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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식목의 달ㅣ박종호 산림청장 인터뷰] “인간은 숲으로 돌아갈 것 대비해야”

글 박정원 편집장 사진 이신영 기자
  • 입력 2020.04.0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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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업무 패러다임 바꿔야… 사람 중심 산림일자리 창출·공정한 인사 강조
치유숲·미세먼지 저감숲 조성에 최선… “실사구시형 리더가 되고 싶다” 밝혀

박종호 산림청장이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종호 산림청장이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국의 산림이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 혹은 어떻게 정책을 추진하고 가꾸어 갈 것인가? 과거의 한반도 산림이 조림이 우선이었다면, 미래는 무엇에 초점을 둘까? 매년 식목의 달이 오면 생각하는 궁금증들이다. 

올해도 예외 없이 산림청장에게 인터뷰를 신청했다. 박종호 청장은 지난해 12월, 10년 만에 산림청 내부 승진으로 청장에 올라 화제가 됐다. 산림청 내부에서는 반기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노조에서도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박 청장은 “개인적으로 영광이면서 주변 기대에 더욱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다”면서 “산림청 고유의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는지 돌아보면서 사람 중심의 산림 일자리창출과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스마트한 산림업무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산림청 현안은 매우 많다. 모두 숲과 관련된 부분이다. 미세먼지 저감숲 조성, 산림 일자리창출, 임업 활성화, 산불 최소화, 산사태 방지, 국가숲길, 치유·힐링의 숲 조성, 숲교육 등 숲과 관련되면서 또한 인간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이러한 현안들을 어떻게 풀어갈지 지난 2월 28일 여의도 산림비전센터에서 인터뷰를 했다. 수많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인터뷰 끝나갈 즈음 산림청장은 전혀 뜻밖의 답변을 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 것인가?”를 항상 화두로 가지고 산다고 했다. 교육이나 문화 관련 장관도 아니고 산림 분야의 수장이 조금 뜬금없게 던지는 듯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인간의 삶은 결국 하나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 화두 자체는 삶의 깊이를 느끼게 하는 상당히 철학적인 과제다. 그러면서 “인간은 결국 숲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결론 내렸다. 언어논리상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과정, 즉 중간 단계가 빠졌다. 그것이 바로 산과 산림이라고 강조했다. 산과 산림이 인간의 본질이면서 삶에서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과정을 어떻게 윤택하게 가꾸느냐가 산림청의 주요 업무라고 설명했다. “산과 산림 분야는 화려하지 않지만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박 청장은 항상 염두에 두는 격언이나 교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즉시 “실사구시”라는 답이 돌아왔다. 내실을 통해 본질을 구한다는 의미다. 평소 업무자세와도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박 청장은 “평소 말과 글을 잘 표현하는 직원들은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잘하는 부분만 나타내는 내용이 없지 않았다. 즉 실용적이지 않았다”며 “페이퍼와 보고서만 잘 만든다고 일을 잘하는 건 결코 아니다. 핵심은 어떤 내용을 얼마나 깊이 알고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업무를 깊이 있게 제대로 알면 잘 표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결과제가 복잡하고 대책 수립이 제대로 안 되거나, 계획수립조차 힘들 때 보고서를 보면 얼마나 업무에 대한 고민을 했고, 업무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꼭 화려한 페이퍼보다는 문제의 본질에 다가가려는 업무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면 다소 부족한 보고서라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는 화려한 보고서를 만들기보다는 업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대책을 강구하라는 의미로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듯했다. 박 청장 본인도 “실사구시형 리더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종호 산림청장이 책상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종호 산림청장이 책상을 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과 산림은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

그러면서 박 청장은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조직은 공정하다”는 것이다. 간사하고 약고 쉽게 일하는 방법이나 다른 사람의 성과를 내 성과로 돌리고 싶은 유혹을 사람은 끊임없이 받는다. 하지만 어쩌다 한 번은 가능할지 몰라도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 청장은 이어 <90년생이 온다>는 책에 대한 내용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사실 우리 사회는 기성세대와 신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으로 90년대생과 그 이전 세대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사고와 행동을 하는 세대라는 의미다. 하지만 박 청장은 “인간의 속성은 별로 다르지 않다고 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좋아하고, 성실, 정직하면 성공하는 게 진리다”고 강조했다. 기성세대인 박 청장이 인간의 본질을 동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또한 다르다고 평가하는 90년생과 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청장으로서라기보다는 선배로서 다가가고, 청장과의 소통보다는 우리 모두의 소통을 위해서 노력할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 구체적인 시범으로 국과 과 간의 칸막이를 제거하고 언제든지 소통을 자처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행위들이 자연스레 90년생과 융화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또한 외부 소통과 관련해서는 “고객 속으로, 산림 현장 속으로 직접 발로 뛰며 만나고, 다양한 시각에서의 산림정책에 대한 조언을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가 지금 특히 ‘공정’을 강조하는 만큼 산림청 인사, 평가, 포상 등 내부 조직 운영에 있어서도 편파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공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산림청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밝혔다. 지난 2017년 개청 50주년을 맞아 국민의식조사를 한 결과 ‘산림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50년과 앞으로 50년으로 나눌 때, 지난 50년은 황폐화된 산림을 녹화하고, 나무를 심고 가꾸고, 병충해를 막고, 산불을 끄고, 산사태를 막고 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반면 앞으로 50년은 현대 사회의 도시화율이 92% 정도 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치유의 숲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도시지역숲을 조성하고, 취약림을 보강하고, 숲교육을 강화하고, 도시인들이 숲을 이용하기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등에 대한 패러다임으로 업무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청장에 대한 개인적인 부분, 직원들에 대한 메시지, 미래 업무 등으로 나눠 정리했다. 앞에서 밝힌 숲과 관련한 산림청의 미래 현안에 관한 부분은 주제별로 나눠 한 가지씩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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