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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산악명언<6>] “나의 등반철학은 극도의 어려움 추구하는 것…두려움은 수많은 감정 중의 하나일 뿐”

글 박정원 편집장
  • 입력 2020.04.0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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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밍은 본질과의 싸움도 아니고, 중력법칙을 거스르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단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일 뿐이다. Climbing is not a battle with the elements, nor against the law of gravity. It’s a battle against oneself.” 

- 월터 보나티Walter Bonatti (1930~2011: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산악인)

인간은 누구나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삶은 순풍만 부는 게 아니라 때로는 견디기 힘든 거센 역풍도 만만찮게 맞이한다. 누구나 평탄한 길만 걷기를 원하지만 인생길 자체가 울퉁불퉁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어찌 보면 평탄한 길만 있었으면 역사가 형성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인간은 거센 역풍을 헤쳐 나가면서 역사를 만들기 때문이다. 거센 역풍은 때로는 목숨까지 요구한다. 그 과정에서 좌절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멋지게 극복해서 성공에 이르는 사람도 있다. 이를 극복하는 사람이 삶의 가치를 평가받고, 이른바 역사의 승자가 된다.

목숨 걸고 히말라야나 알프스 거벽 등반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시작부터 더욱 힘든 도전의 연속이다. 시작 자체가 고난이다. 발 디딜 틈도 없는 미끄러운 수직의 거벽을 오로지 혼자서 힘으로 손에 잡히는 조그만 장비를 가지고 올라간다고 생각해 보라. 상상만 해도 오금이 저린다.

월터 보나티,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산악인이다. 숱한 도전을 했고, 자신의 경험을 담은 많은 저서도 남겼다. 그는 시작부터 그랜드 카푸친, 몽블랑 북벽 등 거벽 빙벽 등반을 했다. 이어 K2, 파타고니아, 가셔브룸Ⅳ, 그랑드 조라스, 마테호른 등 잇달아 성공하고 은퇴한다. 이후 탐험가와 기자가 되면서 그의 경험을 고스란히 되살려낸다. <My Mountains>, <The Great Days>, <K2 The truth> 등 제목만 들어도 알 만한 산악책들이 그가 쓴 것들이다. 그중 대표작은 한국어로도 번역돼 있는 <내 생애의 산들 Mountains or My Life>이다. 거기 나오는 내용이다.

‘나에게 등반의 가치는 미학적, 역사, 윤리라는 세 가지 불가분의 요소다. 그것들은 나의 알피니즘 개념에 모든 기초를 형성한다. 어떤 사람들은 현대의 가혹한 현실에서 탈출하는 것 이상으로 등반을 보지 않는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정보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불공평하다. 나는 등반에 도피적 요소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이것은 단순한 탈출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진정한 본질이라는 사실을 무색하게 해서는 안 된다. For me, the value of a climb is the sum of three inseparable elements, all equally important: asethetics, history, and ethics. Together they form the whole basis of my concept of alpinism. Some people see no more in climbing mountains than an escape from the harsh realities of modern times. This is not only uninformed but unfair. I don’t deny that there can be an element of escapism in mountaineering, but this should never overshadow its real essence, which is not escape but victory over your own human frailty.’

한마디 덧붙이자면, 보나티는 그의 등산철학을 “극도의 어려움을 추구하는 것The pursuit with the extremely hard”이라고 강조했다. 그 과정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두려움은 등반가들이 느끼는 수많은 감각 중의 하나이며, 다른 감각들과 결합되어 그에게 존재 이유를 제공한다. Fear is one of the countless sensations felt by the climber and which, combined with others, gives him the reason for his existence.’

그의 존재이유였고, 그래서 그는 세계적인 산악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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