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종주국으로 알려진 영국은 산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저산低山국이다. 영국 최고봉이라 불리는 스코틀랜드의 ‘벤네비스Ben Nevis’는 높이가 겨우 1,343m다. 하지만 영국인들은 일찍부터 바다 건너 유럽의 4,000m급 알프스로 진출해 산악운동을 창시했고, 역사적으로는 19세기 말과 20세기 말에 세계의 등산을 이끌어 왔다.
1854년 베터호른 초등 이후 1865년 마터호른 초등까지 ‘알프스의 황금기’라 칭하는 11년 동안 알프스의 중요 봉우리 39개가 초등되었는데, 그중 8개를 빼고 모두 영국인들이 쌓아 올린 성과다.
저자 사이먼 톰슨은 영국에서 산악운동이 융성하게 된 사회적·문화적·경제적 환경을 다루고, 지난 200년 동안 산악운동을 펼쳐온 학자와 문인, 등반가들 개개인의 성취와 동기를 서술했다.
이 책에는 초기 영국 산악계의 학술적 심미주의자였던 레슬리 스티븐, 1865년 마터호른 등정에 성공해 황금기 최고의 성취와 그 마지막을 장식했던 에드워드 윔퍼, 1890년대 중반 근대 알프스등반의 창시자 프레드리 머메리,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의 자랑스러운 국가주의적 프로젝트를 성공시킨 힐러리와 텐징 등 수많은 등반가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