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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백두대간 에코 트레일ㅣ설악산 구간 생태] 마지막 반달곰이 죽은 그곳!

글 신준범 기자 사진 국립공원공단 제공
  • 입력 2020.02.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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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이 설악산 대표 동물로 떠올라… 다시 서식할 수 있을까

새끼를 돌보는 어미 산양.
새끼를 돌보는 어미 산양.

마지막 호랑이가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 사살되었고, 마지막 반달가슴곰은 1983년 설악산 마등령 계곡에서 밀렵꾼의 총에 사살되었다. 설악산은 1980년대까지 곰 같은 대형포유류가 살았던 이 땅의 마지막 안식처였다. 국립공원 가장자리와 연결된 산악지대의 먹이가 풍족했다. 급경사 바위지대라 사람의 접근이 어렵고, 다른 산에 비해 인가도 산 중심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이 요인이다.

급경사 바위지대는 산양이 서식하기에 이상적이지만, 오소리·멧돼지와 설치류에겐 불리한 지형이다.

반달가슴곰은 국립공원의 상징이며 복원사업을 하는 지리산의 상징이다. 강원도의 상징도 반달가슴곰이다. 멸종 전까지 남부지방의 대표적인 서식지가 지리산이고, 북쪽은 설악산이라고 <설악산 학술조사 보고서(1967년)>는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반달가슴곰이 사라진 설악산은  산양이 상징적인 자리를 이어받았다.

멸종위기종 1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은 양양군 오색리 일대에 케이블카를 놓겠다는 계획이 추진되면서 화두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케이블카 설치로 인한 환경훼손이 크고 이로 인해 산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설악산이 파괴되는 건 물론이고 산양 같은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박그림 녹색연합대표를 비롯해 여러 환경단체와 동물 관련 시민단체, 상당수 산악인까지 합세해 케이블카 반대운동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환경부에서 최종 건설 부동의 결정을 내리면서, 케이블카 건설이 무산되었다. 멸종위기종들이 사라져가는 추이를 보면 대규모 개발로 인한 서식지 축소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마지막 반달가슴곰을 죽인 사냥꾼의 총구를, 지금은 대규모 개발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사라져가는 동물이 늘어날수록 최상위 포식자인 사람의 설 곳도 줄어들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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