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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4월호
  • 654호

[테마여행] 임영웅 노래로 뜬 힐링 여행 1번지 강진

글·사진 서현우 기자
  • 입력 2022.07.0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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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강진
국보와 보물 가득한 무위사, 화방사, 정수사
지역 농산물 활용 ‘팜파티’도 눈길

정수사 전경. 사진 조용식 여행스케치 국장.
정수사 전경. 사진 조용식 여행스케치 국장.

전남 강진은 임영웅이 지난 2021년 강진군의 유서 깊은 항구 마량항에 얽힌 노래 ‘마량에 가고 싶다’를 부르면서 각광받는 힐링 여행지다. 최근 이곳에선 지역 주민과 지자체가 함께 새로운 여행 상품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가 바로 ‘절’과 ‘팜파티’다.

3절 3색, "절 보러오세요!"

1. 정수사

천태산에 안겨 있는 천년 고찰이다. 절 양쪽으로 계곡이 나 있어 처음 800년대 도선국사가 창건할 당시에는 쌍계사란 이름이었다. 1622년 정수사로 개칭됐다고 한다. 반듯한 가로수길을 지나면 골짜기에 폭 안겨 옹기종기 모인 대웅전과 요사채, 응진당 등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굵직굵직한 역사의 현장이었다는 점이 흥미롭다. 고려시대 청자문화 전성기에는 수많은 도공들이 정수사에 머물며 청자를 빚었다고 한다. 특히 도공들이 부처의 자비 속에서 깨끗한 마음으로 청자를 만들 수 있도록 기도를 올렸다고 전해지며, 현재도 옛 도공들의 위패를 모셔놓은 도조사가 있다.

정수사에 있는 보물 1843호 석가여래삼불좌상. 조선시대 만들어진 불상이다.
정수사에 있는 보물 1843호 석가여래삼불좌상. 조선시대 만들어진 불상이다.

또한 이곳은 임진왜란 전승지다. 이순신 장군의 수하 염걸 장군이 두 아우 임서, 임경과 외아들 염홍립과 함께 왜군을 정수사 골짜기로 유인해 섬멸했다고 전해진다.

화방사가 가을 절이라면 정수사는 여름 절이다. 계곡 사이에 위치해 있어 조용히 귀를 기울이면 맑고 깨끗한 시냇물 흐르는 소리가 절 전체를 휘감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 시원한 계곡바람과 함께 잡념을 날려 버리기 안성맞춤이다.

무위사 극락보전과 삼층석탑.
무위사 극락보전과 삼층석탑.
2. 무위사

무위사는 강진을 대표하는 사찰이다. 월출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 굳센 능선이 무위사 처마와 함께 출렁여 마음을 흔든다. 강진 사찰 중 가장 많은 국보와 보물을 보유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도 매우 높다.

경내로 들어서면 국보 13호 극락보전의 맞배지붕이 맞이해 준다. 목조건물로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 됐다. 단청 없이 단아하고 소박하면서도 웅장한 세월의 무게를 짊어진 모습이 경이롭다. 그러나 이 무게를 견디다 못해 현재 우측으로 건물이 살짝 기울어져 올해 10월쯤 보수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니 공사가 시작되기 전 서둘러 눈에 담아둬야 한다. 관람 포인트는 측면 기둥과 보가 만나 이루는 공간 분할의 절제된 아름다움.

아미타여래 삼존벽화.
아미타여래 삼존벽화.

극락보전 서편에 고려 초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 너머에는 성보박물관이 건립돼 있다. 극락보전 안에 있던 국보 313호 아미타여래 삼존벽화를 비롯한 29점의 보물급 벽화가 옮겨져 있다.

이 벽화에 얽힌 이야기가 재밌다. 한 노승이 극락전에 벽화를 그릴 테니 49일 동안 법당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궁금증을 못 이긴 주지스님이 하루를 남기고 문에 구멍을 뚫고 몰래 들여다보자 놀란 파랑새가 붓을 물고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벽화는 아직 미완성이다. 

극락보전 앞 팽나무에 생긴 나투신부처.
극락보전 앞 팽나무에 생긴 나투신부처.
또 하나 최근 무위사에는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극락보전 앞 팽나무에 2년 전 갑자기 마치 나투신부처의 얼굴을 닮은 옹이가 생겨났다. 이에 방문객들이 이 나무를 향해 소원을 빌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소원성취 나무가 됐다.
화방사 전경. 사진 조용식 여행스케치 국장.
화방사 전경. 사진 조용식 여행스케치 국장.
3. 화방사

비교적 강진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찰이지만, 결코 그 역사가 짧지 않은 고찰이다. 마치 연꽃이 피어 있는 모양 같다는 화방산(402m) 중턱 거대한 통바위 위에 자리 잡은 이 절은 고려시대인 1211년 원묘국사가 백련사를 중창하면서 보은산 고성암과 함께 지은 화방암을 시초로 한다.

화방사에서 바라본 탐진강 방면 시골 풍경.
화방사에서 바라본 탐진강 방면 시골 풍경.

절 턱밑까지 다소 가파르지만 차로 들어갈 수 있는 임도가 나 있다. 구불거리는 임도 끝에는 차를 4~5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오래된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1917년에 세워진 천불산 화암사 사적비가 맞이해 주고 연달아 영산전과 무량수전이 나온다. 영산전 안에는 전남도지정문화재 16나한상이 있다. 화방사의 백미는 한눈에 들어오는 탐진강 양옆으로 펼쳐진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다. 그 어떤 도시스럽고 인위적인 소음이 배제되어 조용한 경내에서 맞닥뜨리는 광경은 힐링 그 자체다. 논이 노랗게 물들 무렵이면 더 아름다울 경치다. 현 주지 성학스님은 이 고즈넉함이 훼손되지 않도록 화방사가 유명해지지 않았으면 한다고 너스레를 보탤 정도다.

팜파티는 유서 깊은 사의재에서 열려 운치를 더했다.
팜파티는 유서 깊은 사의재에서 열려 운치를 더했다.
팜파티

강진만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체류형 관광모델의 일환이다. 오는 7월 8일 첫 선을 보일 예정으로 사의재(정약용이 강진 유배 시절 머물던 주막집. 현재는 한옥체험관이 들어서 있다.)에서 전문 관광벤처기업 팜파디아(대표 김은영)와 사의재 관리인 안경숙씨, 지역 주민 김성희씨 및 지역 셰프들이 힘을 뭉친다.

팜파티 오프닝에 내놓은 핑거푸드와 스파클링티.
팜파티 오프닝에 내놓은 핑거푸드와 스파클링티.

파티라고 해서 진입장벽이 있을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간단히 말해 강진에서 난 먹거리로, 강진 주민들이 혼자만 먹기 아까웠던 갈고 닦은 음식솜씨를 선보인다. 백록판차를 침출해 만든 스파클링티, 리코타치즈와 강진 흑토마토를 튀긴 만두피에 올린 핑거푸드, 참나무숯 항아리 돼지바비큐, 사의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욱국 등이 메뉴다. 

팜파티 중 지역 주민들의 시극 공연이 열린다.
팜파티 중 지역 주민들의 시극 공연이 열린다.
파티에 가무가 빠질 수 없다. 강진에서 태어난 시인 김영랑과 정약용, 초의선사를 모티브로 한 시극 ‘을유년’, ‘모란이 피기까지’, ‘초의선사’, ‘어느 날 어느 때고’ 등의 공연이 열린다. 놀라운 것은 배우들이 모두 강진 주민이라는 점. 일반 주부부터 농업인, 보험 설계사, 방과후 강사, 도예가 등이 원래 직업이다. 전문 배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기력을 갖고 있어 눈이 즐겁다.
와보랑께 박물관에선 수많은 전남 지역 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다.
와보랑께 박물관에선 수많은 전남 지역 생활용품을 만날 수 있다.
와보랑께

온갖 생활용품을 전시하고 있는 전라남도 민속박물관. 김성우 관장이 오랜 시간 모은 수천여 점의 생활용품이 빼곡하게 진열돼 있다.

김성우 관장이 전라도 사투리를 녹여낸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김성우 관장이 전라도 사투리를 녹여낸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박물관은 크게 두 공간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처음 들어선 곳에서는 전남 지역 주민들이 사용한 수많은 물건들을 만나볼 수 있다. 1970년대 전남도청에 단 두 대밖에 없었다는 사진확대기,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연구한 호남지도 및 병법책, 전라도 방언집, 1947년 소학교 교과서 등 당시의 생활상을 파악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이 중 김 관장이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건 김영랑 시인의 최초 시집 양장본이다. 그는 “시인의 셋째 아들이 박물관에 와서 시집을 보곤 감회가 새로워 한참 들여다보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영랑 최초 시집 양장본.
김영랑 최초 시집 양장본.

이어지는 공간에선 김 관장이 직접 그린 수백여 점의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는 원래 풍경화를 주로 그렸는데 10년 전, 자신만의 화풍을 고민하다가 그림에 전라도 사투리를 녹이자는 영감을 얻었다. 얼핏 보면 단순한 선만 있는 것 같은 그림 속에서 ‘아따거시기’, ‘해보랑께’, ‘우짜까잉’ 등 전라도 사투리를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티스테이’를 할 수 있는 한옥체험관에서 바라본 월출산. 사진 조용식 여행스케치 국장.
‘티스테이’를 할 수 있는 한옥체험관에서 바라본 월출산. 사진 조용식 여행스케치 국장.

강진다원&이한영차문화원

강진다원에선 월출산의 훤칠한 능선을 배경으로 10만여 평의 광활한 녹차밭 사이에 서면 이국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적당한 습도와 주야간 온도차가 크고 안개가 많아 차의 떫은맛이 적고 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월출산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강진다원.
월출산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남길 수 있는 강진다원.

강진다원 발치에 있는 이한영 차문화원은 강진으로 귀양 온 다산 정약용의 어린 제자였던 이시헌이 다시 상경한 스승에게 매년 만들어 보낸 ‘옥판차’를 계승한 곳이다. 이현정 원장이 이시헌의 7대손이자 백운옥판차를 국내 최초의 차 브랜드로 만든 이한영 선생의 고손녀다.

이곳은 최근 또 한 번 새로운 변화에 성공했다. 6월부터 제다 체험, 다도 체험과 함께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이른바 ‘티스테이’를 선보인다. 체험이 진행되지 않을 땐 차를 즐기며 통유리를 통해 월출산을 멍하니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다.

배진강
배진강

강진의 맛

배진강

강진군 병영면

병영면 돼지불고기거리의 대표 식당이다. 맵고, 달고, 짭쪼름한 돼지불고기가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 나온다. TV에도 자주 소개돼 관광객이 줄 잇는 가게다.

최근에는 배진강을 포함한 주변 돼지불고기거리 전체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오는 9월까지 거리 일대를 명품화하고 맛 개선 전문가 컨설팅도 받을 예정이라고 하니 과거 방문 때 실망했다면 9월 이후 한 번 찾아가보는 것을 추천한다.

경포대산장
경포대산장

경포대산장

강진군 성전면

월출산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닭 요리 전문점. 닭 육회부터 시작해 닭갈비, 닭백숙, 닭죽까지 다룬다. 토종닭이라 큼지막하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며 인심도 푸짐하다. 

실내에서 먹을 수도 있지만 궂은 날씨가 아니라면 무조건 야외 평상에서 먹는 게 좋다. 계곡 물 흐르는 소리와 월출산의 정기를 반찬으로 함께 곁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월간산 2022년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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