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휴양림 일출 칠보산] 일곱 개의 보물보다 빛나는 동해뷰

글 서현우 기자 사진 이신영 기자
입력 2022.01.06 09:55
아름드리 금강송이 휴양림 감싸…능선엔 굴참나무 많아 겨울 조망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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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산 정상의 관어대에서 바라본 일출을 드론으로 담았다.
일망무제의 조망 가능한 상대산

상대산上臺山(183m) 관어대觀魚臺는 예로부터 유명한 명승지다. 고려 말 학자이자 문신인 목은 이색은 물론 겸재 정선이 찾아 그림을 그리고, 김종직, 원천석 등 문인들도 찾아 시를 남긴 곳이다.

들머리인 대진해수욕장 주차장에서 지난 2015년 복원된 관어대 정자까지는 걸어서 약 40분 걸린다. 편도 1km 남짓의 오솔길과 나무 계단길로, 큰 어려움은 없지만 계속 오르막길이 이어진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해수욕장 입구 바로 맞은편의 아스팔트길로 들어서서 관어대 이정표를 계속 따라가면 된다.

상대산 정상에 오르면 겨우 이 정도 수고만으로 이처럼 광활한 조망을 누려도 되나 싶을 정도로 아낌없이 전망을 쏟아낸다. 지난밤 머물렀던 휴양림을 품고 있는 칠보산과 등운산의 산줄기가 북서쪽에 늠름하게 솟아 있고, 명사20리 고래불해수욕장의 유려한 해안선은 저 멀리 울릉도로 가는 배가 뜨는 울진 후포항까지 이어져 있다. 다시 고개를 뒤로 돌려 남서쪽을 바라보면 주왕산의 훤칠한 능선이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 이쑤시개마냥 꽂혀 있는 영양군 석보면 일대에 세워진 86개의 풍력발전기까지 한눈에 보인다.

공사 중인 정자 발치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일출을 기다린다. 그러나 동해바다에서 밀려오는 바닷바람을 막으려고 웃자란 소나무들이 가로막는다. 정상 일출은 드론에게 양보하고 정상에 오르기 직전 암릉지대의 구불거리는 계단길로 내려선다. 이곳에선 나무 사이로 떠오르는 일출이 명료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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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안으로는 상대산 정상보다 정상에 오르기 직전 등산로에서 일출이 더 명확하게 보인다.
칠보산 주능선까지 쉼없는 오르막

마치 아침 구보를 뛴 것 같은 상쾌함을 안고 다시 칠보산자연휴양림으로 돌아온다. 칠보산자연휴양림은 전국 휴양림 중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93년에 개장한 역사가 깊은 곳이다. 작게는 3인실, 최대 11인실까지 총 42개 객실이 있으며, 숲해설과 목공예, 별밤 산책, 일출 관람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단 비수기인 동절기에는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고, 일부 운영되는 프로그램도 코로나 확진 추세에 따라 운영이 불투명하니 방문 시 사전 확인이 필수. 또한 현재 공사 중인 산림복합체험장이 완공되면 더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칠보산자연휴양림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금강송’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휴양림 주변이 금강송 천지다. 코가 마비될 정도로 진한 솔향기가 골짜기를 메운다. 숨을 한껏 들이마신 뒤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칠보산자연휴양림 매표소에서 출발해 나무 계단~해돋이쉼터~칠보숲길 갈림길(칠보산 방향)~산사랑쉼터~칠보산~등운산~칠보산자연휴양림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총 10km에 약 4시간 30분 걸리며, ‘ㅏ’형태로 진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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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금치를 지나면 만나는 헬기장. 사진 오른쪽 위가 칠보산 정상이다.
동행한 이는 등산 스냅사진가 백경록(@rok_tographer)씨와 아웃도어 동호인 윤용만(@running_nomad)씨. 백씨는 5년 반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2021년 3월부터 등산 스냅사진을 전문으로 촬영하고 있다. 그는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산과 사진 두 가지를 모두 만날 수 있는 일이라 늘 ‘출근’이 즐겁다”고 말하는 진성 산악사진가다.

매표소에서부터 칠보산과 등운산 사이의 안부가 되는 산사랑 쉼터 갈림길까지 2km 구간은 끊임없는 오르막이다. 매표소가 있는 지점의 해발고도가 234m에 불과한데 칠보산의 높이는 810m. 576m의 표고차를 극복해야 하니 너무 얕잡아봐선 안 된다.

나무 계단을 따라 묘지를 하나 지나 오르면 곧 전망대가 나온다. 해돋이쉼터다. 휴양림 내에 위치한 일출 관람 명소다. 하지만 전망대를 둘러싸고 솟은 소나무 탓에 동해 쪽 전망이 썩 시원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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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산 정상. 작은 정상석과 소나무 한 그루가 맞이 해준다.
해돋이쉼터를 지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힘을 쓰는 구간이다. 급한 경사에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계속 오른다. 잠시 숨을 돌릴 때 눈을 둘 전망도 딱히 없다. 황소처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1시간 30분쯤 애를 쓰고 나면 길이 완만해지면서 작은 정자가 하나 나온다. 산사랑쉼터다. 이곳을 기점으로 남쪽 방면은 등운산으로 이어지고, 북쪽 방면은 칠보산으로 가게 된다. 또한 남동쪽으로는 휴양림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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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보산 능선에서 만난 고사목이 산행에 운치를 더해준다.
일곱 가지 보물 묻힌 칠보산

오른쪽 능선을 따라 칠보산으로 향한다. 여기서 칠보산까지는 편도 2.3km, 왕복 4.6km의 능선길이다.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데 능선이라 고저의 변화가 심하지 않아 더 속도를 낼 수 있다.

능선에 들어서자 이제 산자락을 한가득 메웠던 금강송이 사라지며 신갈나무와 굴참나무 군락이 모습을 드러낸다. 여름에는 온몸으로 피워내 등산객의 달궈진 머리를 가려줬을 이파리들이 겨울엔 모두 떨어져 푹신한 낙엽으로 변했다. 이 덕분에 비교적 자주 고래불해수욕장과 동해바다의 시원한 전망을 접할 수 있고, 카펫을 밟듯 편안한 걸음을 즐길 수 있다. 동계 휴양림은 비수기지만, 칠보산 능선은 지금이 성수기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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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양림 포토존인 ‘생각하는 의자’. 의자에 앉으면 금강송 너머 동해뷰가 펼쳐진다.
편안한 능선을 달음박질하듯 걷는다. 칠보산 정상이 가까운 안부는 유금사有金寺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인 유금치. 유금사는 신라 선덕여왕 시기 자장율사가 창건한 사찰로 보물인 3층석탑이 있는 절이다. 유금이란 지명은 과거 이곳에 금이 손으로 주울 정도로 많다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유금치에서 400m 정도 진행하면 헬기장, 여기서 마지막으로 오르면 곧 칠보산 정상이다.

그간 못내 아쉬웠던 전망이 칠보산 정상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활짝 열린다. 한눈에 들어오는 고래불해수욕장 끝에 아침에 일출을 맞이했던 상대산이 앙증맞게 솟았다. 

태양이 바다로 뜬 듯 지글거리는 수평선이 눈부시다. 칠보산에 묻혔다는 돌옷, 더덕, 산삼, 황기, 멧돼지, 구리, 철 일곱 가지 보배보다 더욱 화려하고 아름다운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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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포인트인 해맞이쉼터.
온 길을 되짚어 다시 산사랑 쉼터로 돌아오고, 그대로 직진해 등운산登雲山(767m) 정상에 오른다. 백패킹하기 좋은 나무 데크가 놓인 전망대가 나오고, 이를 지나쳐 10m 정도 걸어가니 등운산 정상을 알리는 철제 안내판이 나온다. 흔한 정상석도 없고 전망도 뛰어나지 않다. 등운산 자락에 지어진 휴양림이 왜 칠보산의 이름을 차용했는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등운산 정상에서 그대로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길 대신 산사랑쉼터 방면으로 400m 되짚어 간 뒤 갈림길에서 계곡을 따르는 길로 하산한다. 양옆으로 도열한 거대한 소나무에게 격려를 받으며 휴양림으로 들어선다. 금강송 아래에 깔린 솔잎을 요 삼아 눕는다. 아직도 중천에 미처 떠오르지 못한 햇살이 기분 좋게 볼을 어루만진다. 상대산에서 일출을 보고, 칠보산으로 돌아와 금강송 숲길과 동해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능선 산행까지. 이토록 한껏 욕심을 부렸는데 칠보산은 그저 받아 주었다. 
일출 산행 길잡이

칠보산 일출 산행은 여러모로 약간의 아쉬움을 감내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칠보산휴양림 곳곳에 해돋이쉼터나 생각하는 의자 등 일출을 맞이하기 좋은 포인트들이 있다. 여기서 맞는 일출도 물론 매력적이지만 너무 숲이 울창해서 수평선 가득 메워 오는 일출의 빛깔을 바라보긴 어렵다.

이러한 아쉬움 때문에 취재진은 상대산으로 일출을 마중 나가는 선택을 내렸다.
산행은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고, 칠보산휴양림에서 종이컬러지도도 비치해 뒀기에 길을 찾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 또한 샛길이 많아서 입맛에 맞게끔 산행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칠보산휴양림에서 휴양림 뒤편에 조성한 좋은 숲길인 칠보숲길을 경유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상적인 종주산행을 하려면 칠보산휴양림에서 등운산으로 오른 뒤 칠보산을 거쳐 유금사로 하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유금사에서 칠보산휴양림으로 돌아오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깊은 산중이라 택시도 잘 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코스는 차량 두 대의 운행이 가능할 경우 들머리와 날머리에 한 대씩 둘 수 있을 때만 걷는 것이 좋다. 

교통(지역번호 054)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영해버스터미널까지 1일 6회(07:00, 09:10, 12:40, 13:20, 15:00, 18:30) 버스가 운행한다. 소요시간은 5시간. 터미널에서 휴양림은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 어려워 택시를 타야한다. 요금 1만7,000원 정도, 약 20분 소요.

그러나 택시를 타고 들어올 경우 휴양림에서 좀처럼 다시 나가기가 어려워 인근 명소를 방문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자가용으로 접근하거나 영해버스터미널 인근 글로벌금오렌트카영덕지점(734-0733)에서 차를 빌리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하다. 취재진의 경우 안동역까지 KTX를 탄 뒤 역 인근에서 카쉐어링 서비스를 이용했다.
본 기사는 월간산 2022년 1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