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산 영광 갓봉] 명품 해넘이를 보고 싶으신가요

글·사진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고문
입력 2022.01.12 10:14
영광 갓봉 344m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백수해안도로…원불교 성지 유적도 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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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해안가에 새로운 명물로 떠오른 스카이워크 전망대. 최근 SNS에서 ‘핫 플레이스’로 뜨고 있다
“백수해안도로 드라이브 할까?”

광주 사는 사람이 바다가 보고 싶을 때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영광의 백수해안도로다. 영광군 백수읍 길용리에서 시작해서 백암리 석구미마을까지 16.8km에 달하는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는 동해안 못지않게 탁 트인 바다가 일품으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길일 정도로 단애절벽과 기암괴석들 사이에 자리 잡은 예쁜 카페와 펜션들은 ‘핫 플레이스Hot Place’로 통한다. 또한 스카이워크, 노을종, 사랑의 자물쇠, 하얀 등대, 노을 전시관 등에도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젊은 연인들의 드라이브 코스로 인기가 좋지만 바다에 접한 2.5km의 데크산책로는 중장년층에게 인기 만점이다. 새소리, 파도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바다를 옆에 두고 걸을 수 있어 낭만적이다. 특히 섬 사이로 빨려 들어가는 낙조는 전국의 사진가들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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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봉과 구수산의 갈림길인 봉화령 정상.
백수해안도로는 2011년 국토해양부가 주관한 ‘제1회 대한민국 자연경관 대상’ 최우수상을 시작으로 성공한 해양자원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백수해안도로 인기의 비결은 인근에 있는 풍부한 관광벨트가 한 몫 한다.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 원불교 창시자 박중빈 생가 터, 가마미해수욕장, 옥당박물관, 설도포구, 기독교인순교지 등이 도로 가까이에 있다. 

특히 백수해안도로의 출발지점인 백제불교 최초 도래지에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파키스탄 북부지역 간다라 양식의 탑과 불상 등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고, 주변 건축물도 매우 이국적이다. ‘법성포法聖浦’라는 지명도 이곳을 통해 백제에 들어 온 인도 승려 ‘마라난타摩羅難陀’가 전파한 불교의 ‘법法’과 마라난타를 의미하는 ‘성聖’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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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절리 저수지 너머로 구수산과 금정산이 보인다.
소금과 갯벌, 해풍이 말린 영광굴비

먹거리도 풍부하다. 영광군 곳곳에서 영광굴비와 모시송편 간판을 볼 수 있다. 조기 말린 것을 ‘굴비屈非’라고 하는데, 영광굴비의 명성은 4월경 법성포 앞 칠산바다 조기어장에서부터 시작된다. 

이즈음에 잡히는 조기를 ‘곡우穀雨사리’라 하는데, 산란 직전이어서 살은 적지만 연하고 알이 차 특히 맛있다. 일설에는 고려 중기, 영광 법성포로 유배 온 문신 이자겸李資謙이 ‘비굴하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굴비를 왕에게 진상하면서 ‘비굴’의 글자를 바꾸어 ‘굴비’라 했다고 한다. 

굴비는 말리는 기술에 따라 맛이 좌우된다. 소금, 갯벌, 바람의 3박자가 딱 들어맞는 법성포에서는 조기를 소금에 절여 토굴 속에 3일간 돌로 눌러 놓았다가 물이 빠지면 20마리를 한 두름으로 엮어 해풍에 건조시킨다. 이때 돌로 눌렀기 때문에 ‘석수어石首魚’라고도 불렀다. 

영광 현지에서 맛보는 굴비백반정식은 굴비와 해산물이 곁들인 남도밥상이다. 굴비구이와 함께 보리굴비, 조기찌개, 간장게장 등이 나와 잔칫집에서 잘 차린 밥상으로 대접받고 나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모시송편은 영광을 대표하는 떡이다. 과거에는 대개 명절에 먹는 떡이었지만 현재는 해외 수출까지 하고 있다. 모시의 잎에는 천연방부재 성분이 있어서 이것으로 만든 송편은 오랫동안 굳지 않고 찰진 맛을 유지한다. 또한 섬유소와 무기질이 풍부하며 혈관건강에도 좋다고 하니 건강식품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요즘은 통동부, 동부거피, 참깨, 흑임자를 소로 넣어서 소포장한 제품이 나와 여행객들이 기념선물로 많이 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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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재의 암릉 구간. 작은 바위들이 조금 드러난 정도다.
100개의 봉우리에서 한 개가 빠진 구수산

백수읍 대전리에 있는 ‘갓봉(343.9m)’은 엄밀히 말하자면 구수산九岫山(339m)의 일부이다. 구수산 봉화령(380.1m)에서 갈라져서 백수해안도로를 남북으로 길게 따라가는 능선이다. 최고봉은 삼각점이 있는 봉화령이지만, 영광군에서 제작한 등산안내도와 등산객들은 ‘갓봉’을 더 익숙하게 기억한다. 

구수산은 ‘백수白岫’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100개의 봉우리에서 한 개가 부족하다’고 표현할 만큼 올망졸망한 봉우리가 많은 산이다. 구수산 일대에는 우리나라 4대 종교인 원불교의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朴重彬(1891~1943)이 태어난 곳이면서 유적들이 많아서 성지처럼 여겨진다.

구수산과 갓봉은 최근 ‘칠산노을 치유숲길 조성’을 통해 대대적으로 등산로를 정비했다. 이정표를 보완하고 경사가 심한 곳에는 나무데크 계단을 설치했다. 바다조망이 좋은 곳에 20~30명 앉을 수 있는 전망대도 세 군데 새로 만들었다. 전망대에는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어 칠산바다를 가까이 바라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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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재란 때 의절한 9명 부녀자의 영혼을 달래는 열부순절지의 비각.
산행은 삽촌마을 표지석이 있는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갓봉 정상까지 완만하게 올라간다. 왼쪽으로는 바다를, 오른쪽으로는 구수산의 봉우리들을 계속 바라보며 걷는다. 모재 암릉 구간을 빼면 전체적으로 흙산이다. 바닷가에 있는 ‘정유재란 열부순절지’까지 10여 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를 오르락내리락하지만 대체로 편안하다. 갓봉 정상을 멀리서 보면 커다란 얼굴 모양을 한 암봉이다. 

봉화령을 지나면서부터 본격적인 바다 조망이 시작된다. 봉화령 삼각점을 지나 50여 m 지점에 갈림길이 있는데, 이정표가 없어서 지도를 잘 보고 방향을 정해야 한다. 오른쪽은 구수산 방향이다. 열부순절지로 가려면 왼쪽 내리막길을 따라야 한다. 

어우재 갈림길을 지나면 봉화대 터로 추정되는 석축지대가 나온다. 문화재 발굴조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다소 어수선하다. 곳곳에 자기와 기와가 많이 보인다. 

내려다보는 백수해안도로 이색적

곧이어 나타나는 넓은 전망데크가 갓봉 코스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이다. 서쪽으로는 일곱 개의 섬이 있는 칠산바다와 송이도, 안마도, 전북 위도까지 보인다. 산 위에서 내려다보는 구불구불한 백수해안도로의 모습은 또 다른 진풍경이다. 동쪽으로는 대신제와 구수산 주능선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곧이어 만나는 열부순절지는 서해바다를 바라보며 세워진 비각과 사당이다. 정유재란 때 동래 정씨와 진주 정씨 문중의 9명 부녀자들이 절개를 지키기 위해 칠산 앞바다에 몸을 던져 의로운 죽음을 택한 것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 여기서 데크산책로를 통해 스카이워크까지는 10분 정도 걸린다.
산행길잡이
백수우체국(삽촌마을)~갓봉~모재~봉화령~봉화대 터~조망데크~어우재 갈림길~뱀골봉~열부순절지(약 9.5km, 약 4시간 소요)

교통
자가용으로는 서해안고속국도 영광나들목으로 나와 ‘함평·영광’ 방향으로 간다. 대중교통은 영광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백수, 대신리행 군내버스가 1일 6~7회 운행한다. 백수우체국에서 하차한다. 하산 후 열부순절지 또한 계절에 따라 버스 시간이 다르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문의 영광교통(061-352-1303). 

숙박 및 식사(지역번호 061)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전망 좋은 펜션이 즐비하다. 쉐이리 펜션(353-8128)은 동화 속 나라를 테마로 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하다. 이밖에 해안동백펜션(352-6683), 아라풀빌라(351-8236) 등이 길을 따라 줄지어 있다.

백수초등학교 근처의 한성식당(352-6253)은 백합죽(1만3,000원)이 유명하다. 밑반찬으로 홍어회무침, 족발, 각종 젓갈과 나물류 등이 한 상 가득 나온다. 백수해안도로를 따라 쉘부르, 카페보리, 카페뜰107 등 분위기 좋은 카페가 많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