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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쉽게 이해하는 암벽등반의 기초!

글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명예교장 사진 C영상미디어, 셔터스톡
  • 입력 2020.06.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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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대의 산행상담실]

Q1.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암벽등반의 기초를 알고 싶어요. 

전남 순천시 주석로 라병오

암벽등반은 발만으로 걸어 오르기 힘든 바위 사면을 손과 발을 함께 써서 적절한 기술과 특수한 장비를 이용해 오르내리는 등반 행위를 말합니다. 암벽등반의 기초기술은 암벽의 요철(凹凸)을 손잡이와 발판으로 이용해 몸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올라가는 기술입니다.

이때 팔의 힘만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발과 팔의 힘을 고르게 안배하면서 올라가야 합니다. 이런 동작들을 잘 습득한 뒤 용구를 사용하는 어려운 기술을 배워야 합니다. 일반 사람들은 암벽등반을 매우 위험한 일로 이해하고 있으나 정확한 장비사용과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기술을 익힌다면 결코 무모하지 않고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건전한 취미활동이 될 수 있습니다.

암벽등반은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을 경험하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가운데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스포츠입니다. 예전의 암벽등반은 자연암벽에서만 했지만 스포츠클라이밍이 빠르게 대중화하면서 그 개념과 인식이 다소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접근성이 좋은 인공암벽등반도 성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암벽등반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여가활용 또는 생활체육의 의미로 이해되고 있는 추세이며, 여성(주부)뿐 아니라 60세 내외의 노년층도 암벽등반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암벽등반은 근력과 지구력을 길러 주고 정신을 집중하게 하며, 성취감을 맛보게 하는 스포츠입니다.

등반 장비

암벽등반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비는 암벽화, 안전벨트, 헬멧, 하강기, 로프, 확보물(캠, 촉, 피톤), 슬링, 카라비너, 초크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밖에도 여러 가지 용구들이 있습니다.

암벽화는 암벽등반 전용의 고무창을 사용한 부드럽고 질긴 특성이 있어, 신발에 체중을 실었을 때 암벽의 미세한 요철이 고무창을 파고들어 마찰력을 높여 줍니다. 암벽화는 용도에 따라 특정 동작에 알맞도록 제작되기도 하므로 등반 목적에 맞는 종류의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미세한 돌출부를 딛고 서기 좋은 엣징용, 슬랩에서 마찰력이 높은 프릭션용, 크랙등반용, 스포츠클라이밍에 적합한 인공암장용 등으로 구분됩니다. 신발창이 뻣뻣한 것은 마찰력은 떨어지나, 발끝으로 서는 엣징 동작이 쉽고, 부드럽고 신축성이 있는 창은 강한 마찰력을 필요로 하는 프릭션 동작에 뛰어납니다.

암벽화는 앞부리가 둥근 것, 각진 것, 뾰족한 것 등 여러 모양이 있어 등반 동작에 따라 쓰임새가 각기 다릅니다. 발바닥도 힘을 모으기 좋도록 편평한 모양에서 휘어진 모양으로 바뀌어 발의 구조에 맞도록 변하고 있습니다. 암벽화창은 흙, 모래, 물기가 묻었을 때에는 마찰력이 떨어집니다. 암벽화는 일반적으로 끈을 조여 묶을 수 있는 제품을 기본으로 하는데  탈착과 조임이 간편한 벨크로 스트랩strap도 있지만 자연암장의 크랙에서는 스트랩이 풀어지는 단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암벽화는 양말을 신지 않거나 꼭 맞게 신는 것이 좋으나 발가락이 꺾일 정도로 작은 사이즈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보통 자신의 발 사이즈보다 한 치수 정도 작게 신는 것이 상식이지만 사이즈 선택은 자신의 취향을 중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안전벨트는 추락하는 등반자의 신체에 가해지는 충격을 분산시켜 부상을 막고 안전을 도모하는 장비입니다. 여러 가지 모양이 있으나 조작이 복잡하고 탈착이 번거로운 것보다는 단순한 것이 좋으며, 허리벨트 양쪽에 장비걸이가 있는 것이 쓰기에 편합니다. 또한 허리벨트와 다리 고리에 패드가 들어 있어야 장시간 매달려 있어도 편안합니다. 다리 고리는 쉽게 조절할 수 있어야 옷을 두껍게 껴입는 겨울철에도 쓸 수 있습니다.

헬멧은 낙석이나 추락 충격에서 머리를 보호하는 중요장비이므로 착용을 습관화해야 합니다.

하강기는 암벽에서 내려갈 때 사용하는 금속제 용구이며, 하강뿐만 아니라 확보에도 쓰이며 하강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고 하강 중 제동에도 요긴하게 쓰입니다. 현재 보급되고 있는 하강기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가장 기본적인 것은 8자형의 하강기입니다.

암벽등반의 기본기

암벽등반의 기본기술은 50~70도 정도의 바위사면인 슬랩slab에서 배우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슬랩은 요철이 적고 매끄러운 넓은 바위 면으로 마땅한 홀드가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슬랩 등반기술은 암벽화창의 마찰력과 자세 신체의 균형을 이용해 오르는 기술입니다. 완력보다는 손바닥이나 손가락을 바위 면에 밀착시켜 지지력을 얻는 기술입니다. 슬랩 등반은 마찰력과 몸의 균형이 중시되는 외면등반의 대표적인 기초기술입니다. 즉 마찰, 밸런스, 리듬, 3지점확보가 기본요소입니다.

암벽은 그 모양과 구조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대표적인 것은 슬랩과 크랙(바위틈), 수직경사의 페이스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크랙을 오르려면 어느 정도의 등반기술과 완력이 필요하지만 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슬랩 등반은 암벽에 닿는 암벽화의 정확한 감각에 익숙해야 안정된 등반을 할 수 있습니다.

암벽등반은 2명 이상의 인원이 한 팀을 이루어 하게 됩니다. 맨 앞에 오르는 선등자先登者가 아무리 잘 올라도 후등자後登者가 제대로 확보하지 않으면 선등자는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선등자는 팀에서 기량이 가장 뛰어난 사람으로 다른 등반자보다 어려운 등반을 하게 됩니다.

확보자確保者는 선등자의 등반을 지원하고 등반자의 추락을 멈추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등반파트너이며 이들은 서로 위험과 안전을 함께 공유하면서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암벽에서 함께 줄을 묶는 파트너는 생사고락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지적인 관계입니다.

확보자가 주의할 점은 등반자에게서 시선을 떼지 말아야 하며, 등반자가 실수했을 때 어느 방향으로 추락할 것인지를 예상해야 합니다. 어느 방향에서 충격이 올 것인지를 가늠해 거기에 대응할 수 있는 확보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암벽등반에서 확보자의 임무는 막중합니다. 등산 금언 중 ‘등반의 실패는 용서할 수 있어도, 확보의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은 확보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경구입니다.

암벽등반에서 오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하강기술입니다. 하강은 타인의 도움 없이 스스로 해야 하므로 장비(하강기) 사용법을 숙지하지 않으면 사고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하강할 때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부드럽게 내려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코펠에 묻은 그을음을 제거하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경북 구미시 형곡로 한봉석

코펠에 그을음이 생기면 보기 흉합니다. 밥을 짓거나 음식물을 만들 때 스토브가 충분히 달궈져 그을음이 생기지 않을 때 코펠을 올려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코펠에 그을음이 묻으면 잘 닦이지도 않고 보기에도 흉합니다.

그을음(불 멍 자국)을 제거하기 위해 거친 수세미로 닦거나 스푼 같은 것으로 긁는다면 알루미늄 코펠 표면이 손상을 입게 되어 부식할 수 있습니다.

그을음을 제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베이킹파우더에 물을 섞어 입자가 고운 설거지용 철 수세미로 문질러 그을음을 지우는 방법도 있으나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찌든 때 클리너인 아스토니스Astonish를 이용하면 그을음 제거에 효과적입니다. 물에 젖은 설거지용 행주에 적당량의 아스토니스를 묻혀 코펠을 문질러 닦아 주면 그을음 흔적을 지울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지워지지 않으면 여러 차례  반복해서 문질러 주면 그을음을 지울 수 있습니다.

Q3. 산에서 고도에 따른 등산복 차림이 궁금합니다. 

경기도 안양시 관평로 함상규

고도가 높은 산은 평지와 달리 특이한 기상현상을 만들어 냅니다. 이런 현상은 산의 높이, 크기, 기복, 기압 등에 영향을 받으며, 고도에 따라 기온과 기상변화가 극심하므로 등산할 때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알맞은 여벌의 등산복(보온의류)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 도회지를 벗어나 고도 1,000m가 넘는 산에 올라가는 순간 추위에 몸이 떨렸던 경험을 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표고가 100m 올라갈 때마다 기온이 0.5℃ 내려가는 것처럼 산기슭은 한여름일지라도 정상은 겨울처럼 추운 경우가 있습니다. 고도가 높은 곳은 지표의 복사열로부터 멀어지게 되어 기온이 떨어집니다. 이럴 때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면 체감온도는 현저하게 떨어지고 피로가 가중되어 여름 산에서도 동사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보통 바람이 초속 1m의 속도로 불 때 기온은 1.6℃ 정도 떨어지고, 높이 100m를 올라 갈 때마다 0.65℃ 정도씩 떨어집니다.

해발 0m에 가까운 강원도 속초의 기온이 0℃이고 설악산 대청봉 정상에 초속 5m의 바람이 불고 있다면 대청봉 정상의 기온은 -12℃이고 체감온도는 -20℃가 됩니다.

기온감률은 고도 100m 오를 때마다 흐린 날에는 0.5℃에서 맑은 날에는 1℃까지 떨어집니다. 이는 밤낮, 계절, 지역에 관계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반드시 이에 알맞은 의류를 준비하고 다니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산에 어울리는 옷의 조건은 젖어도 단열성을 유지하고 보온성이 높고 땀의 흡수와 방출(건조)이 빨라야 합니다. 이런 조건을 갖춘 가볍고 부피가 작은 몇 가지 이상적인 의류 소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젖어도 단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울wool, 높은 단열성을 유지하고 표면의 수분을 빠르게 흡수하고 증발시킬 수 있어 속옷 소재로 사용되는 폴리에스테르와 아크릴, 촉감이 부드럽고 땀 흡수와 방출이 빠른 올론과 폴리프로필렌, 단열효과가 뛰어난 다운, 방수와 방풍기능은 물론 투습성을 겸한 고어텍스Gore-Tex 등이 있습니다.

상식으로 배우는 등산용어


코펠 Kocher

캠핑 또는 등산용 조립식 취사용구이다. 미국에서는 쿠킹 키트cooking kit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코펠Kocher(독일어)로 불리고 있으나 이 용어도 버너처럼 원래의 의미가 잘못 전해진 예이다.

독일어권에서 코펠은 가솔린이나 가스 등을 연소시키는 기구를 의미하며 등산용 취사용구는 아니다. 국어사전에도 독일어의 코헬(또는 코허)이 코펠이라는 발음으로 잘못 표기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의미도 등산용 취사도구로 잘못 풀이하고 있다. 이런 용어들은 원래의 의미가 잘못 사용되는 예이지만 이제는 잘못 쓰이는 외래어로 정착되어 버렸다.

코펠의 크기는 1〜10인용까지 여러 크기가 있으며 모양은 원형과 사각형이 있다. 사각형은 배낭꾸리기에 편한 점도 있으나 취사 시 모서리의 각진 부분에 열이 잘 전달되지 않아 밥이 설익는 단점이 있다. 모양은 원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재질은 알루미늄과 스테인리스가 주재료로 쓰이고 있으며, 중량이 가볍고 견고한 티타늄 제품도 있으나 가격이 비싼 편이다. 스테인리스 제품은 견고하지만 무거운 것이 흠이다. 알루미늄 제품은 잘 찌그러지는 것이 단점이다. 쿡 세트 중에는 음식이 눌러 붙지 않도록 테플론 코팅Teflon coating 처리된 용기가 있다. 이런 제품은 설거지할 때 벗겨지지 않도록 거친 철수세미로 씻지 말아야 한다.

코펠의 보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1960〜1970년대 초까지는 군용반합飯盒(일본어로 항고)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취사도구를 사용하는 등산인은 극소수였다. 지금도 복고풍의 등산용 일제 항고가 생산되고 있다. 군용반합은 스토브가 귀하던 시절에 모닥불 위에 걸어놓고 밥을 지을 때 편리하다.

빌레이 Belay

로프를 함께 묶고 등반하는 사람이 추락했을 때 추락을 막기 위한 로프 조작기술.

현재 사용하고 있는 ‘확보確保’라는 말은 독일어 짓헤룽Sicherung을 일본식으로 번역한 용어이다. 영어로는 빌레이Belay, 앵커Anchor라고 한다.

빌레이나 앵커는 둘 다 확보를 뜻하는 말이지만, 전자가 다른 등반자의 추락을 멈추게 하는 타인 확보기술을 뜻하고, 후자는 자기의 추락정지, 즉 자기 확보에 중점을 둔 용어라 하겠다.

확보는 자기 확보Self belay, 선등자 확보, 후등자 확보로 구분한다. 자기 확보는 상대방의 추락으로부터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다른 사람의 확보에 우선해 시행되어야 상대방의 안전까지 지킬 수 있다. 자기 확보지점은 항상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안전하다.

확보는 확보자세에 따라 보디빌레이Body belay와 그립빌레이Grip belay로 구분한다. 전자는 확보자 자신의 몸을 이용해 로프를 허리, 어깨, 무릎 등에 돌려서 추락 시 몸의 마찰력으로 추락의 충격을 흡수하는 신체확보방법이다. 그립빌레이는 확보기구나 카라비너 등의 기구를 사용해 추락의 충격을 흡수시켜 추락을 정지시키는 방법이다.

어느 방법이 최선인지는 확보지점, 확보장소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확보할 때 중요한 것은 확보자는 항시 등반자가 어떤 방향으로 추락할 것인지를 예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확보는 동료에게 일시적으로 자기의 안전을 담보하는 행위이므로 이심전심으로 의사전달이 될 수 있는 신뢰성을 지닌 사람이 행해야 한다. 확보자를 신뢰할 수 없으면 자신의 기량을 충분하게 발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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