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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World News] 에베레스트 동계 등정 나선 3개 원정대 모두 실패

글 오영훈 기획위원
  • 입력 2020.04.0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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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무산소, 단독, 속도 등반 도전…등정 가능성 낮은 데도 지나친 ‘관심 끌기’로 눈총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요스트 코부쉬. 사진 테라그래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의 요스트 코부쉬. 사진 테라그래피.

이번 동계 시즌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세 팀이 모두 고배를 마셨다. 각각 무산소, 단독, 속도 등반을 펼쳤으며, 위성송수신 장비와 3차원 그래픽 및 동영상 기술을 활용해 인터넷으로  생중계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세 팀 모두 인공산소를 사용하지 않았다.

먼저 스페인의 알렉스 치컨(37)이 이끄는 팀이다. 치컨 외에 스페인 등반가 1명과 셰르파 도우미 3명이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쿰부 지방 셰르파 조합인 SPCC에서 조직된 ‘아이스폴 닥터’ 팀이 캠프1까지 까다로운 아이스폴 구간에 사다리를 설치해 주기도 했다.

치컨 일행은 먼저 인근의 아마다블람(6,812m)을 등정한 뒤 1월 후반에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입성했다. 이번이 세 번째 에베레스트 동계 등반이었던 치컨은 이전과 달리 조그만 호수가 여럿 형성되는 등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등반이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크레바스에도 빠지고 눈사태에 휩쓸릴 뻔 했다. 캠프3(7,300m)까지 올랐지만 추위와 낙석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2월 말 마지막으로 캠프3까지 올랐지만 70cm에 달하는 신설이 내려 등반을 포기했다.

알렉스 치컨의 원정대
알렉스 치컨의 원정대

독일의 요스트 코부쉬(27)는 2019년 크리스마스에 베이스캠프에 입성했다. 코부쉬는 베이스캠프 북쪽의 로라고개를 올라 에베레스트의 북벽과 서릉을 연결해 단독으로 오른다는 계획이었다. 여러 차례 혼자 로라고개 위의 캠프1(6,050m)을 왕복했다. 그러나 그 위로는 동계 특유의 강풍에 고전했다. 1월 말에는 왼발에 근육 손상 부상을 입었다. 결국 강풍과 부상 탓에 코부쉬는 2월 초 “최대한 많이 올라가는 것”으로 등정 목표를 수정하고, 7,260m까지 전진한 뒤 등반을 포기했다. 코부쉬는 위성 송수신 장비를 휴대해 현 위치를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2월 말에는 네팔 셰르파 4명이 에베레스트 동계등정에 도전해 큰 화제를 모았다. 따시 락파 셰르파(대장)와 파상 누르부 셰르파, 밍뗌바 셰르파, 할룽 도르치 셰르파다. 따시 락파는 에베레스트 8회 등정 경험이 있으며 최연소(18세)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정 기록 보유자다. 네팔 최대 원정대행사 세븐서밋트렉의 공동 대표이기도 하다.

따시 락파가 에베레스트 등정 도전을 선언한 건 남미 최고봉 아콩카과를 등정하고 돌아온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을 때다. 이들은 2월 24일 베이스캠프까지 헬리콥터로 이동한 뒤, 25일에 캠프2, 26일에 캠프3, 27일 캠프4, 28~29일에 정상을 등정하고 하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치컨과 마찬가지로 2월 말 쏟아진 신설로 고전하다가 7,000m까지 진출한 뒤 하산했다.

2월 막판에 캠프 왕복 없이 한 번에 정상 등정을 계획했던 셰르파 4인조. 왼쪽에서 두 번째가 대장인 따시 락파 셰르파다. 사진 세븐서밋트렉.
2월 막판에 캠프 왕복 없이 한 번에 정상 등정을 계획했던 셰르파 4인조. 왼쪽에서 두 번째가 대장인 따시 락파 셰르파다. 사진 세븐서밋트렉.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에베레스트 동계 등정에 도전한 산악인들에 대해 성공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았는데 ‘관심 끌기’에 지나치게 주력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따시 락파를 포함한 셰르파팀의 원정을 놓고 소속 고산등반대행사를 홍보하기 위한 경력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이들의 실패 후 세븐서밋트렉은 2020년 12월에 출발하는 K2 동계 초등 원정대 등반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이 비판은 코부쉬에게도 가해졌다. 사진이나 미디어를 통해서는 철저한 고독을 즐기는 단독동반가로 포장됐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전문 촬영인력을 동원하고, 위성송수신기를 이용해 매일 등반일기를 올리곤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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