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캠핑요리ㅣ고추] 대한민국 캠핑요리의 팔방미인 식재료

글 한형석 아웃도어 플래너 요리 및 사진 진주 푸드스타일리스트(유튜브 '해피키토테레비')
  • 입력 2020.09.24 09: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회문산자연휴양림 야영장에서 만난 ‘고추’의 매운맛

바지락 고추볶음
바지락 고추볶음

고추는 한국 음식에서 빠질 수 없는 ‘조연’이었다. 임진왜란 전후부터 우리나라에서 고추를 먹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짧은 역사에 이렇게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재료는 우리 입맛에 잘 맞는 것 같다. 집이나 식당에서는 물론 캠핑장에서도 고추는 없어서는 안 될 요리 재료다. 값도 매우 싸고, 어디서나 구할 수 있으며, 아주 어린 아이들이 아니라면 누구나 좋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입맛이 없거나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에 이것은 조연의 한계를 뛰어넘어 그 진가를 발휘한다. 너무 많이 먹을 필요는 없지만 적당한 자리에서 적당히 입안의 분위기를 바꿔 주기 때문이다. 특히 기름진 고기 요리와 함께 먹으면 맛과 향을 극대화해서 즐길 수 있다. 단순히 찌개나 라면 끓일 때 몇 개 넣지 말고 본격적인 고추 요리를 만들어 보자. 껍질을 벗기거나 속을 도려내지 않고 흐르는 물에 한 번 휙 헹구면 되기 때문에 캠핑장에서는 너무 쉽고 간편한 채소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양념으로만 조금씩 사용했던 고추를 이번 기회에 메인 채소로 맘껏 요리해 보자.

참고로, 우리나라 고추장의 원조는 바로 회문산자연휴양림 캠핑장 바로 아래에 있는 만일사萬日寺다. 이곳에 고추장 시원지 비석과 기념관이 있다. 물론, 당시에는 지금의 고추가 아닌 ‘산초’로 장을 만들어 먹었다고 하는데, 왠지 순창에서 먹는 고추 요리의 맛은 그 느낌이 참 좋은 것 같다.

바지락 고추볶음

해산물의 비린 잡내 없앨 때 강추!

캠핑장 근처에 바닷가가 있거나 해산물을 구하기 쉬운 곳이 있다면 도전해 볼 만한 요리다. 돼지고기 같은 육고기 기름에 볶아 먹는 고추도 맛있지만, 해산물과도 아주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먼저 프라이팬에 올리브기름을 듬뿍 두르고, 해감을 잘해서 물기 뺀 바지락을 센 불에 볶는다. 그런 다음 다진 마늘과 부추와 맵지 않은 풋고추를 채 썰어 듬뿍 올리고, 청양고추를 약간만 넣어 함께 볶아 준다. 아마도 해산물의 향이 온 캠핑장에 퍼질 것이다. 바지락이 없으면 깐 굴이나 전복도 좋다. 해산물은 기호나 조건에 맞추면 된다. 마지막으로 불에서 내리기 전에 버터를 한 스푼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 된다. 전체 조리 시간은 10분이 채 되지 않는다. 고추의 향이 해산물의 비린 잡내를 잡아 주고 균형을 맞춰 주기 때문에 양이 많아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

고추볶음
고추볶음

고추볶음

너무 간단한 서양식 조리법

세상에 이렇게 간단한 요리가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먼저 돼지고기(삼겹살이나 목살, 항정살 등)를 기름을 두르지 않은 프라이팬에 중간불로 볶아 기름이 배어 나오게 한다. 기름이 적당히 배어 나온 다음에는 불을 더 세게 올려 겉면을 바삭하게 익혀 준다. 프라이팬에서 내리기 전에 약간의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 된다. 그 다음 프라이팬에 남은 기름에 깨끗이 씻어 물기 뺀 고추를 꼭지째 올려 센 불에 확 볶으면 된다.

고추는 일반 풋고추, 청양고추, 꽈리고추를 적당히 섞으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종류라도 상관없다. 물론 붉게 익은 고추도 좋다. 센 불에 고추가 쭈글쭈글해질 때까지 볶다가 색깔이 변하면 불을 줄이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면 된다. 스페인이나 포르투갈 사람들이 즐겨 하는 요리방법인데, 이렇게 하면 고추의 풍미와 식감이 살아나고 매운맛은 살짝 남아 고기와 같이 먹기 좋다. 꼭지 부분을 손으로 잡고 먹거나 젓가락으로 집으면 먹기 편하다. 소주나 와인 등 어떤 술과도 잘 어울린다. 기호에 따라 치즈를 올려 먹어도 좋다.

고추잡채
고추잡채

고추잡채

음식 향 강한 중국식 고추 요리

고추볶음이 서양식 요리였다면 고추잡채는 누구나 다 아는 중국식 고추 요리다. 당면이나 밀가루 면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도 맛있는 잡채를 즐길 수 있다.

먼저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채 썬 돼지고기를 달달 볶다가 고기가 익으면 다진 마늘과 파를 넣고 함께 볶는다. 1분 정도 센 불에 볶으면 색깔이 변하기 시작하는데, 이때 청양고추를 잘게 다져 넣어 매운맛을 입힌다. 아이들이 있으면 이 과정은 생략해도 된다.

그런 다음 고추 향이 충분히 배어나면 채 썬 피망이나 맵지 않은 고추, 그리고 채 썬 양파를 넣어 달달 볶으면 된다. 만일 두반장이나 굴소스가 있다면 살짝 넣으면 좋은데, 없으면 생략해도 된다. 간은 국간장으로 하면 좋다. 아마도 이 요리를 하면서 나는 향기와 소리 때문에 다른 캠퍼들의 관심이 몰릴 정도일 것이다. 매운 고추를 생략하고 게맛살을 채 썰어 넣으면 맛과 향과 식감을 더할 수 있다. 

TIP 캠핑장에서 고추요리를 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점들  

1 고추는 반드시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 주변에 고추밭이 있다고 마구 따먹으면 안 된다. 

2 풋고추는 만졌을 때 무르지 않은 것이 좋다. 홍고추는 풋고추에 비해 약간 무르다.

3 꼭지가 몸체에 잘 붙어 있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오래되면 꼭지가 떨어진다.  

4 고추씨는 함께 먹어도 좋고, 따로 모았다가 기름에 볶아 다른 요리할 때 쓰면 좋다. 

5 아이들이 있는 경우, 청양고추 대신 오이고추를 준비하면 좋다. 

저작권자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