

글 신준범‧서현우 기자
입력 2020.01.18 16:31
데우랄리서 한인 교사 4명 실종…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 김영식 교사와 별도
전문가들 “평소에도 눈‧비 오면 위험, 접근 안 해… 며칠 폭우가 눈사태로 변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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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려 롯지가 휩쓸려 간 안나푸르나 일대. 사진 전남도교육청 미래도전프로젝트 트레킹팀.
네팔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던 한국인 교사 4명이 갑작스런 눈사태를 만나 실종된 이유는 데우날리 지역 마을에 며칠째 계속 비가 내렸고, 이어 폭설이 내려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무리한 트레킹을 하다 눈사태에 휩쓸린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트레킹을 하는 지역의 한쪽 사면은 수직에 가까운 암벽으로 이뤄져 있고, 다른 사면은 절벽에 가까운 낭떠러지로 이뤄져 있었기 때문에 눈사태가 나면 바로 휩쓸려 내려가 수색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전문가와 당시 사고를 면했던 팀에 따르면, 눈 비가 내리면 아예 그곳으로 트레킹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인재라는 얘기다.

지난 17일(실제는 16일로 알려짐)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던 한국인 교사 4명이 갑작스런 눈사태를 만나 실종됐고, 이들을 안내하던 네팔인 현지 가이드 3명도 함께 사고를 당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같은 지역에 다른 일행으로 트레킹을 하던 대만인 3명과 중국인 2명도 눈사태에 휩쓸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봉사에 동행했던 팀과 외교부에 따르면, 이들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17일 오전 10시 30분~11시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 트레킹 코스인 데우랄리Deurali 지역(3,230m)을 지나던 도중 눈사태를 만났다고 했으나 실제는 하루 전인 16일 일찌감치 트레킹을 떠났다고 전했다. 일행 9명 중 선두에 가던 교사 4명은 현지 가이드와 함께 갑자기 쏟아져 내린 눈에 휩쓸려 순식간에 사라졌고 후미로 가던 5명은 사고를 면했다고 말했다.

실종자들은 모두 충남교육청 소속 현직교사들이다. 네팔 현지 초등학교와 중학교, 공부방 등에서 교육 봉사활동목적으로 지난 1월 13일 출발한 이들은 25일까지 봉사하고 귀국할 예정이었다. 충남지역 10개 학교 11명으로 구성됐으나 2명은 건강상 이유로 현지 숙소에 남아 있어 화를 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4명의 교사는 이 모씨(56‧남), 정 모씨(59‧남), 김 모씨(52‧여), 최 모씨(37‧여) 등이다. <히말라얀 타임즈> 등을 포함한 외신들은 실명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유가족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한다. 현지 기상 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최종 신원확인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한국 교사 트레킹팀이 고용한 등반대행사는 카트만두에 소재한 트래블넷 트레킹TravelNet Trekking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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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데우날리 지역에서 트레킹을 하던 한국인 교사 4명이 갑자기 발생한 눈사태로 실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 연합뉴스.
이들과 별도로 교사와 학생으로 구성된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를 꾸려 매년 네팔 현지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던 대장 김영식 교사(충주 예성여중)는 지난 1월 8일 출국해 23일 귀국 일정으로 네팔에서 봉사활동 중이었다. 김영식 대장이 이끄는 오지학교 탐사대는 충주예성여중 3명, 칠금중 3명, 칠금여중 1명, 대원고 2명 등 전국단위 학생들 25명과 일반 교사 17명 등 총 42명으로 구성됐다. 오지학교 탐사대의 봉사활동은 올해로 16년째 이어오고 있다. 반면 사고를 당한 팀은 이들과는 별도로 충남교육청에서 조직해서 출발했던 팀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을 현지에서 만난 김 대장은 “같은 교사로서 1명만 알 뿐이지, 다른 교사들은 전혀 모른다”고 전했다.

사고 현장은 히말라야 포카라시에서 걸어서 3일 정도 걸리는 곳이다. 현지에는 며칠째 계속 폭우와 폭설이 내리는 등 기상 여건이 매우 좋지 않은 상태다. 현지들 몇 번이나 다녀온 트레킹 전문가와 김영식 대장과 함께 봉사를 떠난 팀들은 공통적으로 “눈사태가 난 데우랄리지역은 원래 눈이나 비가 오면 사고위험이 높아 아예 트레킹 진행을 하지 않는 게 일반적인데, 더욱이 현지에서 며칠째 계속 비가 내렸으면 당연히 접근하지 말아야 하는 데 현지 가이드가 왜 진행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현지 사정을 종합하면, 데우랄리 지역에 비가 며칠 째 내려 쌓여있던 눈이 약해진 상태에서 눈까지 내리자 한꺼번에 눈사태로 휩쓸려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무리한 트레킹으로 인한 인재가 자연 재해와 겹치면서 화를 당했다는 해석이다.

네팔 경찰구조팀도 18일 오전 현장으로 급파했지만 기상악화로 현장 접근 자체가 어려워 수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다. 수도 카트만두에서 안나푸르나가 있는 포카라로 가는 항공편도 악천후로 최근 계속 결항하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포카라로 가는 차량도 평소 7~8시간 걸리는데 곳곳에 길이 끊어져 역시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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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데우랄리 지역의 평소 맑은 날씨 때의 모습. 사진 연합뉴스.
외교부는 주네팔대사관과 함께 비상대책반을 구성, 네팔 당국에 신속한 실종자 수색을 요청하는 한편 본부 신속 대응팀을 파견해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적극적으로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네팔대사관 관계자도 “18일 오후 카트만두에 도착할 신속 대응팀과 함께 구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네팔 경찰 당국은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사고 현장에는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고, 온종일 기상악화로 항공구조 작전은 불가능하다”면서 “경찰과 주민이 걸어서 현장에 가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한국인 4명과 네팔인 3명을 포함해 최소 7명이 실종됐다"고 보도했고, 현지 매체는 "중국인 관광객도 실종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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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신속대응팀이 네팔 현지로 떠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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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트레킹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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