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처방] 산을 서서히 오르는 게 스트레칭보다 더 효과적

글·사진 박호연 피트니스 한의원 원장
입력 2022.01.19 09:49
[한의사 박호연의 산행처방] 등산 전 스트레칭 꼭 해야하나?

안전한 등산, 효율적인 등산을 위해 전문가들은 늘 스트레칭을 강조합니다. 스트레칭은 통증 예방 및 완화를 위해 분명 중요하지만 스트레칭이 부상의 가능성을 줄여 준다는 연구는 거의 없습니다. 2,729명의 달리기 선수를 대상으로 스트레칭 그룹과 스트레칭을 하지 않은 그룹의 실험에서 부상률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보스턴 마라톤 우승자도 스트레칭 안 해 

실제 보스턴 마라톤 1986년 세계 기록으로 우승한 롭 데카스텔라Rob Decastella는 스트레칭을 아예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를 치료한 토마스 미쇼Thomas Michaud는 보스턴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 며칠 전 롭을 만났는데 그때 롭은 아래 사진과 같은 동작에서 30도 정도밖에 올릴 수 없었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마라톤 선수가 스트레칭을 하지 않을뿐더러 일부러 스트레칭을 피한다는 사실은 매우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연구에서 그 이유가 드러났습니다. 단단한 근육의 달리기 선수가 유연한 근육의 달리기 선수보다 신진대사 면에서 더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마치 짧은 고무 밴드가 늘어난 고무밴드에 비해 힘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본래 형태로 돌아올 수 있는 것처럼 단단한 근육은 탄력 있는 반동의 형태로 에너지를 되돌리는 데 유리합니다. 따라서 단단한 근육은 달릴 때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단단하고 유연성이 적은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단단한 근육이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을 때도 있지만, 쉽게 긴장되며, 힘든 운동 후에 지연성 근육통을 일으킬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단단한 근육, 유연한 근육

단단한 근육이 부상을 당하기 더 쉽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뉴욕 레녹스 힐 병원 연구자들은 근육이 단단한 사람과 유연한 사람으로 분류해 뒷허벅지 근육 운동을 시켰습니다. 운동 후, 단단한 피험자들이 더 큰 근육통을 호소했습니다. 운동 후 근육 손상에 대한 효소 마커도 단단한 그룹에서 더 높았습니다. 유연한 사람들은 운동으로 인한 근육 손상이 덜 했고, 심한 운동을 한 다음날 오히려 더 높은 강도로 더 오래 운동을 할 수 있었습니다. 즉 단단한 근육보다 유연한 근육이 운동 후의 통증 및 손상이 낮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유연한 근육을 갖게 될까요. 

유연성을 빠르게 평가하기 위한 간단한 테스트는 엄지손가락을 손목 쪽으로 구부리고 거리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그림2) 엄지손가락의 가동 범위를 확인하는 것은 전반적인 유연성을 평가하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전신의 근력 강도를 악력으로 평가하듯이 엄지의 유연성은 전신 유연성의 지표입니다. 엄지손가락이 지나치게 유연하다면 근력 훈련, 안정성 훈련 등을 통합해 컨트롤 하는 힘을 늘려가야 합니다. 대조적으로 유연성이 부족한 경우는 스트레칭을 일상 생활에서 지속적으로 하면 좋습니다.

다만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향상시키는 것은 생각보다 그렇게 간단하진 않습니다. 일부 최신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칭을 3~4주 이내로 한 경우는 근육의 능력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근육 유연성을 향상시키는 데 단기 스트레칭은 효과가 없고, 부상률을 낮추지 못한다는 연구가 왜 그렇게 많은지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단단한 근육이 부상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결과는 많지만 스트레칭이 부상의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는 상대적으로 거의 없습니다. 근섬유를 둘러싸는 결합조직외피의 연장이나 근섬유의 끝에 추가되는 근절의 수 증가를 유도해 의미 있는 유연성의 증가를 가져오려면 4~6개월 이상 정기적인 스트레칭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등산이라는 스포츠에서는 근육이 유연하다고 해서 단단한 사람에 비해 부상의 위험이 낮아지는 것도 아닙니다. 근육이 과도하게 단단한 등산객이 부상을 당하기 쉬운 반면, 과도하게 유연한 근육의 등산객도 더 넓은 범위의 동작을 하면서 관절을 안정화해야 하므로 근육이 더 열심히 일해야 하기 때문에 부상을 입기 쉽다는 것입니다.

유연한 근육은 또한 근막에 에너지를 더 많이 저장하므로 근육이 동일한 힘을 생성하기 위해 더 많이 일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유연한 근육의 등산객은 단단한 근육의 등산객과 마찬가지로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연성 정도와 관련된 부상 그래프를 만들면 가장 근육이 단단한 선수와 가장 유연한 선수가 부상을 입는 U자형 곡선(그림3)을 형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트레칭 유무 부상률과 무관

앞서 말한 달리기 선수 연구를 다시 돌아보면, 스트레칭 한 선수와 안 한 선수 사이에서 부상률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평상시 스트레칭을 하는 선수가 스트레칭을 안 하게 된 경우는 부상 입을 가능성이 2배 높았습니다. 즉, 단단한 근육이 갑자기 스트레칭을 한다고 해서 부상을 방지할 만큼 유연해지지 않고, 오히려 평상시 스트레칭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안 하고 운동을 하면 부상을 입게 된다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등산의 위험성을 줄이고 더 잘하기 위해 스트레칭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운동을 잘하고 싶다면 그 운동을 서서히 안전하게 시작해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등산은 입산 시점부터 바로 가파르고 경사진 산을 타도록 되어 있지 않습니다. 산을 오를수록 자연스럽게 더 경사지고 고도가 높아지면서 안정적이고 점진적 부하를 주게 됩니다. 하산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이미 등산로에 오르는 순간 준비운동은 함께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등산을 더 잘하기 위해 더 적합한 스트레칭을 하느라 등산 시작 전에 부담을 느끼지 말고 일단 산으로 향해 보는 것을 권장합니다.

등산을 잘하기 위해서는 일단 등산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박호연 한의사
학력
· 경희대학교 한방재활의학 박사과정 수료
· 건양대학교 운동처방학 석사
· 동국대학교 한의학과 한의사
· National University Medical Sciences(Spain) 오스테오파시 박사
· National Academy of Osteopathy(Canada) 오스테오파시 디플로마
경력
· 피트니스 한의원 대표원장
· National Academy of Osteopathy 한국대표
· 가압운동(KAATSU) 스페셜 리스트
· 건강운동관리사(구 생활체육지도자 1급)
· 대한 스포츠 한의학회 팀닥터
· 움직임 진단 (SFMA, FMS) LEVEL 2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