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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감동산행기] '99봉' 송악산을 품다!

박성남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 입력 2020.09.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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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악산 전경.
송악산 전경.

물 한 병을 가지고 송악산松岳山(104m) 입구에 도착했다. 제주 서귀포시 산방산 남쪽에 위치한 송악산은 가파도와 마라도, 형제섬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바닷가에 불끈 솟은 산이다. 도착과 동시에 들머리 앞에서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담았다. 벌써부터 매우 감동적인 풍경이다.

천천히 송악산에 오른다. 산과 바다가 모두 아름다워서 무엇부터 보아야 할지 심장의 박동 소리와 함께 설레기만 한다. 저 멀리 산방산이 보이고 형제섬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벌써 행복이 느껴진다. 저 멀리 유람선은 산방산을 둘러보고 나서 뱃머리를 내 방향으로 돌리고 오는데 마치 한 폭의 그림이다. 제주의 삼다三多 중 하나인 바람을 온몸으로 체험하면서 걷기만 해도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

형제섬은 송악산에서 1.8km 떨어져 있는 무인도로 길고 큰 섬은 본섬이고 작은 섬은 옷섬인데 본섬은 모래사장이 있고 옷섬은 주상절리가 있어 아름답다고 한다. 보는 방향에 따라 여러 개의 섬으로 보이기도 하고 섬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은 정말 장관이다.

송악산에서는 해안가 주상절리와 S자 모양의 제주올레 10코스, 그리고 방목해 놓은 말과 함께 경관이 눈에 확 들어온다. 발밑의 주상절리는 긴장감과 쾌감이 교차하고 에메랄드빛의 바닷물은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주상절리가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처음이다. S자 모양의 길도 그림 같다. 손에 잡힐 듯 빼어난 골프장의 메인 코스처럼 여유롭고 아름답기가 그지없다.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것처럼 마냥 행복해 보인다.

가파도와 마라도가 바로 코앞에 있다. 작년에 서울에서 ‘가파도 프로젝트’ 라는 이름의 전시회에 갔다가 마음을 빼앗겨 무작정 가파도행 배를 탔던 기억이 났다. 소박하고 자연스러워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배 시간표 상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송악산에서 가파도를 바라보고 있으니 감개무량하면서 행복했던 추억들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리고 다시 만난 가파도와 마라도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는다. 도시를 탈출해 가파도와 마라도를 눈앞에 두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바다 냄새를 맡으니 절로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산악인 프랭크 스마이드Frank S.Smythe는 “산을 오르는 것은 운동이나 도전이 아니라 명상하는 산책이다Climbing a mountain is not an exercise or challenge, but a walk to meditate”라는 명언을 남겼다. 송악산은 제주의 아름다운 푸른 바다를 보면서 산방산과 형제섬 그리고 가파도, 마라도와 함께하고 신선한 바람도 마시며 명상하면서 산책하듯 오를 수 있어 스마이드의 명언을 절감할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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