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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바다의 금강산’에 첫 발… 해금강 절경에 빠지다

글·사진 박정원 선임기자
  • 입력 2021.10.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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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은 기암절벽, 北은 여인의 형상… 용이 여의주 지닌 전설 품어
최초 현지답사 공개… 황칠나무·동백·풍란 등 독특한 식생 돋보여
‘한국의 명승’ 명산 <10>거제 해금강+계룡산

해금강 남쪽 사면의 모습. 마치 남성의 우락부락한 근육미를 자랑하듯 천태만상의 암벽들이 제각각 뽐내는 형상이다.
해금강 남쪽 사면의 모습. 마치 남성의 우락부락한 근육미를 자랑하듯 천태만상의 암벽들이 제각각 뽐내는 형상이다.

거제 해금강海金剛은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2호. 제1호가 오대산 소금강이다. 금강산은 명실상부 한반도를 대표하는 명산이지만 갈 수 없다. 남한에 ‘명승’이란 국가지정문화재 제도를 처음 도입한 1970년 11월 당시 금강산을 당연히 명승 제1호로 지정해야겠지만 북한 땅에 있는 관계로 지정할 수 없었다. 대신 남한에 있는 ‘작은 금강산’ 오대산 소금강을 명승 제1호로 지정하고, 1971년 3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바다의 금강산’ 해금강을 명승 제2호로 상징적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재청은 당시 해금강을 명승으로 지정한 이유를 홈페이지를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거제 해금강의 이름은 그 모습이 마치 금강산의 해금강처럼 아름다워 붙은 이름이다. 제2의 금강산이라고도 부르며, 거제도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다. 해금강은 두 개의 큰 갈도 바위섬이 서로 맞닿아 있고, 깎아 놓은 듯한 절벽의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십자동굴을 비롯하여 석문, 사통굴, 일월봉, 미륵바위, 사자바위 등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운 경치를 이루고 있다. 이곳부터 충무(지금의 통영)까지는 모두 한려해상국립공원이며, 섬의 동쪽으로 임진왜란 때 옥포해전으로 유명한 옥포만이 있고, 서쪽으로는 한산도와 접해 있어 역사적 감회를 느끼게 한다. 명승 문화재 보존을 위해 공개를 제한하며, 관리나 학술연구를 위해서는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 출입할 수 있다.’ 

갈도의 우뚝 솟은 봉우리 같은 바위에 풍란이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갈도의 우뚝 솟은 봉우리 같은 바위에 풍란이 군락을 이뤄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해금강 원래 지명은 칡뿌리 형상의 갈도

해금강은 문화재청에서 밝힌 대로 무인도이며, 허가를 받아 출입할 수 있다. 국립공원공단(이하 공단)이 마침 지난 8월 30일 현장 식생탐사를 할 예정이었다. 이에 월간<山>에서 처음으로 동승해 해금강 현지를 답사했다. 현지 유람선은 섬 주변을 배회하다 설명만 하고 돌아갈 뿐이지 해금강에 발을 디딘 건 최초의 기록이다. 이색적인 섬 풍경과 독특한 섬의 식생을 확인하고, 그 생생한 현장을 지면으로 공개한다. 

해금강은 ‘바다의 금강’이란 상징적 별칭으로 인해 명명된 이름이고, 원래 지명은 갈도葛島(칡섬)였다. 지형이 칡뿌리가 얽히어 뻗어 내린 형상을 하고 있다는 데서 유래했다. 또한 하늘에서 보면 마치 3개의 봉우리가 솟은 모양이고, 그 각각을 하늘과 땅, 그리고 바다의 신이 관장한다고 해서 삼신봉이라고 불린다. 이로 인해 또한 ‘남녘의 삼신산’이라 했다고 한다. 삼신산은 ‘진시황이 서복과 동남동녀 3,000여 명을 보내 불로장생 약초(불로초)를 구해 오라고 보냈다’는 그 삼신산의 전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서복 일행은 해금강이 바라보이는 우제봉(육지 끝 봉우리) 절벽에 화상문자인 ‘서불과차徐市過此’라는 석각을 남겼다고 전한다. 하지만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석각은 소실되고 그 흔적만 남아 있다. 

경남에서는 해금강에서만 유일하게 서식하는 황칠나무의 이색적인 잎 모양. 공단 직원이 황칠나무의 다른 잎을 들어 보이고 있다.
경남에서는 해금강에서만 유일하게 서식하는 황칠나무의 이색적인 잎 모양. 공단 직원이 황칠나무의 다른 잎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유람선은 섬의 북쪽 측면만 순회하다 돌아가지만 공단 탐사선은 섬을 한 바퀴 돌았다. 해금강은 보는 방향마다 모습을 달리했다. 남쪽에서는 마치 남성의 근육미를 자랑하듯 우락부락한 암벽 바위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북쪽에서의 모습은 마치 부드러운 여인의 자태 같기도 했다. 현지인들은 육지에서 해금강을 바라볼 때 용이 여의주를 지닌 형상이라고 말한다. 거제 계룡산에서 뻗어 내린 줄기가 노자산을 거쳐 용틀임하듯 달려오다가 입을 벌리고 동해의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섬은 동서로 길쭉하게 늘어져 있어 실제로 남북에서 보는 게 전부다. 하지만 보는 방향마다 각각 다른 형상을 관찰하는 게 해금강을 바라보는 백미다. 
해금강에는 특이한 동굴들이 매우 많다.
해금강에는 특이한 동굴들이 매우 많다.
공단 탐사선에서 내려 해금강에 첫 발을 디뎠다. 그나마 정박할 만한 장소는 북쪽 사면에 공간이 있다. 감격의 순간이었지만 제대로 된 길이 있을 리 만무했다. 공단 직원들이 몇 해 전 현지 생태조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길은 90도 되는 절벽에 밧줄을 달아놓은 게 전부였다. 그 밧줄을 붙들고 올랐다. 높지는 않지만 거의 정상까지 계속 밧줄을 잡고 올라야 한다. 오르면서 살펴본 주변의 식생은 감탄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해금강, 아니 갈도만의 독특한 식생을 간직하고 있었다. 경남에서 유일하게 거제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로 알려진 황칠나무는 나무마다 잎 모양이 제각각이었다. 일반적으로 황칠나무의 잎은 두텁고 표면에 윤기가 나며, 타원형이거나 3~5개로 갈라지고 길이가 10~20cm나 되는 큰 잎을 가지 끝에 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니 황칠나무의 잎 모양은 전부 달랐다. 황칠나무의 잎 모양이 이렇게 다르게 생긴 것을 해금강 현장에서 처음 알았고, 그리고 확인했다. 
계룡산 정상에 올라서면 능선이 사방으로 펼쳐질 뿐만 아니라 거제도와 주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계룡산 정상에 올라서면 능선이 사방으로 펼쳐질 뿐만 아니라 거제도와 주변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멸종위기 야생생물Ⅰ급으로 지정된 풍란도 바위틈에 귀한 자태를 드러내며 외롭게 서식하고 있었다. 해금강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고 공단 직원이 전했다. 후박나무와 동백, 참나무과 중에 굴참나무와 떡갈나무도 어울려 자생하고 있었다. 섬 절벽 위에는 동백을 비롯한 상록 군락이 우거져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아열대성 식물이 울창한 상록의 산림을 이뤄 자연생태의 보고처럼 느껴졌다. 갈섬만의 독특한 식생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해금강에는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바위들이 있다. 신비한 십자바위, 사자가 포효하는 듯한 사자바위, 그 사이로 솟아오르는 일출바위, 돛단배 모양의 돛대바위, 뱃길을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망부석, 석양에 머리를 내밀고 미소 짓는 미륵바위, 두꺼비바위, 조도령바위, 해골바위, 곰바위 등 이루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바위들이 즐비했다. 말 그대로 천태만상이다. 그래서 해금강이라 했으리라. 

해금강 답사는 갈섬만의 독특한 식생 보존을 위해서 문화재청장의 허가를 받아 관련자의 인솔 하에 관리나 학술연구를 위한 목적으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절대 ‘몰래 답사’를 해서는 안 된다. 또한 길도 없고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관리자의 인솔 하에 밧줄을 잡고 정상 부위 일부만 밟고 제한된 시간 내에 즉시 내려와야 한다.

계룡산 정상석에서 젊은 여성 둘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계룡산 정상석에서 젊은 여성 둘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거제 진산은 계룡산, 공주 계룡산과 닮아

명승 해금강을 답사한 뒤 산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거제의 진산 계룡산鷄龍山(566m)이다. 승용차로 1시간 이내 거리이지만 유람선을 환승하고 가려면 1시간 남짓 걸린다. 거제 계룡산도 여러 문헌을 살펴보니 공주의 계룡산과 똑같은 한자를 쓰고, 16세기 고지도 초기부터 등장한다. 공주 계룡산은 중악 계룡산으로 고대 중국에서부터 소개됐는데 거제 계룡산도 그 정도는 아니지만 16세기부터 등장하는 명산은 분명하다. 

정상 안내판에는 다음과 같이 거제 계룡산을 소개하고 있다. 

‘계룡산은 거제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략) 산의 형태는 구천댐에서 서북쪽 가조도 방향으로 길게 뻗어, 그 생김이 마치 닭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다. 산 정상은 닭의 머리를 닮았고, 꼬리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어 계룡산이라 한다. 정상에서 거제면 쪽 바위틈 밑에 의상대가 있었으며, 바위가 병풍을 두른 곳에 절터가 있는데 신라시대 화엄종의 개조開祖였던 의상대사가 암자를 짓고 수도한 곳이라 전해오고 있다. 산 정상에서 계룡사 쪽으로 내려오는 8부 능선에 샘터가 있다. (후략)’ 

<신증동국여지승람> 거제현편에 ‘계룡산은 현 남쪽 5리 지점에 있으며 진산이다. (중략) 계룡산 봉수는 남쪽으로 가라산에 응하고, 서쪽으로 고성현 미륵산에 응한다’고 나온다. 

거제와 통영이 조선 초기 왜구들이 마구 침범할 때 주요 통로였던 점을 감안하면 해안지역인 거제는 봉수대로서 산의 기능이 매우 중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 중심지역이 바로 계룡산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조선 초기부터 계룡산은 봉수의 산으로 널리 알려졌을 법하다.

계룡산 계룡사 뒤편에 조성된 편백숲 사이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다.
계룡산 계룡사 뒤편에 조성된 편백숲 사이로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가 있다.

정상 가까울수록 돌무리들 많아

거제는 한국에서 4번째로 큰 섬이면서 섬 중에서 가장 많은 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많은 거제의 산 중에 5대 산이 진산 계룡산을 포함해서 우두봉, 산방산, 노자산, 가라산 등이다. 계룡산은 자작나무, 참나무, 편백나무 등 잡목이 많고, 정상 아래쪽에는 대나무숲이 있다. 특히 송전탑 부근 정상 주변으로 정말 닭 벼슬 같은 돌무리들이 나온다. 따라서 정상 주변 등산로는 위험하지만 데크로 우회로를 잘 만들어놓았다. 정상에서 조망은 매우 뛰어나다. 거제도가 한눈에 보인다. 통영, 가덕도, 부산 영도의 태종대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날씨가 맑을 때는 원래 ‘우리의 섬’ 대마도까지 보인다고 한다.    

계룡산은 거제 중심부에 있기 때문에 정상까지 접근로가 매우 다양하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코스만 소개하고 정상에서 하산코스는 역으로 선택해서 내려오면 되겠다. 또한 계룡산 중턱쯤 임도와 같은 둘레길이 잘 조성돼 있기 때문에 정상까지 가지 않더라도 둘레길로 하산할 수도 있다. 정상 근접할수록 가파른 바윗길을 올라야 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등산객이 이용하는 코스는 ▲덕산아내아파트 뒤에서 출발하는 코스다. 갈림길을 거쳐 임도전망대~임도접점~434봉을 거쳐 정상까지 총 2.7km에 이른다.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가량. ▲아파트 옆 사기장골도 많이 이용하는 코스 중 하나다. 심적사를 거쳐 임도전망대~도시숲~434봉을 거쳐 정상까지 4.5km에 소요시간 3시간 남짓. ▲오아시스 뒤에서 출발해서 갈림길~임도전망대~임도접점~434봉을 거쳐 정상까지 2.2km이지만 가파르기 때문에 2시간가량 걸린다. ▲공설운동장에서 출발해서 김실령고개~임도접점~434봉을 거쳐 정상까지 총 2.1km 2시간가량 소요된다. ▲고현중학교 앞에서 출발해 계룡사를 거쳐 임도접점~절터를 거쳐 정상까지 1.8km가량이지만 제일 가파른 코스다. 소요시간은 2시간 남짓. ▲거제 백병원 뒤에서 임도접점을 거쳐 모노레일 상부승강장~통신안테나~절터를 거쳐 정상까지는 총 2.7km에 2시간 30분가량 소요. ▲용산마을에서 용산임도삼거리를 거쳐 고자산치~모노레일 상부승강장~통신안테나~절터를 거쳐 정상까지는 총 3.5km에 3시간가량 소요. ▲거제여상에서 출발해서 둥근산~고자산치~모노레일 상부승강장~통신안테나~절터를 거쳐 정상까지는 총 4.6km에 3시간 30분가량 소요. ▲뒷뫼마을에서 모노레일 상부승강장~통신안테나~절터를 거쳐 정상까지는 총 2.8km에 2시간 30분 가량 소요. 

본 기사는 월간산 10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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