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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아하 클라이밍!ㅣ프로 트레이닝] 선수처럼 등반하려면? 선수처럼 훈련하라

글 김인경 매드짐 대표, 서현우 기자 사진 셔터스톡
  • 입력 2020.02.1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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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선수의 일주일 훈련 프로그램…스피드-근력, 리드-지구력, 볼더링-조정력 향상 집중

클라이밍 동호인들에게 강습하고 있는 김자인 선수. 사진 조선일보DB
클라이밍 동호인들에게 강습하고 있는 김자인 선수. 사진 조선일보DB

암벽여제 김자인, 볼더링 스페셜리스트 사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천종원, 떠오르는 샛별 서채현 등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은 한국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 많은 스포츠클라이밍 동호인들이 이러한 선수들을 선망의 대상이자 목표로 삼고 암장에서 구슬땀을 흘린다.

국가대표 선수처럼 등반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하나다. 선수처럼 훈련하는 것이다. 전 스포츠클라이밍 청소년국가대표 감독직을 역임한 바 있는 김인경 매드짐 대표와 함께 국가대표 선수들의 일주일 훈련 프로그램을 알아봤다.

김 대표는 “선수들이라고 매일 극한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트레이닝 주기화 이론에 따라 강도를 조절한다”며 “전반적인 훈련 메뉴는 비슷하지만 스피드 선수들은 근력, 리드 선수들은 지구력, 볼더링 선수들은 조정력에 더 비중을 두고 훈련한다”고 설명했다.

먼저 선수들의 훈련은 크게 등반훈련skill practice, 체력훈련, 컨디셔닝conditioning, 심리훈련의 네 개로 구성된다. 심리훈련은 대회에 출전할 때 경기력을 최고치로 올리기 위해 진행하는 훈련이므로 이번 기사에서는 이를 제외한 신체 훈련만 살펴본다.

동작연습은 홀드에서 홀드로 연결되는 동작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동작연습은 홀드에서 홀드로 연결되는 동작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1. 등반훈련

등반훈련은 가장 중요한 훈련이다. 동작 연습, 문제 마스터링, 젖산 인터벌 훈련, 볼륨업 훈련 등으로 구성된다. 각 훈련 메뉴는 개인의 특성이나 단점에 맞게 집중도나 강도를 달리 할 수 있다.

동작연습(지도자에 따라 기술훈련이라고도 부른다)은 특정 동작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훈련이다. 대개 잘 수행하지 못하는 동작을 중점적으로 반복한다. 휴식일 다음날처럼 몸의 상태가 최적일 때 진행하는 것이 좋다.

보통 동호인들은 암장에서 운동할 때 특정 홀드에서 추락하고 나면 그 홀드를 잡는 것에 매몰된다. 하지만 동작연습은 특정 홀드를 잡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이전 홀드에서 특정 홀드까지 이어지는 동작을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동작을 완성했다면 그 느낌을 유지하면서 이를 10회 이상 반복해서 동작의 완성도를 만들어내야 한다.

케틀밸 위에서 수행하는 밸런스 트레이닝.
케틀밸 위에서 수행하는 밸런스 트레이닝.

마스터링은 쉽게 말해 지구력 문제나 볼더링 문제를 완등하는 것을 말한다. 어설프더라도 가까스로 완등이 가능한 최고 난이도 문제에 도전해서 이를 완벽한 동작으로 수행하는 것이 목표다. 스피드 종목에서는 전체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일주일에 1회 정도 집중력이 높을 때 수행하는 것이 적절하며 ‘나는 지금 경기 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젖산 인터벌 훈련은 가장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등반 능력을 가장 탁월하게 올려 주는 훈련이다. 선수의 경우 최대 능력의 85~90% 정도, 일반인은 50~60% 정도의 힘을 들여 등반하는 문제를 일정한 회복시간을 두고 반복 등반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의 핵심은 젖산이 쌓여야 한다는 것, 즉 팔에 펌핑(근육경직)이 올 때까지 계속 등반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한 정해진 시간(약 3~5분)만 휴식하고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등반을 재개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젖산 저항력이 높아져 등반력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1회 정도만 실시하고, 훈련 다음날은 저강도 훈련이나 휴식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최근 선수들이 많이 하는 TRX(Totally body resistance exercise, 전신저항운동) 트레이닝은 공중에 매달린 줄을 이용해 플랭크나 스쿼트, 런지 등의 동작을 수행하는 근력 운동 방법이다.
최근 선수들이 많이 하는 TRX(Totally body resistance exercise, 전신저항운동) 트레이닝은 공중에 매달린 줄을 이용해 플랭크나 스쿼트, 런지 등의 동작을 수행하는 근력 운동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볼륨업 훈련은 저강도 유산소성 훈련으로, 쉽게 말하면 ‘쉬운 루트를 반복’하는 훈련이다. 등반 최대 능력의 60% 이하의 루트를 연속해서 등반하면 지구력도 오르고 홀드에 친숙해질 수 있다. 특히 리드 종목 선수들이 이 훈련을 많이 한다. 리드 등반은 3~4개의 크럭스를 제외하면 낮은 난이도의 동작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또한 체중감량이 필요한 동호인이라면 볼륨업 훈련을 조금 더 늘려서 실행하는 것이 좋다. 감량에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경우 볼륨업 훈련을 30~40분 동안 쉬지 않고 진행하면 평균적으로 몸무게가 1~1.5kg 정도 줄어든다. 물론, 감량 수치는 체질과 경력에 따라 차이가 있다.

휴식일 전날, 3세트 이하로 실시하는 것이 좋으며, 경기나 프로젝트 등반 직전에는 가급적 볼륨업 훈련을 피할 것을 권하고 싶다.

로잉 머신. 유·무산소 운동을 함께할 수 있고 클라이밍에 필요로 하는 코어와 어깨, 팔 근육을 고루 발달시킬 수 있어 최근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운동이다.
로잉 머신. 유·무산소 운동을 함께할 수 있고 클라이밍에 필요로 하는 코어와 어깨, 팔 근육을 고루 발달시킬 수 있어 최근 선수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운동이다.

2. 체력훈련

체력훈련은 최근 프로 클라이머들 사이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다. 등반훈련만으로는 등반력 향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클라이밍 체력훈련이라고 하면 턱걸이, 푸쉬업, 그립 훈련을 떠올리겠지만 동호인들에게 더 필요로 하는 운동은 소홀히 하기 마련인 유연성, 조정력, 심폐기능 훈련이다.

유연성을 흔히 ‘스트레칭’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등반을 잘하려면 스트레칭을 넘어서 관절의 가동범위Range of motion를 확보하는 유연성 운동이 필요하다. 흉추 가동성 운동Thoracic mobility, 고관절 가동성향상 운동Hip mobility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리드 선수들이 가장 잘 다치는 부위인 햄스트링도 부상 예방 차원에서 중점적으로 스트레칭해 주는 것이 좋다.

고관절 가동성 운동.
고관절 가동성 운동.

조정력은 민첩성, 균형감각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근력과 유연성을 재료로 삼아 몸을 마음먹은 대로 통제하는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최근 트레이닝계에서 핫한 밸런스 트레이닝(균형 잡기 어려운 패드 위에서 한 발이나 두 발로 버티며 균형 감각을 기르는 운동), 코디네이션 트레이닝(막대나 콘을 놓고 이를 지그재그로 달리거나 뛰어 넘으며 다양한 동작을 취해 신체 조정 능력을 키우는 훈련) 등이 이에 속한다.

심폐기능은 등반을 포함해 모든 운동의 기본이 되는 운동이다. 최근에 선수들이 주로 하는 운동은 로잉 머신Rowing machine이다. 노를 젓는 운동을 모방해 만든 기구다. ‘무한도전’ 조정특집 때 멤버들의 체력 테스트 도구로 나와 인지도가 높아졌다. 심폐 지구력은 물론 하체, 코어, 어깨, 팔까지 전신의 근육을 사용해 유산소 운동과 무산소 운동을 같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폼 롤러 위에서 반대쪽 어깨를 마주잡아 당기는 흉추 가동성 운동. 흉추 가동성 운동은 다양한 동작이 있으며 목과 등, 어깨의 가동범위를 확장시켜 준다.
폼 롤러 위에서 반대쪽 어깨를 마주잡아 당기는 흉추 가동성 운동. 흉추 가동성 운동은 다양한 동작이 있으며 목과 등, 어깨의 가동범위를 확장시켜 준다.

3. 컨디셔닝

컨디셔닝은 말 그대로 컨디션 관리다. 대회나 프로젝트 등반 직전에 한다. 선수들마다 취향이나 효과에 따라 사용하는 컨디셔닝 방법이 무척이나 많다. 폼 롤러나 베이스텀과 같이 근육을 풀어주는 도구soft tissue mobilization를 활용하거나 매뉴얼테라피(도수치료), 부상을 예방하기 위한 재활운동rehabilitation&pre-rehab, 수면치료나 침 치료, 음악치료 등이 있다. 

단거리 코디네이션 트레이닝. 축구 훈련 영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트레이닝이다.
단거리 코디네이션 트레이닝. 축구 훈련 영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트레이닝이다.

선수훈련 참고해 자신만의 프로그램 만들기

상기 훈련들을 적용해 선수들이 실제로 실시하는 일주일 훈련 프로그램은 아래의 표와 같다.

전반적인 훈련 프로그램은 비슷하다. 먼저 운동강도의 경우 트레이닝 주기화 이론에 따라서 휴식일 다음에는 중간 강도, 이후 고강도와 저강도를 반복하는 형태를 취한다.

각 종목별로 조금 더 중점을 두는 부분은 다르다. 스피드 종목의 경우 근력 운동을 타 종목보다 하루 더(일주일 중 3회) 실시한다. 폭발적인 힘을 사용해 빠르게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리드 종목의 경우 마스터링과 유연성, 볼륨업에 비중을 둔다. 등반 중에 오랫동안 지구력을 발휘해 홀드를 제압하고 있어야 하며, 효율적인 동작으로 체력 소비를 아끼는 것이 종목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볼더링은 조정력 훈련과 동작훈련을 더 많이 실시한다. 볼더링은 문제에 따라 기존에 해본 적 없는 동작을 취하며 임기응변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관건이다.

한 번에 선수처럼 등반할 수 없듯이, 한 번에 선수처럼 훈련할 수도 없다. 선수들의 훈련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 하기보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응용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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