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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시즌특집 | 상춘심산賞春尋山 <3> 휴양림 산림욕 르포] 축령산 잣나무 숲에서 ‘피톤치드 샤워’

글 김기환 차장 사진 양수열 기자
  • 입력 2020.03.3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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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 걸으며 땀 흘리고 심호흡…지금은 숲 트레킹으로 면역력 높일때

축령산자연휴양림 야영장의 데크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
축령산자연휴양림 야영장의 데크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는 사람들

축령산祝靈山(886m)은 수도권의 인기 명산이다. 이곳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접근이 쉽고 가깝기도 하지만, 정상에 오르면 사방으로 막힘없이 터지는 탁월한 조망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정상에서 멀리 서울 방면으로 펼쳐지는 북한산 줄기의 실루엣이 매우 인상적이다. 힘들게 산을 올라 멀리 보는 즐거움이 큰 곳이다.

축령산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은 축령산자연휴양림이다. 휴양림 기점 원점회귀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휴양림을 찾는 이들 중에는 순수하게 삼림욕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다. 휴양림의 숲길을 걸으며 심신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다. 특히 코로나19로 사회 활동에 제약이 많은 요즘, 울창한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톤치드’를 마시며 면역력을 높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축령산은 잣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1933~1934년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이 잣나무 숲은 지역 특산품 ‘가평잣’을 생산하는 원산지이기도 하다. 이곳은 건강하게 자라난 잣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 늠름하게 솟아 있어 최고의 산림욕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산책로와 야영장 데크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휴양림을 활용하면 산림욕의 효과를 배가할 수 있다.

잣나무 숲속에서 ‘피톤치드 샤워’를 즐기고 있는 탐방객들.
잣나무 숲속에서 ‘피톤치드 샤워’를 즐기고 있는 탐방객들.

침엽수림이 피톤치드 배출량 많아

3월 초, 면역력을 높이는 산림욕 체험을 위해 숲 해설사 김미리씨와 함께 축령산자연휴양림 잣나무 숲을 찾았다. 휴양림은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든 숙박시설과 체험프로그램 운영이 중단된 상태였다. 하지만 등산이나 삼림욕을 위해 입장은 가능했다. 평일이지만 주차장에는 제법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었다. 평일이지만 답답한 집안을 탈출해 숲을 찾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정상이 목표인 산행이 아니라 가벼운 배낭을 메고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산 속이라 그런지 생각보다 바람이 차가웠다. 산림욕의 효과를 높이려면 땀 흡수가 잘 되는 조금 헐렁한 옷을 입는 것이 원칙이다. 효과적인 ‘피톤치드 샤워’를 위해 외부에 피부를 노출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때였다.

김미리씨는 “식물은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살균물질을 내뿜는데, 이 물질이 인체에 노출되면 면역력이 높아져 항암 효과까지 있다”면서,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아이들이 숲에서 며칠 동안 시간을 보내면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피톤치드는 오전에 가장 많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오전 10~12시에 숲 속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한여름에는 기온이 높아지는 오후 시간에 피톤치드 농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휘발성 물질인 피톤치드는 바람이 많이 불면 날아가 버린다. 그래서 대기가 안정적인 오전에 공기의 흐름이 적은 산 중턱에서 삼림욕을 즐기는 것이 좋다. 활엽수보다는 잣나무, 소나무, 삼나무 등과 같은 침엽수에서 더 많이 나오고, 겨울보다는 여름에 훨씬 더 많은 피톤치드를 배출한다고 한다.

바위에 붙은 이끼와 지의류를 관찰하며 산림욕을 즐기고 있다.
바위에 붙은 이끼와 지의류를 관찰하며 산림욕을 즐기고 있다.

3시간 이상 적극적인 숲속 활동 권장

김씨는 “산림욕을 효과적으로 즐기려면 신선놀음하듯 느긋하게 산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면서 “약간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속도감 있게 걷다가 휴식을 취하며 숲의 기운을 들이마신다는 느낌으로 심호흡을 자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한 그녀는 “숲속에서 심신을 수양하는 자세로 적어도 3시간 정도 여유를 갖고 머물러야 효과를 볼 수 있다”면서 “가능하다면 휴양림에서 숲속의 집이나 야영장에서 하루, 이틀 정도 묵으면서 대자연과 하나가 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오가 넘어가며 기온이 올라가기도 했지만, 숲길을 한 시간 정도 걷고 나니 슬슬 몸에 열이 났다. 휴양림 탐방로 산책을 마치고 주차장 근처 야영장으로 다시 돌아와 목조데크 위에 자리를 폈다. 기분 좋은 숲 향기를 맡으며 차를 마시기 위해서였다. 아직 날씨가 추워서 숲에서 명상을 하거나 낮잠을 자는 것은 무리가 있다. 자칫 잘못하면 체온이 떨어져 감기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면역력을 높이려다가 병을 얻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날이 따뜻할 때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숲 속에서 명상을 하는 것도 아주 좋은 삼림욕 방법입니다. 건강에 좋은 ‘피톤치드로 샤워’를 마음껏 즐기는 겁니다. 하지만 초여름이라고 해도 그늘진 숲속은 생각보다 기온이 낮아 조심해야 합니다. 이럴 때는 차를 마시면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비탈진 잣나무 숲에 조성된 야영데크에 앉아 1시간 동안 녹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숲 해설가가 이야기하는 숲속 곤충과 식물에 대한 다양한 설명을 듣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역시 숲 체험은 몸을 움직이고 주변을 탐구할 때 즐거움이 훨씬 컸다. 삼림욕으로 면역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면, 적극적인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체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김미리 숲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백은식씨(오른쪽).
김미리 숲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백은식씨(오른쪽).

Information

축령산자연휴양림 - 울창한 잣나무 숲 산림욕장

축령산에서 제대로 된 산림욕을 즐기고 싶다면 야영장에서 캠핑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름드리 잣나무 숲 속에 조성된 넓은 야영데크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피톤치드 샤워’가 가능하다. 아쉽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야영장을 포함한 모든 숙박시설이 임시 휴장 상태다. 휴양림 시설 개장 여부는 홈페이지(www.foresttrip.go.kr)의 공지사항을 게시판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축령산자연휴양림 야영장은 비탈진 숲 속에 조성되어 있어 주차장에서 짐을 메고 옮겨야 한다. 전기는 없으며 4m×4m 넓이의 데크 30개가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3구역이 가장 숲이 울창하며, 차량과 등산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조용한 편이다. 데크 이용료 4,000원, 휴양림 입장료와 주차료는 별도로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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