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Wall] “따끈한 암태도 리지 한 판 어때요?”

글·사진 주민욱 기자
입력 2022.01.20 09:11
1004개 섬이 드러나는 신안군 암태도 박달산의 새 리지 코스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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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피치 등반을 마무리하고 바위능선에 올라서면 신안의 섬들이 환상적으로 펼쳐진다.
신안군 암태도 박달산(199.8m)에 새 리지 코스가 생겼다. 경북 김천의 산꾼들이 바윗길을 개척한 것. (사)김천시산악구조대는 2018년 배를 타고 압해도 송공항에서 비금도로 가던 중 암태도의 힘 있는 바위능선에 매료되었다. 

박달산을 염두에 두고 있던 이들은 2019년 봄 암태도와 육지를 잇는 천사대교가 생기자마자 박달산을 찾았다. 2019년 5월 구조대 훈련부장을 중심으로 대원들이 박달산 답사를 했고, 그해 가을 루트를 완성했다. 총 6피치로 난이도 5.10대이며 페이스와 크랙이 주를 이루고 있다. 각 피치는 10m 내외로 비교적 짧지만 밸런스와 근력을 요구하는 구간이 곳곳에 버티고 있다.

김천산악구조대는 육지에서는 맡기 어려운 바닷가 갯내음이 박달산 리지에 풍긴다 하여 개척 당시의 기분을 담아 ‘5월의 갯내음’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래서일까 루트들이 짧지만 제법 세다. 공식 난이도에 비해 등반이 어려울 때 바위꾼들이 ‘짜다’고 하는데, 박달산이야 말로 짠내 풀풀 나는 리지 코스다. 지금 같은 겨울에도 추천할 만한 것은 전남 신안이라 비교적 따뜻하고, 남향으로 이루어진 바위들이라 태양이 등에 얹히기에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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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근력을 요구하는 3피치를 조용진 대원이 온 힘을 다해 등반하고 있다.
천사대교를 지나면 바로 왼쪽에 보이는 산이 박달산이다. 암태도에 들어서서 3.5km를 도로 따라 직진하면 박달산 북사면을 왼쪽에 끼고 돌게 되는데,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해안길을 따라 3km를 가자 거대한 바위능선 아래에 닿았다. 

해안가 도로 들머리에서 10분을 오르자 첫 피치에 닿았다. 김천산악구조대원들과 등반을 시작한다. 바위가 눈에 들어온다. 90°가 조금 넘는 9m의 짧은 페이스 구간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막상 붙으면 만만치 않다. 김찬일 구조대 대장이 줄을 묶는다. 

김찬일 대장은 키 180㎝가 넘고, 체중 90㎏이 넘는 장골이다. 등반계에서는 보기 드문 든든한 풍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벽에 붙자, 날렵한 동작을 이어간다. 1피치 마지막 구간은 직벽에서 살짝 기울어 있는데 자세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도 유연성을 발휘하며 여유 있게 넘어선다. 확보를 하는 서희숙 부대장은 “김 대장이 덩치가 있는 만큼 확보는 제가 전담으로 맡고 있다”며 환하게 웃는다. 구조대의 베테랑인 서희숙 부대장이 전담 확보하는 만큼 쉽지 않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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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갯내음’의 첫 피치. 상단부의 비스듬한 구간으로 올라서면 홀드가 없어 몇 번을 손으로 더듬어야 돌파할 수 있다.
1피치를 올라서 왼쪽으로 돌아서서 30m 걸어가면 2피치가 나온다. 난이도 5.10a의 페이스 구간과 짧은 크랙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위 형상이 위압감보다는 넉살 좋은 풍채다. 

2피치 등반을 종료하고 왼쪽으로 20m 가면 3피치가 나온다. 이제 본격적으로 100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신안군의 섬들이 펼쳐져 드러난다. 멋진 풍광이 드러나는 등반라인은 낭만적이지만 3피치 역시 만만찮다. 강한 근력을 요구한다. 아직 초보딱지를 붙이고 있는 조용진 대원은 멋진 풍광 구경을 뒤로하고,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며 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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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피치 수려한 벽 너머로 시원하게 바다가 펼쳐진다.
끝판 대장 6피치를 넘어서라

조 대원이 계속 추락하자 밑에서 지켜보던 서희숙 부대장이 발을 제대로 딛으라고 큰 소리로 조언한다. 그 사이 멀리 4피치에서는 고유선·최지훈 대원이 다정하게 자일파트너를 이루며 재미나게 등반을 이어간다. 

최지훈 대원의 등반능력이 출중해 고유선 대원을 잘 이끌어간다. 4피치에는 까다로운 구간이 있다. 중단부를 지나 완만한 구간으로 들어서려면 크랙에 손을 끼우고 발은 높이 올려 슬랩을 디뎌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동작이라 등반 제법 했다는 이들도 많이 추락하는 곳이다.  

5피치에 들어서자 등반라인과 우회라인이 선명히 눈에 든다. 어느새 최지훈 대원이 5피치 종료지점에서 고유선 대원의 등반 확보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5피치 초반이 어려운 지 10여 분을 매달려 있다. 홀드가 작고 발 딛는 곳이 작아 쉽게 올라서기 쉽지 않다. 고 대원은 “어디를 잡아야 하지?”라며 중얼거린다. 하지만 곧 루트에 적응하고 피치 종료지점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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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산악연맹 구조대원들의 등반 스케치. 2019년에 암태도 박달산 리지를 개척하였으나, 코로나 발병으로 2020년 3월 간소하게 개척보고회를 열었다.
5피치에서 20여 m 걸어 올라서면 6피치가 우뚝 솟아 있다. ‘5월의 갯내음’의 하이라이트 구간이다. 정상부에 위치해 아찔한 고도감과 저 멀리 암태도를 이어주는 천사대교가 멋지게 드러난다. 15m로 가장 긴 벽을 이루고 있고 난이도는 5.10d로, 전체 리지에서 난이도가 가장 높다. 

마지막 피치인 만큼 끝판 대장인 셈이다. 특히 중단부에 뾰족하게 솟은 코모양 바위는 도도한 자태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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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피치 고빗사위 구간을 통과하는 문명윤 대원. 크랙에 오른 손을 제대로 끼워야 한다.
마지막 6피치를 베테랑인 이순예 대원이 줄을 묶는다. 동작이 물 흐르듯 여유롭다. 등반자와 뒤로 보이는 바다의 흩어진 섬들, 멋진 조화를 이룬다. 어느새 해가 기운다. 

모든 등반을 마치고 위로 올라서니 너른 마당바위다. 등산로도 있다. 대원들이 모여 단체 사진을 찍는다. 단체사진은 등반의 마무리를 의미하며, 동시에 모두 안전하게 등반을 마쳤음을 의미한다.  
info
내비게이션 주소 전남 신안군 암태면 송곡리 산 19
등반 가이드 도로 옆 작은 공터에 주차를 한다. 바로 이어지는 등산로로 들어서서 10여 분 올라가면 오른쪽에 첫 피치를 만날 수 있다. 총 6피치로 4인 기준 3시간 정도 소요되며, 장비는 로프 1동과 퀵드로 6개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모든 피치는 우회가 가능하며. 등반 종료 후 오른쪽 하산길로 10분 정도 내려가면 첫 피치에 닿는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