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여행] 임영웅이 가고 싶다는 ‘마량’…귀양간 정약용을 살린 장어

글·사진 서현우 기자
입력 2022.01.05 09:52
건강 및 치유 보양식 최고봉 목리 장어…짱뚱어탕과 연탄불고기도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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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도 일몰. 사진 강진군문화관광재단.
‘그날의 맹서 그날의 약속/가슴에 새겨 있는데/오고 가는 연락선에/고동소리 구슬픈데/보고 싶어라 그리운 님아/마량에 가고 싶다’

임영웅이 목 놓아 가고 싶다고 노래 부른 강진이 새로운 맛 기행지로 뜨고 있다. 임영웅은 한 TV프로그램에서 전남 강진의 항구마을인 마량에 대한 노래 ‘마량에 가고 싶다’를 불렀다. 이후 팬들의 성지순례가 이어져 평일에도 1,000명 이상의 관광객이 마량항 일대를 찾고 있다는 후문. 강진군문화관광재단에 따르면 관광객들이 강진의 매력 중 특히 ‘맛’에 매료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1월에는 전라남도 주관 ‘2021년 남도음식거리 조성 공모 사업’에 마량 횟집거리가 최종 선정되었다. 강진의 맛과 멋을 1박 2일 일정으로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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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량항 전경. 사진 조용식 여행스케치 국장.
마량 선상투어

마량항은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장소다. 고려시대에는 강진만 일대에서 만든 고려 청자를 개성까지 실어 나르던 뱃길의 시작점이었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는 제주말이 한양에 진상되기 위해 내륙으로 올 때 처음 도착하는 유일한 해상 관문 역할을 했다. 제주말들은 마량에서 일정기간 육지 적응 기간을 보낸 뒤 한양으로 갔다. 그래서 항구 이름도 마량馬良이다. 이외에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이 조선함대의 첫 해상 순항을 전개한 곳이며 조선시대 세곡선도 출입했고, 장보고의 상단이 머물기도 했다.

현대 마량항에서는 배를 빌려 타고 강진만과 완도, 고금도 일대를 둘러본 뒤 낚시도 즐길 수 있다. 주로 장어가 많이 잡히는데 날이 따뜻해지는 낚시철이면 감성돔도 낚을 수 있다. 보통은 낚시 손맛만 느끼고 인근 횟집거리에서 조달한 회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회를 구입할 수 있는 마량항 횟집거리는 지난 11월 말 남도음식거리로 선정되면서 2022년까지 상징물, 포토존 설치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메인 요리와 후식 메뉴 등 전반적인 상차림도 개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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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낚아 올린 장어를 들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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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벙커에서 바라본 강진 앞바다.
벙커

벙커는 최근 마량항에 문을 연 카페로 MZ세대 사이에서 석양뷰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박지훈, 윤경은 내외는 “카페 바로 앞 펜션을 운영하며 조금씩 모은 돈으로 2012년부터 한 땀 한 땀 건물을 지었다”며 “7년에 걸쳐 지어서 2019년도에 완공하고 마량 카페 1호가 됐다”고 말했다.

벙커가 인기를 모은 이유는 마당에서 바다를 향해 탈 수 있는 그네와 더불어 강진바다와 석양이 한껏 쏟아져 들어오는 2층의 통창유리 덕분. 윤경은씨는 “이곳에 살다 보니 석양이 눈에 익어서 예쁜 줄 몰랐는데 사람들이 경치가 너무 좋다고 해서 오픈 1주일 전에 통창으로 바꿨다”며 “이후 예쁜 일몰과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이름을 얻게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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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들어선 가우도 출렁다리. 사진 강진군관광문화재단.
가우도

가우도는 강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명소다. 강진의 8개 섬 가운데 유일한 유인도인 이곳은 섬이 소의 멍에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우도駕牛島란 이름이 붙었다.

강진만 한가운데 솟은 이 섬이 유명세를 탄 것은 아름다운 낙조와 출렁다리 덕분. 대구면 쪽 다리는 청자다리(438m), 도암면 쪽은 다산다리(716m)가 놓여있다. 이 다리들은 본래 각각 저두출렁다리, 망호출렁다리란 이름으로 불렸는데 “출렁다리가 출렁이지 않는다”는 민원 탓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지난 9월에는 가우도 출렁다리의 유명세를 이어받는 새로운 출렁다리가 놓였다. 섬 북쪽의 작은 만을 건너는 150m 길이의 출렁다리다.

가우도에선 섬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생태탐방로 2.5km를 걸으며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영랑 김윤식의 동상과 꼭 두꺼비를 빼닮은 바위 등 볼거리가 많다. 액티비티를 좋아한다면 섬 가운데 솟은 청자타워에서 짚라인을 탈 수 있고, 모노레일도 있다.

가우도 낙조는 섬 안에서 주작산 방면으로 내려앉는 것을 보아도 좋지만, 청자다리를 건너기 전 다리와 가우도 뒤로 수줍은 듯 숨어 넘어가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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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 풍천장어구이. 비린내 없이 고소하고 담백하며 두툼한 육질이 일품이다.
강진 풍천장어

“목리 이장 할래? 옴천 면장 할래?”

목리는 나루터가 있어 해상을 통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잦아 번성했던 곳이다. 그래서 일개 이장이라도 각종 사업을 벌이기 유리해 면장에 비견할 만한 자리란 뜻에서 위의 속담이 지역에 전해 내려온다.

목리는 풍천장어가 유명하다. 풍천장어는 풍천이란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라 바다와 민물을 오고가며 일생을 사는 장어의 회유 습성에 따라 붙은 말이다. 강진의 마을 목리는 남해와 탐진강이 만나는 곳에 있어 예로부터 장어가 유명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장어 통조림 공장이 있었을 정도로 광주 전남 지역의 최대 장어 생산 및 유통 지역이다. 지금도 마을에는 1957년 개업해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목리 장어센터 등 장어요리 전문식당이 다수 있다.

강진군문화관광재단 김바다 대표는 “정약용의 강진 유배 생활 중 대표 음식은 아욱국이다. 하지만 강진사람들은 정약용이 머물었던 사의재와 목리의 거리가 1km도 안 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쇠약해진 정약용의 건강을 회복하는 데 목리 장어가 일조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만큼 목리 장어는 건강 및 치유의 보양식 중 최고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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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뚱어탕.
강진 짱뚱어탕

짱뚱어는 망둑엇과의 바닷물고기다. 강진에서는 이 짱뚱어를 잡아서 끓인 짱뚱어탕을 맛볼 수 있다. 짱뚱어는 몸보신의 대표음식으로 갯벌의 소고기라 불릴 만큼 단백질 함유량이 매우 높고, 아미노산과 타우린, 칼슘도 풍부하다. 짱뚱어는 온도에 민감하고 플랑크톤을 먹고 살아야 하므로 양식이 불가능하다. 반대로 말해 강진에서 먹는 짱뚱어는 모두 바로 앞 강진만 갯벌에서 잡아 올린 자연산이다. 

짱뚱어 낚시 경력 50년, 식당 운영 30년의 짱뚱어 전문가 이순임 사장이 운영하는 식당 ‘강진만 갯벌탕’이 짱뚱어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 이곳에선 짱뚱어를 탕, 전골, 튀김, 회로 각각 내놓는다. 초보라면 짱뚱어탕으로 내공을 다지는 것이 좋다. 맛은 추어탕과 흡사한데 더 진하고 비린내나 특유의 흙맛이 없다. 먹고 나면 따뜻한 기운이 몸 안에 한가득 맴돈다. 짱뚱어는 4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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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병영성 전경.
전라병영성&연탄돼지불고기

전라병영성은 조선시대인 1417년 초대 병마도절제사 마천목 장군 재임 시절 지은 성. 이곳에서 갑오개혁까지 조선왕조 500년간 전라도와 제주도 전체 병력을 지휘했다. 현재는 성곽 내 건물이나 유적 대부분이 소실된 상태로, 건물 및 성벽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성벽 대부분과 성문 누각 등의 복원은 완료된 상태.

여기서 하멜이 쌓아 올렸다는 돌담을 따라 마을 중심부로 가면 병영시장 옆 돼지불고기거리에 닿는다. 거리 곳곳에선 시뻘건 연탄불 위에서 돼지불고기가 지글지글 익고 있다. 너무나 익숙한 ‘맵단짠’의 환상적인 조화다. 이 거리에선 정갈한 한정식부터 도로변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구수한 남도 사투리를 반찬 삼아 먹는 정겨운 노포까지 다양한 스타일로 연탄돼지불고기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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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돼지불고기. 사진 조용식 여행스케치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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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만생태공원 전경. 사진 조용식 여행스케치 국장.
강진만생태공원

목리에 있는 20만 평 강진만생태공원에는 남해 바다와 갈대 바다가 함께 펼쳐져 있다. 강진만생태공원은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남해안 11개 하구 평균보다 2배 많은 1,131종의 다양한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어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겨울 생태공원은 여름 내 갯벌 위에서 신나게 뛰놀던 짱뚱어들이 모두 겨울잠에 들어 고즈넉하다. 대신 우아한 백로떼가 그 자리를 메우고, 한층 무르익은 갈대만이 흔들린다. 우리나라 최남단역인 강진역이 2023년 개통되면 더욱 쉽게 찾아갈 수 있을 힐링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