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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시즌특집 | 상춘심산賞春尋山 <1> 북한산 탐방객 증가] ‘코로나19 비상’…그래서 산으로 간다

글 박정원 편집장
  • 입력 2020.03.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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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한라산·덕유산·월출산 탐방객 늘어… 경주·한려해상 등 관광지는 크게 줄어
미국에서는 식품사재기로 등산식품업체들 2월 한 달 매출, 전년 대비 10배 ‘호황’

한적한 숲길이나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숲이 좋은 산을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
한적한 숲길이나 면역력을 키울 수 있는 숲이 좋은 산을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는 가운데 산으로 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늘고 있다. 비말로 전염되는 바이러스를 피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몰리지 않은 한적한 장소를 찾거나 면역력을 키우는 숲이 좋은 산을 사람들이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간이 갈수록 산을 찾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왜냐하면 코로나바이러스가 쉽게 멈출 것 같지 않고, 이로 인해 외출을 자제하는 것도 한계에 부딪혀 한적한 어딘가를 찾아 훌쩍 떠나려 할 것이다. 또한 입국을 제한하거나 검색을 강화하는 국가가 더욱 늘어남에 따라 해외여행 하기는 어려워져 국내여행이나 산행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나아가 매년 4월 실내활동에서 야외로 나가는 상춘객이 폭증하는 시기와 맞물려 사람들이 더 이상 집에만 머물려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에서는 바이러스 공포로 사재기 열풍이 불어 등산식품업체들이 2월 한 달 매출이 전년 대비 10배 이상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미국 오리건 프리즈 드라이사는 사재기, 되팔기 등을 막기 위해 급기야 회사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판매를 한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탐방객이 늘어난 북한산·한라산·덕유산·월출산 4개 국립공원의 구체적 수치를 살펴보자. 북한산 탐방객은 지난 2월 한 달 동안 총 24만4,075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2월 19만5,516명보다 무려 4만8,559명, 24.8%나 늘어난 것이다. 2018년 2월 16만960명에 비해서는 8만3,115명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북한산 탐방객의 구체적 출입 장소를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등산객이 오가는 등산로 출입구로 기네스북에 오른 북한산도봉사무소는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북한산도봉사무소 탐방객은 15만7,518명이었지만 2019년 2월엔 15만9,409명으로 1,891명 줄어들었고, 전달인 1월의 16만 9,077명에 비해서도 1만1,559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족 단위나 삼삼오오 등산객 출입이 많은 정릉지구는 2019년 4만3,967명에서 올해 5만5,153명으로 늘었고, 수유지구도 2019년 4만8,520명에서 올해 5만4,975명으로 증가했다. 각각 25.4%와 13.3%나 늘어난 것이다. 

한라산엔 외국인 탐방객 눈에 띄게 줄어

한라산은 북한산에 비해서 소폭 증가했다. 한라산은 특히 외국인 탐방객이 급감했음에도 불구하고 탐방객이 늘었다는 것은 오히려 한적해서 내국인이 더 많이 찾았다는 사실로 분석할 수 있다. 한라산 탐방객은 지난 2월 6만9,796명을 기록했다. 이는 2019년 2월 6만7,555명보다 2,241명 늘어난 수치다. 증가율 3.3%.

한라산은 특히 설경을 감상하기 위해서 많은 탐방객이 찾는 1월의 10만6,122명에 비해서는 많이 감소했지만 평년에 비해 적은 수치는 아니다. 지난 1, 2월 누계는 17만5,918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 17만4,040명에 비해 1,878명 늘어난 추세를 보였다. 증가율 1.1%. 한라산은 지금 외국인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무비자로 입국하던 중국인과 일본인도 비자를 받아야 입국이 가능할 뿐 아니라 자국에서 제주도로 오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덕유산은 지난 2월 10만2,941명의 탐방객을 기록, 전년 동월 9만6,039명 대비 7.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덕유산 1월 탐방객은 15만8,825명으로 2월보다 5만5,884명이 더 찾았다. 덕유산도 설경으로 유명한 산이라 1월 탐방객은 매년 최고 수준을 기록한다.

월출산도 지난 2월 탐방객이 1만3,066명으로 전년 동월 1만1,764명 대비 11.1% 증가했다. 지난 1, 2월 누적 탐방객도 전년 동기 2만2,267명 대비 17.6% 증가한 2만6,196명을 기록했다. 월출산은 국토 최남단에 있는 내륙 국립공원으로 아무래도 접근성이 떨어져 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은 국립공원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바이러스가 극성인 이 시기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탐방객이 증가한 것이 아닌가 풀이된다.

북한산을 포함한 4개의 국립공원을 제외하고 다른 전체 국립공원 탐방객은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적유적지로 평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경주와 한려해상, 도시 접근성이 좋은 무등산 등은 대폭 감소했다.

무등산은 특히 지난 2월 4만3,755명으로 전년 동월 21만8,832명보다 무려 17만 5,077명이 적은 탐방객이 찾았다. 53.3%가 줄어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했다. 원효지구와 증심지구는 각각 전년 대비 80%로 감소했다. 한려해상도 전년 누적 대비 29.2%를 기록, 대체적으로 평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국립공원은 특히 탐방객 감소가 두드러졌다. 변산반도도 내소지구는 지난 2월까지 1만4,112명, 격포지구는 2만 6,281명이 찾아 전년 대비 각각 54.1%, 38.4%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조사결과로 볼 때, 평소 사람들이 많이 찾거나 관광지에 가까운 국립공원은 탐방객 감소가 두드러졌고, 오히려 적은 탐방객을 기록한 국립공원은 탐방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체 탐방객이 많은 국립공원도 탐방객이 크게 감소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 스스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현재까지 잘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국립공원 홍보실 관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전체 국립공원 탐방객은 다소 줄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려는 사람들로 그동안 한적하거나 많이 찾지 않은 탐방로, 또는 단체에서 가족단위로 바뀌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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